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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of K-Entertainment | 박성훈 셀러비코리아 대표 

시청자도 수익 올리는 신개념 쇼트폼 플랫폼 

신윤애 기자
지난해 3월,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의 자산가치가 세계 최대 OTT 회사인 넷플릭스의 시가총액을 추월했다. 페이스북, 유튜브에 이어 넷플릭스마저 쇼트폼 서비스를 시작했다. 바야흐로 ‘쇼트폼’ 전성시대다. 한국에선 국내 최초로 쇼트폼 플랫폼을 론칭한 ‘셀러비코리아’가 이 총성 없는 전쟁터에 뛰어들었다.

▎박성훈 셀러비 코리아 대표는 “한국 토종 쇼트폼 플랫폼으로서 한국의 인플루언서, K콘텐트가 세계화하는 데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쇼트폼(short form)의 파급력이 대단하다. 평균 15~60초, 길어도 10분을 넘지 않는 이 짧은 영상은 디지털 네이티브라 불리는 Z세대를 중심으로 디지털 세계를 장악해가고 있다. 쇼트폼 열풍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틱톡의 무서운 성장 속도만 봐도 그 인기를 가늠할 수 있다. 틱톡은 론칭 2년 만에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고 지난해 3월엔 자산가치가 2500억 달러로, 넷플릭스의 시가총액 2276억 달러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SNS 강자로 불리는 페이스북, 유튜브도 각각 ‘릴스’, ‘쇼츠’라는 쇼트폼 기능을 추가·강화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최근엔 넷플릭스까지 1분짜리 영상을 볼 수 있는 서비스 ‘패스트 래프’를 내놓으며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다.

한국에서는 셀러비코리아가 쇼트폼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내 최초로 쇼트폼 플랫폼을 출시한 회사다. 사실 셀러비코리아는 업력이 긴 회사도 대기업도 아닌, 2019년 12월 문을 연 스타트업이다. 셀럽과 팬의 1대1 소통이라는 비즈니스 모델로 시작했다가 쇼트폼 플랫폼으로 모습을 바꾼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쇼트폼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아 지금까지 투자금 90억원을 유치했고, 베트남에 ‘셀러비 베트남’ 법인을 설립하는 등 해외시장 진출도 순항 중이다. 최근에는 베트남 최대 게임 퍼블리셔인 ‘VTC Online’등 베트남의 굵직한 기업들이 셀러비코리아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힘을 보탰다. 태국에서도 올 상반기를 목표로 법인 설립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막강한 자본력과 경험치로 무장한 경쟁자들에 비하면 셀러비코리아는 아직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에 불과하다. 셀러비코리아가 세운, 거인을 이기는 성공 전략은 뭘까. “후발 주자라서 어려움이 있지만 셀럽을 활용해 콘텐트를 차별화하고, 만든 이와 보는 이 모두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수익구조를 도입할 것입니다.” 지난 3월 11일, 서울 강남에 있는 셀러비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박성훈 대표에게 그 답을 들었다.

‘셀러비’는 셀럽과 팬을 이어주는 소통 플랫폼으로 시작했다가 누구나 콘텐트를 제작해 올릴 수 있는 ‘쇼트폼’ 플랫폼으로 탈바꿈했다. 변화의 배경이 뭔가.

셀러비는 2019년 12월 말 앱을 출시하며 국내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국의 ‘카메오’라는 서비스를 모티브로 만든 앱이다. 카메오는 팬이 정해진 비용을 내면 카메오와 계약한 셀럽들이 영상을 찍어 팬에게 보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받는 사람이 구체적인 메시지까지 설정할 수 있는 완전 맞춤형이다. 이를테면 “OO야, 생일 축하해”, “OO야, 시험 잘 봐”와 같은 영상 메시지를 보내준다. 개인 소장용이나 선물용으로 인기가 많다. 최근엔 셀럽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거나 영상통화를 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리도 카메오와 같은 방식으로 셀럽과 팬을 이어주는 모델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연예인뿐 아니라 인플루언서까지 포함해 4000명에 이르는 셀럽이 셀러비코리아의 풀(pool)에 있었다. 대표적으로 슈퍼주니어 김희철, 소녀시대 써니, 2NE1 산다라박 등이 활동했다. 그런데 미국과 달리 ‘너무 상업적으로 여기지는 않을까’라는 셀럽들의 우려가 컸고, 인기가 많은 셀럽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요청량이 많았다. 그래서 서비스를 잠시 중단하고 개선, 보완하기로 했다. 동시에 일반인도 영상을 제작해 올릴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확장하자는 목소리가 나왔고, 지난해 8월 정식으로 쇼트폼 서비스를 오픈하게 됐다.

서비스 초기에 4000명 가까이 되는 셀럽을 모았다는 건 성공적인 지표 같다. 셀럽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었던 비결이 뭔가.

