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암호화폐도 이제는 친환경이다 

 

비트코인 채굴로 낭비되는 전력은 벨기에 전체의 연간 소모 전력과 동일하며, 매년 4000만 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방출되고 있다. 중국, 인도네시아 등 여러 국가에서 비트코인 채굴을 단속하면서 생긴 틈새로 미국 기업가들이 뛰어들어 돈을 버는 가운데 역설적이게도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의 ‘그린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1970년대 초반 펜실베이니아 서부 시골에서 자란 빌 스펜스(Bill Spence, 63)는 석탄 폐기물 언덕 위에서 친구들과 뛰어놀며 지냈다. 그때만 하더라도 그는 발밑에 있는 독성 중금속에 대해 알지 못했다. 이후 그는 석유생산 엔지니어가 되어 서부 유전지대로 나가 일했고, 1990년대에 고향으로 돌아와서 ‘곱(gob)’이라고 줄여 부르는 ‘역청질의 석탄 쓰레기(garbage of bituminous)’가 여전히 마을 여기저기에 널려 있는 걸 봤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방수천을 대지 않고 구덩이에 쌓아놓은 곱에서 치명적인 발암물질이 침출물로 나와서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곱에 불이라도 붙어 대기오염이 시작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772개 곱 무더기 중 38개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스펜스는 곱 더미를 깎아서 치워 땅을 원래대로 복구하면서 그 과정에서 돈도 벌기로 했다. 이를 위해 그는 2017년 스크럽그래스 제너레이팅(Scrubgrass Generating) 발전소를 인수했다. 피츠버그 북부 베낭고카운티에 있는 발전소는 곱을 연료로 삼아 전력을 생산하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곱은 효율성이 좋은 연료가 아니었고, 발전소는 수익을 거의 내지 못했다. 그해 하반기에 췌장 부전과 신장암(어린 시절 곱에 노출됐던 것이 질병과 연관된 게 아닐까 의심 중이다) 진단을 받은 스펜스는 잠시 사업에서 물러났고, 무료한 시간을 달래려고 가볍게 암호화폐를 채굴하다가 기막힌 생각이 떠올랐다. 곱을 비트코인 채굴 전력으로 사용해 스크럽그래스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이다.

수술을 받고 스스로 음식을 섭취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한 스펜스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겨 20세기 중공업이 남긴 유해한 폐기물을 21세기 디지털 금으로 바꾸는 작업에 착수했다. 스크럽그래스가 생산하는 8만5000㎾ 전력은 현재 비트코인 거래기록을 검증하고 계산 문제를 풀어서 새로운 비트코인을 받는 컴퓨터 채굴 작업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 기존 전력사에 에너지를 판매했을 때에는 킬로와트시(㎾h)당 단돈 3센트밖에 받지 못했는데, 요즘엔 비트코인 가격(현재 약 3만5000달러 부근)에 따라 20센트가량을 벌고 있다. 게다가 유해물질인 곱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대가로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제공하는 재생가능에너지 세금 환급 혜택도 있다. 스크럽그래스가 받는 세금 환급은 수력발전과 동일한 금액인 ㎾h당 2센트로 알려져 있다.

최근 미국에는 ‘에너지 잡아먹는 괴물’로 불리던 암호화폐의 최대 단점을 스펜스처럼 자산으로 바꾸며 급부상한 비트코인 채굴업자들이 제법 있다. 곱을 비롯한 폐기물을 연료로 삼아 비트코인을 채굴하면서 독성물질을 없애고, 텍사스 전력망에서 수급 균형을 맞추는데 채굴 작업을 이용하고, 석유가스전에서 타오르다 사라질 불길을 전력으로 삼아 암호화폐를 채굴하며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비난받던 디지털 괴물을 친환경 디지털 자산으로 바꿔놓고 있다. 중국, 인도네시아, 이란 등 여러 국가에서 비트코인을 규제하거나 완전히 금지함에 따라 미국 채굴업자들이 뛰어들 수 있는 틈새시장은 더욱 커졌다. 케임브리지대학 대안금융센터 자료에 따르면, 2년 전만 해도 비트코인 채굴에서 점유율이 4%에 지나지 않았던 미국은 현재 신규 발행되는 비트코인의 17%를 차지하며 세계 2위 채굴국으로 급부상했다.

