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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프로의 환율 돋보기] 박스권에 또 갇힌 '달러화', 트레이딩 기대수익 ↓ 

 

외환시장은 개인투자자에게서 통화당국으로 부가 이전되는 곳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외환딜러가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연초 이후 상승하여 3월 초순에는 1140원을 상회했다. 다만 그 이후로는 방향성이 희미해지며 1130원을 중심으로 제자리걸음이다. 그러는 사이 유로화, 엔화, 호주 달러화 등 다른 주요 통화들의 환율은 낮아졌다. 이들 통화들은 3월 초순을 지나자 원화 대비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유로화는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면서 맥을 추지 못했다. 당시에는 다수의 국가가 봉쇄령을 재시행하고, 백신 접종률에서도 속도를 내지 못했다. 한국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증가 및 백신 접종률 측면에서는 크게 나을 것이 없었다. 다만 한국 원화는 내수보다 수출에 워낙 민감해서 다른 양상을 나타냈다. 한국의 수출은 3월에도 호조세를 이어간 덕분에 원화는 유로화에 대해 상대적 강세를 이끌었다.

달러화의 박스권 행보와 기시감


한국의 원화 가치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수출이라면, 일본 엔화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일본의 내외 금리차다. 특히 전세계 금리를 선도하는 미국채 금리의 움직임이 엔화 가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높아진 미국채 수익률 덕분에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매수하는 거래를 자극한다. 이에 엔화 가치가 하락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즉, 올해 엔화 환율이 원화에 대해서 하락한 것은 미국채 금리의 강한 상승에 기인한다. 따라서, 미국채 금리가 추가적으로 상승할 경우 원·엔 환율의 추가 하락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한편, 호주 달러화에 가장 중요한 것은 원자재 가격이다. 원자재 가격이 2020년 4월을 저점으로 큰 폭으로 반등했다. 이에 호주 달러화도 지난 3월 초순까지 원화 대비 크게 상승했다. 그런데 3월 중국 전인대 이후 호주 달러화의 상승세가 꺾였다. 중국이 정책의 무게 중심을 코로나19 극복에서 부채리스크 관리로 이동하면서 정책 전반의 목표치를 보수적으로 설정한 것이 직접적 배경이다.

호주 원자재의 최대 수요처는 중국이다. 2020년에는 중국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투자를 늘리면서 원자재 수요가 함께 늘었다. 하지만 2021년 들어 중국이 겉으로 보이는 성장보다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정책을 빠르게 전환했다. 이에 따라 원자재 수요가 둔화되며 원자재 가격 상승세도 주춤해졌다. 원자재 가격 모멘텀이 중국 변수를 극복하고 다시 살아나려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원화 대비 위안화도 3월 초순까지는 상승했지만, 이후로는 양상이 달라져 레벨을 다소 낮췄다. 최근 미국채 금리 상승, 즉 미국의 조기 통화정책 정상화 우려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이 예상보다 빨리 회수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중국이 과도한 자본 유입을 억제하려는 스탠스를 보이면서 위안화 강세도 둔해졌다. 중국은 지난 2015~2016년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부채 리스크로 금융시장의 혼란을 겪은 바 있다.

이렇게 유로화, 엔화, 호주 달러화, 위안화 등 다른 통화들은 각기 다른 배경에서 원화에 제각각의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만 보면 어딘지 익숙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바로 지난 10년간 원달러 환율이 1000~1300원에 갇혔고 그중 대부분의 기간을 1050~1200원 범위의 박스권에서 움직였기 때문이다. 연초 1080원을 바닥으로 다시 달러화가 상승하면서, 달러화는 제한된 박스권에서 거래된다는 믿음이 강화되기 쉽다. 이 박스권 내에서 사고팔기를 반복하면 이익을 쉽게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금융기관을 통해 달러화를 적극적으로 트레이딩하는 것은 위험 대비 기대 수익 측면에서 결코 매력적이지 않다. 주식에 비해 거래 수수료도 훨씬 비싸다. 무엇보다 전세계 주식, 채권, 원자재, 부동산 등 모든 자산 거래와 무역 거래가 국경을 넘나들며 외환시장을 거친다. 따라서 외환시장은 개별 자산시장의 움직임보다 훨씬 복합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영역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가까운 과거의 패턴을 토대로 어림짐작하며, 달러화 거래를 쉽게 생각한다. 달러화를 적극적인 트레이딩 대상으로 바라보기에는 표본이 충분하지 않은 셈이다. 이런 식으로 단기적인 운에 자신을 노출시키보다는 내가 가진 한국 원화 자산의 가치 하락을 보호해주는 자산으로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식시장은 감정에 휘둘리는 투자자에게서 이성적인 투자자에게로 부(富)가 이전되는 곳이다. 준비 없이 투자의 세계에 발을 들이면 이성이 아니라 감정에 지배당해 시장의 제물이 되기 쉽다. 주식 투자를 주식시장과의 싸움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결국 장기적 이익과 손실은 투자자의 의사 결정에서 비롯되기에 실제로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렇다면 개인투자자들에게 외환시장은 어떤 곳일까. 원화와 달러화를 예로 들면 외환시장은 개인투자자에게서 미국 통화당국으로 부가 이전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달러화가 지난 일정 기간에 특정 패턴 움직임을 보였던 것은 과거의 일에 불과할 뿐, 미래에도 그 현상이 반복되리라는 법이 없다. 한두 번 그 움직임이 재현되며 이익을 얻을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운의 영역이다.

과거 패턴만으로 분석할 수 없는 외환시장

외환시장은 과거 패턴만으로 분석이 될 만큼 단순한 시장이 아니다. 운이 좋으면 이익을 몇 번 취할 수 있겠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이익을 얻으면 자신감이 생겨 대개 더 큰 금액을 걸게 된다. 하지만 결국 대부분은 외환거래가 그다지 매력적인 투자 수단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런 깨달음은 손실에서 비롯된다. 바로 이 때의 손실이 사실상 미국으로 부가 이전되는 것에 해당한다.

달러화는 미국 통화당국에게 일정 가치를 요구할 수 있는 지급 청구권이다. 그러나 환율이 변하면 내가 지불했던 원화 금액보다 더 적은 원화 금액을 받게 된다. 미국채나 미국 주식 등 달러화 자산이라면 이자나 배당이라도 나오지만, 달러화 자체에서는 그런 현금흐름을 기대할 수 없다. 그리고 만약 환율 하락으로 손실 전환된 뒤 다시 오르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결국 손해를 감수하고 그 포지션을 정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투자자들의 선택이라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 필자 백석현은 신한은행에서 환율 전문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고 있다. 공인회계사로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한 경력을 살려 단순한 외환시장 분석과 전망에 그치지 않고 회계적 지식과 기업 사례를 바탕으로 환위험 관리 컨설팅도 다수 수행했다. 파생금융상품 거래 기업의 헤지회계 적용에 대해서도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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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0호 (2021.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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