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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재난지원금 지급’ 형평성 논란의 이유] 자영업자 매출·소득 간극 반영 못해 

 

속도 따지다 사각지대 생길라… ‘매출 대신 소득 자료 활용하자’ 주장도

▎정부가 형평성 강화와 사각지대 최소화에 전력을 다했는지 의문이다. / 사진:연합뉴스
“두텁고 폭넓게 피해계층을 지원하면서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데 각별히 신경 썼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4차 재난지원금의 지급 원칙이다. 지원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중소벤처기업부도 같은 기조로 말했다. “기존 버팀목 자금(3차 재난지원금)보다 피해 소상공인이 두텁고 촘촘하게 지원받을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했다.” 4차 재난지원금은 규모부터 남다르다. 자영업자 대상 편성 예산이 6조7350억원으로 3차 재난지원금(4조1000억원)보다 많다.

이번 지원금의 지급 선정 기준은 ‘매출’이다.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조치를 받은 업체뿐만 아니라 연매출 10억원 이하의 소기업이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데, 모두 2019년 대비 2020년 매출이 감소해야 한다(국세청 부가가치세 매출 신고 기준). 2020년 평균 매출액이 2019년 대비 20% 이상 감소한 업종 10개는 특별히 ‘경영위기업종’으로 분류돼 200만원을 받는다.

방역 대책으로 아예 문을 닫거나 영업이 제한된 업종만 지원하는 게 아니라, 5인 이상 모임금지 등으로 사실상 장사를 제대로 못한 업종까지 두루 숨통을 틔어주겠다는 전략이다. 얼핏 ‘두텁고 촘촘해졌다’는 정부의 설명은 들어맞는 듯 보인다. 실제로 3차 재난지원금 수혜 소상공인은 280만명이었는데, 이번엔 385만명으로 100만명 넘게 늘었다.

‘두텁고 촘촘한 지원’에도 고개 드는 불만


그럼에도 자영업계 불만은 현재진행형이다. 애초에 선별 지원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방식이긴 하지만, 현장의 불만을 단순히 볼멘소리로만 취급하긴 어렵다. 무엇보다 ‘매출 감소’ 기준을 향한 비판 논리가 뚜렷하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업종별로 영업비용이 천차만별인 탓에 매출 감소 폭이 실제 피해 수준과 비례한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피해 비례 선별지급이 원칙이라면 사회가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한데, 이대로라면 4차 재난지원금 역시 형평성·사각지대 논란을 잠재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매출이 자영업계 위기를 가늠할 경영지표로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매출이 좋든 나쁘든 똑같이 지출해야 하는 각종 ‘영업비용’ 때문이다. 가령 업종마다 임대료와 인건비, 관리비 등 고정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제각각이다. 이런 비용은 자영업자의 실제 소득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인데, 매출 지표에선 이런 변수가 드러나지 않는다. 두 자영업자의 지원금 지급 사례를 통해 ‘매출 감소’ 원칙의 문제점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서울 구로구의 오피스 밀집지역에서 10년간 식당을 운영해온 장현영(가명·54)씨는 지난해 영업전략을 완전히 바꿨다. 그간 직장인을 상대로 홀 장사 위주의 영업을 벌여왔는데, 코로나19로 타격이 커서 홀 장사를 포기하고 ‘배달음식전문점’으로 변모했다. 마침 코로나19 확산 시기가 임대차 계약이 끝나는 시점과 맞물리면서 매장 면적을 대폭 줄였고, 고용인원도 최소화했다.

그 결과,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장씨는 4차 재난지원금의 수혜자가 될 공산이 크다. 장씨는 “배달 장사가 쏠쏠해 손에 쥐는 소득으로 따지면 코로나 이전보다 상황이 좋다”면서 “지원금을 준다니 좋긴 한데 나와 같은 전략을 취한 점주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까지 피해 자영업자로 묶이는 게 정당한지는 의문”이라고 털어놨다.

정반대의 케이스도 있다. 인천 지역에서 편집숍을 운영하는 김종구(가명·34)씨는 지난해 매출이 2019년 대비 늘었다. 매출 정상화에 초점을 두고 1년 내내 역마진 구조로 제품을 판매한 덕분이다. 부담을 줄이고 매출도 늘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반면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은 줄지 않은 탓에 편집숍의 영업이익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하지만 김씨는 이번 지원금 대상에 포함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어찌 됐든 전년 대비 매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런 계산대로라면 오히려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자영업자에 혜택이 돌아가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매출 감소 폭이 자영업계 피해와 상관관계가 없진 않겠지만, 피해를 온전히 드러내는 숫자는 아니란 설명이다.

대안으로는 ‘매출 대신 소득 자료를 활용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소득은 매출에서 임대료 등 고정비를 제하고 자영업자가 실제로 거둬들이는 돈이니, 기업으로 치면 ‘순이익’에 가까운 지표다. 문제는 정부가 아직 2020년 소득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자영업자가 2020년 종합소득세를 신고하는 시기는 올해 5월인데, 자료를 취합하면 상반기 중엔 지원이 불가능하다.

반면 자영업계 매출 데이터는 이미 갖춰졌다. 매출에 대한 소비세인 부가가치세 신고가 지난 2월에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2·3차 재난지원금을 뿌릴 때도 국세청이 확보한 카드 데이터를 기준으로 ‘매출 감소’ 여부를 따졌는데, 잡음이 만만치 않았다”면서 “부작용이 뻔한데도 4차 재난지원금 지급 원칙이 매출로 굳어진 건 기획재정부가 지원의 신속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영업자 피해 드러내지 못하는 ‘매출 지표’

하지만 이런 방식의 지원은 문재인 대통령과 중소벤처기업부가 강조한 ‘두텁고 촘촘한 지원’과는 거리가 멀다. ‘신속한 지급’을 위해 누구보다 지원금이 절실한 계층을 가려내고, 실제 피해에 비례한 선별 지원을 포기한 셈이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정부가 선별 지급한 지원금의 총 합은 14조1350억원(2차 3조2000억원+3차 4조1000억원+4차 6조7350억원)이나 된다. 막대한 재원을 들인 3차례 선별 지급에서 같은 논란과 불만이 반복되고 있다는 건 실패한 정책이나 마찬가지다.

신속성을 위한답시고 정교한 지원을 꼭 포기할 필요도 없다. 부가가치세 신고에 따른 2020년 매출 자료를 확보했으니, ‘비용 변수’만 고려하면 실제 자영업계가 입은 피해 규모를 추정할 수 있어서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2019년 소득세 신고 자료와 한국신용데이터가 수집한 업종별 2020년 매출 자료를 토대로 집합제한·영업금지 업종 자영업자의 2020년 소득을 추려냈다. 2019년 소득세 신고 자료에서 업종별 영업비용을 구한 뒤, 이를 2020년 매출에 업종별로 대입한 것이다. 이 의원실은 2020년 매출에서 2019년 영업비용의 90%(‘착한 임대인 운동’ ‘영업시간 단축’ 등 영업비용 감소 고려)를 빼 2020년 업계 소득 추정치를 산출했다. 그리고 이를 다시 2019년 소득과 비교했다. 그 결과, 업종별 전년 대비 매출 증감률은 -12~-18%이었지만, 소득 증감률은 -28~-120%로 더 큰 폭으로 벌어졌다. 자영업계의 매출과 소득의 간극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양준호 인천대(경제학) 교수는 “지금과 같은 방식의 지원이 코로나19 극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앞서 지급된 지원금의 효과가 어떤지 모른 채 선별지원의 규모만 불어나는 상황”이라면서 “피해 자영업자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원론적으로 검토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1576호 (202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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