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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현 부동산 투자 길라잡이] 상업용 부동산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 ‘컨버전’ 

 

코로나19 출구 전략으로 용도 전환을 통한 건물 투자·개발 떠올라

▎서울 월드컵공원 인근에 마련된 수소차 충전소 상암수소스테이션. / 사진:연합뉴스
2019년 12월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다양한 영역의 상업용 부동산에 악영향을 미쳤다. 특히 소비자의 지출에서 임대수익을 확보하는 호텔·백화점·판매시설 등의 리테일(retail·소매유통)에 큰 타격을 줬다. 오피스는 비교적 우량 임차인들로 채워져 선방했지만 다른 부동산들은 대부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런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는 전략이 상업용 부동산시장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기존 용도를 과감하게 포기하고 수익성을 키울 수 있는 주거시설이나 물류시설로 용도를 바꾸는 컨버전(conversion·전환) 전략이다.

과거의 컨버전 개념은 건물이 낡거나 수요자의 기호가 바뀌어 새로운 전략으로 기존의 것을 새롭게 바꾸는 것이었다. 쉽게 이야기하면 백화점·판매시설 등은 임차인을 재배치한다던지, 새로운 상품을 기획·구성하는 것이다. 호텔의 경우는 객실을 새롭게 꾸미거나 부대공간을 개편했다.

하지만 코로나10 발발 후 후 컨버전의 개념은 새로운 방식으로 한층 더 진화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은 컨버전 전략의 개념과 도입 사례를 알아본다.

수익성이 하락한 호텔을 주거시설로 개발하는 방안 도입


▎관광호텔을 리모델링한 서울 성북구의 공유주택 안암생활. /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컨버전은 건축법에서 용도 변경으로 정의하고 있다. 물론 관련 법규에 의한 정의 외에도 부동산시장에서 사용하는 정의는 더 넓은 개념으로 사용된다. 쉽게 얘기하면 기존 용도의 자산 가치가 하락해 건물 또는 토지 본연의 용도를 변경한 후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물론 자산 가치는 물리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 모두 포함돼 있다. 궁극적으로 소유주는 부동산 본연의 목적인 자산 가치를 상승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고 수립하는 것이다. 최근에 상업용 부동산 거래시장에서는 컨버전 관점에서 접근하는 거래가 점차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와 4차산업 혁명이 융합된 결과이기도 하다.

호텔 시장의 위기는 국내 대형 호텔의 매각 사례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982년 반포 팔래스호텔로 시작한 강남 첫 특급호텔인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호텔은 코로나19로 매출이 40% 감소했고 영업손실도 대폭 증가했다. 팔래스 강남은 부동산개발업체인 더랜드가 인수했고 고급 주거시설로의 탈바꿈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1월 매각된 르메르디앙 서울호텔 또한 고급 주거시설로의 개발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호텔들이 주거시설로 개발되는 첫 번째 이유는 탄탄한 입지다. 대중교통을 통한 접근성과 역세권 등 부동산 본연의 입지 자체가 탄탄하다 보니 주거시설로 전환하여도 분양에 대한 수요가 확보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발발 전에도 호텔의 컨버전 전략을 통한 개발 사례는 존재한다. 서울 동대문구에 쇼핑메카였던 밀리오레 상가는 집합건물의 한계와 대형 패션몰과의 경쟁으로 2014년 지상 3층에서 17층까지를 용도 변경해 르와지르 호텔로 새롭게 탈바꿈했다. 약 619객실에 해당하는 규모의 호텔이다. 물론 최초 광고 시 확정수익을 보장했지만 지켜지지 않아 소송까지 번졌지만 컨버전만을 이야기하는 경우 좋은 사례 중 하나다.

이와 더불어 외국인 관람객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명동에 위치한 티마크 그랜드 호텔 또한 오피스 공급과잉에 따른 공실률 상승과 급격하게 불어나는 외국인 관광객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컨버전의 한 사례다. 기존에는 오피스 빌딩을 약 579객실로 탈바꿈 한 것이다.

정부 정책에 부합하는 컨버전 사례도 존재한다. 수요 대비 넘쳐나는 호텔 공급 과잉에 따라 동대문에 위치한 베키니아 호텔은 청년주택으로 탈바꿈됐다. 지하철 1호선 동묘역 인근에 위치한 이 주택은 238가구로 시내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도심 건물의 컨버전 사례다. 이런 컨버전을 통해 주변보다 저렴한 가격에 임대주택을 공급했고 동시에 청년 커뮤니티 시설도 마련해 지역활성화에 기여하게 된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에는 일반적으로 토지를 포함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토지 자체를 건축물 없이 상업적으로 활용하기에는 제한되기 때문이다. 2020년 8월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주유소 리츠(REITs)가 바로 그러한 전략을 사용한 사례다. 전국 187개 주유소와 토지를 이용해 부동산간접투자 상품인 리츠를 만든 것이다. 주유소 자체는 다른 용도로 변경이 어려워 잠재적 자산가치가 저평가 돼 있는 자산이다. 하지만 전기차와 수소차의 등장으로 미래가치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견한 것이다.

간접투자로 주유소 부지의 가치를 높이는 전략도 등장

물론 국내 주유소 산업이 포화되고 수익 저하로 시장환경 변화에 대응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팽배하다. 올해 이런 주유소와 토지 중 수도권에 위치한 일부 자산을 용도 변경해 물류센터와 전자제품 판매점, 주거시설 등으로 개발한다는데 이는 토지의 컨버전을 통해 부동산 간접투자를 활성화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다.

지난해 8월 국토교통부는 공공주택특별법을 개정해 공공주택사업자의 부동산 매입 가능 범위를 확대했다. 공공주택사업자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한국토지주택공사·지방공사 등을 이야기한다. 개정 전에는 이러한 공공주택사업자는 오피스텔·주택·기숙사 등의 주거 목적으로 활용되는 부동산만 매입해 개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 안에는 오피스와 근린생활 상가도 매입할 수 있도록 범위가 늘어난 것이다. 정책의 변화로 용도변경을 통한 컨버전 전략을 꾀하는 다양한 거래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 그 배경엔 주거 변화양상이 4차 산업혁명 이후 소유에서 공유로 패러다임이 바뀐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수 많은 부동산 개발회사들은 너도나도 컨버전에 뛰어드는 것이다. 컨버전을 통한 새로운 공급 후 그 수요를 찾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충분한 사전 검토와 학습 효과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궁극적으로 이 모든 것은 소비자를 위한 것이므로 소비자의 모든 기호와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컨버전 전략이 수립돼야 졸속 전략으로 평가 받지 않는다.

※ 필자는 상업용부동산 관리 서비스 기업인 백경비엠에스의 컨설팅 팀장이다. 부동산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미국부동산자산관리사(CPM)와 미국상업용부동산중개자문(SIOR) 자격을 갖고 있다. 정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부동산 컨설팅을 수행하고 행복건축학교에서 예비건축주 강의를 하고 있다.

1580호 (2021.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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