코로나19로 팬과 소통하기가 힘들어지자 셀럽들도 새로운 소통 창구를 원하는 상황이었다. 우리가 설득한 경우도 적지 않지만 직접 연락이 오는 경우도 많았다. 또 셀럽 한 명이 가입을 하면 주변 셀럽들도 덩달아 가입하는 효과도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셀럽들이 돈 벌자고 소일거리로 영상을 찍는 건 아니지 않겠나. 정말 팬과의 소통에 목말라한다고 느꼈다.

새롭게 론칭한 쇼트폼 서비스는 무엇인가.

다른 SNS들과 기본적인 틀은 같다고 보면 된다. 제작한 콘텐트를 올리고 공유하는 방식이다. 영상의 러닝타임은 10~60초다. 사진도 올릴 수 있다. 자체적으로 서포터즈를 운영해 단순한 짜깁기 영상이 아닌 직접 찍은 영상을 많이 게재하고 있다. 서포터즈 활동이 완료되면 셀러비 크리에이터로 등록돼 수익 지원 프로그램 등의 혜택을 얻을 수 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플랫폼 모두 쇼트폼 서비스를 제공한다. 셀러비만의 경쟁력은.


▎수익 창출 프로그램 ‘Create to Earn’. 모델은 블랙핑크 지수.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한국에서 탄생한 앱이라는 점이다. 요즘 K콘텐트에 대한 관심과 평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일반인이 만든 K콘텐트에도 관심이 크다. 실제로 우리나라 유저들의 게시물을 보면, 일반인인데도 영상 퀄리티가 매우 좋다고 느낀다. 촬영 능력은 물론 편집기술도 수준급이다. 둘째, 인플루언서로 가는 기회가 아직 열려 있다는 점이다. 셀러비는 이제 시작 단계다 보니 아직 수백만, 수천만 팔로어를 가진 인플루언서가 탄생하지 않았다. 이미 수많은 인플루언서가 경쟁 중인 플랫폼에서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 주목받기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셀러비는 아직 기회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는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바로 수익을 내기 쉬운 구조라는 점이다. 다른 플랫폼에서는 인플루언서가 개인적으로 광고 협찬을 받거나 숍을 운영해 돈을 벌고 플랫폼은 여기에 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인플루언서가 부가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고관여 플랫폼을 지향한다. 일례로 한 패션 브랜드가 옷을 판매하는 마케팅을 진행한다면, 플랫폼에서 인플루언서를 공개 모집하고 인플루언서가 마케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 이 외에도 영상을 만드는 사람뿐 아니라 보는 사람에게도 수익이 생기는 프로그램을 곧 정식 도입한다. ‘Watch to Earn’이다.

‘Watch to Earn’에 대해 자세히 알려달라.

콘텐트 제작자와 시청자는 공급과 수요의 관계다. 그런데 일반적인 플랫폼은 공급자에게만 수익이 돌아가는 구조다. 수요자가 성장해야 공급자도 성장할 수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수요자인 시청자에게도 수익을 주는 프로그램을 고안했다. ‘Watch to Earn’은 영상을 얼마나 많이 시청했는지, 팔로우와 좋아요 등을 누르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했는지 등 앱 내 활동을 체크해 시청자에게 포인트를 차등 지급하는 프로그램이다. 네이버, 다음 등 카페에서 참여도에 따라 등급이 올라가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궁극적인 목표는 처음엔 시청만 하던 사람의 참여도를 점점 높여 크리에이터로 성장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포인트는 모두 현금화할 수 있다. 4월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다.

현재 셀러비 반응은.

현재 다운로드 수는 85만 회 정도, 일일이용자수(DAU)는 1만~1만5000명 정도로 집계된다. 최근 코바코의 혁신 스타트업에 선정돼 TV 광고를 대대적으로 촬영하고 있는데 그 효과가 조금씩 나오는 것 같다. 블랙핑크 지수가 메인 모델이다. 쇼트폼으로 서비스를 전환하며 댓글 이벤트로 블랙핑크 지수씨가 광고 촬영 때 입었던 옷을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했는데, 팬들이 진심을 담아 정성스럽게 쓴 댓글을 보고 감동한 적이 있다. 지수씨도 이 댓글을 다 읽어봤다고 하더라. 이런 게 선순환이 아닐까 한다. 실제로 쇼트폼으로 전환하고 일일 트래픽이 많이 올랐다. 그 전에는 천 단위였는데 최대 10만 이상까지 올랐다. 또 Watch to Earn 프로그램 속 크리에이터 지원 프로그램인 ‘Create to Earn’을 시범 서비스하고 나서는 콘텐트량이 30배 이상 느는 효과도 봤다. 크리에이터들의 활동이 그만큼 활발해진 것이다.

투자도 받았다.