비트코인이 내세우는 장점이 아무리 많아도 비트코인이 환경에 재앙이란 사실은 부인하기 어려웠다. 케임브리지대학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가격이 상승하면 채굴업자들이 증가하는 원리에 따라 채굴 비용과 소모 전력이 달라진다. 현재 글로벌 채굴 네트워크의 정격소비전력은 8~15GW에 달한다. 뉴욕시가 소모하는 정격소비전력 6GW, 벨기에 전체에서 사용하는 정격소비전력 10GW보다 많다. 비트코인 채굴이 대기로 배출하는 탄소량은 채굴 작업이 어떤 에너지원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만, 그래도 오염 자체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비트코인 1개를 채굴하기 위해 채굴업자들은 컴퓨터에 15만㎾h만큼의 전력을 공급해야 한다. 미국에서 평균 170가구가 한 달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다.

엄청난 전력이 소비되는 이유가 비트코인 버그 때문이 아니라 구조적 특징 때문이라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물론 전기의 일정 부분은 거래기록 인증에 사용되지만, 대부분은 완전히 쓸모없어 보이는 수학적 계산에 낭비되는 걸로 보인다. 이 ‘작업증명’은 인위적으로 비트코인을 희소한 존재로 만들어서 특정 집단이 시장을 교란하거나 조작하지 못하도록 가격을 올리기 위한 장치다. ‘사토시 나카모토’란 가명을 내세운 비트코인 창시자는 2010년 비트코인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이 점에 대해 조금의 후회도 없다고 밝혔다. “금 또는 금 채굴과 동일한 상황을 만들었다. 금 채굴의 한계비용은 금 가격과 비슷하게 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금 채굴은 돈 낭비다. 그러나 금을 교환수단으로 이용하면서 얻는 가치가 낭비되는 돈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금은 계속 채굴된다. 비트코인도 마찬가지다. 비트코인이 교환수단으로서 선사하는 유용함은 전력비용을 크게 능가할 것이다.”

물론, 시스템을 다르게 디자인할 수도 있었다. 이더리움, 카르다노, 스텔라, 리플 XRP, 알고랜드 등은 이 점을 보완해서 자리를 잡은 암호화폐들이다. 이들은 비트코인보다 에너지 소모가 훨씬 적거나 소모량을 줄이기 위해 계속 개조되고 있다. 일례로 이더리움의 경우, 내년에 ‘작업증명(proof of work)’에서 ‘지분증명(proof of stake)’ 방식으로 전환되면 에너지 소모량이 99.95% 감소할 것이다. 아예 태양광 채굴을 프로토콜로 요구하는 암호화폐 칸델라도 나왔다.

그래도 비트코인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대표적 암호화폐로 시장을 선점한 덕분에 최근에는 시가총액이 7000억 달러까지 성장했다. 비트코인의 뒤를 따르는 5대 암호화폐 가치를 모두 합한 것보다 많다(두 번째로 인기가 많은 이더리움의 시가총액은 2500억 달러다). 비트코인 채굴이 전력 사용량을 줄일 가능성은 별로 없다. 채굴업자들이 새로운 비트코인 채굴을 위해 서로 경쟁하도록 알고리즘이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마지막 비트코인이 채굴되기까지는 경쟁을 위해 어마어마한 전력이 사용될 것이고, 마지막 비트코인은 2140년에야 채굴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거래 1건을 등록하려면 비자 은행 네트워크에서 거래 1건을 처리하는 것보다 100만 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라이트닝 네트워크가 도입되면 비자보다 전력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비트코인이) 가짜 화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눈에는 전력 소모량이 아무리 적어도 비싸게 느껴질 것”이라고 그리니지 제너레이션 홀딩스(Greenidge Generation Holdings)의 테드 로저스 부회장이 말했다. 그리니지는 뉴욕 북부 세네카 호수 옆에 발전소 1기와 비트코인 채굴 시설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글로벌 준비통화이자 앞으로 다가올 미래 금융세상의 중심이 될 거예요.”

