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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POWER YOUTUBERS 30] '피플_코미디' 부문 19위 조재원 

구독자 120만 파워 자랑하는 개그 유튜버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파워가 실감 난다. TV 공채 개그맨보다 개그 유튜버의 인기가 더 대단한 세상이다. 개그 영상을 올리는 일반인 크리에이터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구독자 100만 명이 넘는 스타가 됐다. 유튜버에서 개그맨으로 자리 잡아가는 조재원씨가 대표적이다.

▎조재원은 “앞으로 온라인에서 활동할 개그맨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며 “발 빠르게 독특한 콘텐트를 만드는 성실함을 경쟁 무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TV 파워가 예전만 못하다. 많은 개그 프로그램이 인기가 시들어 폐지됐다. 과거 개그맨이라 불렸던 이들도 개그 프로그램보다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 사이 뉴미디어인 유튜브에서 개그 스타가 탄생하고 있다. 이들은 유튜브에 개그 영상을 올리는 일반인 크리에이터로 시작했고, 지금은 유튜브뿐만 아니라 TV 방송, 코미디 공연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유튜버 조재원(26)도 대표적인 일반인 유튜브 크리에이터 중 한 명이었다. 2016년 유튜브를 처음 접한 그는 어느새 구독자 120만 명을 자랑하는 유명 유튜버이자 개그맨으로 활약 중이다.

그는 다양한 개그 콘텐트를 유튜브에 올렸다. ‘몰래카메라’, ‘죽음의 ASMR’, ‘상황극에 중독된 여동생’ 등이 크게 인기를 끌었다. 모두 그가 직접 기획하고 편집까지 한 콘텐트다. 특히 독특함과 리얼리티를 결합한 ‘죽음의 ASMR’이 누리꾼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잠자리에 든 가족 바로 앞에서 소리가 크게 나는 음식을 먹으면서 반응 하나하나를 살피는 영상이다. 방송 수위는 TV보다 훨씬 높다. 욕설이나 비속어를 그대로 전달한다. 플랫폼 특성상 방송 형식에 얽매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리얼리티에 매력을 느끼는 누리꾼들을 저격한 셈이다.

이제 그의 무대는 유튜브만이 아니다. 지난 8월 8일 서울 마포구 KT&G 상상마당에서 시작된 ‘2019 코미디위크 인 홍대 프리뷰쇼-릴레이 코미디위크’의 첫 번째 주자로 나섰다. 이날 조재원은 개그 크리에이터 5팀과 함께 성대모사, 몸 개그 등을 선보이며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SBS가 연 모바일 채널 SBS모비딕에서 ‘조재원의 색다른 체험기’란 프로그램에도 출연 중이다. 이곳에서도 모든 종류의 색다른 체험을 한다. 알라딘의 지니로 변신해 소원을 이뤄주거나 70대 노인으로 분장해 실제 어머니 음식점에 가서 진상을 부리는 내용 등 TV 매체에서는 접할 수 없는 리얼리티가 담겨 있다. 지난 8월 1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스튜디오에서 조재원을 만나 그의 유튜버 활동기를 들어봤다.

그는 개그맨 지망생이었다. 조씨는 “극단 생활도 2~3년 했고, 방송사 개그맨 공채 시험에도 도전하는 등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며 “제도권(지상파 방송사)으로 들어가진 못했지만, 항상 아이디어가 머릿속을 맴돌았다”고 했다. 그만큼 개그맨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 컸다. 하지만 그의 형편이 썩 좋진 않았다.

그는 “몇 년 전만 해도 무일푼이었다. 군 제대 후 겁 없이 시작했던 사업이 망해 빚만 수천만원 떠안았다”며 “개그맨의 꿈을 잠시 접고, 공사장 막노동,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다”고 했다. 그렇다고 개그맨의 꿈을 버리진 않았다. 그는 개그 공연을 할 수 있는 극단을 찾아다니며 허드렛일을 도맡아 했다. 조씨는 “처음 들어간 극단에서는 6개월 동안 임금도 못 받고 화장실 청소만 했다”며 “돈이 없어 길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줍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기회도 일터에서 찾았다. 일용직 건설 노동자로 일했던 인천공항 공사 현장에서 찍은 영상이 크리에이터로 데뷔하는 기회가 됐다. 그곳에서 만난 길고양이가 눈에 띄어 스마트폰 영상으로 담아 콘텐트로 만든 게 주효했다. 그가 고양이를 보면서 ‘귀엽다’고 하자 옆에 있던 공사장 아저씨가 핀잔 주듯 머리를 때리는 영상이었다. 간단한 영상이었지만, 페이스북에 올리자 순식간에 ‘좋아요’가 8000개를 넘어섰다. 그는 “영상의 힘을 실감한 순간이었다”며 “동시에 꼭 개그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곳이 무대나 방송사가 아니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회수 1000만 건 기록한 ‘상황극에 중독된 여동생’


▎서울 서교동 KT&G상상마당에서 ‘인싸티비’ 그룹 핵인싸 개그맨 심문규, 이상은, 조재원, 박성호(왼쪽부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2016년 본격적인 유튜버로 나서게 된다. 그는 1인 콘텐트 기획자였다. 기획, 영상 촬영, 편집 등 모든 작업을 혼자 했다. 당시를 소회하던 조씨는 “억지로 한 게 아니었다. 개그맨의 꿈을 가지고 있던 찰라, 유튜브는 내게 새로운 무대가 됐다”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시간을 쪼개고 쪼개 메모했던 개그 아이디어를 영상으로 만드는 재미에 푹 빠졌다”고 되돌아봤다.

