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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式 미래 전략] 대규모 자산 매각 후 신사업에 통 큰 베팅 

 

모빌리티부터 수소까지 ‘성장 엔진’ 확 키운다

▎SK이노베이션이 건설 중인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배터리 공장 / 사진:SK이노베이션
SK그룹이 올해 조 단위의 자산을 매각하는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이른바 ‘실탄’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최악의 위기 국면 속에서도 미래 사업 투자를 지속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재계에선 “오랫동안 위기 속 기회를 강조해온 최태원 회장이 미래 사업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란 평가다.

6조원 자산 팔아 수소에 18조원 투자


재계 등에 따르면 SK그룹은 올해 6조원 이상의 자산 매각을 추진 중이다. SK는 이사회 결의를 거쳐 SK바이오팜 지분 11%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 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매각 금액은 1조1163억원에 달한다. SK이노베이션은 SK루브리컨츠와 SK종합화학의 지분 일부에 대한 매각을 추진 중이다. 매각 예정인 이들 회사 지분가치는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SK텔레콤의 경우 올해 초 야구단 SK와이번스를 이마트에 1000억원에 매각했다.

SK그룹은 조 단위 자산 매각과 함께 수소 등 미래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 2일 개최된 제3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향후 5년간 약 18조원을 투입해 국내 수소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수소 생산·유통·소비를 아우르는 가치사슬(밸류체인)을 구축해 글로벌 1위 수소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것이다. 수소경제위원회에 참석한 최태원 회장은 “수소는 기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생산에 소요되는 부지 면적이 작아 국내 환경에 적합한 친환경 에너지”라며 “SK가 대한민국 수소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기업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의 수소 생태계 구축은 크게 2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에선 2023년까지 부생수소를 기반으로 연간 액화수소 3만톤의 생산 체제를 확보한다. 이를 위해 SK그룹의 수소 사업을 맡고 있는 SK E&S는 약 5000억원을 투입해 인천시 서구 원창동 SK인천석유화학단지 내 약 1만3000평 부지에 연간 생산량 3만톤 규모의 수소 액화플랜트를 2023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액화수소 3만톤은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자동차인 넥쏘 7만5000대가 동시에 지구 한바퀴(약 4만6520㎞)를 돌 수 있는 양이다.

SK E&S는 2단계 사업을 위해 2025년까지 약 5조3000억원을 투자해 액화천연가스(LNG)로부터 친환경 수소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청정수소 생산기지를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간 25만톤 규모의 청정수소를 생산·공급한다. SK그룹이 말하는 청정수소는 수소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거나,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해 제거한 수소를 뜻한다. SK그룹은 “이산화탄소 포집·처리기술을 활용해 연간 25만톤 규모의 청정수소를 단일 생산기지에서 생산하는 계획은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SK그룹은 수소 유통 체계 구축을 위한 투자에도 적극 나선다. SK그룹은 2025년까지 전국에 수소충전소 100곳을 운영해 연간 8만톤 규모의 액화수소를 공급할 계획이다. 또한 약 400메가와트(㎿) 규모의 연료전지발전소를 건설해 연간 20만톤의 수소를 전용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할 방침이다. SK그룹은 수소 유통 체계 구축의 일환으로 서울시와 액화수소 충전소 구축, 수소 차량 도입 확산, 수소 체험관 건립 등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투자회사로 변신한 지주회사 SK, 3년간 4조원 투자


▎최태원 SK그룹 회장 / 사진:SK그룹
재계 등에선 “최태원 회장이 그룹 전반을 투자회사처럼 운영하면서, 투자를 통한 차익 실현으로 미래 사업에 재투자하는 경영 전략을 꾸준히 구사해왔다”는 평가다. 이 같은 경영 전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다. SK는 타 지주회사들이 계열사의 상표권 사용료, 배당금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과 달리, 투자 포트폴리오를 운영해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전문회사 성격의 지주회사로 주목을 받았다.

