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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영 퀄슨 대표 - 카이스트 박차고 나와 모바일 영어 교육 시장을 선도하다 

 

최영진 포브스 차장 사진 전민규 기자
“세상에 꼭 필요한 것을 만들고 싶다”면서 카이스트를 박차고 나온 젊은이가 모바일 영어 교육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박수영 퀄슨 대표는 해외 진출까지 노린다.

▎카이스트를 중퇴하고 창업에 나선 박수영 퀄슨 대표. 첫 실패를 경험한 그는 거절당하는 것이 두렵지 않게 될 정도로 배짱이 두둑해졌다.
카이스트 출신의 스타트업 창업자.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젊은이가 창업에 도전했다. 아이디어도 좋았다. 홍대 부근에 있는 베이커리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었다. 영업시간 이후 남은 빵을 빵집 주변에 있는 소비자에게 알려주고, 저렴하게 판매하는 사업 모델이었다. 카이스트를 중퇴한 후 2011년 처음 시작한 스타트업 타임밤(time bomb, 시한폭탄)이었다. 수천만원의 투자금도 받았다. “영업 시간 이후 빵집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폭탄 세일 소식을 모바일로 전해준다. 그 메시지를 받은 이들 중에 시간 안에 빵집에 오면 시한폭탄을 해제하고 할인을 해주는 시스템이었다.”

3017대 1 경쟁률 뚫고 신사업 공모전에서 대상

성공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도 합류했다. 타임밤에는 화려한 스펙의 인재들이 모였다. 홍대 상권에 있는 베이커리 대표들만 참여하면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이다. 그는 사업을 위해 친구들과 호기롭게 빵집 문을 열고 들어갔다. “사장님 이런 서비스가 있는데요”라는 말을 꺼내자마자, “됐다, 나가라”는 말이 돌아왔다. 10명 중 9명의 빵집 대표들은 그의 이야기를 듣지도 않았다. 친구들의 얼굴이 갈수록 어두워졌다. “나중에는 친구들이 빵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어쩔 줄 몰라했다. 학교에서는 잘한다는 칭찬을 들었던 친구들에게 그런 고생을 하게 해서 너무 미안했다.” 설상가상으로 쿠팡, 티몬 등 소셜커머스 서비스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타임밤 서비스의 경쟁력도 사라져갔다. 타임밤은 그렇게 2년도 안돼서 사라졌다.

“이때 경험한 실패가 자양분이 됐다. 어떤 일에도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그때 키웠던 것 같다.” 모바일 영어교육 서비스로 주목받는 박수영(30) 퀄슨 대표의 말이다. 그는 연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카이스트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1학기를 마치고 학교를 나왔다. “세상에 꼭 필요한 것 하나를 만들고 싶었다”면서 스타트업 창업을 위해 학교를 그만둔 것이다.

“교수님도 좋았고 공부도 재미있었다.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면 졸업 후 대기업에 취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 인생을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싶었다. 세상에 꼭 필요한 것 하나를 만들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창업이 답이었다.”

박 대표는 자신이 사업가로서 자질이 있는지 자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처음 만든 스타트업의 실패에도 그는 주눅들지 않았다.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박 대표는 2012년 3월 삼성SDS 신사업 공모에서 301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같은 해 6월 퀄슨을 설립했다. 2013년 8월에는 사업성을 인정받아 포스코로부터 1억원도 투자받았다.

박 대표는 첫 실패에서 교훈을 얻었다. 실패를 통해 스타트업이 살아남는 법을 알게 됐다. 자기가 잘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다수의 스타트업이 B2C에 집중했지만, 박 대표는 B2C 대신 B2B에 집중했다. “스타트업이 세일즈나 마케팅 역량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대기업과 연계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어학 공부는 회사의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 시장을 노렸다”고 설명했다.

그가 구상한 사업은 모바일 영어 교육 서비스였다. 영어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다. 언어를 익히려면 계속 써야 하는데, 영작을 계속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영어를 계속 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시간은 짧지만, 자주 접속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영어 공부도 사람들의 패턴에 맞추기로 했다. 2시간마다 짧은 숙제를 내주고, 사용자가 직접 영작으로 해결하게 했다.

‘톡투미’, 밴드의 유료 서비스 1호로 선정

예상은 적중했다. 삼성그룹 교육전문기업인 크레듀와 삼성SDS 멀티캠퍼스을 통해 서비스되고 있는 ‘AppTeacher(앱티쳐, 기업사용자용 영작 첨삭 서비스), ‘Should’(슈드, 기업사용자용 말하기 첨삭 서비스)는 국민연금, 대한주택공사 등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포스코 등 120여 개 기업에서 사용하고 있다. 기업의 지원을 받아서 퀄슨 서비스로 공부하는 수강생이 1500명이나 된 적도 있다. 일반 사용자를 위해서 내놓은 ‘Talk2Me’(톡투미, 일반 사용자용 서비스)도 인기를 끌고 있다. 5월에 유료 서비스를 시작하는 밴드를 통해 제공되는 톡투미 사용자는 2만5000명에 이른다. “우리는 처음부터 PC기반의 서비스를 생각하지도 않았다. 모바일 퍼스트로 서비스를 했고, 이게 적중했던 것 같다.”

