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똑똑한 소비자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는 시대 

 

요즘 들어 한 번 맛보고 빠져나오지 못하는 게 하나 생겼다. 이것 때문에 밤에 잠까지 줄이고 있는데 바로 유튜브다. 텔레비전도 있고 IPTV나 넷플렉스도 있지만 유튜브의 매력과는 비교할 수 없다.
내가 유튜브에서 탐닉하는 콘텐트를 열거해보면 조금 생뚱맞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무사 중 한 명인 고려의 척준경을 알게 해준 역사물, 디자이너로 유명한 톰 포드가 멋진 영화감독이기도 하다는 걸 보여준 영화 소개, 세계에서 가장 위력적인 폭격기 B-2의 전신인 YB-49가 얼마나 멋진 상상력을 통해 만들어진 전익기(꼬리날개 없이 날개와 동체가 일체화된 기체)인지 또는 아기 보더콜리 쏠라와 유기견 앙금이의 소소하지만 행복한 견주 라이프까지.

기존 매체들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평균적인 취향을 고려해서 만든다면 유튜브 영상들은 지극히 마니아적인 소수의 취향을 타깃으로 한다. 방송국들이 몇 개의 한정된 채널에 정해진 양의 콘텐트를 방송국에 소속된 기획자 혹은 방송국이 선정한 일부 외부 스튜디오의 제작물로 채워나가는 시스템인데 반해 유튜브는 누구나 자신의 영상을 임의대로 제작해서 올릴 수 있다. 이는 전 세계 시청자들의 입맛에 따라 선택되고 소비된다. 기존 매체의 제작물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막대한 제작 비용이 들지만 유튜버는 스마트폰과 PC만으로도 영상물을 제작할 정도로 진입 문턱이 낮기 때문이다.

기존 매체들이 소비자들에게 수동적인 소비를 강요한다면 유튜브는 소비자들이 콘텐트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시청함으로써 수많은 제작자 중 누가 골드 버튼을 받는지 결정한다. 방송은 이제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가 절대적으로 우위에 서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이렇게 진화한 소비자들은 생산자가 되기도 한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콘텐트를 찾아 헤매다가 없으면 스스로 제작자가 된다.

또 SNS에서 인플루언서가 만들어지는 방식과 맞물리면서 참여자들이 콘텐트 생산자와 이를 홍보할 채널을 동시에 갖게 되는, 소위 모든 생태계에서 가장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

유튜브로 인해 촉발된 생태계는 사실 모든 영역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패션 분야에서는 동대문을 기반으로 하는 인플루언서들이 자신의 브랜드(대표적으로 ‘스타일난다’)를 만들어낸 지 오래다. 화장품 역시 시장 판도가 브랜드숍에서 올리브영 같은 편집숍으로 옮겨 갔다. 이제는 SNS를 기반으로 한 각종 스몰 브랜드들이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다. 식품 시장의 경우, 최근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는 마켓컬리가 이러한 콘텐트를 기반으로 했기에 기존 대기업 계열 유통회사들을 능가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었다. 앞으로의 시장은 누가 어떤 플랫폼을 가지고 어떤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는지의 싸움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 손창현 OTD 대표





202001호 (2019.12.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