비트코인이 얼마나 친환경으로 변신할 수 있는지는 텍사스만 봐도 알 수 있다. 텍사스는 지난겨울 강추위 때 독립 전력망에서 제대로 전력을 공급하지 못해 재난 수준의 전력난을 겪었다. 수십 개 발전소가 가동을 멈추면서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재산 손해가 발생했으며, 일반 소매 고객의 월 전기요금이 1만700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매우 안정적이지 못한 전기 공급으로 파란을 부른 텍사스 전기신뢰성위원회(Electric Reliability Council of Texas) 이사들은 이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그러나 지역 정치인들은 발전소가 겨울 날씨에 좀 더 잘 대비해야 한다는 지시를 내린 것 말고는 시스템 개혁을 위해 딱히 한 일이 없다. 다행히 자유시장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향후 1년간 텍사스 서부 지역에서 16GW 규모의 풍력 및 태양에너지 발전시설 건설이 계획됐기 때문이다. 텍사스의 평시 전력 수요를 기준으로 하면 공급이 수요를 크게 초과하지만, 빙설이 날리는 겨울 폭풍이나 여름 폭염처럼 극단적 기후 상황에서도 전력을 충분히 공급하려면 어쩔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비트코인 채굴업자들이 친환경 에너지의 잉여 전력을 흡수하는 완충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에너지 공급이 남아돌 때 이를 구매해서 채굴할 때 사용하고, 전력 수요가 급증할 때는 채굴 장비 사용을 중단해서 전력을 다시 전력망에 보내는 방식으로 공급을 조절하는 것이다.

“서부 텍사스가 시장을 장악할 테니 앞으로는 다들 여기로 올 것”이라고 댈러스에 본사를 둔 오토노머스 크립토(Autonomous Crypto) CTO이자 ‘포브스 30세 미만 30대 리더’로 선정된 제시 펠탄이 말했다. 펠탄은 지난해 150MW 규모의 암호화폐 채굴 데이터센터 호들 랜치(HODL Ranch)를 미들랜드 근처에 설립하는데 참여했다. 회사 이름은 암호화폐를 한 번 사면 절대 팔지 않고 비축해두는(‘비축하다’를 뜻하는 hoard를 비슷한 발음의 HODL로 표기) 투자자들을 지칭한다. 호들 랜치는 지역 대규모 태양광 및 풍력 단지에서 전력을 대규모로 공급받는 첫 케이스다. 어떤 날은 밤에 바람이 너무 거세게 불어서 시스템이 과부하될까 봐 풍력 단지에서 채굴업체에 전력을 무료로 나눠줄 정도다.

바로 이게 핵심이다. 이들 채굴 기업은 텍사스 전력망과 ‘수요 대응’ 계약을 체결했다. 수요 대응 계약은 전력 수요가 절정에 달하는 피크타임이 되면 채굴업체가 전력사 요청 즉시 컴퓨터 가동을 중단하고 전력을 돌려주되, 그에 따르는 대가를 환급받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계약 덕분에 호들 랜치의 평균 전력 비용은 ㎾h 당 2센트 미만으로 떨어졌고, 그 결과 비트코인당 채굴 비용은 2000달러 가까이로 하락했다.

라이엇 블록체인

미국 최대 비트코인 채굴 시설은 텍사스에 있다. 이를 운영하는 업체가 바로 시가총액 30억 달러의 상장기업 라이엇 블록체인(Riot Blockchain)이다. 오스틴 북동부 록데일에 있는 회사 바로 옆에서는 5000MW 전력을 공급받아 미로처럼 얽힌 변압기와 고압전선을 거쳐 지역 곳곳으로 송전하는 전력 연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라이엇은 이 전력 연계 지점에서 직접 300MW를 뽑아내 축구장 2개를 붙여놓은 것보다 긴 길이에 9.1m 높이로 빽빽하게 쌓인 고속 채굴 컴퓨터 12만 대에 전력을 공급한다. 현재 2022년 말까지 13만 개 컴퓨터를 추가 설치해서 규모를 750MW로 확장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라이엇은 록데일에서 필요한 모든 전력을 ㎾h당 2.5센트 할인가에 공급받는다는 내용으로 10년 전력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수요 대응에 참여하는 대가로 ㎾h 당 0.5센트의 할인도 받았다. 전력을 다시 전력망에 재 판매할 수 있는 선택권까지 있다. 텍사스 강추위로 전력난이 발생했을 때 록데일은 자발적으로 이틀 동안 시설 가동을 중단하고 전력을 재판매했다. 피크 타임 전력 가격인 ㎾h당 9달러를 받았다면 무려 9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횡재를 한 것이다. “에너지 거래가 이 정도 규모면 우리는 단순한 비트코인 채굴 기업이 아니라 가상 발전소 수준”이라고 제이슨 레스(35) 라이엇 CEO가 말했다.