벤처캐피털 업계는 퀄슨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2014년 중반 소프트뱅크벤처스·DSC인벤스트먼트·캡스톤파트너스 등에서 16억원을 투자했다. “벤처캐피탈 업계가 모바일 교육시장의 성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박 대표는 웃었다.

앱티쳐, 슈드, 톡투미는 비슷한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정 시간마다 스마트폰을 통해 질문이 오면 사용자는 녹음이나 영작을 해서 답변을 제출하면 된다. 그러면 영어 강사가 사용자가 보내온 답변에 직접 첨삭을 해서 고쳐준다. 사용자는 첨삭을 보면서 영작에 어떤 부분이 문제가 있는지를 스스로 깨우치게 되는 것이다. 퀄슨이 내놓은 서비스의 장점은 사용자가 말을 하건, 영작을 하건 직접 참여를 해야 하는 것이다. “영어 듣기나 읽기는 혼자 공부할 수 있다. 하지만 말하는 것과 영작을 하는 것은 누군가의 교정 없이는 어렵다. 여기에 마치 게임을 하는 것과 같은 재미를 주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의 말대로 모바일 영어교육 시장의 미래는 밝다. 현재 한국의 전체 게임시장 규모는 10조원 정도. 이 중 모바일 게임 시장이 2조원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교육 시장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큰 40조원~50조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영어 사교육 시장이 10조원을 차지하고 있는데, 모바일 영어교육 시장은 아직도 200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시장이 모바일 영어교육 시장인 셈이다.

퀄슨의 경쟁력은 500여 명 영어강사


▎퀄슨 제공
퀄슨의 수익 모델은 간단하다. B2B 서비스의 경우 금액이 정해져 있다. 한 명당 10만원 정도의 수강료를 받고 있다. B2C 서비스의 경우에는 ‘첨삭권’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 7일(1만5000원)·30일(4만원)·90일(10만원) 첨삭권이 있다. 인앱퍼처스(In-App Purchase, 인앱결제) 방식으로 매출을 올리는 것이다. “30일 첨삭권이 가장 인기가 높다”며 박 대표는 이야기했다. “톡투미의 결제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보통 앱의 경우 100명 중 1~2명이 아이템을 구매하는데 반해 톡투미의 경우 100명 중 5~10명이 결제를 한다. 평균 앱 결제금액이 2000원~3000원에 불과한데, 톡투미의 평균 결제금액은 4만원이나 된다. 톡투미의 성장을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퀄슨의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영어강사의 첨삭이 세밀하고 정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준높은 영어강사를 다수 보유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비용이 많이 나가기 때문이다.

퀄슨을 유지하려면 강사 비용을 줄이는 수 밖에 없다. “영어권에서 인건비가 저렴한 곳이 어딘지를 찾아봤다. 필리핀이었다.” 그는 필리핀에 있는 영어교육 콜센터에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콜센터 대표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일이 없는 시간에 첨삭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콜센터 직원들이 할 일 없이 쉬는 시간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 시간을 우리가 채워주겠다고 제안했다.” 콜센터 대표들도 좋아했다.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영어강사를 해결한 것이다.

“빵집 대표에게 문전박대 당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거절당하는 것이 두렵지 않기 때문에, 전혀 일면식도 없는 콜센터 대표에게 전화로 그런 제안을 할 수 있었다.”

퀄슨이 보유하고 있는 영어강사는 500명을 넘어섰다. 모바일 영어 교육 서비스 시장에서 퀄슨의 경쟁력이 앞서는 이유다. 박 대표는 C2C 서비스도 추진 중이다. 영어강사와 사용자를 직접 연결해주면서 매출을 올리는 서비스다.

박 대표는 “퀄슨의 업그레이드 여부가 올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밴드 때문이다. 2012년 그룹 중심 모바일 SNS로 시작한 밴드는 어느 새 이용자수 1600만명을 돌파했다. 밴드는 5월 유료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는데, 1호 서비스로 선정한 것이 톡투미다. “5월에 밴드 서비스에 톡투미가 올라간다. 밴드가 폐쇄형 SNS이니까, 학원처럼 운영하면서 경쟁심을 자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의 목표는 매달 1만5000명에서 2만명의 사용자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러면 매년 1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퀄슨은 ‘Question All the Reasons’에서 따온 말이다. 세상에 없던 가치를 만들고 싶다면 모든 현상에 의문을 가져야 가능하다. 올해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 글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201504호 (201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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