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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주·가치투자 전문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대표 - “ 배당, 더는 단기적인 이슈 아니다” 

신영자산운용은 국내 자산운용업계 선두그룹이자 가치투자 전문회사다. 전체 국내 배당주펀드의 70% 이상을 맡아 운용한다. 배당주 투자의 대표주자인 그에게 투자의 길을 물었다. 

김영문 포브스 기자 사진 전민규 기자

여의도 증권가에서 한우물만 파는 순정파가 있다. 19년째 가치투자·장기투자라는 운용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이상진(60) 신영자산운용 대표다. 그의 원칙은 회사 경영철학인 ‘고객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길 것’과 맞닿아 있다. 저평가된 종목을 사들여 제 가치에 도달할 때까지 보유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투자 원칙을 그는 언제나 설파한다. 이 대표가 이끄는 신영자산운용은 국내 자산운용업계 선두그룹이자 가치 투자 전문회사다. 장기투자 대표 상품인 마라톤펀드로 이름을 날리며 배당주 펀드로 굳건하게 자리매김했다. 전체 국내 배당주펀드의 70% 이상을 맡아 운용할 정도이니 배당주 투자의 대표주자임을 자타가 공인한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저성장·저금리 시대를 예견이나 한 듯 20년 전부터 ‘배당’에 대한 확신을 하게 된 그에게 물었다.

최근 배당주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절대 놀랄 일이 아니다. 일시적인 상황도 아니다. 투기에서 투자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Back to the Basic’. 기본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 주식시장이 딱 그렇다. 기업이 거침없이 성장할 때는 누구나 성장 과실을 따 먹기에 매달렸지만, 이제는 배당을 많이 하는 회사에 관심이 더 많다. 저금리·저성장·저물가는 배당과 맞물려 간다. 배당으로 돈을 버는 세상이다. 즉 돈을 잘 버는 안정적인 회사와 장기 투자가 만나 회사를 지속·성장시킨다는 의미다.

“ 배당하는 회사라면 건전하다는 증거”

증시가 변해가고 있는 만큼 사회도 많이 변하고 있지 않나.

저금리 시대부터 짚어보자. 돈 굴릴 때가 딱히 없다는 뜻이다. 채권으로 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부동산 투자 수익도 5%대를 유지하고 있다. 요즘 기준 금리로 따져보면 100억 자산가랑 1억 연봉 생활자랑 크게 차이가 없다. 문제는 퇴직 이후다. 소득이 없으면 생활 수준이 극빈층으로 전락하게 된다. 중간이 없다. 그래서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거두기 위한 노력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야 한다. 산업도 변하고 있다.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의 성장세가 예전 같지 않다. 그렇다고 나라가 위기에 처한다는 소리가 아니다. 새로운 산업으로 발돋움하는 과정을 지나고 있다는 소리다. 제조업이 사라졌다고 미국이 망했나?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전통적인 굴뚝산업과 거리가 멀다.

지금의 저성장·저금리 상황을 두고 앞으로 위기가 닥친다는 얘기가 많다.

변화가 위기는 아니다. 잠재성장률이 2~3% 사이에 있다는 보도나 연구 자료를 본 적이 있을 거다. 과거에 비하면 턱없이 저성장이라는 식의 얘기도 함께 말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10%대 고성장 시대를 겪은 게 오히려 이례적인 상황이다. 전 세계 경제사에서 우리나라·일본·중국의 성장 속도는 정상이 아니다. 초저금리 시대라고는 하지만 성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코스피 200 종목만 봐도 매년 7%대 수준은 이뤄진다. 대단한 수치다. 은행보다 펀드에 맡기면 돈을 더 벌었다는 얘기다.

이제 배당 투자가 새로운 대안인 건가.

새로운 투자방법이 아니다. 단지 2009년 증시를 뜨겁게 달군 ‘차화정’ 성장세에 묻혀 있었을 뿐이다. 더 거슬러 가보자. 투자 상품을 내놓기 위해 미국에 간 적이 있었다. 이미 90년대에도 미국 투자자들은 기업이 배당에 대한 생각이 확고했다. 그들은 배당을 안하면 주주를 파트너로 보지 않는다는 생각했다. 원국희 회장은 1971년 신영증권을 인수한 뒤 단 한 번도 배당을 거른 적이 없다. 자산운용사를 세울 때도 처음부터 배당주 펀드를 만들라고 했다. 주식투자의 기본이 배당이라는 점은 당시 우리에겐 너무나 당연했다. 19년 전 회사 출범 첫해부터 배당했다.

