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김국현 IT 사회학] 전쟁에 사용되는 디지털 기술, 당신의 생각은 

 

MS, 미 육군과 220억 달러짜리 증강현실 헤드셋 플랫폼 구축 계약

▎마이크로소프트가 선보인 증강현실 기기 ‘홀로렌즈’의 시연 모습. / 사진:마이크로소프트
공상의 영역이나 프로토타입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되던 어떤 기술이 갑자기 일상으로 쏟아져 내려오는 순간이 있다. 기술의 대중화는 갑자기 찾아온다. 코로나19는 많은 기술의 대중화 촉매 역할을 했다. 기술은 아무리 불안하고 불편하고 비싸더라도 그 기술을 시도해보지 않으면 곤란한 절실한 상황이 있을 때 기술로서 완성된다.

절실한 상황이란 대개 코로나19 같은 재난처럼 바로 우리 자신, 소비자이자 사용자인 우리의 생존이 걸려 있는 경우다. 역사적으로도 원인인지 혹은 결과인지 알 수는 없지만, 기술이 집중적으로 완성되는 계기가 있는데, 바로 전쟁이다.

IT도 예외는 아니어서 통신 기술에서 튜링 머신에 이르는 디지털 기술은 세계대전이 잉태했다. 인터넷에서 GPS에 이르기까지 오늘의 스마트 시대를 연 기술은 모두 냉전과 관련이 있다.

MS 구성원, 군 친화적인 비즈니스에 반기

마이크로소프트는 미 육군과 220억 달러짜리 증강현실 헤드셋 플랫폼 구축 거래를 수주했다. 10년간 우리 돈 24조원 규모의 계약으로, 우리 정부 전체 연간 연구개발 예산에 맞먹는 큰 금액이다. 이 뉴스로 주가는 순식간에 3% 가까이 점프해 버렸다.

실세계 위에 홀로그램을 띄워주는 홀로렌즈는 록히드마틴이 나사 우주선을 조립하는 데 쓰고, 에어버스에서 설계 및 정비 훈련을 하는 데 활용하는 등 산업 현장에서 이미 성공 사례가 꽤 있다. 국내에도 작년에 공식 출시된 상태로 대당 단가는 약 500만원 정도. 물론 이대로 미군에 납품할 리는 없고 군사용으로 특화될 것인데, 2018년에 이미 IVAS(통합 시각 증강 시스템, Integrated Visual Augmented System) 과제로 5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수행한 바 있다. 그 덕에 ‘병사 중심 디자인(Soldier Centered Design)’이라고 임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기술들을 이미 지난 2년간 미국 육군과 긴밀히 공동 연구해 시안을 만들어왔기에 유리한 입장이었다.

현대전에서 판단력을 강화하고, 소통을 활성화할 수 있는 디바이스는 필요하다. 그렇다고 핸드폰과 태블릿을 들고 전장을 향할 수는 없는 일, 혼합현실(xR, MR) 분야는 그 중심에 놓였다. 민생 기술은 그대로 군의 현대화, 고도화에 쓰일 수 있었고, 2019년에는 아마존을 제치며 10조원짜리 펜타곤 클라우드 계약도 따냈다.

하지만 군에 친화적인 비즈니스에는 애로도 있었다. 이미 2019년에 우리는 전쟁을 위한 기술을 만들기 위해 일해 온 것이 아니라며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이 반기를 든 것. 내가 만든 코드가 누군가를 살상하는 데 쓰일지 모른다는 가책 때문에 100명 이상이 서명하기에 이르렀다. 사티아 나델라 CEO는 “우리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한 체제에 기술을 제공하는 데 머뭇거리지 않을 것”이라며 굽히지 않았다. 군도 이와 같은 기술이 민간인의 희생을 줄일 것이라고 거들었다.

지금은 ‘메이드 인 USA’라는 점이 강조되는 등 이제는 군에서도 쓰이는 기술이라는 점 나름의 마케팅 포인트가 있는 듯하다. 사실 미국은 국방이 민생 기술과 시너지를 내온 예외적인 국가다. 자폐적 이익집단으로 빠지기 쉬운 방위산업이 지금까지 수많은 기술을 양성하고 민간이양과 민간위탁의 선례를 보여주고 있어서다.

