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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사업만 남은 현대중공업 IPO 흥행할까] 인적·물적 분할로 ‘성장 동력’ 없는데 상장 성공? 

 

IPO 성공해도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 가치 훼손 불가피… 계열사 현대삼호중공업 IPO에도 부담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독(dock, 선박건조대). / 사진: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이 빠르게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최근 증권사들로부터 프레젠테이션(PT)을 받고 조만간 주관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지난 1월 26일 기업공개(IPO)를 공식화한 뒤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현대중공업의 IPO를 바라보는 투자업계의 시선엔 우려가 담겼다. 먼저 흥행 성공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다. 과거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성장 가능한 사업을 떼어낸 회사가 IPO 흥행을 이끌 수 있을지 물음이다. IPO 흥행에 성공하더라도 향후 그룹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과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는 데도 우려가 나온다.

몸값 6조원 희망하는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의 상장은 앞서 2019년 대우조선해양 인수 결정 뒤 단행된 물적 분할 당시부터 계획됐던 것으로 파악된다. 물적 분할로 신설법인 사업회사로 설립된 현대중공업은 조선 중간지주사가 된 한국조선해양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회사를 별도 상장한다는 계획을 내부적으로 세워뒀던 것. 현대중공업은 조선업황의 회복세가 점쳐지자 이 카드를 최근 꺼내 든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의 IPO에 아직 큰 관심이 쏠리지 않는 분위기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지난 2월 3일 국내외 IPO 주관사들에 입찰 제안요청서를 배포했지만 다수의 외국계 주관사가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주관사들이 참여를 꺼린 이유는 현대중공업이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IPO를 공식화하며 전체 지분의 약 20%를 신주 발행해 1조원 가량을 조달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현대중공업의 몸값을 6조원 수준으로 희망한 셈이다. 성장동력이 크지 않은 조선업만 남겨진 현대중공업이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실제 현대중공업의 희망 몸값은 다른 조선사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중공업의 순자산이 5조6000억원 내외임을 감안했을 때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1배 수준이다. PBR이 1배에 미치지 못하는 다른 조선회사 대우조선해양(0.7배), 현대미포조선(0.9배), 삼성중공업(0.9배)보다 높다. 동종업계 대비 PBR이 높다는 것은 희망 주가가 높게 책정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이 목표로 한 희망 가격을 받기 위해선 ‘업황 개선’이 전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의 전망은 희망적이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 업체인 클락슨리서치는 올해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을 지난 2020년 대비 21% 늘어난 238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예상했다.

그렇다고 현대중공업이 다른 조선사에 비해 높은 가치를 평가받을 근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 일각에선 수익 창출이 가능한 신사업이 모두 떨어져 나간 현대중공업은 오히려 낮게 평가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표적인 게 최근 상장 전 투자유치(Pre-IPO) 단계에서 2조원 가량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현대글로벌서비스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 2월 23일 미국 최대 사모펀드인 KKR에 현대글로벌서비스 지분 38%를 6460억원에 매각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보유 현금 1500억원을 배당받기로 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16년 말 옛 현대중공업이 인적분할하는 과정에서 조선, 엔진, 전기전자 사업부의 AS 사업을 양수하는 현물출자로 설립됐다. 2017년 인적분할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지주(당시 현대로보틱스)의 자회사로 귀속됐다. 현대중공업지주에 귀속되던 2017년 4월 기준 현대글로벌서비스 장부가액은 1253억원이었는데, 불과 4년 만에 2조원으로 기업가치가 16배 뛰어오른 셈이다.

현대중공업지주에게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황금알’이지만 현재 IPO를 추진하는 사업회사 현대중공업 입장에선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존재가 약점일 수 있다. 환경규제로 높은 수익성을 거둘 수 있는 사업 분야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막힌 셈이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이 밝힌 상장 계획은 구주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다. IPO를 통해 확보하는 자금이 현대중공업에 귀속된다는 얘기다. 현대중공업그룹 측은 “IPO의 목적이 친환경 선박 및 미래 첨단 스마트십, 자율운항 선박 개발에 있다”며 “이런 목적에 적합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IPO로 조달한 자금을 ▶수소추진선과 암모니아추진선 등 친환경 미래선박 개발 ▶연료전지회사의 인수합병이나 지분투자 ▶자율운항선박 등 선박기술 개발 ▶이중연료추진선의 고도화 ▶친환경 생산설비 구축 등에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조선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조선 부문 연구개발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한국조선해양에 속한 미래기술연구원이 ‘미래 선박’과 ‘추진 시스템’ 개발 등을 담당한다. 물론 현대중공업에 소속된 선박연구소도 존재하지만 여기선 스마트 선박 솔루션 등 운항 성능 고도화 연구 등을 담당한다. 연구소의 성격을 봤을 때 친환경 선박 개발은 미래기술연구원에서 진행하는 게 합당해 보인다.

또 현대중공업에만 자금이 향하는 구조는 IPO가 성공하더라도 ‘한국조선해양의 가치 훼손’이라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 김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지주-한국조선해양-조선 상장 자회사의 연결 고리에서 한국조선해양의 기업가치에 대한 할인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봤다.

한국조선해양은 향후 대우조선 인수를 위해 유상증자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기업결합 심사가 완료되면 한국조선해양은 대우조선에 1조500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증을 해야 하는데, 이 중 1조2500억원을 유상증자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삼호중공업 IPO에도 악영향 가능성

현대중공업 IPO에 따르는 또 다른 우려는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의 IPO다. 당초 올해 중 IPO를 추진해왔던 현대삼호중공업은 현대중공업에게 ‘새치기’를 당한 셈이 됐다.

앞서 현대삼호중공업은 2017년 사모펀드 IMM 프라이빗에쿼티(IMM PE)로부터 Pre-IPO 투자로 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고, 5년 이내 상장을 약속한 바 있다. 늦어도 2023년에는 IPO를 완료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이 일정을 맞추는 것 자체가 빠듯하기 때문이다. 그룹 내 두 회사가 동시에 IPO를 추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뿐 아니라 ‘조선업종’의 수요가 분산될 수 있음을 고려하면 현대삼호중공업의 IPO 흥행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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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5호 (2021.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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