SK는 지난 2018년 3월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차량 호출·음식 배달 서비스 플랫폼인 그랩에 810억원을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1월까지 에너지, 모빌리티, 제약·바이오, 물류 인프라 등의 분야에 3조6308억원을 투자했다. SK의 주요 투자 회사로는 미국 셰일가스 업체 브라조스(2700억원), 중국 동박(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 제조회사 왓슨(3700억원), 중국 데이터센터 운영회사 친데이터그룹(3600억원) 등이 꼽힌다. 올해 1월에는 SK E&S와 함께 미국의 수소기업인 플러그파워에 총 1조8500억원을 투자해 이 회사 지분 약 10% 확보했다.

증권업계는 “SK가 안정적으로 투자 수익을 실현해, 이를 미래 사업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궤도에 올랐다”고 평가한다. 대표적 성공 사례로 중국 물류회사인 ESR에 대한 지분투자 등이 꼽힌다. SK는 2017년과 2018년에 상장 전 지분투자를 통해 ESR 지분 11%를 확보했다. 투자 규모는 4900억원이었다. ESR의 몸값은 2019년 11월 홍콩증시에 상장한 이후 지속 상승했다. 이에 SK는 지난해 9월 보유한 ESR 지분 가운데 4.6%를 4800억원에 매각해 투자 원금 대부분을 회수했다. 현재 SK가 보유한 ESR 지분은 6.4%로, 지분 가치는 7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여파로 중국 내 물류 수요량이 급증하면서, ESR의 성장세는 현재 진행형이다.

SK의 플러그파워 지분 투자도 이른바 대박 조짐을 보였다.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이 회사 주가가 1월 한 때 60달러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플러그파워 주가는 지난 3일 종가 기준으로 43.81달러에 머물러있으나, SK의 취득가액이 29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액보다 51% 높은 주가 흐름이다. SK가 지난해 8월 투자한 친데이터그룹의 경우, 같은 해 9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SK의 보유 지분 가치도 상승 곡선을 그렸다. SK 측은 “그룹의 기존 핵심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거나, 그룹의 새로운 핵심 사업으로 키울 분야, 그리고 성장성 높은 유망 사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 등 전략적 투자를 통해 매력적인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SK는 지분 투자로 거둔 수익으로 미래 사업 투자뿐만 아니라 주주환원정책도 확대하고 있다. SK는 지난 2월 9일 이사회를 열고 주당 6000원의 기말배당을 지급하기로 의결했다. 지난해 8월 실시한 중간배당(주당 1000원)을 포함하면 2019년보다 40% 증가한 배당금을 책정한 것이다. 지난해 SK의 연간 배당금 규모는 3700억원으로, 2016년 연간 배당금(약 2090억원)과 비교해 77% 증가했다. SK의 배당금 확대로 이 회사 지분 18.44%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배당금으로 908억원을 받을 전망이다.

“위기는 기회” 실적 악화에도 멈추지 않는 투자 본능

SK그룹은 지난해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SK이노베이션 등 주력회사들이 실적 악화에 시달렸으나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갔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최태원 회장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9월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코로나19 사태는 딥체인지(근본적 변화)를 위한 기회”라고 언급한 바 있다. SK그룹 안팎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오래전부터 주력 사업 가운데 하나인 정유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성장 동력 중심의 사업 재편을 준비해왔다”는 얘기가 많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2조568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올해 초 이사회를 열어 헝가리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기 위해 현지법인인 SKBH(SK 배터리 헝가리)에 1조2700억원의 출자를 결의했다. 실적 악화에도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면서 SK이노베이션의 재무 사정은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149%로, 2019년 말보다 32%p 확대됐으며, 같은 기간 순차입금도 2조원 이상 늘어난 8조725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3일 기준 SK이노베이션의 회사채 규모는 1조56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미국 현지에서 LG와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수조원에 달하는 합의금을 지급할 위기에도 내몰린 상태다. 업계에선 LG에너지솔루션 측이 합의금으로 3조원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SK이노베이션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SK 전기차 배터리 수입금지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업계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SK와 LG의 배터리 소송이 민사소송으로 번질 경우 최대 9조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토해낼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적 부진으로 재무 구조가 악화되는 가운데 조 단위 합의금까지 마련해야 하는 위기 상황이라는 것이다.

-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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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5호 (2021.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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