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이명희·이미경 이후 ‘첫 여성 부회장’… 3세 이부진보다 승진 빨라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회장은 지난해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재계 안팎에선 한솔케미칼의 승계를 위한 입지를 사실상 굳혔다는 평가가 나온다.범삼성가 4세인 조 부회장의 승진은 파격적이다. 범(凡)삼성가 4세 중 가장 빠른 승진인 것은 물론,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과 정유경 신세계 사장 등 범삼성가 여성 3세들보다 빠르게 ‘부회장’ 직급을 달았다. 범삼성가 기준, 사장보다 높은 직급에 오른 여성은 2세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뿐이다. 조 부회장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의 맏딸인 고(故)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장손녀로, 조동혁 한솔그룹 명예회장(한솔케미칼 회장)의 장녀다.조 부회장의 ‘초고속 승진’은 그의 경영 성과가 반영된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에서 웨슬리대학교를 졸업한 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미국 경영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근무했고, 의류업체 빅토리아시크릿(victoria`s secret)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는 등 글로벌 무대에서 역량을 쌓았다. 그는 2014년 한솔케미칼 부사장(기획실장)으로 입사했는데, 이후 한솔케미칼 실적은 고공 행진 중이다. 2019년엔 사상 최대인 111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3분기 1251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조 부회장은 지난해 승진으로 11년째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박원환 대표이사보다 높은 직급에 올랐다. 다만 조 부회장은 한솔케미칼에 사내이사로 이름만 올렸을 뿐 한솔케미칼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지는 않다.조 부회장은 기획실장으로서 한솔케미칼이 그간 추진한 인수합병(M&A)에서 활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솔케미칼의 2016년 테이팩스 인수와 지난해 솔머티리얼즈 인수가 사실상 조 부회장의 작품이란 얘기다. 그는 이 두 회사의 등기이사로 등재돼있다.
경영권 안정 위해 추가 지분 확보해야지난해 승진은 사실상 그의 경영권 승계가 확정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한솔케미칼은 조 부회장의 부친인 조동혁 명예회장이 최대주주(지분율 14.47%)로, 한솔그룹과 사실상 경영권이 나뉜 상태다. 조 명예회장의 동생인 조동길 회장이 한솔그룹을 이끄는데, 지주사 한솔홀딩스는 한솔케미칼 지분이 없다. 조동길 회장이 가진 한솔케미칼 지분도 0.31%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재계에선 조 부회장이 한솔케미칼의 경영권을 별 다른 분쟁없이 이어받을 것이라고 본다.다만 조 부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기 위해선 한솔케미칼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조 부회장이 확보한 한솔케미칼 지분은 0.03%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조동혁 명예회장의 지분(14.47%)을 승계한다고 하더라도 안정적인 경영권을 위해선 추가적인 지분 확보는 필수적이다.이 때문에 조 부회장의 빠른 승진이 승계를 위한 자금마련을 위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파격 승진을 통해 회사로부터 받는 연봉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조 부회장은 지난해 승진으로 급여가 높아졌다. 지난해 상반기 말 보고서를 보면 조 부회장의 급여는 3억1500만원으로, 박 사장(2억6600만원)보다 높게 책정됐다. 조 부회장은 사장이었던 2019년엔 급여로 박원환 사장(3억4200만원)보다 낮은 2억7000만원을 받았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