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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륙양용차 개발, 이성준 GMI 대표 

“거북선도 만들었는데”… 해외서 러브콜 

부산=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사진 최재승 프리랜서
부산의 한 중소기업이 수륙양용차 개발에 나섰다. 그동안 시장에서 실패를 거듭한 운송용이 아닌 관광레저용이다. 이미 터키에 수출을 확정했고, 내년 봄엔 한강과 부산 앞바다에 띄운다는 계획이다.

▎수륙양용 SUV 엠피크루져 앞에 선 이성준 GMI 대표는 “내년 봄엔 수륙양용 버스를 출시해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신개념 교통수단으로 주목받았던 수상 버스 사업은 그러나 인천·부산에 이어 서울에서도 실패를 거듭했다. 기대보다 저조한 이용 실적에, 안전성 문제까지 겹치면서 개통 자체가 무산되기도 했다. 지난 연말 서울 한강에서 재개장한 수상 택시 역시 탑승장이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과 멀리 떨어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육지와 수상을 연계한 교통사업은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부산의 한 중소기업이 5년여 연구 끝에 수륙양용 버스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제작하며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육로를 달리다가 차량에 탑승한 상태에서 바다나 강으로 바로 입수할 수 있는 수륙양용이다. 지난 8월 말 부산시 기장군 공장에서 만난 이성준(40) GMI 대표는 “환승할 필요가 없는 것이 수륙양용 차량의 큰 장점”이라며 “해양레저·관광 상품화에 새로운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내년 3월 수륙양용 버스를 출시할 계획으로, 이미 터키와 125억원 규모 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환승 필요 없어 연계 관광상품 다양


▎지난해 여름 GMI가 부산 광안리에서 진행한 수륙양용 SUV 엠피그루져 시범 운행 모습과 현재 네덜란드에서 운영 중인 관광용 수륙양용 버스. / 사진:GMI 제공
지난 7월 8일 문을 연 GMI 수륙양용차 공장은 부산 기장군 소재 명례산업공단에 약 5000㎡ 규모로 설립됐다. 1년에 수륙양용 버스 80대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첫 모델은 ‘수륙양용 버스 DKAT-AB-0001’로, 네덜란드 DAT사로부터 기술을 이전 받아 제작 중이다.

이 수륙양용 버스의 평균 속도는 수상에서 10~12노트(약 18~22㎞/h), 육상에서 100㎞/h이며 육상 최고 속도는 시속 120㎞까지 가능하다. 탑승 정원은 40명이며 출입구는 2개, 차량 지붕에 비상구 6개가 설치된다. 지상에선 볼보차의 엔진으로, 수중에서는 물을 압축해 분사하는 워터젯 엔진으로 달린다. 워터젯 엔진은 수상 운행 시 장애물이 끼일 염려가 없고, 육상 운행 시 프로펠러가 바깥에 노출되지 않아 안전하다. 2개의 워터젯 엔진은 360도 회전을 가능케 한다. 가격은 수륙양용 버스가 20억원, SUV 차량이 3억원 선이다.

