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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가구 매장, 개리 프리드먼의 전략은 성공할까? 

 

Samantha Sharf 포브스 기자
2017년 레스토레이션 하드웨어(RH)는 깊은 침체에 빠졌다. 신규 가구 라인이 실패하면서 주문 및 지점 영업권이 취소됐고, 이는 수백만 달러의 손실로 이어졌다. 같은 해 2월, 주가는 2015년 11월 고점에서 77% 하락한 24달러로 미끄러져 내렸다. 2년이 지난 지금, 프리드먼은 구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가구 공급업체 이미지를 버리고, 화려한 홈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RH를 변화시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캘리포니아주 코르테마데라에 자리 잡은 가구 체인점 RH 본사에서 개리 프리드먼(Gary Friedman, 61) CEO를 만났다. RH의 2018 회계연도 3분기 수익은 전 년 대비 70% 상승한 2240만 달러다. 저점에서 5배 상승한 주가는 2018년 증시를 120달러에 마감했다. 전 세계 주가가 폭락하는 동안 ‘나홀로 강세’를 이어간 것이다. RH 주식을 매도하지 않고 버틴 투자자들은 흡족한 보상을 받았다. 프리드먼이 보유한 지분 10%의 가치는 2억8000만 달러로 늘어났다. 주어진 옵션을 행사하면 그의 지분은 27%까지 올라간다. 맨해튼에서도 유행을 선도하는 미트패킹 디스트릭트의 RH 매장을 보면, 메가톤급 신규 매장(8361㎡)이 소매유통의 미래를 대변한다는 그의 주장에 힘이 실린다.

프리드먼이 교묘한 재무 술책으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고 성장전략의 결함을 감춘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매장에 물건을 가져다 놓으면 되는 복잡할 것 하나 없는 사업인데 아주 복잡한 재무구조를 만들어 놨다”고 2014년부터 RH 재무 상황을 연구해온 포렌직 리서치 그룹의 경영자 토드 페르난데스는 말한다.

회사는 2017년 2월부터 7월까지 10억 달러의 차입금으로 자사주(회사 지분 50%)를 환매했다. 2018년 6월 164달러로 최고가를 기록했던 주가가 10월부터 시들해지자 RH 이사회는 다시 7억 달러어치의 주식 환매를 승인했다. 프리드먼에게 주어진 혜택도 의심의 눈초리를 사고 있다. 2017년 5월 대규모 환매를 발표하기 이틀 전 이사회는 프리드먼에게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주가가 100달러, 125달러, 150달러에 도달하면 지정된 시점에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회사 주식 100만 달러어치를 매입할 수 있는 보수 혜택을 승인했다.

매장 관리에서 두각

프리드먼은 월스트리트가 그를 오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자신이 다른 상장기업 CEO와 전혀 다른 배경을 가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의 말이 맞긴 하다. 5살 때 아버지를 여읜 그는 편모 가정에서 복지수당을 받으며 자랐다. 정신분열증과 조울증으로 투병하던 어머니는 어렵게 그를 키웠다. 가족은 그가 18살이 될 때까지 무려 16번이나 이사를 했다. 대부분 캘리포니아 내에서였다. 그는 “가구를 가져본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그래도 하나만은 생생히 기억난다. 어머니가 시트지로 꾸민 커피 테이블이다. 평점 D를 받았던 산타로사 주니어 칼리지를 중퇴한 그는 패션 브랜드 갭(Gap)에서 시급 2.10달러를 받으며 매대 정리를 했다.

착실히 일하다 매장 관리인으로 승진한 그는 갭 브랜드 리뉴얼을 진행하던 리테일 전문가 밀라드 ‘미키’ 드렉슬러의 인정을 받았다. “대다수의 사람은 회사 사장과 이야기를 할 때면 말조심을 하죠.” 드렉슬러는 말을 이어갔다. “개리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요.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말했죠. 그게 저에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친구가 된 두 사람은 지금도 정기적으로 만난다고 한다.

27살이 됐을 때, 프리드먼은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총괄 매니저가 되어 63개 지점을 감독했다. 인생이 이보다 좋을 순 없다며 만족스럽게 살아가던 그는 1988년 북부로 와서 주방용품 브랜드 윌리엄스-소노마 운영을 담당하지 않겠냐는 헤드헌터의 제안을 받았다. 윌리엄스-소노마는 월급 두 배 인상과 함께 포르쉐를 살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자동차 수당을 지급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꿈을 모두 이룬 셈이죠.” 그는 윌리엄스-소노마에서 사장 자리에 올랐다.

