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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스 카우프만 라이카 카메라 회장 

“라이카를 산다는 건 사진의 역사를 창조하는 것” 

100년 전통의 라이카 카메라가 서울 청담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를 반영한 단독 매장으로 국내 카메라 애호가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가겠다는 전략이다. ‘라이카 스토어 청담’ 오픈을 축하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안드레아스 카우프만 회장을 만나 매장을 열게 된 배경과 카메라 산업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아날로그 감성을 살린 한정판 디지털 카메라로 위기에 놓인 라이카를 기사회생시킨 안드레아스 카우프만 회장.
독일의 명품 카메라 브랜드 라이카가 서울 청담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카메라 렌즈를 모티브로 한 실내 디자인이 인상적인 ‘라이카 스토어 청담’은 방문 고객들이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를 매장 곳곳에서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연출했다. 또 전 세계 최초로 매장 안에 공식 서비스 센터를 운영하고, 다양한 예술 작품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개최해 고객들과 접점을 넓혀나갈 예정이다.

지난 7월 단독 매장 오픈을 기념해 방한한 안드레아스 카우프만 라이카 카메라 회장은 “이번에 새롭게 문을 연 청담동 매장이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고객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며 “이를 위해 앞으로 국내 작가들과 다양한 협업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라이카 카메라가 서울 청담동에 단독 매장을 열었다. 브랜드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우선 기존 매장보다 한 단계 진화된 콘셉트의 매장을 한국 고객들에게 선보이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는 이번 청담동 매장에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적인 요소와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센터적 요소를 함께 적용했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360도 원스톱, 즉 카메라와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한 장소에서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 라이카 스토어 청담은 이런 복합적인 콘셉트가 적용된 첫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로서 의미가 크다.


라이카 스토어 청담의 특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무엇보다 이곳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 먼저 매장에 들어서면 라이카 렌즈의 모습을 본뜬 실버 메탈 느낌의 카운터 바가 눈에 들어온다. 전 세계 매장 중 청담 매장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독일 본사에 있는 ‘라이츠 파크(Leitz Park)’를 형상화한 것이다. 앞으로 고객 상담은 물론 카페로도 운영할 예정이다. 또 하나 청담 매장이 다른 매장과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전 세계 최초로 매장 내에 공식 서비스 센터가 함께 운영된다는 점이다. 고객들이 더욱 빠르고 간편하게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주목할 만하다.

이번 매장 오픈을 보면서 라이카 카메라가 한국 소비자들에게 큰 공을 들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라이카 카메라에서 한국 시장의 위상 및 중요도는 어느 정도인가?

한국 고객은 하이엔드 브랜드에 이해도가 높다. 특히 독일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매우 흥미로운 하이엔드 시장이다. 우리는 한국이 많은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일본에 이어 동남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한국 시장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이곳에서 성공하기 위해 앞으로 더욱 노력할 계획이다.

향후 청담 매장을 어떤 방향으로 운영해나갈 계획인지 밝혀달라.

앞으로 라이카 스토어 청담은 다양한 활동으로 고객과 접점을 넓혀갈 계획이다. 고객과 소통하기 위해 카메라와 사진뿐만 아니라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다양한 예술 전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나갈 예정이다. 나는 이곳이 단순히 카메라만 보러 오는 장소가 아니라 누구든 편안하게 방문해 예술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브랜드 철학 반영한 매장으로 고객 접점 확대


▎클래식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라이카 CL 바우하우스 100주년 에디션’.
2006년 라이카 카메라 회장에 취임한 안드레아스 카우프만은 일본 카메라의 공세에 밀려 부도 직전까지 몰린 라이카를 기사회생하게 한 주역이다. 아날로그 감성을 살린 한정판 디지털 카메라로 전 세계에 마니아를 양산하며 ‘라이카의 아버지’라 불리는 카우프만 회장은 라이카의 첫 번째 디지털 M 카메라를 출시했고, 전 세계에 라이카 스토어 콘셉트를 정립했다. 2014년에는 독일 광학도시이자 라이카의 고향인 베츨라어(Wetzlar)에 ‘라이츠 파크’라는 복합단지를 설립했다. 라이카 카메라 본사이자 공장이 함께 자리한 이곳은 전 세계 라이카 마니아들이 찾는 카메라의 성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2006년 회장 취임 이후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라이카 카메라는 어떤 브랜드인가?

라이카는 사진의 역사를 창조하는 브랜드다. 대표적인 사례가 1971년 출시된 라이카 M5다. 전 세계 최초로 촬영용 렌즈로 선택적 라이트 측량이 가능한 RF(Range Finder) 카메라였다. 2009년에는 APS-C(Advanced Photo System type-C) 디지털 센서를 탑재한 라이카 X1, 디지털 중형 시스템 카메라인 라이카 S2도 선보였다. 모두 다른 경쟁업체가 하지 않던 것이었다. 이처럼 우리는 미래의 신기술, 즉 라이카의 역사에서 배운 노하우에 입각한 신기술을 진지하게 찾고 있다. 이것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독창성이다.


