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People

Home>포브스>CEO&People

김익환이 만난 혁신 기업가(33) 김동환 백패커 대표 

‘핸드메이드’의 가치 높인다… 크리에이터들의 든든한 조력자 

김민수 기자
1000만 다운로드 돌파. 입점 작가 2만7000여 명. 누적 투자금액 460억원. 누적 거래금액 7200억원. 2012년 김동환 백패커 대표가 자본금 100만원을 들고 시작한 핸드메이드 마켓 플레이스 ‘아이디어스(idus)’가 다앙한 인수합병을 통해 창작자들을 위한 종합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크리에이터들이 펀딩을 받고 작품을 만들며 후원까지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 김동환 백패커 대표를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이 만났다.

아이디어스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인지 독자들에게 간단히 소개해달라.

아이디어스는 대량생산되는 공산품이 아닌 핸드메이드 작품들을 판매하는 공간이다. 수제 먹거리, 디저트 등 각 영역에서 핸드메이드의 가치를 찾아서 작가들과 함께 성장해왔다. 2014년에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현재 작가 2만7000여 명이 만든 40만여 개 작품이 판매되고 있다. 월평균 방문자수는 500만 명 정도다. 매출 상위 10% 작가들은 월평균 1000만원 이상, 상위 3%는 연간 2억원 넘는 수익을 올린다.

올해 매출액 목표는 어느 정도 되나.

작년에 매출액 520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1.5배인 780억원 정도를 목표로 잡고 있다.

도예가인 사촌동생에게 영향을 받아 사업을 구상했다고 들었다.

사촌동생과 오랜 기간 자취를 하면서 여러 작가가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다. 작품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이걸 판매해서 생계를 유지하려면 길거리에 가판을 깔고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을 견뎌야 하더라. 작품을 좋아해주는 사람은 많으니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설립 당시 이커머스의 트렌드와는 정반대의 사업 모델이었던 것 같은데 어떤 비전을 갖고 시작했나.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사람들이 핸드메이드 작품들의 가치를 알아봐주는 데서 가능성을 봤다. 그리고 창업 당시엔 몰랐는데 창업 후에 해외에서 ‘엣시’라는 핸드메이드 마켓 플랫폼이 굉장히 잘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엣시는 아마존, 이베이, 월마트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이커머스 리더다. 훌륭한 롤 모델이 있어서 장기적으로 봤을 땐 승산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핸드메이드 시장에서 독보적인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항상 다른 곳들과 반대로 해왔던 것 같다. 우리는 최저가나 로켓배송과는 완전 정반대다. 작가님들은 자신의 작품에 항상 좋은 원부자재를 사용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저렴하지도 않고 재고를 쌓아놓는 게 아니라 주문이 들어오면 제작하기 때문에 빠르지도 않다. 대신 품질이 좋고 고객마다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고객이 원하는 가죽, 색깔, 사이즈, 각인 등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개성과 가치관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MZ세대들의 소비패턴과도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지난해 크라우드펀팅 플랫폼인 텀블벅을 인수하며 아이디어스와 텀블벅 대표를 겸임하게 됐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사회에 전하고자 하는 가치가 있다면.

한국의 창작자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우리의 새로운 비전이다. 두 서비스 모두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를 현실화한다는 관점에서 추구하는 바가 같다.

아이디어스의 힘은 결국 작가들의 작품이다. 작가나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크게 세 가지 방식이 있다. 아이디어스의 입점 심사를 거치거나 기존 입점 작가들의 추천으로 입점하거나 외부에서 직접 신규 작가를 발굴해 영입하는 케이스다.

아이디어스의 강점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왼쪽)과 아이디어스에서 직접 주문해 평소 애용하는 가죽가방을 메고 있는 김동환 대표.
창업 초기에는 작가 모집에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

처음엔 사업계획서만 들고 나중에 서비스를 오픈할 건데 같이하자고 설득하고 다녔다. 콜드메일만 4000통 넘게 보냈다. 그런데 작가분들이 비슷한 제안들을 받았다가 무산됐던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대부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나는 영업 전문가도 아니었기 때문에 설득하는 데 자신도 없어서 처음엔 그냥 작가님들 플리마켓에서 작품들을 대신 팔아드리면서 조금씩 마음을 얻었다. 초창기 작가님들은 아이디어스가 잘될 것 같아서 함께해주셨다기보다는 내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참여해주셨던 것 같다.

코로나를 거치며 대중의 소비 패턴이 크게 달라졌다. 아이디어스도 영향을 받았는지.

코로나 초기에는 마스크 대란에 가까울 정도로 마스크가 많이 팔렸던 게 단기적인 영향이라고 볼 수 있겠다. 또 코로나 이전에는 핸드메이드 액세서리가 많이 팔렸는데 코로나로 외출이 줄면서 판매도 같이 줄었다. 반면에 디저트 종류, 예를 들어 다쿠아즈, 마카롱, 베이커리 부문이 크게 성장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매출의 20%정도었던 수제 먹거리가 지금은 40% 수준까지 올라왔다. 줄 서서 먹는다는 전국 디저트 맛집들이 거의 다 들어와 있다고 보면 된다.

수제 먹거리 판매처는 다른 곳도 많은데 아이디 어스만의 강점이 무엇일까.

작가님들이 다 자신의 이름과 브랜드를 걸고 소규모로 운영하다 보니까 잘 만들어서 내 고객을 만족시키겠다는 니즈가 크다. CS도 작가님들이 직접 일대일로 하는 경우가 많아 고객 만족도가 높다.

