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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환이 만난 혁신 기업가(32) 연현주 생활연구소 대표 

‘워킹맘’의 영원한 동반자 

김민수 기자
창업 6년 차 스타트업 생활연구소의 매출이 월평균 10%씩 성장하고 있다. 청소, 빨래, 설거리, 분리배출까지 내가 원하는 집안일을 도와주는 방문 서비스의 수요가 재택근무 확산으로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연현주 대표는 향후 노인돌봄, 아이돌봄, 펫케어 등 홈서비스 영역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엔씨소프트 재직 당시(2009~2012년) 청소와 관련된 창업을 계획했다고 들었다. ‘청소연구소’라는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나 같은 ‘워킹맘’들의 일을 덜어주고 싶었다. 엔씨소프트 전략팀에서 일할 당시 셋째를 임신했는데 가사 도우미를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였다. 앞서 쌍둥이를 키우면서는 매일 도우미분들이 와주셨는데 아이가 셋이 되니 돈을 더 드려도 힘들다며 도망가시더라. 회사에서 점심시간마다 도우미로 와주실 분들을 인터뷰하면서 한국에서 워킹맘으로 살기 너무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내 상황과 조건에 맞는 분들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는데 그게 시작이었다.

이후 카카오에서 O2O 홈서비스 사업부장을 맡게 되면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게 됐다. 어떤 과정을 거쳤나.

사용자들이 앱에서 콜을 수락하고 서비스 만족도를 평가하는 카카오택시의 운영 방식을 참고했다. 사용자들이 앱에서 원하는 조건을 쉽게 선택할 수 있고 회사가 가사 도우미의 신원과 실력을 보증하면 잘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카카오에서 1년간 사업을 구상한 뒤 팀원들과 독립해 2017년 가사 매니저 매칭 플랫폼 ‘청소연구소’를 출시했다. 여타 온오프라인 가사 도우미 서비스들과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차별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가사 매니저들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다. 낯선 사람이 집에 들어오는 데 따른 불안감을 없애고 신뢰를 쌓으려면 여러 상황에 대한 대처 교육이 필수다. 둘째는 직접 대면하거나 전화할 필요 없이 앱 안에서 모든 과정을 결정하고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청소연구소에 등록된 매니저 수는 5만6000여 명인데 운영 인력은 20여 명에 그칠 정도로 플랫폼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우리보다 운영 규모가 작은 동종업체들의 경우 콜센터 운영에 비용이 많이 든다.

효율적인 플랫폼에 대한 자랑을 좀 해달라.

청소연구소의 헤비유저인 나부터도 우리 집에 3년째 와주시는 매니저님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고객과 가사 매니저 모두 앱에서 모든 걸 사전에 약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약 변경, 취소, 매니저 교체 등 수많은 선택 사항을 앱에서 결정할 수 있다. 또 고객들도 매니저를 선택하지만, 매니저들도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방문할 수 있는 고객을 선택할 수 있다. 추천 알고리즘에 따라 각 매니저들에게 최적화된 업무를 추천하기 때문이다.

창업 후 6년간, 350만 건 이상의 고객과 매니저 매칭에 성공했고, 서비스 재이용률은 85%에 달한다. 이 같은 인기의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창업 전에는 맞벌이 워킹맘 수요가 가장 많을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서비스를 출시해보니 1인가구들이 전체 사용자의 40%에 육박할 정도로 빠르게 늘었다. 가사 매니저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한몫했다. 가사 도우미가 과거 일부 부유한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다면 이제는 바쁜 현대인들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됐다. 실제로 대다수의 고객이 월 2회 정도 청소연구소를 사용한다.

청소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물건이 분실될 경우엔 어떻게 대처하는지.

바로 이런 부분이 우리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한다. 회사가 확실하게 책임지는 시스템이 그동안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중간에서 매니저의 신원과 개인정보를 보증하기 때문에 개인 거래 시 발생할 법한 도난 사고는 창업 이후 한 번도 발생한 적이 없다. 일부 가사 매니저의 실수로 물건이 파손될 경우엔 100% 보험을 통해 처리한다. 이런 사고를 줄이는 방법이 바로 교육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을 실시하나.

