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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S - 프리미엄 세단에 날개를 달다 

 

차량용 반도체·레이더·카메라·GPS 등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자동차업체의 첨단기술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특히 무인자동차 시대를 꿈꾸는 프리미엄 세단의 진화가 눈부시다.




차량 내 이산화탄소(CO₂) 농도가 높아지자 자동차 스스로 외부 공기를 유입해 운전자의 졸음을 예방한다. 차량 범퍼 센서와 스테레오 카메라가 작동해 앞차와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속도를 조절한다. 시속 130㎞로 달리면서 도로에 튀어나온 3㎜ 높이의 장애물을 읽어낸다. 깜깜한 밤길엔 사람과 동물을 식별해 그에 따른 대응을 운전자에게 경고한다.

영화에 등장할 법하지만 최근 쏟아지는 프리미엄 세단에 실제로 적용된 첨단기술이다. 자동차업체는 끊임없는 연구개발(R&D)을 통해 차량 관련 반도체·레이더·카메라 기술을 개발했다. 2006년 대비 2011년 출원된 국제특허에서 내비게이션 분야는 43%, 서스펜션 분야는 35% 늘었다.

글로벌 경영컨설팅업체 부즈앤컴퍼니가 선정한 ‘2013년 20대 R&D 투자 기업’에 폴크스바겐이 1위에 오르는 등 자동차업체 5곳이 순위에 들었다. 이 때문에 지난 10년간 글로벌 혁신이 휴대폰 업계에서 나왔다면 앞으로는 자동차 업계가 주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프리미엄 세단의 첨단기술 경쟁에 불을 지른 것은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와 메르세데스 벤츠 뉴S클래스다. 지난해 11월말 하루 사이로 국내 시장에 선보이며 자존심 경쟁을 펼쳤다. BMW도 뉴 7시리즈 등 첨단기술을 적용한 프리미엄 세단을 시장에 내놓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차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13%, 국내 고급차 시장에서 점유율은 64%를 넘어섰다.


이제 세단도 4륜구동은 필수 사양이다. 현대차는 신형 제네시스에 4륜구동 시스템인 에이치트랙(HTRAC)을 탑재했다. 매년 1만 대 이상 팔리는 프리미엄 세단에 4륜구동 적용은 국내 기업 중 처음이다. 특히 현대차는 도로 사정이나 주행 상황에 따라 적절한 구동력을 앞뒤 구동축에 배분하는 최첨단 전자식을 개발했다. 정속주행 땐 뒷바퀴에 구동력을 집중해 연료 소모를 줄이고, 눈길이나 비포장도로 등 험로에선 4륜구동으로 전환해 안정적인 주행을 지원한다.

4륜구동은 기본, 알아서 길 읽는다

프리미엄 세단이 선보이는 최첨단 주행보조시스템과 안전시스템은 무인자동차 시대를 열고 있다. 뉴S클래스의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 시스템은 안전장치와 운전 보조장치가 보완적으로 작동해 운전자의 스트레스와 사고 위험을 줄여준다. 도로 요철을 미리 읽어내고 대처하는 신기술이 단연 돋보인다.

룸미러 뒤쪽 블랙박스를 다는 부분에 설치된 스테레오 카메라(입체 카메라)가 15m 전방에서 다가오는 길 표면 상태를 재빨리 읽는다. 움푹 파인 부분은 없는지, 높낮이 차이가 있는지, 혹시 돌이 있진 않은지 미세하게 스캔한 뒤 네 바퀴에 정보를 보내 진폭흡수시스템의 작용 정도를 조절한다. 시속 130㎞로 달리면서 3㎜의 오차까지 잡아내는 이 시스템은 사람 눈으로 길 상태를 확인하고 대처하는 속도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다.

제네시스에는 레이더 센서를 통해 앞차와의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알아서 가속·감속을 하는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시스템이 장착됐다. 정지와 재출발을 자동으로 해준다.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과속단속카메라가 설치된 구역을 지날 땐 자동으로 속도를 줄이는 기능이 현대차 최초로 적용됐다. 또 앞차의 급제동 위험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차량을 제동시키는 ‘자동 긴급제동시스템(AEB)’도 있다.

