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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공룡’ 한국전력, 더 커진다] 에너지 전환 위해 독점사업자에 힘 싣는 정부·여당 

 

전기사업법 고쳐 발전사업 진출 기반 추진… 전문가들 “망중립성 훼손” 지적

▎문재인 대통령이 전북 군산시 유수지에 있는 수상태양광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국내 최대 에너지 공기업 한국전력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직접 진출이 가시권에 들었다. 정부·여당의 에너지 전환 목표와 투자가 몰리는 재생에너지 발전 시장으로의 진입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이루려는 한국전력의 목표가 부합하면서다. 특히 정부·여당은 2017년 수립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20% 달성이란 ‘재생에너지 3020’ 목표에 한국전력을 앞세웠다. 다만 일각에선 한국전력이 송·배전망과 판매까지 독점하고 있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직접 진출이 망중립성 훼손 등으로 이어져 재생에너지 시장 성장을 막을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한국전력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진출을 위한 길을 터주고 나섰다.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송갑석 의원이 지난해 7월 발의해 계류 중인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이달 중 법안심사 소위에 올려 한국전력의 발전사업 진출 입법 수순을 밟기로 정했다.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동일인에게는 두 종류 이상의 전기사업을 허가할 수 없다’는 규정을 고쳐 재생에너지만큼은 두 종류 이상의 사업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현행법상 한국전력은 전기판매·송배전망 독점사업자로 전기 발전은 제한돼 있다.

송갑석 의원은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제안 이유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해상풍력단지 개발 등 체계적인 대규모 신재생 발전사업의 추진이 필요하다”면서 “시장형 공기업 중심으로 체계적이고 대규모의 신재생 발전사업의 인프라를 조성해 민간기업이 동참하는 산업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송 의원이 밝힌 전기사업자인 시장형 공기업(9곳) 중 8곳은 발전사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결국 발전사업을 못하고 있는 유일한 1곳인 한국전력의 발전 사업 진출을 지원해 주는 셈이다.

한전,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 틈타 직접 발전


여당 차원의 한국전력 지원 추진에 정부 입장도 돌아섰다. 앞서 한국전력은 꾸준히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직접 진출을 추진해왔지만, 정부의 반대에 막혀왔다. 송배전망과 발전사업을 분리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과 불공정한 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정부 기조가 달라졌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는 송 의원이 발의한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 보고에서 “현행 민간·소규모 사업자 중심 재생에너지 발전은 특정지역에 발전설비 설치가 집중되는 등 개정안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정부·여당이 에너지 전환 목표 달성을 위해 한국전력을 끌어들였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2017년 에너지 전환을 위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세우고 2016년 기준 전체 발전량의 7%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기로 정했다. 하지만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5%에서 2019년 6.5%(2020년 수치는 미발표)로 1.5%포인트 늘어난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의 설비용량 비중은 2016년 9%, 2019년 13%. 2020년 15.8%로 늘었지만, 정작 전력 생산 및 활용은 되는 않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한국전력이 재생에너지 발전에 직접 진출할 경우 설비 용량만큼의 사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전력이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한 전기를 바로 송배전망에 올리고 판매까지 진행하면 된다는 판단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설비 용량만큼 올라오지 못하는 이유는 생산한 전력이 한국전력의 계통설비(송배전망)에 접속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 크다”면서 “여당 정치인들이 ‘발전사업을 허용해 주면 바로 망을 깔 수 있다’는 한국전력 제안을 받아 전기사업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전력은 정부·여당의 전기사업법 개정 추진에 발맞춰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생에너지 설비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유럽 등의 경우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단가 하락 등으로 재생에너지 생산 전력의 우선 판매가 이뤄지는 등 시장 개편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통한 발전단가가 2030년이면 석탄화력발전보다 싸진다”면서 “이미 적자를 겪고 있는 한국전력은 재생에너지 발전시장 진입을 생존 경쟁 차원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전력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직접 참여’에 총력을 쏟고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9월 ‘해상풍력사업단’을 새로 만든 데 이어 해상풍력사업단을 사업총괄본부 산하부서로 격상시켰다. 또 전력 그리드 부사장을 팀장으로 하는 재생에너지 특별대책 전담조직도 신설했다. 특히 2018년 4월 취임 후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김종갑 사장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진출에 힘을 싣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 1월 14일 신년사에서 “올해 재무 안정성을 통한 지속 가능 경영을 시작하는 원년이 되도록 하겠다”면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 발전사 및 전문가 “망중립성 훼손 등 역효과” 우려

하지만 재생에너지 발전업계는 물론 전문가들은 한국전력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진출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정부 의도대로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는 빨라질 수 있겠지만 민간 산업 생태계는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원주 민간발전협회 사무국장은 “한국전력은 발전한 전기가 송배전망을 타고 소비자에게 잘 전달해야 하는 역할을 맡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기업”이라면서 “중립을 지켜야 할 한국전력이 직접 전력생산에 나설 경우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 인하 등으로 이미 위기에 빠진 민간 발전사업자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시장 및 계통 전문가 전영환 홍익대 교수(전자전기공학부)는 “한전이 재생에너지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망중립성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민간 발전사업자는 망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갖고 있는 한전과 동등한 경쟁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유수 선임연구위원은 “사업자가 전력망까지 좌지우지하게 하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도 없다”면서 “중소규모 사업자들의 설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럽은 재생에너지 송배전망 사업자가 망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독립 망사업자를 두는 유럽연합(EU) 지침을 두고 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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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3호 (2021.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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