▎카메라 렌즈를 모티브로 한 실내 디자인이 인상적인 ‘라이카 스토어 청담’.
전 세계 카메라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라이카만의 매력이라면 어떤 것을 꼽을 수 있나?

카메라와 사진에 관한 지식이 좀 있는 사람이라면 ‘라이카 제품을 사는 것은 사진의 역사를 사는 것’이란 문구에 동의할 것이다. 왜냐하면 사진의 역사는 1914년 오스카 바르낙이 선보인 ‘우르라이카(Ur-Leica)’ 혹은 1925년 출시된 라이카 제품과 함께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진에 관심이 많은 고객들은 라이카가 광학 분야에서 매우 탁월한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들은 라이카 제품으로 고급스러운 사진을 찍는 것을 즐긴다. 라이카 카메라의 또 다른 매력은 디자인에서 찾을 수 있다. 독일식 산업디자인의 핵심은 ‘형태는 기능을 따르는 것’이다. 이 디자인 방식으로 언제나 라이카를 바로 구별할 수 있다. 포르쉐 911이 언제나 포르쉐 911인 것과 같은 이치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시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지켜야 하는 가치들도 존재한다. 라이카 카메라의 100년 역사를 관통하는 DNA는 무엇인가?

모든 카메라는 빛을 포착해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 사진이기 때문이다. 빛을 제대로 포착한다는 것은 광학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에서는 언제나 이것이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는 카메라의 내부 처리장치가 빛의 결합을 인식할 수 있도록 어떻게 올바른 면적과 형태로 센서에 빛을 전달하느냐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광학적 전자장치라고 부르는데 빛과 정보 혹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에서 중요한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다. 왜냐하면 둘 다 빛을 포착해 올바른 매개체에 넣은 다음, 그 매개체에서 사진으로 꺼낼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덧붙이자면 우리는 25년 전인 1994년에 이미 디지털 부서를 세웠고, 라이카의 첫 번째 디지털 카메라는 1996년에 나왔다. 또 우리는 2006년부터 스마트폰이라고 불리는 것을 연구해왔고 2016년에 라이카의 광학기술이 적용된 첫 번째 스마트폰이 시장에 나왔다. 이는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가 빛을 제대로 포착하던 경험에 입각한 결과물이다.

스마트폰이 카메라를 대체하는 시대다. 글로벌 카메라 시장의 전망이 썩 밝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고객 중 80%는 카메라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머지 10~20% 고객은 더 많은 사진 기능을 원한다. 그래서 기술적으로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빛을 포착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시스템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애플이 아이폰으로 멋진 광고사진을 보여주지만 그것은 대부분 가짜다. 왜냐하면 그 광고 하단을 보면 그들은 언제나 디지털적으로 재구성한다고 적어놓기 때문이다. 고급화된 사진을 찍으려면 세부 기능들을 고려해야만 하고 결국 카메라가 필요하다. 달리 말하면 카메라 산업에 미래가 있다는 뜻이다.

위기의 라이카를 성공 궤도에 올려놓은 당신의 비결이 궁금하다.

우리의 성공 전략은 언제나 똑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들에게 직접적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전 세계에 라이카 매장을 오픈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날의 콘셉트를 갖춘 첫 번째 라이카 매장은 2006년 일본 도쿄의 긴자에서 첫 선을 보였다. 그때부터 우리는 고객에게 직접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유통 과정을 인수하고 리테일을 시작했다. 사실 이 전략을 위해 우리는 에르메스 마케팅팀의 도움을 받았다. 에르메스가 2000년부터 2006년까지 라이카의 주주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014년까지 에르메스의 CEO를 지낸 패트릭 토머스는 아직도 우리의 이사회 임원 중 한 명이다.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카메라는 어떤 의미인가?

나에게 카메라는 개인적인 일기와 같다. 나는 매일 사진을 찍고 컴퓨터에서 그것들을 정리한다. 사진은 시간을 문서화하고 포착하는 것을 의미한다. 때때로 사진은 느낌을 저장하는 도구가 되기도 하고, 예술이 될 수도 있는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도 있다. “처음 찍은 1만 개 사진은 어쨌든 별로다.” 아날로그 시대부터 전해져온 말이다.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사람들은 사진을 과거보다 수백 배 이상 찍지만, 처음에 찍은 100만 개 사진은 어쨌든 별로일 것이다.(웃음)

-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201909호 (2019.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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