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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재산 공개 분석 | 부동산(4)] 짓밟힌 헌법 경자유전(耕者有田)... 농지 자산 많은 고관대작들의 근무지는? 

 

법무부·기재부·국토부 순… 5명 중 1명은 ‘무늬만 농부’?

▎지난 3월 정의당 강은미 비상대책위원장과 참석자들이 LH직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고위공무원들의 농지 불법 취득 행위를 규탄했다. / 사진:연합뉴스
중앙부처 고위공직자 5명 중 1명(약 22.6%)은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보유한 농지 총면적은 약 40.7ha로 축구장 58개 넓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발표한 ‘2021 공직자 재산변동사항’을 분석했다.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을 포함해 국토부 등 18부 17청 5처 정부 부처 소속 고위공직자(광역지방자치단체장 15명 포함, 국립대학 제외) 683명과 그의 배우자를 대상으로 재산 내역을 살펴봤다. 이들이 보유한 토지 가운데 155명이 농지(전·답·과수원)를 보유하고 있었다. 1인당 보유 농지 평균은 약 2600㎡(약 800평)에 이른다.

일각에선 이들이 농지를 정당하게 보유한 것인지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농지만 보유한 ‘무늬만 농부’, ‘가짜 농부’ 아니냐는 지적이다. 현행 농지법 제6조와 제7조는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농사를 짓는 사람만 농지를 소유하도록 명시한 헌법의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에 따른 것이다.

거주지와 농지와의 거리가 멀어 농사를 직접 짓는 게 어려운 점도 의심을 받는 이유다. 농지를 소유한 공직자들 대부분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농지는 익산·나주·예천·평택·제주 등 먼 지방에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논란에서도 나무만 심어 놓고 농사를 짓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다수였다.

1인당 평균 농지 자산이 가장 많은 부처로 법무부(4억5762만원)가 꼽혔다. 2위는 기획재정부(4억1739만원), 3위는 국토교통부(2억6953만원)로 집계됐다.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 공직자들의 평균 토지 자산 가격은 각각 2억6953만원, 2억5334만원이었다.

농지를 통한 자산 증가액이 가장 많은 공직자는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 강명수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무역위원회 상임위원, 이호준 산업부 기획조정실장으로 조사됐다. 장석영 2차관이 보유한 농지는 가치가 1년 동안 1708만원에서 1억7239만원으로 약 1억5530만원이나 뛰어올랐다. 다만 부친의 사망에 따른 상속으로 얻은 농지이고, 이 경우 상속자가 농사를 짓지 않아도 인정하는 예외사유에 해당한다.

농지 최다 보유자는 이영희 법무부 교정본부장으로 배우자 명의 농지가 2만5257㎡로 집계됐다. 김종남 과기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장은 1만3747㎡, 이갑수 관세청 평택세관장 1만3279㎡, 윤의식 한국석유공사 상임감사는 1만3217㎡ 농지를 보유하고 있다.

- 이병희 기자·신수민 인턴 yi.byeonghee@joongang.co.kr

1580호 (2021.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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