앞으로는 어떤 아이템이 창작 트렌드를 주도할 것으로 보는지.

텀블벅을 인수해서 자회사로 두고 있다 보니 좀 더 넓은 범위에서 창작자들이 잘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고 한다. 무형의 창작물도 핸드메이드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되면서 앞으로 더 다양한 분야에서 창작자들이 활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 창작자들이 만드는 핸드메이드 제품은 품질 및 고객 관리가 상당히 까다로울 것 같다. 아이디어스만의 품질관리 노하우가 있다면.

입점 심사 과정에서 좋은 작품들을 선별하는 우리만의 정책이 있기 때문에 품질은 일반 공산품보다 더 좋을 수밖에 없다. 제품 제작 이외에 제품 사진 촬영, 로고나 패키지디자인 등 판매에 필요한 서비스들은 아이디어스가 지원한다. 제품 제작에 필요한 원부자재를 최저가에 제공하기 위해서 아이디어스가 직접 물류창고를 운영하며 B2B 원부자재 판매 사업도 하고 있다. 원부자재는 한국에서 가장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이 밖에 지식재산권이나 법무, 세무, 온라인 판매 노하우 등 작가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뛰어난 작가들을 꾸준히 확보해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은데 작가들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온라인 판매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새로운 고객들을 만날 수 있도록 오프라인 매장 4곳을 운영하고 있다. 더불어 작가들이 직접 클래스를 운영하면서 추가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고, 홍대에서 작가들의 작업 공간인 ‘크래프트랩’과 아이디어스에서 판매되는 먹거리를 활용한 브런치 카페 ‘소담상회’도 운영 중이다.

서비스 간 시너지 극대화

해외 진출 계획은 구상하고 있는지.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 작가들의 작품을 해외에 판매하는 동시에 해외의 다양한 핸드메이드 작품들을 우리 고객들에게 소개하려고 한다. 지금은 해외 플랫폼을 통해 테스트를 해보고 있고, 향후 해외 전용 앱을 개발하려고 한다.

텀블벅 인수에 앞서 동영상 콘텐트 업체인 페이브도 인수했다. 어떤 시너지를 내고 있나.

페이브를 인수해 온라인 클래스를 성공적으로 선보이고 있으며, 텀블벅에서 펀딩이 종료된 이후에도 아이디어스에서 판매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텀블벅의 재미있고 색다른 프로젝트들을 아이디어스에 소개하고, 텀블벅에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낸 창작자들이 아이디어스에서 판로를 확보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

아이디어스가 이루고자 하는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창작자 생태계의 에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 텀블벅과 페이브를 인수하면서 3개 회사를 아우르는 가치와 비전을 많이 고민해왔다. 미국의 경우, 창작자들이 가장 많이 쓰는 서비스가 엣시(핸드메이드 마켓플레이스), 킥스타터(크라우드펀딩), 페트리온(창작자 정기 후원 서비스)인데, 우리는 한국에서 이 세 가지 서비스를 모두 운영하면서 창작자 생태계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판매 플랫폼인 아이디어스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에 이어 곧 선보일 창작자 후원 서비스인 ‘스테디오’를 통해 각 영역에서 시너지를 내려고 한다.

아이디어스에는 직원들이 함께 고민하며 명문화한 기업가치가 있다고 들었다. 좋은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6가지 ‘컬처핏’을 일하는 방식으로 규정했다. One team(우리는 한 팀이다), Be open(오픈 커뮤니케이션), Action(항상 빠르게 시도한다), Aim high(높고 담대한 목표를 추구한다), Be professional(프로페셔널함을 추구한다), Be a superb colleague(최고의 동료가 된다) 등이다. 이를 기반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보상받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고객과 작가, 플랫폼을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본질적인 가치’가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가치보다 더 저렴하고 더 싸고 더 빠른 것들을 우선시하는 시대지만, 우리는 정성과 개성, 가치관, 상품이 가진 본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아이디어스가 인재를 뽑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컬처핏에 맞는 인재인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 역량이 뛰어난 분은 많은데 회사의 문화와 맞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실력도 중요하지만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개인의 가치가 일치하는지를 더 중점적으로 본다.

대표님은 아이디어스에서 주로 어떤 아이템들을 구매하는지.

가죽 가방, 명함 지갑, 수제화, 스마트폰 케이스 등 다양한 제품을 구매한다. 최근에는 디저트나 제철 과일, 요거트 같은 식품들도 정기적으로 주문하고 있다. 판매자분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기간 한정으로 정말 좋은 농축수산물들을 올리기 때문에 자주 애용한다.

판매 상품이 40만 건에 달할 정도로 다양하기 때문에 상품이 어떻게 노출되느냐에 따라 판매 수익이 달라질 것 같다. 어떻게 관리하나.

모든 상품이 핸드메이드이기 때문에 만들 수 있는 수량이 한정적이라 매출이 집중되면 항상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작년부터 고객의 취향에 맞춤화된 상품들을 최대한 다양하게 노출할 수 있도록 분산화하는 기술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 주문이 한곳에 쏠리지 않고 트래픽을 골고루 받을 수 있게 꾸준히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 김익환은… 노동력 위주의 제조업인 한세실업에 IT를 접목해 성과를 내고 있는 혁신 CEO다. 한세드림, 한세엠케이, FRJ 등 패션 자회사들의 경영에 직접 참여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며 지난해 1조9224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정리=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사진 정준희 기자

202204호 (2022.03.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