레스 CEO는 UC 어바인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했지만, 2010년대 중반 프로 포커 대회에 나갔다가 다른 선수들이 은행을 거치지 않고도 상금을 받아 계좌를 옮기는 걸 보고서야 비트코인의 존재를 처음 알았다. 워낙 ‘올인’에 익숙한 사람이라 비트코인의 변동성에는 별로 흔들리지 않는다. “가격이 출렁거려도 저는 그다지 동요하지 않습니다. 포커 게임에서는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질 확률이 45%는 되거든요. 그래서 지고 있어도 마음이 평온합니다.”

라이엇보다 친환경기술 도박 규모를 더 키운 기업으로는 크루소 에너지 시스템즈(Cruesoe Energy Systems)가 있다. 크루소 에너지는 뉴멕시코, 텍사스, 노스다코타 등 6개 주에 있는 외딴 석유가스전 한가운데서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 투자금 2억5000만 달러를 모집했다. 베인 캐피털, 밸러 에퀴티 파트너스, 테슬라 공동창업자 J.B. 스트라우벨, 암호화폐 쌍둥이 억만장자 카메론·타일러 윙클보스 등이 투자자 대열에 합류했다. 크루소는 비트코인 채굴용 컴퓨터로 가득 찬 45개 해운용 컨테이너를 설치해서 평상시라면 그냥 연소시키거나 불꽃으로 날아갔을 천연가스 에너지를 공급받아 비트코인을 채굴하고 있다. (유정 공사가 다 끝났는데 천연가스를 모아서 전달할 파이프라인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면, 업체들은 완공된 유정에서 나오는 천연가스에 불을 놓아서 연소시킨다. 공기 중에 배출되도록 내버려두면 지구온난화에 더 안 좋기 때문이다.)

“사업이 가진 운영 복잡성을 과소평가했다”고 크루소 공동 창업자 체이스 로치밀러가 말했다. 35세인 로치밀러는 암호화폐 투자사 폴리체인 캐피털에서 오랜 시간 암호화폐 투자를 담당했다. 누구나 알아주는 암호화폐 베테랑이지만, 크루소 에너지에서는 폭염이 심해지는 여름이 오면 컨테이너 위치를 치밀하게 계산해서 광활한 가스전에 잘 퍼트려 배치해야 한다는 걸 몰라서 처음에 진땀을 뺐다. 크루소가 라이엇의 규모나 수익성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래도 지금은 천연가스 92만9000㎡(1000만 입방피트)를 사용할 정도로 규모를 키웠다. 로치밀러는 “가스전의 탄소 경제성을 개선하고 싶다면 비트코인 채굴기를 몇 대 가져다놓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말했다.

무엇이 진정한 친환경 에너지일까? 풍력과 태양광은 확실히 친환경 에너지다. 그러나 애매한 에너지원도 있다. 뉴욕 세네카 호수 제방에 있는 그리니지 제너레이션 발전소는 80MW 전력을 생산하고 이 중 절반을 암호화폐 채굴에 쓴다. 코네티컷주 그리니치에 본사를 둔 사모투자사 아틀라스 홀딩스는 2014년 가동이 중단되고 버려진 발전소를 인수해서 수천만 달러를 투자해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소로 업그레이드했다. 덕분에 지금은 지난 60년간 석탄 연소에서 나왔던 이산화탄소보다 배출량이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황화합물과 미세먼지 배출은 아예 사라졌다.