BMW의 뉴7시리즈도 전방 도로 상황을 효과적으로 판단한다. 교통량이 많거나 정체 구간을 운행할 때 유용하다. 원활한 교통 상황에서 전방에 있는 차가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는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2단계의 경고 신호를 발동해 운전자가 신속히 대응하도록 촉구한다. 운전자가 경고에도 반응하지 않으면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플러스’가 개입해 차량 속도를 줄이거나 심지어 완전히 멈추게 한다. 적외선 카메라가 전방 300m 범위 안에 있는 물체를 열로 감지해 보행자 및 동물을 인식해 경고를 보내는 기능은 뉴7시리즈에만 볼 수 있다.

편의장치 또한 프리미엄 세단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현대차는 자사의 모든 기술을 제네시스에 담아냈다. 속도와 내비게이션 정보 등을 운전석 앞 유리창에 띄워 보여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좁은 장소에 주차할 때 차 주변 경관을 360도로 보여주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AVM)’, 사각지대에 차량이 있거나 후방에서 빠르게 접근하는 차가 있을 때 경고해주는 ‘스마트 후측방 경고 시스템(BSD)’, 스마트키를 소지한 채 트렁크 주변에 3초간있으면 트렁크가 열리는 ‘스마트 트렁크 시스템’, 평행주차 뿐 아니라 직각주차를 도와주는 ‘어드밴스드 주차 조향 보조시스템(ASPAS)’ 등을 갖췄다.

특히 제네시스의 CO₂ 감지 센서를 이용한 졸음방지 기능은 세계 최초로 꼽힌다. 조수석 수납함 아래쪽에 설치되어 달리는 차의 실내 CO₂ 농도를 감지한다. 기준치 이상이 됐을 때 공조장치로 즉각 정보를 보낸다. CO₂ 농도가 짙으면 일단 외부 공기를 실내로 유입하는 외기모드로 전환한다. 그래도 수치가 신속하게 떨어지지 않으면 강제로 공기순환 모터를 켜서 공기를 바꿔준다.

장거리 여행 때 졸음운전을 방지하는 데 큰 효과가 있다는 평가다. 뉴7시리즈도 ‘어텐션 어시스턴트’ 기능을 통해 조향 각도, 차의 등 다양한 신호에 기초해 운전자의 행동을 분석한다. 만약 운전자의 피로도 증가가 감지되면 중앙 컨트롤 디스플레이에 커피잔 아이콘이 나타나 운전자에게 휴식을 권장한다.

프리미엄 인식 위해 기술개발 치열

세단은 오너가 선호하는 모델인만큼 뒷자리의 럭셔리 경쟁도 치열하다. 뉴S클래스는 움직이는 집무실로 손색 없다. 뒷좌석 전동 시트는 높낮이와 앞뒤 각도 조절을 할 수 있고 등받이는 43.5도까지 기울어진다. 시트에는 온돌 마사지 기능이 있다. 시트 내부에 장착된 14개의 에어 체임버가 열과 함께 등과 허리 부위를 마사지해 준다. 마사지 프로그램은 6가지 중에서 선택할수 있다. 벨트백과 쿠션백도 새롭게 장착됐다. 벨트백은 전방 충격시 승객의 갈비뼈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여준다.

올해 역시 첨단기술로 무장한 프리미엄 세단이 쏟아질 전망이다. 각 사의 올해 출시 예정 신차 30여 종을 살펴보면 이전과 달리 중·대형차가 포진해 있다. 특히 이들은 디젤 엔진이나 하이브리드 기술로 연비 효율을 높이고 친환경 기능으로 무장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말 그랜저, K7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했다. 현대차는 올해 제네시스의 디젤 모델을 내놓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같은 시기에 E클래스 디젤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인 메르세데스 벤츠는 S클래스의 하이브리드 신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BMW도 첫 하이브리드 모델인 스포츠카 i8을, 포르셰는 파나메라 S E-하이브리드를 각각 출시한다. 최근엔 구글 같은 실리콘밸리 기업도 IT를 앞세워 스마트카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무인자동차(자율주행차)가 2020년 본격 상용화돼 2035년엔 자동차시장의 75%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림대 김필수 교수(자동차학)는 “신차에 새로 도입되는 기술은 소비자가 원한 것이기도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프리미엄급 차량으로 인식시키려는 자동차업체의 노력”이라며 “신차 출시 때 하나 이상의 첨단기술을 보여줘야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201403호 (201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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