그렇게 만든 작품이 ‘몰래카메라 상황극’ 등 리얼리티를 살린 시리즈다. 친남매처럼 지내는 김유이와 찍은 ‘상황극에 중독된 여동생’도 조회수 1000만 건을 넘기는 등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죽음의 ASMR’은 그를 ‘120만 구독자’ 파워를 지닌 개그 유튜버로 자리 잡는데 기여했다. 전문 소속사와 손잡으면서 콘텐트의 가지 수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조씨는 “유튜브에 올리는 영상을 혼자 작업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며 “하지만 와우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하면서 콘텐트 제작이 체계화됐고, 콘텐트를 풀어낼 플랫폼도 다양하게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콘텐트를 다양화할 생각에 당장 해외 진출할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중국 내 동영상 플랫폼에서 소위 대박을 쳤고, 억 단위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 덕분에 지난해 김유이와 함께 중국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의 왕훙(온라인 인플루언서) 페스티벌에서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이제 그는 한국, 중국, 대만, 호주 등 다양한 지역에서 유튜브 이익을 거두는 글로벌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자리 잡았다.


▎중국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SNS) 웨이보의 왕훙(온라인 인플루언서) 페스티벌에서 신인상을 받은 조재원과 김유이 (오른쪽).
인기에 따라붙는 게 돈이다. 최근 6살 보람양이 출연하는 유튜브 채널 ‘보람튜브’가 연수익 400억원을 거둔다는 얘기가 전해지자 유튜버 수익에 이목이 쏠렸다. 너도나도 유튜버가 되겠다며 동영상 콘텐트 제작에 열을 올리는 ‘유튜버 신드롬’까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조씨의 생각은 좀 달랐다. 그는 “남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엄청난(?) 이익을 거두는 건 아니다”라며 “유튜브 활동과 더불어 다양한 오프라인 행사를 뛰는 중이고, 유튜버 활동 수익도 매달 일정하지 않았다. 나라별 구독자에 따른 수익도 다르고 생각보다 복잡하다”고 했다.

그는 수익 얘기보다 왜 유튜버가 됐는지를 얘기하고 싶어 했다. 요새 돈만 보고 유튜버로 뛰어드는 이가 많은데 ‘하고 싶은 일’을 담는 게 아니라면 절대 권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당부였다. 조씨는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메모하고 기획해 영상을 만들고, 편집하는 작업까지 온전히 내 몫이다”며 “단순히 돈 때문이라면 못 했을 것이고, 개그를 하고 싶다는 열망이 그만큼 컸다는 방증이 아니었나 싶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콘텐트 제작이 고되다는 고백이다. 물론 그가 유튜브를 콕 짚어 선택한 건 단순히 돈 때문이 아니다. 방송이나 무대처럼 기획 단계부터 정해진 틀을 완전히 깰 수 있어서다. 정형화된 틀로는 색다른 아이디어를 낼 수 없다는 평소 지론에 따라 전문 소속사가 있어도 기획 회의를 정례화하는 걸 피한다.

조씨는 “회사원같이 사무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면 어떻게 개그 영상이 색다를 수 있겠냐”며 “자다가도, 개그계 선배를 만날 때도, 시도 때도 없이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메모하고 전화로 기획 회의를 한다. 당장 그날 영상을 촬영해 편집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했다. 그래도 나름 기한은 정한다. 방송 콘텐트와 연계돼 있다면 최종 송출까지 2주라는 시간을 두는 것. 그 이상을 넘기지 않으려고 한다. 회의부터 제작까지 너무 늘어지면 최신 트렌드와 멀어지고, 구독자 취향을 맞출 수 없다는 것이다.

자유롭게 콘텐트를 만들 수 있지만, 그도 인터넷, 모바일 댓글 파워를 피할 수 없다. 구독자수가 많은 유튜버라면 누구나 악플(인터넷 악성 댓글), 선플(호의적인 댓글)이 끊임없이 달리는 걸 매일 보게 된다. 그는 이를 어떻게 생각할까. 조씨는 “처음엔 악플 때문에 고생도 많이 했지만, 댓글이 달리는 것 자체가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며 “무플(댓글이 없는 것)이 제일 무섭다. 악플은 콘텐트 방향을 수정하는 데 도움이 되고, 아이디어를 직접 주거나 기획까지 해주는 선플도 많다”고 말했다.

조씨는 오프라인 무대를 향한 열망도 갖고 있었다. 그는 최근 무대에 섰던 경험을 들려줬다. 지난 7월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고, ‘코미디스쿨어택’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부산 예문여자고등학교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조씨는 “말이 구독자 120만 명이지 내가 눈으로 본 적이 없었기에 현장 무대에선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라며 “하지만 이날 무대에서 반응이 폭발적이었고, 개그맨으로서 더 열심히 아이디어를 내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언제나 그렇듯 인기는 한순간에 사그러들 수 있다. 조씨는 인터뷰를 마치며 이렇게 답했다. “유튜버보다 개그맨으로 남고 싶습니다. 한편으론 무섭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야 개그맨으로서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습니다. 김기리 선배, 윤형빈 선배 등이 ‘떳떳하게 개그맨이라고 밝혀라’라는 조언에도 힘을 얻었죠. 지상파 3사 공채가 아니어도 개그맨이라 자부할 수 있는 자신감 말입니다. 제겐 매주 2개 이상 꾸준히 콘텐트를 올릴 성실함이 몸에 배어 있습니다. 미디어 환경이 아무리 변해도 개그가 사라질 일은 없다는 확신도 있습니다. 개그 노하우가 더 쌓이면 풍자 개그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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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호 (2019.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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