예를 들면 와인잔 세척법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고부터 와인잔 파손 사고가 거의 사라졌다. 5만 명 넘는 매니저의 청소 데이터를 수집해 교육이 필요한 부분들을 파악하고 앱으로 온라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청소연구소를 통해 사회에 전하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우리는 오프라인에서 음성화되어 있던 청소 대행이라는 사업 영역을 온라인으로 가져오면서 서비스 수준을 상향 평준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가사 매니저들이 전문성을 인정받으며 자신의 노동에 합당한 보상을 받는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 가사 매니저로 활동하시는 분들 중에는 학교 선생님, 헤어 디자이너, 대기업 연구소 출신 인재 등 나이와 경력에 상관없이 깨끗하게 치우고 정리정돈하는 데 자신 있는 분이 많다.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공백 상태로 있는 다양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나가고 싶다.

향후 청소뿐 아니라 노인돌봄, 아이돌봄, 펫케어 등 가정에서 필요한 모든 홈서비스를 커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을 들려달라.

사용자 저변을 가장 빠르게 확대하는 방법이 청소라고 판단했다. 지금은 더 디테일한 영역들을 살피면서 준비하고 있다. 서비스 수요자와 공급자를 단순히 연결하는 것보다는 서비스 공급자들을 잘 트레이닝하는 게 우리의 강점이다. 올 하반기나 내년 초 정도에 노인돌봄 서비스를 선보이려고 한다. 아이돌봄보다 노인돌봄이 좀 더 시급한 과제라고 판단했다.

고객과 매니저를 연결하는 사업 특성상 신뢰도가 생명일 것 같다. 단기간에 고객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은.


▎판교 생활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난 연현주 대표와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이 서비스 출시 5주년을 축하하고 있다. 80여 명이 근무하고 있는 이 사무실은 이달까지만 사용된다. 사세 확장에 따라 인근 더 큰 사무실로 이전할 계획이다.
고객과의 약속은 무조건 지킨다는 게 철칙이다. 매니저들이 제 시간에 출발했는지 앱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사정이 생겼을 경우에는 다른 매니저로 빠르게 교체하는 단기 매칭 기술로 고객에게 양해를 구하고 대체 인력을 보낸다. 한 번도 ‘노쇼’가 발생한 적이 없다. 약속을 지키려는 노력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는지가 핵심이다.

전통적인 청소 용역 중개는 고객의 피드백을 반영하는 사후관리가 부족한 편이다. 청소연구소는 어떻게 관리하는가.

매니저들마다 방문 횟수, 클레임 횟수 등 다양한 정보를 정량화해 관리한다. 고객 피드백이 접수되는 내용을 토대로 매니저들에게 맞춤형 코칭 및 재교육을 진행한다. 피드백이 좋은 분들과 일정 기준 이상 활동한 매니저들에게는 회사에서 직접 별도의 보너스를 드리고 있다.

가사 매니저 인재풀을 확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기존 매니저분들이 주변에 많이 추천하면서 60% 이상이 지인 소개로 오신다. 자신이 일해보고 딸과 며느리, 사돈, 여동생까지 가사 매니저로 만든 분도 있다. 내 가족이 일해도 될 만한 회사라고 생각해주셨다는 점에서 참 뿌듯했다. 청소가 힘든 일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사실 마트 캐셔보다 시급이 높고 업무 강도는 비슷하다.

가사 매니저들의 구성이 궁금하다.

내국인과 외국인 비율이 8 대 2 정도다. 외국인 가사 매니저들은 합법적으로 체류하거나 영주권이 있는 분들이다. 한국말도 잘하고 풀타임으로 뛰면서 오히려 내국인보다 더 철저하고 프로답게 일하는 분이 많다.