2001년, 회사가 다른 사람을 CEO로 임명하자 프리드먼은 윌리엄스-소노마를 떠나 레스토레이션 하드웨어로 갔다. 1979년 스테판 고든이 설립한 회사다. 고든은 아내와 함께 매입한 캘리포니아주 유레카에 있는 빅토리아식 저택을 리모델링하면서 오래된 집을 수선하려는 사람들에게 특수 디자인의 경첩과 문 손잡이 등 인테리어 용품을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회사는 전국에 100여 개 매장을 둔 만물상으로 성장했다. 매장에서는 19세기 후반 미션 스타일 가구부터 그림 그리는 장난감 에치어스케치(Etch a Sketch) 초소형 버전까지 베이비붐 세대가 특히 좋아하는 독특한 인테리어 용품을 판매했다. 프리드먼이 RH에 합류할 무렵, 뉴욕 증시에서 거래되던 상장사 RH의 시가총액은 2000만 달러밖에 되지 않았고 채무 비율도 높았다. 손실이 계속되는 출혈 상태였지만, 회사는 계속 신규 매장을 열고 있었다.

프리드먼은 재고를 재정비하고 컨템퍼러리 스타일의 가구와 조명, 침구류에 집중했다. 입지가 좋은 매장과 실적이 좋았던 가구 사업을 잘 활용하면 브랜드를 지켜낼 수 있다고 믿었지만, 생각보다 힘들었다. 결국 프리드먼은 (자신이 저축한 돈 대부분을 포함한) 5900만 달러를 투입해 간신히 파산을 피했다. 2008년부터는 코네티컷주 그린위치에 본사를 둔 사모투자사 캐터튼 파트너스와 손잡고 1억7500만 달러를 들여 회사를 비상장 기업으로 전환했다.

초대형 매장으로 매출 견인

9월에 문을 연 맨해튼의 초특급 대형 매장은 RH를 지지하는 사람이나 비판하는 사람 모두에게 프리드먼이 RH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확실히 보여준다. 6층짜리 매장은 뉴욕시 플랫아이언 지구에 있던 이전 매장보다 면적이 3배나 넓다. 중앙 아트리움에서는 모든 층을 차례로 살펴볼 수 있고, 프리드먼이 집착하는 대칭 구조를 확실히 눈에 담을 수 있다. 1층 좌우 양쪽에 같은 모양의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줄지어 달려 있고, 샹들리에 아래에는 18세기 스타일로 만든 2㎡ 높이의 항아리와 다크 그레이 벨벳을 씌운 소파가 대칭 구조로 나란히 놓여 있다.

루프탑으로 올라가면 100석 규모 레스토랑이 나온다. 대리석 식탁이 놓인 공간을 플라타너스 나무와 일본 회양목 울타리, 더 많은 샹들리에가 화려하게 꾸미고 있다. 레스토랑에서는 가자미 요리(68달러)와 RH 버거(24달러) 등 RH 호스피탈리티의 사장이자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햄버거’로 뽑힌 시카고 오셰발(Au Cheval) 버거의 창시자 브렌던 소디코프 셰프가 직접 만든 메뉴를 제공한다. 가구 매장 안에 5번째로 문을 연 이 레스토랑은 날로 성장해가는 호스피탈리티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프리드먼은 이들 레스토랑이 RH 라이프스타일을 고객 사이에서 전파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믿는다.

“제품 개발·판매에서 콘셉트를 제시하고 공간을 판매하는 사업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나파밸리에 있는 RH 욘빌 매장이 좋은 예다. 836㎡ 면적의 이 매장은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 카페와 석재로 만든 와인 테이스팅 셀러, 가구 쇼룸 2개가 들어서 있다. 내년에는 뉴욕 매장 바로 옆 골목에 RH 호텔 1호점도 문을 열 예정이다. 프리드먼은 뉴욕 레스토랑의 연간 잠정 매출이 1000만 달러에 달한다고 말했다.

