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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관리도 바다 건너를 봐야 할 때” 

라제시 카난 SC은행 전무는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 지역 자산관리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저금리 시대일수록 미래를 위한 자산관리의 중요성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글 함승민 포브스코리아 기자 사진 전민규 기자

라제시 카난 전무는 SC 은행의 한국과 동북아 지역 자산관리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1%대의 저금리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은 줄어들지만 반대급부로 예금이자는 감소한다. 이자소득세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예금금리는 사실상 마이너스다. 몇억원 은행에 넣어 두면 이자로 노후 생활을 지낸다는 소리는 이제 옛말이 됐다. 그렇다고 글로벌 경기가 불확실한 지금 2000년대와 같이 성장에 기댄 ‘묻지마 투자’로 고수익을 내기도 힘들다.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이에 대해 라제시 카난(43) 한국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전무는 “이럴 때일수록 시선을 국내에만 두지 말고 글로벌 투자 전략 및 투자 기회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재 SC은행 동북아지역 자산관리사업부장과 한국SC은행 자산관리사업부장을 겸임하고 있다. 100명이 넘는 금융상품 매니저와 애널리스트로 구성된 자산관리 부서를 이끌고 자산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위치다.

카난 전무는 인도 뭄바이대학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뒤 IT업체 지멘스에서 시스템 분석가로 일했다. 1997년 인도 러크나우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전략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고 SC은행에 합류했다. 한국 부임전에는 싱가포르 등지에서 대고객 프로그램을 총괄했다. 2010년 한국에 부임해 4년째 서울에 거주 중이다. 그의 명함에는 ‘라재시(羅財施)’라는 한자 이름이 새겨져 있다. 재물을 주위에 베푼다는 뜻이다. 업무와 어울리는 이름이다.

한국에서 자산관리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한국 시장의 특징은.

상충되는 여러 시각이 같이 존재하면서 이 사이를 빠르게 오고 간다. 투자 행태 역시 옛 것과 새 것이 섞여 있다. 마치 고궁(古宮) 바로 옆에 마천루가 서 있는 서울 시내와 같은 모습이다. 한국 고객은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다. 굉장히 진보된 단계의 금융산업의 모습이다. 반면 전혀 그렇지 않은 모습도 드러난다. 특히 부동산과 같은 비금융 투자는 굉장히 장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반면, 금융투자는 단기 투자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유가 뭘까.

아마 과거 10여 년에 걸쳐 형성된 경향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새로운 투자상품과 아이디어에 대한 관심이 크고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데,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투자성향이 보수적으로 변한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시장에서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에도 영향을 미칠텐데.

물론이다. 그러나 투자행태가 먼저 상품이나 서비스에 영향을 미친 건지 그 반대인지는 확실치 않다. 아마 두 가지가 상호작용한 결과가 아닐까.

저금리 시대에 돌입하면서 투자방식도 바뀌지 않을까.

저금리는 이미 그 조짐이 일찍 왔었고, 몇 년 전부터 확실시된 사안이다. 다만 이 상황에 금융 소비자가 완전히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이미 ‘중위험·중수익’이라는 형태로 나름의 적응을 하고 있어 투자방식의 변화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아직 한국의 자산관리 시장은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인데.

자산관리는 앞으로 금융산업에서 주목해야 할 분야다. 특히 한국은 저금리 기조로 인해 은행에 돈을 맡겨도 과거와 같은 수익을 내지 못한다. 연금만으로는 노후보장을 하기 어렵다. 그만큼 효과적인 자산관리가 중요해진 시점이다. 일단은 소비를 관리해 가처분 소득을 늘리는 게 우선이지만, 그 돈을 활용해 미래 수익을 창출하는 데 소홀해선 안 된다.

자산관리 영역에서 SC은행의 차별화 포인트는.

한국에 온 지 꽤 돼서 입동과 김장에 대해 알게 됐다. 자산관리는 김장김치와 같다. 맛있는 김치를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좋은 식재료. 둘째 적확한 절차. 편법을 쓰면 안 되고 적절한 과정을 정확한 시점에 시행해야 한다. 끝으로 손맛. 만드는 사람의 경험과 기술뿐 아니라 열정과 헌신이 있어야 한다. 엄마의 김치가 가장 맛있는 이유다. 자산관리도 마찬가지다. 좋은 상품과 적확한 절차, 좋은 인재가 있어야 한다. SC은행은 좋은 상품을 발굴할 글로벌 네트워크가 짜여져 있다. 또한 운용사·보험사 등 계열 금융사가 없어 고객을 위한 상품 선정에서 독립성과 객관성을 유지하고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는 프로세스를 갖췄다. 또 100% 전담 매니저와 전문가 팀을 바탕으로 고객의 신뢰를 얻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전략으로 한국시장에 접근할 계획인가.

가장 중요시하는 건 글로벌 시각을 제공하는 것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코스피 등 국내 금융시장에만 집중해왔다. 이제는 좀 더 다양한 시각이 필요할 때다. SC은행에서 정기적으로 글로벌 투자 시각과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내셔널 웰스포럼을 개최하는 것도 이 같은 취지에서다.

11월 8일 열린 웰스포럼에서는 어떤 내용의 논의가 오고 갔나.

국제정치경제 환경이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의 투자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가장 유망한 투자자산은 주식이라는데 의견이 모였다. 지역별로 보면 선진국 시장이 가장 좋은 투자처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회복 속도는 차이가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선진국 시장의 회복이 신흥국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투자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역시 글로벌 금융상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국내에만 머물면서 급진적인 변화로 상황이 바뀌길 기다리기보다는 지금 당장 적당한 리스크를 감내하는 대신 인컴을 대가로 받는 상품을 찾는 게 낫다. 또한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분산투자가 중요하다. 자산군도 분산해야 하지만 지역별로도 글로벌 금융상품을 통해 분산투자를 하는 게 좋다.

인도의 엘리트 코스인 이공계 전공과 IT업계 출신인데, 색다르게 금융업에 뛰어든 계기는.

컴퓨터공학 전공이라 첫 직장이 IT업계였다. 하지만 원래 마케팅전략에 관심이 많았다. 1년 만에 IT회사를 나와 관련 공부를 했다. 금융업계에 들어온 건 우연에 가깝다. 1995년 SC은행에 입사했는데, 당시는 인도 은행들이 기업금융에서 소비자 금융으로 대대적인 전환을 하던 시점이다. 당연히 마케팅전략이 중요해졌다. 자연스럽게 은행에 관심을 가졌고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

201412호 (201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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