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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이 사라진다(3) 생존 위한 변화 몸부림] 사라진 백화점 간판, 공간 더해 체류시간 번다 

 

미래 백화점 3대 요소 ‘옴니채널·큐레이팅·콘텐트’… 점포 리뉴얼·구조조정 가속화

▎백화점 5층 한가운데 실내 정원을 조성한 더현대 서울 모습.
‘백화점’을 뗐다. 판매대로 가득했던 단순 쇼핑 공간이 아니다. 인공폭포를 포함한 약 1만평의 자연 공간이 들어섰다. 음악을 추천받고 전시를 볼 수 있는 예술 공간도 있다. 지난 2월 26일 여의도에 문을 연 ‘더현대 서울’ 이야기다. 현대백화점이 이 곳에서 새롭게 잡은 공간키워드는 친환경과 힐링. 하락세에 접어든 백화점을 살릴 생존 몸부림이다. 가장 먼저 버린 것은 백화점 간판이다.

이는 비단 현대백화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 빅3 백화점인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모두 추락하는 백화점을 살리기 위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오는 8월 대전에 들어설 신세계백화점도 비슷한 흐름에 있다. 백화점이라기 보다 복합문화 상업단지를 지향한다. 카이스트와 협업해 신세계 과학관, 사이언스센터 등이 들어선다. 자체 브랜드인 ‘오노마 호텔’도 선보인다. 쇼핑부터 문화·체험교육·숙박을 원스톱에서 해결하겠다는 신세계백화점의 전략이다.

이제 백화점은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판매대를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많이 배치할 것인지에 고민하던 것이 과거 백화점이라면, 미래 백화점 전략은 방문자의 체류 시간을 어떻게 더 많이 효율적으로 늘릴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진다.

온라인서 사고 매장에서 ‘픽업’


▎6월 오픈을 앞두고 있는 롯데백화점 동탄점 / 사진:각사
업계와 전문가들은 미래백화점의 필수 조건을 옴니채널화, 큐레이팅, 콘텐트 변화 등에서 찾았다. 신세계, 롯데, 현대 국내 빅3 백화점이 첫 변화로 내세운 것은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옴니채널(Omni Channel)’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백화점 간의 경쟁이 아닌 온라인과의 경쟁이다.

세 백화점 모두 온라인몰을 운영하며, 온라인몰에서 산 제품을 오프라인 백화점 매장에서 바로 찾아갈 수 있는 ‘매장 직접 수령’ 서비스를 선보였다. 온라인 쇼핑의 편리함은 취하고, 온라인 쇼핑의 단점으로 꼽히는 배송 시간은 없앤 형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018년부터 ‘옴니로 산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옴니채널 쇼핑 채널을 따로 구축했고, 신세계백화점은 온·오프라인 연계를 본격화하기 위해 온라인 쇼핑 자회사 SSG닷컴을 설립하며 옴니채널을 본격화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자사 홈페이지 H몰을 통해 백화점 상품을 온라인으로 사고 매장에서 받아갈 수 있는 스토어픽 서비스를 진행한다.

명품 구성비 ‘쑥’… 판매 콘텐트 변화 중요


▎8월 오픈을 앞둔 신세계백화점 대전엑스포점. / 사진:각사
SSG닷컴 관계자는 “지난해 SSG닷컴을 통해 물건을 산 옴니채널 소비자가 2019년보다 34% 증가했다”며 “반응이 좋아 최근엔 명품군으로 판매를 확대했고, 구찌·페라가모·버버리·몽블랑 등을 몰인몰 방식으로 온라인몰에 입점시켜 백화점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과 손잡은 백화점이 집중한 변화는 공간의 변신이다. 큐레이팅 서비스가 더 다양하게 진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략에 가장 발 빠른 곳은 롯데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판매물건을 일렬로 진열하던 형태를 바꾸고 있다”며 “판매 가구와 전자제품으로 가상의 방을 꾸며 스타일링을 보여주는 등의 방식으로 제품을 선별해 소비자에게 소개하는 큐레이팅 공간을 더욱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롯데백화점은 이 같은 형태로 기존 백화점을 리모델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본점을 리모델링하며 홈스타일링 보여주는 리빙숍을 추가했고, 노원점과 울산점에는 각각 1200평과 1050평 규모의 인테리어 스튜디오를 들였다.

브랜드 자체 매장에서 큐레이팅이 가능한 명품 강화도 이 같은 흐름과 이어진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2022년까지 순차적으로 리모델링을 진행하는데 현재 명품 33% 구성에서 50%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리모델링 공사는 지난 3월 1일 남성 명품관을 시작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간적 변화 외에도 판매 제품에 대한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도심 요충지역에 위치하는 백화점 특성상 임대비용과 운영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판매대를 줄이는 현재의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소 비용으로 운영할 수 있는 혁신적인 판매 콘텐트 변화가 미래 백화점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박성희 한국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온라인으로 누구나 똑같은 제품을 살 수 있는 공산품인 경우는 가격 경쟁에서 백화점 제품이 밀려날 수밖에 없다”면서 “PB제품을 개발하거나 질 좋은 신선식품을 선별해 판매하는 등 백화점만의 바잉 파워를 뽐낼 수 있는 판매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폐점 1순위는 롯데 관악점·김포공항점


백화점 업계는 미래 백화점을 대비함과 동시에 기존 점포에 대한 리뉴얼 혹은 구조조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역시 가장 적극적인 곳이 롯데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31개 점포 중 롯데 인천터미널을 제외한 30개 점포가 모두 역신장하는 굴욕을 맛봤다. 변화가 절실한 시점인 롯데백화점은 기존 백화점 리모델링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올해는 구조조정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업계에서 1순위로 꼽히는 곳은 롯데 관악점이다. 관악점은 서울 상권임에도 지난해 매출 992억원으로 -26.7% 역신장했다. 지하철 역과 멀리 떨어져 있어 입지가 좋지 않고 입점 브랜드 경쟁력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다. 김포공항점도 정리 대상 거론 점포 중 하나다. 지난해 매출 1529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역성장했을 뿐 아니라 주변이 공항 상권인 점, MD 구성이 떨어진다는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생존을 위한 오프라인 백화점업계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라며 “올해는 이익을 내지 못하는 부실 점포는 매각하거나 임대 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효율화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1579호 (2021.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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