코로나 이후 고객들의 사용 패턴에 변화가 있었나.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회사 복지의 일환으로 직원들에게 가사 매니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카카오가 임산부와 장기 출장자들에게 지원하고 있으며 토스, 직방, 야놀자, 대우산업개발 등이 회사 복지 포인트로 청소연구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육아와 청소까지 하기가 힘든데 가사 매니저의 도움으로 청소, 설거지, 분리배출 등을 해결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막힘 없는 시끌벅적한 조직문화’를 추구한다고 들었다. 청소연구소만의 일하는 방식이 있다면.

나를 포함해 창업 멤버 6명이 오랜 기간 합을 맞춰왔다. 매주 화요일에 6명과 팀장들이 모여 현안들을 전부 쏟아내고 의견을 조율하는 끝장 토론을 한다. 토론은 의견이 일치될 때까지 계속된다. 이렇게 정리하지 않으면 서로 다른 생각을 하게 되고 이후 의사결정 과정에서 비효율적인 부분이 많아진다.

대표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은 무엇인가.

공유를 중요시한다. 조직에서 정치가 생기는 이유 중 하나는 정보가 골고루 퍼지지 않기 때문이다. 의사결정권자만 정보를 갖고 있거나 왜곡된 정보를 갖고 있을 때 항상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기에 오픈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슬랙과 아지트에 모든 정보를 다 공개하고 누구나 찾아서 볼 수 있게 한다. 사무실 공간도 전부 개방되어 있어 어떤 대화든 모두가 들을 수 있다. 내게 직접 하는 말이 아니어도 ‘저 사람은 저런 고민이 있구나’ 파악할 수 있다. 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되지 않는 조직일수록 조용하고 왜곡되어 있고 문제가 많다.

중요한 정보가 새 나가는 데 대한 위험 요소는 없나.

아무리 잘 숨겨도 새 나갈 정보는 어차피 새 나가게 되어 있다. 그래서 정보를 숨기는 게 아니라 정보를 다루는 방법을 공유하고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 A라는 정보를 외부에 말하면 왜 안 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공유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보가 새 나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말해도 되는 내용과 말하면 안 되는 내용을 회사가 명확히 밝혀야 한다. 번거롭지만 이렇게 하면 모두가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기준을 가질 수 있다.

생활연구소만의 기업문화가 있다면.

과격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유머가 없는 곳은 죽음이라고 생각한다.(웃음) 일하면서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고, 실수도 하고 긴장도 한다. 특히 우리는 컴플레인에 대응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도 유머 감각이나 센스들이 있으면 분위기가 부드러워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 한 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무조건 즐겁게 일하는 게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타적이다.

다음과 엔씨소프트, 카카오를 모두 거치면서 배운점이 많았을 것 같다. 생활연구소 창업에 도움이 된 점이 있다면.

회사들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시기에 몸담아 장단점을 몸소 경험했다. 다음의 경영진은 모든 걸 투명하게 운영했으며 그러한 조직 내에서 경영진의 도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배울 수 있었다. 엔씨소프트의 경영진은 굉장히 디테일한 부분까지 직접 챙긴다. 게임 하나에 들어가는 투자액이 크고 디테일에서 승부가 갈리는 산업이기 때문에 적당히 하면 망하기 때문이다. 리더가 세심하게 챙겨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배웠다. 카카오에서는 개개인의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 인재들을 잘 배치하고 개인에게 동기부여와 자율권을 준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카카오톡 이모티콘 부장을 맡아 수백억원대 매출 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도 회사에서 내가 판단하는 것들에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렇게 훌륭한 조직문화들을 배워 생활연구소에 녹여내고 있다.

워킹맘으로서 창업을 하면서 장애물들을 뛰어넘고 계속해서 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꼽는다면.

워킹맘들이 가사에 얽매이지 않고 커리어에 집중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1000만 가구가 청소연구소를 이용하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달리겠다. 카카오택시, 쿠팡, 배달의민족처럼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서비스가 되겠다.

※ 김익환은… 노동력 위주의 제조업인 한세실업에 IT를 접목해 성과를 내고 있는 혁신 CEO다. 한세드림, 한세엠케이, FRJ 등 패션 자회사들의 경영에 직접 참여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며 지난해 1조9224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정리=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사진 정준희 기자

202203호 (20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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