배당하는 회사, 어떤 특이점이 있나.

대주주가 꼭 배당해야만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분 10%만 갖고도 경영권을 행사해 다양한 방법을 구사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배당하는 회사는 건전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주주가 그만큼 소수 주주를 존중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이자 이상을 돌려주는 회사라면 사업적으로나 재무적으로 건강하다고 볼 수 있다. 비정상 경영을 하거나 분식 회계를 하는 경우 배당 자체가 쉽지 않다.

한우물만 파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자주 하는 소리지만 ‘모르는 것 안 한다’에 충실했다. 대표인 나도 회장도 심지어 나와 함께 신영에서 동고동락한 동료들도 공감하고 있다. 20년간 배당만 하고 가치있는 회사라는 것을 최근에서야 사람들이 알아봐 준 거다. 국내 차화정 분야 기업들이 급격하게 성장할 때는 솔직히 속앓이 좀 했다. 하지만 나라 경제가 어려울 때도 우리를 믿고 따라준 주주와 직원들을 생각하며 한 길만 걷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 우리는 20년간 배당에 특화된 회사”

신영자산운용 전체 수탁고가 11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부담되지 않나.

전혀 어렵다고 생각한 적 없다. 우리는 20년간 배당에 특화된 회사다. 돈이 몰려도 은행이자 이상만 받겠다는 배당 투자에 공감하는 이들이 모인 곳이다. 또 투자 기업에 대한 설정기준도 명확하다. 앞으로는 배당을 주지 않던 기업도 점차 배당을 주는 추세로 바뀔 거라고 본다. 우리가 투자할 수 있는 배당주 범위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몇조가 늘어나도 끄떡없다.

배당에 점점 유리한 환경이 되는 건가.

과거엔 배당주 투자를 하는 데 성장주, 가치주를 구분했다. 그런데 최근 이런 구분이 무의미해지고 있다. 무리한 확장에 나서는 기업이 없다는 뜻이다. 제가 현대중공업 처음 입사 당시 직원이 3만 명이었다. 지금도 직원 수는 비슷하지만, 매출이 얼마나 늘었는지 대충 계산도 안 된다. 생산성이 엄청나게 성장했다. 무리한 저가 수주도 사라졌다. 돈이 안 되면 안 한다는 얘기다. 그만큼 우리에겐 종목선택의 여지가 커졌다. 투자 환경이 좋아진 거다. 하지만 막상 배당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법인세, 종합소득세 등 돈 낼 곳이 많다. 기업들이 배당에 나서려는 유인을 갖게 하는 등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는 시장 분위기 조성도 필요하다.

노후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나.

요즘 직장인들은 수시로 이동해 퇴직금 적립도 많지 않다. 정부가 노후를 책임지는 것도 재원이 달려 어렵다. 중산층이든 서민이든 노후에는 퇴직연금이 더욱 중요해진 셈이다. 직장인들은 취업 직후부터 자산을 불려가야 한다. ‘저축’이 아니라 ‘투자’를 제대로 해야 하는 시기를 맞게 됐다. 새내기 직장인이라면 자기 자산의 100% 중 30~40%는 위험자산에 투자해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 어쩔 수 없다. 연 1~2% 차이가 작은 것 같지만 30~40년 후면 엄청나다.

앞으로 목표가 있나.

늘 그렇듯, 해왔듯이, 변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해나갈 요량이다. 우리가 그래서 강한 것 아니겠나. 지금 하는 장기·가치·배당 투자에 특화된 회사로 남고 싶다. 물론 일은 더 열심히 해서 지금 고객들이 맡겨주신 수탁고를 더 불리고 싶은 바람이 있다.

이 대표는 배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명감을 가지고 일한다’는 얘기를 할 때 특히 힘주어 말했다. “매달 5~10만원 정도 불입하는 고객이 대다수더군요. 100만원짜리도 찾기 쉽지 않았어요. 아껴서 투자한 돈 들인 겁니다. 한 푼이라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합니다.” 그의 사무실엔 인문·과학·역사·철학책이 가득했다. 책을 달고 사는 이 대표는 “늘 새로운 것이 넘쳐나는 자본시장에도 파란만장한 과거 경험을 가지고 투자 철학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역시 사람”이라며 “배당도 결국 주주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 글 김영문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201507호 (201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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