이 대표는 “기존 수륙양용이라고 하면 배 바닥에 바퀴를 다는 수준이었지만 우리는 차량에 선박 기능을 접목한다”며 “세계적 인증기관 로이드선급(Lloyd’s Register)으로부터 안전성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바다에서 운행 시 풍속 초당 22m, 파고 1.5m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만약 차량에 물이 들어차면 이를 밖으로 빼내는 기능도 갖추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해군 함정을 만드는 회사, 자동차 전문 구조변경 회사와 협업하고 있으며 특수용접 전문가를 자체 기술진으로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침몰하지 않는 수상 부력유지 포밍 시스템과 수상평형유지 밸러스트 시스템 등을 적용해 안전에 최우선을 두었다”며 “우리 버스는 최대 기울기 각도가 7도 정도로 좌우 롤링(흔들림 현상)이 없는 것이 가장 큰 기술적 장점”이라고 말했다. 수륙양용 차량은 차량관리법과 선박 관련법 등을 모두 적용받으며 운전자는 두 가지 면허를 모두 소지해야 한다. 그는 “네덜란드의 원천기술을 단순화해 원가를 절감하는 방향으로 제작 중”이라며 “이미 2개의 특허를 출원했고, 현재 4가지 특허 출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상버스, 수상택시 등 육지·수상 연계 교통사업은 이미 시장에서 여러 차례 실패를 거듭한 상황. 이 대표는 “가장 주목 받았던 서울의 수상택시는 환승하는 불편 때문에 사업성이 떨어졌다”며 “우리는 수륙양용이라 환승이 필요 없고 다양한 관광 프로그램과 연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항공기나 크루즈, KTX와 연계는 물론이고 공항·한강·호텔로 이어지는 수륙양용 패키지 ‘도어 to 도어’ 상품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최근 도심 이외 관광지와 연계하는 상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이를 해결할 최적의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대학에서 관광경영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부산에서 광고회사와 복지사업회사를 창업했다. 그러던 차에 우연찮게 네덜란드에서 운영 중인 수륙양용 버스 동영상을 보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자동차 제작, 선박 건조 기술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 나라인데 수륙양용차라고 왜 못 만들겠나 싶었다고 한다. 네덜란드로 건너가 DAT사를 찾은 그는 준비해 간 거북선 사진을 내밀었다고 한다. 그는 “세계 최초의 철갑선도 우리가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흉내 낸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12월 회사를 설립하고, 2014년 네덜란드 회사와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반응은 해외에서 먼저 나왔다. 지난 2월 이스탄불 지방교통국과 버스 10대 분, 약 125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맺은 것. 이 대표는 “계약물량 10대 중 2대는 국내에서 100% 생산해서 납품하고 8대는 국내에서 49% 제조 후 터키에서 51%를 제조해 ‘메이드 인 터키’ 브랜드를 달게 된다”며 “현재 이스탄불 지자체와 버스 60대 추가 계약, 이스탄불 수상택시 운영자와 SUV 120대 수출 계약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터키는 수륙양용 버스와 SUV 차량을 관광과 대중교통용, 국방부·소방청·경찰청의 지휘관 차량으로 사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새로운 관광산업 발굴에 목마른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들의 문의가 많다고 한다. 가깝게는 내년 봄 한강에 수륙양용 버스를 띄울 계획이다. GMI는 지난 9월 25일 한강변에서 유람선 사업을 하고 있는 바른경제협동조합과 업무협약식을 가졌다. 내년 봄 수륙양용차의 한강 출항을 위해 구체적인 협의를 시작한 것이다.

해상구조 등 수륙양용 기능 극대화 목표

이 대표는 수륙양용 버스로 비즈니스의 ‘실탄’을 만들어 해상구조용·군용 등의 수륙양용 SUV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네덜란드로부터 들여온 수륙양용 SUV 엠피크루져는 에버랜드 스페셜 투어에 운행되고 있는 차량과 동일한 모델로, 수상과 오프로드에서도 뛰어난 성능과 내구성을 갖추고 있다. 탑승 인원은 7명으로 육상에서 최대 180㎞/h, 수상에서 20노트(37㎞/h)로 달릴 수 있다.

그는 “몇 해 전 부산에 큰 비가 와서 한 고등학교 건물 1층이 완전히 물에 잠기는 일이 있었다”며 “우리가 좀 더 빨리 수륙양용 차량을 개발했다면 헬기나 고무보트보다 더 빠르게 더 많은 인원을 대피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출발은 네덜란드의 기술력을 빌렸지만 이후 GMI만의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해 다양한 관광·레저 차량과 기능성 수륙양용차를 만들 것”이라며 “인도네시아·필리핀·베트남 등 강과 섬이 많은 나라로의 수출 상품으로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GMI가 생산하는 첫 수륙양용 버스는 2018년 봄쯤이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11월이면 차체가 완성되고 여기에 수륙양용 시스템과 전기장치를 마무리하면 1월엔 완제품이 나온다”며 “차체 테스트 등을 통해 3월에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 부산=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사진 최재승 프리랜서

201711호 (2017.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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