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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 책정 줄다리기 시작 ‘1만원 vs 8720원(동결)’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노동계 “2년간 경영계 입장 반영, 이번엔 대폭 인상”
경영계 “인건비 급증 기업에 부담, 경영환경도 악화”


▎지난해 7월, 제9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2021년도 최저임금은 시급 기준 8720원으로 최종 의결됐다. / 사진:뉴시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의 막이 올랐다. 2022년도 최저임금을 놓고 노동계는 ‘1만원’을, 경영계는 ‘동결’을 주장하면서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2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올해 첫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상견례 성격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기준 8720원이다. 최저임금은 문재인 정부의 ‘1만원’ 공약에 따라 2018년 16.4%, 2019년 10.9% 올랐다. 하지만 급격한 인상에 따른 경영계 우려에 지난해 인상률은 2.9%로 꺾였고 올해는 1.5% 오르는 데 그쳤다. 특히 올해 인상률은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한 1988년 이후 역대 최저다.

“적극 인상해 코로나19 대응” vs “코로나19로 여력 없어”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앞두고 이를 갈고 있다. 2년 연속 경영계 요구가 관철된 탓이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악화한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를 지원하기 위해서라도 최저임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20일 입장문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사회 양극화와 소득 불균형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최저임금의 적극적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이날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노총은 2022년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위한 투쟁과 함께 저임금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함께 보호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반면 경영계는 동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 정부 초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여전하고, 코로나19로 소상공인의 임금 지급 여력이 악화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심의위원 자리에 한총·민총 ‘내 사람 넣기’ 충돌

양측의 의견 차이는 차치하더라도 최저임금 심의는 초반부터 가시밭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 구성부터 난관에 봉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임위는 근로자 위원, 사용자 위원, 공익위원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근로자 위원 9명에 대해 양대 노총이 갈등을 빚고 있다.

기존 근로자 위원 추천권은 한국노총 5명, 민주노총 4명이다. 이 중 한국노총 추천 인사인 김만재 위원이 다음 달 13일 임기가 끝난다. 현재 민주노총은 공석이 될 근로자 위원에 민주노총 추천 인사가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합원 기준으로 민주노총이 제1 노총이 됐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노총도 추천 인사 몫을 순순히 내줄 생각이 없다. 양대 노총은 고용노동부에 근로자 위원을 모두 5명씩 추천했고, 고용부는 조율을 요청한 상태다.

공익위원을 놓고도 한바탕 힘겨루기가 일어날 조짐이다. 그동안 최저임금 심의의 향방은 정부 추천을 받은 공익위원이 결정해왔다. 이런 가운데 고용부 국장급인 상임위원을 제외한 공익위원 8명의 임기가 다음 달 종료된다. 현재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에 제동을 건 공익위원 전원을 사용자 편향이라며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의 유임 여부를 놓고 노사 간 충돌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최임위가 최저임금을 의결하면 노동부는 8월 5일까지 이를 고시해야 한다. 고시를 앞둔 이의 제기 절차 등을 고려하면 최임위는 7월 중순까지 심의를 마쳐야 한다. 하지만 노사 간 줄다리기로 의결기한을 지킨 적은 거의 없다. 최근 10년간 법정시한을 지킨 것은 2015년이 유일하다.

1583호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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