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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 큐키 대표 

백스페이스 없는 세상을 꿈꾼다 

최영진 포브스 차장 ·사진 오상민 기자
백스페이스를 사용하지 않고도 오타를 수정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큐키라는 키보드 앱을 출시했고, 국내외 전문가들은 혁신적인 서비스로 인정했다. 큐키는 일상성의 혁신을 보여주는 대표 앱으로 꼽힌다.

▎큐키는 백스페이스로 지우지 않고 오타를 수정해 주는 앱이다. “시작은 사소했다”라고 김민철 대표는 말했다.
스타트업 전문가인 심사위원들의 눈에 발표자가 들고 나온 평범한 키보드 앱은 흥미를 끌기에 벅차 보인다. 자동완성 기능이 탑재된 애플의 키보드, 제스처 타이핑을 할 수 있는 스와이프 앱 등 기존 키보드 앱이 있는 상황에서 키보드 앱을 자랑하려고 나온 스타트업 창업가가 큰 관심을 받을 수 있을까? 심드렁하게 앉아 있는 심사위원들에게 발표자가 “오타 많이 내세요?”라고 질문을 던진다. 대부분 “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럼 백스페이스 안 누르게 해드리겠습니다.” 백스페이스는 오타를 수정할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인데, 백스페이스를 안누르게 해준다고?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에 심사위원들의 눈이 빛나기 시작한다.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했던 문제의 발표자가 바로 키보드 앱 ‘큐키’(keukey)를 출시한 김민철(40) 대표다. 큐키는 창업 초기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2013년 7월 창업 이후 중소기업청이 주관한 ‘글로벌 시장형 창업 R&D 사업’(일명 tips로 중소기업청이 2013년 도입한 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창업 프로그램) 1기로 선정이 됐고, 2014년 3월에는 일본 기업 산텍(SANTEC)이 3억 원을 투자했다. 2014년 11월에는 미래창조과학부와 중소기업청이 선정한 창조경제대상도 거머쥐었다. 지난 9월 일본에서 열린 ‘코리안스타트업데모데이’(한국 유망 스타트업을 일본 벤처투자자에게 소개하는 행사)에서는 쟁쟁한 한국 스타트업 9곳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국내외 전문가들마다 큐키의 혁신성을 인정한 것이다.

왜 전문가들이 큐키의 혁신성을 인정했을까? 보통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키보드 앱의 특징은 사전기반 자동수정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오타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기능이다. 큐키는 이에 반해 키 입력열(key sequence)의 패턴 매칭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다. 오타를 방지하기보다는 오타가 발생했을 때 백스페이스를 사용하지 않고 쉽게 수정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면 ‘안녕하세요’를 스마트폰 키보드로 작성할 때 ‘안냥하세요’라는 오타가 자주 발생한다. 이런 경우 백스페이스를 사용해 안냥 위치에 가서 안녕으로 고쳐야 한다. 큐키의 경우 오타 뒤에 혹은 완성된 문장 뒤에 정확한 단어를 쓰면 된다. 수정한 단어를 타이핑한 후 손가락을 쓸어내리면 오타가 정확한 단어로 바로 대체된다. 오타의 위치가 문장의 처음이나 중간 끝에 있어도 바로 수정이 된다. 큐키(keukey)라는 이름도 ‘key’라는 단어의 오타인 ‘keu’와 합성해서 만든 이름이다. 김 대표는 “큐키는 처음 수정(correction) 기능만 있었다. 지금은 손가락을 큐키에 대고 상하좌우로 쓸어내리면 단어 삽입 기능, 중복 단어 작성 기능, 삭제 기능까지 첨가됐다”고 자랑했다. 2014년 9월 구글 플레이에 큐키가 출시된 이후 현재까지 6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사용자의 평점도 5점 만점에 4.6점으로 호평이 대부분이다. 삼성 스마트폰의 천지인, LG 스마트폰의 나랏글, 애플의 쿼티 자판 등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짠 것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키보드 앱은 스마트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다. 2011년 음성인식기술 업체인 뉴앙스(Nuance, 애플 시리를 제작한 업체)가 스와이프(Swype)라는 키보드 앱 개발 업체를 1억 달러(약 1000억원)에 인수한 이유다. 다만 키보드 앱의 비즈니스 모델은 B2B가 대부분이다. 스마트폰 제조업체나,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플랫폼 기업을 상대로 키보드 앱을 판매해야 한다. 김 대표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기에 창업 초기부터 B2B에 집중했다. 김 대표는 “일본 기업 3곳과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기업들이다. 이번에는 성과가 나올 것 같다”고 했다.

큐키는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까지 7개의 특허를 한국에 등록했고, 미국·유럽·일본 등에 11개의 특허를 출원한 상황이다. 김 대표는 “키보드 앱 관련 특허가 많다. 현재 우리가 개발 중인 음성인식 관련 기술과 구상 중인 텍스팅 플랫폼(Texting Platform)에 관한 기술도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큐키에 6억원을 투자해 음성인식 수정 기술을 함께 개발 중이다. 음성인식을 통해 작성한 문장에서 오타가 발생할 때 키보드가 아닌 음성으로 수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기술이 실용화되면 웨어러블 디바이스나 스마트 워치, 스마트 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현재 음성인식 수정 솔루션은 알파버전까지 나온 상황이다. 김 대표는 “실용화 단계에 오르면 앱 마켓에 출시해 사용자의 반응을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텍스팅 플랫폼은 큐키의 야심작이다. “키보드 앱으로 우리가 올릴 수 있는 최고의 매출액은 1000억원 이하다. 하지만 텍스팅 플랫폼 서비스가 성공한다면 큐키는 더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술에 대해 김 대표는 말을 아낀다. “특정 앱을 구동하지 않고 특정 앱과 관련된 작업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만 설명했다. 이와 관련된 특허도 출원한 상태라고 했다.

텍스팅 플랫폼, 큐키의 미래 성장동력


▎큐키는 처음 오타 수정 기능에 머물렀지만, 현재는 단어 삽입 기능, 중복 단어 작성 기능, 삭제 기능이 포함됐다.
큐키는 창업 이후 괄목할만한 큰 성과는 없다. 하지만 소리없이 강한 스타트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김 대표의 경영철학과 닮아 있다. 김 대표는 “나는 유니콘(1조원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스타트업하면 대부분 밤을 새워 일하는 ‘열정’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나는 ‘왜 모든 스타트업이 그래야 돼’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주말에 가족과 보내는 게 좋고, 늦게까지 일하는 것도 피하고 있다. 힘을 뺀 스타트업이 되고 싶다.”

그가 삼성전자와 아이리버라는 온실을 박차고 허허벌판으로 뛰쳐나온 것도 단지 “신나는 일을 하고 싶어서”였다. “내가 가진 열정과 노력을 월급을 받고 회사에 파는 것보다 나를 위해서 쓰는 게 좋다는 생각 때문에 창업을 했다”며 김 대표는 웃었다.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큐키의 새로운 서비스는 계속 준비 중이다. 두드러진 매출은 없지만 스타트업 전문가들이 큐키를 주목하는 이유다.

- 글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의 추천 이유! - 큐키는 스마트폰에서 쉽게 오타를 수정할 수 있는 앱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글만이 아니고 다국어 대응이 가능해 해외에서도 이미 널리 쓰이고 있으며 해외투자자들도 큰 관심을 두고 있는 유망 스타트업이다.

201511호 (201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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