현대전의 승패는 이미 기술이 가르기 시작한 지 오래. 전장에서 테크놀로지는 생존 여부를 결정하는 주요한 요소가 되었다. 이번 계약 대상인 홀로 렌즈 기반 IVAS 헤드셋은 보병에게도 전투기 조종사에게처럼 정보량 풍부한 디스플레이를 제공한다.

병사들이 다양한 상황에서도 정보를 공유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판단력을 잃지 않도록 상황 인식 능력을 향상하는 데 목적이 있다. 12만명이 넘는 근접전투부대(Close Combat Force) 전원에게 배포될 예정이다. 나이트 비전, 열 감지 등 온갖 센서를 탑재해 무엇보다도 감각 능력을 증강하니 기술의 힘으로 더 예민해진 병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능력 증강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산업 현장의 활용 사례다. 내가 보는 것을 기계가 함께 보고, 기계가 나를 가이드해 줌으로써 가능해진다. 실시간으로 전술 전략이 분석 후 최적화되어 동기화되거나 다운로드되면 작전도 달라질 터다. 또 전시에는 응급 처치 등 의료진 역할마저도 갑자기 해야 하는 수도 있다. 문외한이라도 화면을 따라 간호 조치나 시술을 할 수 있다. 즉 하나의 외장 두뇌가 되는 셈. 이번 계약에 애저(Azure) 클라우드가 함께 언급되는 것으로 보아 전시에도 클라우드는 마비되지 않는다는 가정을 하는 듯한데, 어쨌거나 클라우드는 병사에게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시야에 뿌려줄 것이다.

현실과 가상 혼동케 하는 첨단 무기

두 번째 증강 방법은 바로 평시의 훈련을 통한 강화다. 기술이 만드는 착각의 힘은 신체 능력을 정말로 강화한다고 알려졌다. 일종의 ‘이미지 트레이닝’인데 인간은 뇌내 상상만으로도 실제 신체 단련을 한듯한 효과를 보곤 하니 과연 일체유심조다. 굳이 홀로렌즈가 아니더라도 이미 오큘러스 등시판 VR은 메이저리그 등 프로선수의 훈련에도 적극적으로 응용되고 있다. 지난달 봄 연습 경기에서 오클랜드의 타진은 ‘윈리얼리티’라는 솔루션으로 상대 팀 클리브랜드 선발 투수의 구질을 경기 시작 30분 전에 VR 시뮬레이션했다. 마음의 준비였지만 그 결과는 연타석 홈런이었다.

야구장과 전장은 승패의 결과와 그 무게가 다르다. 현실을 기계학습으로 재구성하며 강화된 증강현실은 현실 같은 실전 훈련을 군인들에게 선보일 터다.

미래는 ‘원격’과 ‘비대면’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오염 지역이나 위험 지역 등 보병이 가까이 진입해 대면하기 힘든 지역에도 아바타로 삼을만한 로봇을 먼저 투입하고 그 로봇의 시점이 되어 멀리 떨어져 비대면으로 조종할 수도 있을 터다.

현실에 덧씌워진 레이어는 마치 FPS 게임을 하는 듯한 조작감을 제공한다. 프로게이머가 된 듯 능수능란하게 전장을 누비지만, 레이어가 현실을 필터링하니 당장의 죄책감이 희석될 수도 있다. 그것이 병사를 강화하는 것일지는 모르겠으나.

조이스틱으로 드론을 조종해 1600명 이상을 살상하는 일을 도왔다고 고백한 미군 내부 고발자 브랜든 브라이언트. 그는 입대하기 전에 게이머였다. 손과 눈의 동작을 일치 시키는 게이머의 탁월한 능력이 신세대 병사가 될 요건이었다. 이전에도 드론 오퍼레이터의 비디오가 유출된 적이 있다. 영상 속 병사들의 대화 내용은 마치 게임을 하는 듯 위화감을 느끼게 했다. 폭발도 사라지는 생명도 그 순간만큼은 그저 픽셀로 보였기 때문이다.

※ 필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겸 IT평론가다. IBM,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IT 자문 기업 에디토이를 설립해 대표로 있다. 정치·경제·사회가 당면한 변화를 주로 해설한다. 저서로 [IT레볼루션] [오프라인의 귀환] [우리에게 IT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1580호 (2021.04.12)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