매출 신장을 위해 매장 크기를 대폭 확장하는 전략은 윌리엄스-소노마에서부터 시작됐다. 명성이 자자한 런던 해로즈 백화점 식품관에서 영감을 받은 그는 매장 크기를 232㎡에서 464㎡로 늘리고 중앙에 주방을 넣었다. 그러자 매출이 두 배로 증가했다.

요즘 프리드먼은 대형 ‘갤러리’ 매장을 활용해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18년 6월 주주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그는 보유한 매장을 대대적으로 혁신하면 기업 수익률이 2%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 거래 때문에 위축됐을 때도 프리드먼은 가구 브랜드가 온라인 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 “부자연스럽다”고 주장했다. RH 매장 평균 면적이 1579㎡에 달하는 만큼, 더 많은 재고를 전시하면서 단위면적당 비용은 이보다 절반밖에 되지 않는 쇼핑몰 내 매장보다 낮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마음과 감각을 자극하고 감탄을 자아내는 제품을 볼 수 없다면 매장에 굳이 왜 갑니까? 92㎡ 매장에서는 이런 감동이 불가능하죠.” RH 맨해튼 매장을 소유한 자산개발사 오로라 캐피털 어소시에이츠의 사업총괄 자레드 엡스타인은 말했다.

그러나 프리드먼이 실패한 것도 많다. 일례로, 2013년 뉴욕 아트 갤러리는 결국 규모를 확장하지 못했고, 신진 음악가를 홍보하고 키우는 프로젝트는 중단됐다. 럭셔리 패션 라인도 무한 보류 중이다.

매년 10개 이상 갤러리를 여는 것이 회사 계획이지만, 2018년에는 4개 매장만 문을 열었다. 비용이 많이 드는 계절 할인을 없애기 위해 구매당 25% 할인 혜택을 주는 3년 멤버십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아직도 1월이면 온라인과 매장에서 최대 70% 할인을 진행한다.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경험을 강조하고 있지만, RH 재고 판매 중 42%는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온라인이 차지하고 있다.

기업평가 사이트 글래스도어에 따르면, RH는 사이비 종교집단 수준으로 리더의 말을 무조건 따르는 기업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리더들은 충동적으로 지시를 내리고 부하 직원을 편애한다. “우리는 개리 프리드먼을 주군처럼 따르며 복종한다. 그가 지시를 내리면 직원들은 머리가 잘린 채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뛰어가는 닭처럼 내달린다.” 한 직원이 2018년 1월에 남긴 글이다.

“마인드가 약한 사람은 우리 회사와 맞지 않다. 우리는 세계 최고가 되려 한다”고 프리드먼은 대꾸한다. RH의 모든 직원은 “회사는 일터가 아니다. 삶이다”, “속도 제한은 믿지 말라. 속도만이 경쟁자들을 무찌를 수 있다” 등 기업 강령을 적은 묵직한 회색 종이 2장을 받는다.

사적인 자리에서 만난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프리드먼의 인격적 결함이 결국 기업 실적에 흠집을 낼 수도 있다고 걱정하면서 그가 없다면 RH란 기업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프리드먼은 2012년 RH가 다시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을 때, 30살이나 어린 직원과 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공동 CEO 자리로 밀려난 적이 있다. 프리드먼은 회사를 떠난 직원과 상호 합의에 따라 관계를 이어갔으며, 화가 난 그녀의 전 남편이 회사 IPO를 앞두고 나쁜 소문을 퍼뜨려 기업 이미지를 손상시키려 했다고 해명했다. 이 사태로 일시적으로나마 총수직을 포기한 그는 9개월 뒤 복귀했다. 공동 CEO였던 카를로스 알버리니가 2014년 럭키 브랜드 CEO로 이직하면서 RH 이사회 임원으로만 이름을 남긴 덕분에 프리드먼은 다시 단독 CEO 자리를 되찾았다.

지금 RH의 매출은 견조하고 증시 침체기에도 주가는 선방 중이다. 어쨌든 프리드먼의 공이 분명하다. “개리 프리드먼이 실패하는 데 돈을 걸었던 많은 사람이 거액을 잃었다”고 루프 캐피털 마켓의 애널리스트 안소니 추쿰바는 말했다. “개리가 버스에 치이기라도 하면, 주식은 바로 팔아라.”

- Samantha Sharf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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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호 (2019.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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