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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제네시스 GV70] ‘조선 마칸’ 중형 SUV에 고성능 주행 더했다 

 

3.5 터보 풀옵션 7000만원 훌쩍… 연간 판매 목표 4만4000대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두 번째 스포츠 유틸리티차량(SUV) GV70으로 또 한 번 진화(進化)했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1월 첫 SUV GV80으로 다진 프리미엄 SUV 경쟁력에 고성능 고급 세단으로 내놨던 G70을 덧대 ‘고성능 SUV’를 출시했다. GV에 붙은 V는 ‘다재다능’을 뜻하는 영어 단어 ‘Versatile’에서 첫 글자를 따왔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GV70은 G70에 기반한 역동성으로 브랜드 저변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능 세단급 주행성능, 편의사양 대거 적용


▎(왼쪽부터) GV70에 적용된 비행기 날개 조형 타원형 대시보드, 3.5 터보 엔진, 크레스트 그릴·쿼드램프.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진화는 외양에서부터 두드러졌다. 지난 12월 시승으로 만난 GV70은 SUV보다 쿠페에 가까웠다. 차량 전면부는 제네시스가 2018년 G90부터 차용하기 시작한 커다란 방패 모양(크레스트) 그릴로 인해 크고 단단한 대형차 인상을 냈지만, 옆과 뒤가 날렵했다. 차량 길이와 크기가 현대차 싼타페와 투싼 사이 크기임에도 전고가 최대 50㎜ 가까이 낮게 설계된 덕이다. 특히 경사진 후면은 달리기에 특화한 고성능 SUV 포르셰 마칸과 같은 분위기를 짙게 풍겼다.

내부는 고성능 세단 G70을 계승한 SUV답게 운전자 중심으로 꾸려졌다. 디지털 계기판은 물론 와이드 디스플레이와 공조장치가 모두 운전자 조작 편의성에 맞춰졌다. 비행기 날개를 본 딴 타원형 대시보드가 운전석에서 조수석으로 뻗어나간 것이 대표적이다. 때문에 뒷좌석 공간은 넓지 않다. 뒷좌석 공간이 좁은 G70 플랫폼을 공유한 탓에 전장과 전폭이 작은 투싼보다 비좁게 느껴졌다. 대신 뒷좌석 등받이 각도를 확대해 공간 부족을 갈음했다.

운전석에 앉자 GV70의 진화는 보다 명확해졌다. 차량 외관에서 풍긴 역동성이 주행 성능에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현대차 최신 엔진인 가솔린 3.5 터보가 스타필드하남에서 가평 북한강변에 있는 한 카페까지 왕복 약 100㎞를 달리는 동안 차량을 힘 있게 밀어붙였다. 연료를 분사하는 인젝터를 엔진 연소실 중앙에 배치해 출력과 토크를 개선한 덕이다. 실제 GV70은 가솔린 3.3 터보 엔진이 탑재된 G70보다 출력과 토크가 각각 10마력, 3.8% 향상됐다.

고속도로 주행성능은 SUV보다 아예 세단에 가까웠다. 고성능 고급 세단 G70 출시를 통해 얻는 노하우가 프리미엄 중형 SUV GV70에 녹아들었다.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54.0㎏·m의 힘은 직선 구간을 가볍게 치고 나갔다. 산을 넘는 지방도로에서도 민첩했다. 차체가 크고 전고가 높은 SUV의 특성상 차량이 좌우로 흔들리는 롤링이 일부 있었지만, 롤링 때마다 운전자를 감싸는 GV70에 들어간 ‘에르고(ergo) 모션 시트’가 운전자의 몸을 안아냈다.

GV70이 프리미엄 중형 SUV라는 점은 실내 정숙성으로 드러났다. 8단 전자식 변속기(SBW)는 저속과 고속 사이에서 부드럽고 민첩하게 기어를 바꿨다. 시속 100㎞를 넘어서도 주행 중 바람이 차량을 훑고, 타이어가 지면을 구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제네시스가 GV70 전 트림에 기본 적용한 ‘이중 접합 차음(遮音) 유리’가 외부서 들어오는 소음을 줄였다. 그 사이 렉시콘 오디오 시스템과 사운드 제네레이터가 만드는 가상 엔진음이 기분 좋은 주행을 유도했다.

첨단 기술이 대거 장착돼 주행 안정성도 높아졌다. 앞차와 거리를 유지하고 달리는 스마트크루즈 콘트롤 기능이 기본 장착됐고, GV80과 G80에 탑재됐던 고속도로 주행보조II 기능도 GV70에서 개선됐다. 전방 충돌 위험을 차량이 직접 인지해 제동에 개입하는 것은 물론 교차로 진입 차량과 측방 접근차까지 인식했다. 특히 방향지시등을 켜면 차선 변경도 직접 했다. 제네시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지문을 통한 생체 인식 시동 시스템도 GV70에 처음 들었다.

GV70에 들어간 첨단 기술들은 주행 편의성에까지 닿았다. GV70에 탑재된 원격스마트주차보조(RSPA)는 좁은 공간의 주차를 돕는 원격 전·후진 기능은 물론 평행주차 기능까지 지원해 초보 운전자의 주차 부담마저 덜어준다. 또 인지하지 못했던 과속 방지턱이나 포트홀까지도 부드럽게 지날 수 있게 자동 개입했다. 증강현실 기반의 3차원 내비게이션과 차량에 내장된 카메라가 과속 방지턱이나 포트홀을 미리 인식해 서스펜션 감쇠력을 사전 제어하기 때문이다.

4880만원부터 시작, 풀옵션 7500만원 훌쩍

문제는 가격이다. GV70은 2015년 현대차에서 독립해 프리미엄 브랜드로 출범한 제네시스가 지난 5년간 쌓은 기술력이 집약돼 진화했다. 덕분에 엔트리 트림인 가솔린 2.5 터보 모델조차 초기 가격이 4880만원으로 책정됐다. 현대차 플래그십인 그랜저 옵션 최고가보다도 비싸다. 950만원을 추가해야 하는 가솔린 3.5 터보 모델에 옵션을 더하면 최고 7550만원까지 치솟는다. 6500만원대인 동급의 수입 SUV 메르세데스-벤츠 GLC나 BMW X3와 가격차가 없다.

그럼에도 제네시스의 진화, GV70의 초반 성적은 좋다. 계약 개시 첫날 1만대 계약을 일궜다. 메르세데스-벤츠 GLC, BMW X3 등이 즐비한 국내 프리미엄 중형 SUV 시장 규모가 연간 2만대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GV70은 하루 만에 시장의 절반을 차지했다. 지난해 벤츠 GLC와 BMW X3는 각각 6000여대, 3000여대 수준의 판매고를 올린데 그쳤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연간 판매 목표는 4만4000대”라고 말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1569호 (2021.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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