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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용 에이컴메이트 대표 

28살에 창업,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 정복하다 

최영진 포브스 차장 ·사진 오상민 기자
중국어도 몰랐다. 온라인 비즈니스를 공부한 적도 없다. 그런데도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한해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강철용 에이컴메이트 대표의 도전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한해 1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강철용 대표는 한국 대기업이 손잡고 싶어하는 유명 인사가 됐다.
젊은이가 숨을 헐레벌떡이며 미팅 장소로 뛰어왔다. 비를 맞은 탓인지, 뛰어오느라 땀을 흘려서인지. 온 몸이 물에 젖어 있다. “죄송합니다”라며 인사를 하는 젊은이를 기업체 사람들은 안쓰럽게 바라봤다. 기업인들 앞에 선 젊은이의 나이는 28살.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이가 계약을 따내겠다고 빗속을 뛰어왔다.

“PT를 시작하겠습니다”라며 그 젊은이가 벽면에 슬라이드를 띄웠다. 첫 번째 슬라이드에는 바다에 뛰어들 것처럼 보이는 펭귄 4마리의 사진과 ‘펭귄의 선택, JAMY의 선택’이라는 문장이 들어가 있다. 펭귄을 내세운 이유가 있다. 미국의 진화학자 조지 게일로드 심슨은 ‘펭귄은 원래 새였지만, 바다 생활에 적응하면서 하늘을 포기하고 바다를 선택했다’는 학설을 내놓았다. 이 학설을 책에서 읽은 젊은이는 자신의 처지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중국어를 전공하지도 않았고, 온라인 비즈니스를 공부하지도 않았는데 ‘중국 온라인시장 대양’에 뛰어든 내 모습이 바다에 뛰어드는 펭귄 같았다.” PT의 전체적인 내용도 이와 비슷했다. ‘매년 급신장하는 중국에 한국의 좋은 콘텐트를 소개하면 분명히 경쟁력이 있다. 우리는 아직 아무것도 가진 게 없지만, 믿어 달라. 잘할 수 있다’라는 패기만 있는 PT였다. 그의 이야기를 듣던 사람들은 패기와 열정 가득한 젊은이와 계약을 맺었다. “아무래도 처량해 보여서 도와주는 마음으로 계약을 승낙했던 것 같았다”라며 웃는 이 젊은이는 현재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유명인이다. 한해 1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에이컴메이트의 창업자 강철용(35) 대표가 주인공이다.

에이컴메이트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낯선 기업이다. 하지만 중국 온라인 시장에 진출하려고 하는 한국의 대기업 사이에서 에이컴메이트만큼 유명한 기업도 없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을 이끄는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몰·티몰글로벌(B2C 전자상거래 사이트. C2C 플랫폼으로는 타오바오가 있다)에 입점하려면 에이컴메이트와 손을 잡아야 성공한다는 공식이 있을 정도. 지마켓, 이마트, 롯데마트, 이랜드, 코오롱스포츠 등 30여 개 기업은 에이컴메이트를 통해 알리바바 플랫폼에 입점했다. 에이컴메이트를 통해 중국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한국 제품 브랜드는 300여 개가 넘는다.

에이컴메이트는 중국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준비하는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나의 온라인 사업부서와 같은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나 티몰·티몰글로벌에 올라온 상품수는 10억개 이상이고, 판매자와 기업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다. 2014년 기준으로 타오바오에서 이뤄지는 거래량은 270조원, 티몰·티몰글로벌의 거래량만 230조원이다. 더욱이 알리바바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오픈 플랫폼이다. 제품을 판매하려면 상품 정보 입력부터 배송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중국 소비자들의 눈길을 잡고 수익을 올린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곳이 에이컴메이트다. 상품 촬영부터 상품 페이지 기획, 마케팅, 고객상담 서비스, 배송 등 전자상거래 시장 진출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대행하고 있다. “알리바바 플랫폼에서 실적을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중국 소비자들의 요구 조건도 너무 많은데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실패한다”고 강 대표는 지적했다.

알리바바의 오픈 플랫폼에 입점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대기업이라면 입점 자체는 쉽다. 하지만 상품 정보를 올리는 것부터 벽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티셔츠 소개 자료를 올리려고 해도 브이넥 스타일인지 라운드넥 스타일인지, 면은 몇%가 함유됐는지 등 매우 자세한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 중국 소비자들은 제품을 구매할 때 웨이보나 웨이신과 같은 메신저를 통해 쉴 틈 없이 질문을 던진다. 이에 바로 답변을 해주지 않으면 제품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 “중국 상하이와 옌청 두 곳에 에이컴메이트 사무실이 있고, 전체 36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이중 CS(고객 서비스) 부문 직원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1년에 4일 밖에 쉬지 못한다”고 고객 응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알리바바가 실적 높은 TP로 선정


▎중국 상해에 있는 에이컴메이트 사무실 전경. CS(고객 서비스) 부문 직원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 소비자에게 제품을 알리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 광고를 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수많은 경쟁사를 제치고 소비자의 검색에 제품이 노출되어야만 한다. 소비자 검색에 제품이 노출되지 않으면 온라인 상점에 한 명의 고객도 들어오지 않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이런 다양한 요구 조건을 모두 충족하려면 기업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이다. 차라리 노하우가 많은 에이컴메이트의 도움을 받는 게 기업 입장에서는 이익인 것”이라고 강 대표는 설명했다.