이런 점만 보면 아직까지 친환경이다. 그러나 석탄 발전을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발전소는 여전히 매일 1억 갤런(약 3억7854만 ℓ)에 달하는 물을 냉각수로 쓴다. 이 물은 수온이 7도 높아진 상태로 세네카 호수에 방출된다. 지역 환경운동가들은 이를 두고 발전소가 “거대한 물고기 분쇄기”나 마찬가지라고 비난한다. 이들은 수온 상승 때문에 수중 산소농도가 내려가서 녹조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도 주장한다. 이에 뉴욕에서는 3년간 암호화폐 채굴을 금지하는 법안을 상정했지만, 6월 주 의회 위원회에서 법안이 채택되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리니지는 이산화탄소 배출권 및 산림탄소상쇄권을 매입해 비트코인을 ‘그린워싱(친환경으로 위장)’하고 있다. 제프 커트 그리니지 CEO는 발전소에서 방출하는 용수가 규제 한도를 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세네카 호수의 숭어를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검사 시스템을 추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니지는 올해 하반기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다.

펜실베이니아에서는 스펜스의 회사 스크럽그래스발전소가 수력발전소와 동일한 보조금을 받는 것을 탐탁지 않게 바라보는 환경운동가가 많다. 그러나 펜실베이니아 주정부는 발암물질 곱을 웅덩이에 놔둬서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기보다 이를 연료로 삼아 전력을 생산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편이 환경에 더 낫다고 결론을 내렸다.

스펜스는 “우리 삶에 실질적 영향을 주는 문제입니다”라며 “우리 발전소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고요”라고 주장했다. 스크럽그래스가 사용하는 기술은 1990년대 들어서야 광범위하게 보급됐기 때문에 아직 상당히 비용이 높다. 특수 원자로에 곱과 곱이 묻은 자갈, 바위 등을 넣어 연소시켜서 나오는 재는 산도가 너무 높아서 남은 곱 웅덩이에 다시 넣고 섞어 산도를 중화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 복잡한 공정의 경제성을 정당화하려면 비트코인 채굴이 들어가야만 한다. 스펜스는 2019년까지 거대 사모투자사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에서 천연자원 투자를 총괄했던 실력자 그레그 비어드(49)를 새로운 파트너로 맞았다. 그의 인맥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두 파트너는 함께 스트롱홀드 디지털 마이닝을 공동 창업한 후 이 회사로 스크럽그래스 지분을 넘겼고, 비어드가 스트롱홀드 CEO 직을 맡아서 6월 사모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 1억500만 달러를 모집했다. 비트코인 채굴 장비 추가 구매와 함께 곱 연료 발전소를 1기, 가능하면 2기 더 인수할 수 있는 금액이다. 비어드는 사모투자에 몸담았던 20년 동안 요즘 같은 시장은 결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 세대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성장이 이루어지는 중이죠.”

테라와트의 공포

비트코인 가격이 올라갈수록 전 세계 채굴 네트워크에서 소비하는 전력의 양도 증가한다. 가격이 올라가면 채굴 계산을 수행하기 위해 더 많은 채굴업자가 엄청난 전력을 소비하는 컴퓨터를 가지고 작업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올해 4월 비트코인 가격이 최고치에 도달했을 때 채굴 네트워크에서는 조지아주 전체에 불을 밝힐 수 있는 에너지를 낭비했다.

※ 채굴 2.0 빌 스펜스(왼쪽)와 그레그 비어드가 펜실베이니아주 러셀튼에서 20세기 피츠버그 제강업체들이 버리고 떠난 석탄 폐기물 ‘곱’ 위에 서 있다. 이들은 역청질의 석탄 폐기물 곱을 연소해서 비트코인 채굴 전력으로 사용한다.

※ 야수의 배 미국 텍사스주 록데일에 위치한 라이엇 블록체인의 비트코인 채굴 시설에서는 12만대의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컴퓨터 스택에서 나오는 배기가스가 온도를 130도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 CHRIS HELMAN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202109호 (2021.08.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