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가장 한국적인 것이 통하는 시대 

 

창업으로 인생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늘고 있고,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은 생각보다 크다.
한국은 인구 5000만 명의 작은 나라다. 만국 공통어인 영어권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간 한국은 서비스업은 내수 중심, 제조업은 수출이라는 개념이 강한 나라였다. 서비스업의 글로벌화라는 것은 감히 생각지도 못하고 고도성장기에는 제조업 기반의 수출 강국을 목표로 지금의 모습을 만들어왔다.

그런데 닷컴열풍, 모바일 시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다수의 스타트업은 기존 재벌기업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글로벌화를 이뤄내고 있다. 한국형 아이돌 기획사 모델을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게 만든 BTS의 하이브(구 빅히트), 온라인게임 종주국으로서의 역량을 바탕으로 미국 본토에 해당하는 스팀에서의 얼리액세스를 기반으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모바일게임 IP인 배틀그라운드의 크래프톤, 순수 기업용 SaaS(Software-as-a-service)와 관련하여 한국 창업팀이 미국 시장에서 투자를 받고 미국 내 클라이언트들을 공략하면서 성공을 만들어낸 센드버드 등은 삼성과 현대가 만들어낸 제조 기반의 수출업이 아닌, 가장 한국적인 모델로 세계적인 호응을 얻어내는 방식으로 글로벌 기업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그 배경에는 온라인, 모바일, 디지털화가 있다. 유튜브 플랫폼 하나로 한국의 아이돌들도 글로벌 팬들을 만날 수 있다. 스팀 플랫폼 하나로 한국의 게임 개발사가 전 세계 사용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 넷플릭스 플랫폼 하나로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가 전 세계 사용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 이런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이젠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또 다른 시대적 변곡점에 서 있다.

따라서 한국의 미래 세대들은 정말로 큰 기회의 창 앞에 서 있다. 한 축으로는 저성장 국면에 팍팍해지는 일상, 공무원 시험에 수백만 명이 지원하고, 코인을 통한 인생 역전의 기회를 노려야만 하는 슬픈 현실도 있지만, 다른 한 축으로는 내가 가진 역량을 글로벌하게 펼쳐나갈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열렸다는 기쁜 현실도 있다. 과거에 스타트업, 벤처 창업은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기술의 국산화, 대기업으로의 납품 확정 등 제한된 성공에 머물렀다면, 아이디어 하나로, 서비스 하나로 전 세계 사용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또 다른 인생 역전의 기회가 열렸다.


2020년대는 한국 창업자들이 가장 한국적인 것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다. 물론, 쿠팡이나 배달의 민족 같은 사례처럼 꼭 해외 사용자들로부터 인정받지 않아도 큰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창업으로 인생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늘고 있고,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은 생각보다 크다.

-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202106호 (2021.05.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