알리바바는 에이컴메이트와 같은 역할을 하는 기업을 TP(타오바오 파트너)라고 부르고 있다. 알리바바는 해외 유명 기업들이 입점 문의를 해오면 상담 대신 TP를 소개해준다. 예를 들면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 랑콤이 티몰에 입점하려면 랑콤을 잘 운영할 수 있는 TP를 찾아야만 하는 것. 중국에 진출한 나이키 등의 글로벌 기업 TP인 바오준(Baozun)은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2012년부터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TP 비즈니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에이컴메이트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1년에 두 번 알리바바 타오바오는 ‘타오바오 파트너 서비스운영 부문 평가회’를 통해 좋은 실적을 낸 TP를 선정한다. 대부분 중국 TP들이 선정되기 마련이다. 2015년 의외의 일이 일어났다. 한국인 창업자가 운영하는 에이컴메이트가 패션·화장품·아동·국제티몰 4개 부문을 수상한 것. “중국의 수천개 TP 중에서 바오준이 6개 부문에서 수상했고, 다음이 우리 에이컴메이트였다. 중국인들의 잔치에 우리가 4개 부문 우수 파트너로 선정된 것은 중국에서 10여 년 동안 노력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어 너무 좋았다”고 자랑했다. “그동안 중국인과 경쟁할 때 외국기업이라는 상대적 소외감, 박탈감을 느꼈다. 이번 수상은 그동안의 설움을 해결해줬기 때문에 더 각별하다.”

에이컴메이트의 성장 가능성은 NHN엔터테인먼트의 투자로 이어졌다. 지난해 8월 NHN엔터테인먼트는 150억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에이컴메이트 지분 42.94%를 취득했다. 강 대표는 “NHN엔터테인먼트가 우리를 중국 시장 진출의 이커머스 파트너로 생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NHN엔터테인먼트가 투자한 한국의 온라인 기업은 에이컴메이트를 통해 중국 진출을 준비 중이다.

2008년 창업한 에이컴메이트의 초기 모습은 지금과 딴판이었다. 당시 비즈니스 모델은 한국의 온라인 패션 아이템을 중국에 파는 것. “2008년은 비즈니스 모델을 테스트하는 단계였다. 한국의 오픈마켓에서 물건을 사서 중국에 판매했다”고 강 대표는 설명했다. 더제이미닷컴(www.TheJAMY.com) 사이트를 오픈하고, 한국 제품을 이 사이트에 올려 중국 소비자에게 판매했다. 당시 모든 작업이 수동이었다. 하루에 올릴 수 있는 상품이 20개가 넘지 않을 정도로 느리기만 했다. 강 대표는 1년 동안 자동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지금은 하루에 몇 개의 상품이 올라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라며 강 대표는 웃었다.

한국 제품 세계에 파는 글로벌 서비스 준비 중

1년 동안 시스템 개선 작업에 매달렸고,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 기업과 브랜드 판매 계약을 했다. 시기가 너무 좋았다. 2008년 9월 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후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는 에이컴메이트에게 최상의 기회였다. 환율 때문이다. “환율이 떨어지면서 중국 소비자들은 한국 제품을 기존 가격에서 30~40% 할인된 금액으로 살 수 있었다. 신규 고객 유입이 급격하게 늘어났고, 제이미닷컴이 크게 성장했다”고 강 대표는 설명했다. “세계 금융위기는 우리에겐 천운이었다. 조금 일찍 중국 온라인 비즈니스 길목에 있어서 그 기회를 얻었던 것이다.”

2012년 에이컴메이트는 TP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사업을 확장했다. 2010년 알리바바는 에이컴메이트에게 티몰한국관 운영을 맡겼다. 2012년 초 티몰 내부 정책에 의해 폐쇄가 결정됐는데, 당시 한국관에 입점했던 신원그룹의 씨위 진(SIWY JEAN)라는 프리미엄 진 브랜드가 운영 대행을 에이컴메이트에 의뢰한 것. “당시 중국에서 TP 비즈니스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던 상황이었고, 우리가 그 흐름을 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 에이컴메이트에 합류한 송종선 부사장(전 KT커머스 상무)이 TP 서비스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에이컴메이트의 매출 비중은 한국 브랜드 판매 매출과 TP 서비스 매출이 5:5를 차지하고 있다.

강 대표가 원래 하고자 했던 일은 광고였다. 아주대 경영학과 3학년에 다닐 때 광고회사 인턴으로 일하면서 프로 광고인을 꿈꿨다. 좀 더 넓은 세상을 배우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그동안 번 돈을 가지고 2005년 중국에 어학연수를 갔다. 중국과의 첫 인연이다. “당시 대학교 선배가 전기자전거, 시계, 액세서리 등의 중국 상품을 무역으로 팔았는데, 거기에 합류하면서 중국 시장을 배웠다.” 경쟁이 심하고, 제품도 반품되는 게 많아서 사업은 실패했다. 2006년 하반기에 한국에 돌아와 졸업을 했지만, 취업은 쉽지 않았다. 중국에서 함께 일했던 선배가 다시 손을 잡자는 제안을 해왔다. 2008년 선배와 함께 강 대표는 에이컴메이트를 창업했다. 에이컴메이트(함께하다는 ‘Accompany’와 친구라는 ‘Mate’의 합성어)라는 사명도 중국 어학연수 시절 함께 살던 캐나다 룸메이트가 지어줬다고 한다. “싸우지 말고 잘해보라는 의미였다”며 웃었다.

온라인 비즈니스나 중국어도 잘 모르는 28살 젊은이의 무모한(?) 도전은 놀라운 결과를 만들었다. 강 대표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제 2의 도전을 시작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이다. “한국 제품을 중국뿐만 아니라 북미, 유럽, 일본 등 세계에 판매할 수 있는 글로벌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고 설명했다. 한국 브랜드 위주의 운영대행 서비스를 글로벌 빅 브랜드로 확장시켜나간다는 복안도 가지고 있다. 강 대표가 어떤 결과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할지 기대된다.

- 글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201511호 (201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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