지금까지의 누적투자액은 90억원이다. 에인절투자부터 기관투자까지 있다. 우리에겐 모두가 아는 강력한 경쟁 상대들이 있어 처음엔 투자자들의 우려도 있었다. 무모한 싸움이라고 보는 시선들도 있다. 하지만 우린 이렇게 설득했다. 틱톡의 현재 가치가 230조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우리가 그들의 10%만큼만 성과를 내도 23조원 가치의 회사가 되지 않겠냐고 말이다. 결국 그만큼 파이가 큰 시장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후에 우리의 성장 로드맵을 보여줬고 투자자들의 마음을 얻어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다.

대표님은 개발자 출신이다. 경영이 힘들진 않나.

셀러비코리아 설립 당시부터 함께했던 것은 아니다. 대학원에서 백엔드, 데이터 기술, 빅데이터, AI 딥러닝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했다. 이후 스타트업에서 5년간 CTO로 경력을 쌓았고 지난해 초 셀러비코리아에 합류했다. 개발자를 ‘0과 1의 사나이’라고 하지 않나. 경영을 맡고 개발 지원, 마케팅 지원, 글로벌 사업 준비 등을 하는데 가장 필요한 게 ‘유연한 사고’였다.(웃음) 기술적인 부분들을 체크하랴, 마케팅과 경영지원 챙기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지만 지금까지 고생해 준비한 서비스들이 4~6월 무렵에 선보일 예정이어서 지금은 힘든 것보단 기대가 더 크다.

새롭게 선보일 서비스를 소개해달라.

앞서 말했든 베트남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다. 베트남의 톱스타와 모델 계약 및 촬영을 준비 중이다.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베트남에서는 우리 앱이 한국에서 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아해준다. 감사할 따름이다. 얼마 전 블랙핑크 지수씨와 촬영한 1차 광고를 내보냈을 때, (국내에만 라이선스가 있어 해외에 홍보하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베트남 현지에서 이 소식을 뉴스에서 보도하는 뜻깊은 일도 있었다. 베트남에서 셀러비의 활약이 기대된다. 또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인기를 끌었던 안무가 허니제이와는 오리지널 콘텐트를 함께 제작했고 새로운 콘텐트도 곧 공개 예정이다.

셀러비코리아에서 NFT 사업도 한다.

‘팬시플레이스’라는 자회사에서 NFT 거래소 사업을 진행한다. 지난해 초부터 준비했고 현재는 베타 서비스를 하고 있다. 앤서니 브라운, 김홍도, 신윤복 등의 작품을 준비 중이다. 팬시플레이스의 대표를 맡고 있는 분이 원조 힙합가수로 불리는 원타임의 멤버 송백경씨다. 힙합가수로 활동한 이력을 살려 힙합가수의 아트 토이를 등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또 셀러비 내의 일반인 콘텐트도 NFT 작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연계 방안을 함께 마련 중이다.

MZ세대는 싫증을 빨리 낸다. 틱톡도 이에 대비해 동영상 길이를 최대 3분으로 늘렸다. 쇼트폼의 미래를 어떻게 평가하나.

이 세상엔 볼 게 넘쳐난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걸 봐야 한다. 그런 시대적인 흐름이 쇼트폼 열풍을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1시간 강의하던 걸 이제 1분 안에 전달해야 통하는 시대다. 축구도 하이라이트만 보는 사람이 늘었다. 이런 현상은 계속 갈 것 같다. 다만 짧은 시간 안에 콘텐트를 사람들에게 각인하기 위해 더 자극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위험이 있다. 우리는 선한 방향으로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는 착한 콘텐트에 주력하려고 한다.

국내 최초의 쇼트폼 플랫폼으로서 계획과 목표는.

우리가 어떤 서비스를 내놓아도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틱톡엔 스티커가 있는데 셀러비엔 왜 없는지 등 비교를 많이 당한다. 사실 서비스의 차이일 뿐 플랫폼들 간 기술적인 차이는 크지 않다. 우리 고유의 색깔을 만들면 비교의 시선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지코의 ‘아무 노래’ 챌린지가 유행했을 당시 SNS들의 색깔이 제대로 드러났다. 틱톡엔 외모가 멋진 사람들이 나와 수준급의 춤 실력을 뽐내는 영상이 유행한 반면 인스타그램에서는 내가 아는 사람이 어설프게 추는 춤이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플랫폼들은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도 그 색을 찾아가는 중이다. 또 한국 콘텐트와 크리에이터가 우리 플랫폼을 발판 삼아 글로벌 인플루언서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좀 더 단기적으로는 올해까지 국내에서만 200만 다운로드 수를 이뤄내는 것과 분기마다 한 국가씩 영역을 확장해가는 것이다. 아시아부터 북미, 유럽까지 빠른 시일 안에 정복해 글로벌 무대에 우뚝 선 코리안 쇼트폼 플랫폼이 될 것이다.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사진 이원근 객원기자

202204호 (202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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