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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패권 전쟁]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 가속화… 각국 지원책 쏟아져 

 

56조 투자하는 美…한국도 K-반도체 벨트 전략 곧 발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24일 백악관에서 주요 물자의 공급망 점검을 지시했다. / 사진:연합뉴스
‘21세기 석유’ 반도체를 둘러싼 국가별 패권전쟁이 시작됐다. 미국은 반도체 산업을 국가 안보차원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중국은 2015년부터 자체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최근 10나노미터(nm) 이하 초미세공정을 이용한 반도체 공장을 유럽 내에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도체 자립 선언은 미래 산업의 필수 요소인 반도체 패권을 다른 나라에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다. 그간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구축했던 반도체 가치사슬(밸류체인) 역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인텔의 파운드리 재진출이 갖는 의미

‘우리는 우리의 공급망을 가져야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7일(현지시간) 미국 내 공급망 확충을 위한 법안 발의를 예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초당적 그룹이 3∼4주 전 컴퓨터 칩 문제로 찾아와 ‘우리는 우리의 공급망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협력해야 한다’고 했고 우리는 노력하고 있다”며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와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가 그와 관련해 법안을 발의할 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미국 반도체 업계는 이번 법안에 반도체 장비 업체의 시설 투자 등에 대한 세액공제, 연구개발(R&D) 비용 지원 등 다양한 방안이 담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반도체 산업에 500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의 본격적인 지원이 가시화되자 산업계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 인텔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재진출을 선언했다.

3월 23일 인텔은 애리조나주에 있는 오코틸로에 반도체 팹 2곳을 짓는다며 200억달러 투자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2018년 수익성 저하를 이유로 파운드리 사업을 대폭 축소시킨 지 3년만의 복귀다.

인텔은 빠른 시장 진입을 자신하고 있다. 미세공정기술 개발을 위해 IBM과 손잡고 빠른 시일 내 7나노 공정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한발 더 나아가 5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수준에 도달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인텔의 재등장으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크게 요동치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1위 TSMC(54%)와 2위 삼성전자(17%)에게는 큰 위협이다. 팻 겔싱어 인텔 CEO가 “아시아에 편중된 파운드리 서비스의 대안을 제공하기 위해 연내 미국과 유럽 등에 추가로 공장 확장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히는 등 TSMC와 삼성전자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업계와 전문가들은 당장 인텔이 TSMC와 삼성전자에게 큰 위협은 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TSMC가 올해 250억달러 규모의 설비 투자를 계획하고 있고, 삼성전자 역시 미국 파운드리 공장 신증설에 170억달러 상당의 투자를 통한 공장 추가 설립 계획을 세우고 있어 결코 규모의 경제에서 밀리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생산라인 설립이나 첨단미세공정 등 새로운 기술력을 쌓기까지 상당한 준비 시간이 필요한 만큼 인텔의 영향력 행사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선언했지만 기술 측면에서는 10나노미터 공정에 머물러 있다”며 “생산라인을 새롭게 설립하는 데에도 2년 이상 걸리는 만큼 7나노·5나노미터 첨단미세공정을 두고 경쟁을 펼치는 삼성전자와 TSMC를 따라잡기에는 몇 년의 시간이 걸

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 반도체업계 “미국처럼 지원해달라”

다른 나라들도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나섰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는 지난달 2030년까지 전세계 반도체 제품의 20%를 EU 내에서 생산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폭스바겐 등 EU 주요 기업들마저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 차질을 겪자 정부가 역외 반도체 의존도를 낮출 필요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 역시 직접 대만에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요청하는 등 ‘반도체 외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급변하자, 국내 반도체 업계도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지난 9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반도체협회 회장단 간담회’ 에 이정배 반도체협회장(삼성전자),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 허염 실리콘마이터스 회장 등이 참석해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들은 세계적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과 주요국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 등 업계 동향을 공유하고 우리 반도체 산업의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또 국내 제조시설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 지원 확대와 인재 양성에 힘써달라고 건의했다.

이정배 협회장은 “반도체 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반도체 인력양성을 위한 정부 차원의 종합적 지원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국내 반도체 제조시설 확대에 대한 세액 공제 등 정부의 정책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우리 반도체 산업 생태계 강화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종합정책(K-반도체 벨트 전략)을 수립해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1580호 (2021.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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