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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관리로 억만장자가 되다 

 

영업을 하다가 답답한 마음에 만든 일정관리 앱 ‘캘린들리’가 30억 달러의 유니콘으로 성장했다. 지금은 실리콘밸리 리더들이 트위터에서 언급하며 설전을 벌일 정도로 유명하다.
캘린들리(Calendly) 창업자이자 CEO인 토프 아와토나(Tope Awotona, 40)가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회사 공식 입장을 그대로 읊는 말 같겠지만, 이건 정말 ‘진실’이에요.” 그가 손으로 책상을 치며 말했다. 회사에서 일의 생산성과 효율을 높이고 싶다면 누구라도 자신이 개발한 일정관리 앱 캘린들리를 써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아와토나는 캘린들리를 9년 전에 창업했다. 그때까지 모은 돈 20만 달러를 몽땅 쏟아부었고, 나중에는 소프트웨어 영업직으로 일하던 EMC에서 퇴사한 후 캘린들리에만 전념했다. 지금은 이용자가 1000만 명을 돌파했고, 리프트(Lyft)와 앤세스트리닷컴(Ancestry.com), 인디애나대학, 레이지보이(La-Z-Boy) 등을 고객으로 확보할 정도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증가해 1억 달러를 넘었고, 올해 다시 2배 성장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기업가치 30억 달러로 평가

애틀랜타에서 창업했지만 지금은 오프라인 사무실이 없는 이 회사는 2016년부터 흑자전환한 후 계속 수익을 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오픈뷰 벤처 파트너스, 아이코닉 캐피털이 이끈 투자 라운드에서 기업가치를 30억 달러로 평가받고 3억5000만 달러를 유치했다. 이에 따라 과반 지분을 보유한 아와토나의 재산 가치는 14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금액은 포브스가 비상장기업에 적용하는 10% 할인율을 넣어 계산한 것이다. 아와토나는 미국에서 단 두 명밖에 없는 흑인 기술 억만장자 중 한 명이다. 나머지 한 명은 미주리에 본사를 둔 IT 기업 ‘월드와이드 테크놀로지’를 창업한 데이비드 스튜어드(70)다. “토프는 그의 세대에서 가장 성공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기술기업가가 될지도 모른다”고 7년 전 캘린들리의 55만 달러 규모 시드투자를 주관했던 애틀랜타 벤처스의 창업자 데이비드 커밍스가 말했다.

일정관리 앱이 캘린들리만 있는 건 아니다. 스퀘어, 마이크로소프트, 취리히에 본사를 둔 두들도 각자 경쟁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군더더기 없고 사용자 편의성이 높은 디자인, 기본 무료에 유료 서비스를 선택하는 과금 모델로 마케팅 투자 없이도 유료 고객을 확보한 캘린들리는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아와토나는 회의 일정을 관리하는 앱에 만족하지 않고 고용 담당자나 영업사원, 그 외 사무직원들이 회의 전후에 일정과 내용을 관리할 수 있는 여러 툴을 개발 중이다. 대기업에서 회의를 잡을 때 회의별로 관련 업무 담당자에게 정보를 전달하여 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각자 필요한 어젠다와 예산 등 관련 문서를 첨부할 수 있게 하여 초대장 하나로 회의를 끝까지 마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세일즈포스를 비롯한 생산성 툴도 통합하여 그 결과를 함께 추적하는 기능도 개발 중이다. 회의 일정 관리를 단조롭고 지겨운 작업으로 보는 이들도 있겠지만, 아와토나는 조직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서로 연결 짓고 통합하는 것이 기업 운영에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폭넓은 시야를 가진 아와토나는 캘린들리가 공략할 수 있는 글로벌시장의 규모를 200억 달러로 추정한다.

아와토와는 “평생 고정관념이나 통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그 편이 좋았고, 사업에도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아와토나는 나이지리아 라고스의 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미생물학자이자 기업가였고, 어머니는 중앙은행에서 근무했다. 인구 1500만 명인 라고스는 활발한 경제도시였지만, 그만큼 위험한 곳이기도 했다. 아와토나는 12세 때 아버지가 자동차 강도에게 총을 맞고 죽어가는 걸 바라봐야 했다. 그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구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1996년 15살이 됐을 때, 그는 가족과 함께 미국 애틀랜타로 이민을 왔다. 조지아대학교에 진학해 처음에는 컴퓨터과학을 공부하다가 이후 경영 및 정보관리로 전공을 바꾸었다. 그는 “코딩을 매우 좋아하긴 했지만, 너무 단조로운 작업”이라며 “코딩을 하기엔 제 성격이 너무 외향적이다”라고 말했다.

대신, 그는 퍼셉티브 소프트웨어와 베르타포어, (델인수 이후) EMC 등 기술기업에서 소프트웨어 영업직을 맡았다. 동시에 부업으로 다양한 사업을 했다. 데이팅 웹사이트, 프로젝터 판매기업, 정원용 도구 판매업체를 비롯해 3개 사업을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는 회사에서 영업회의를 조직할 때 이메일 수십 통을 보내고 나서도 며칠간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자꾸 회의가 지연되는 경험을 하면서 큰 답답함을 느꼈다. 그리고 이 답답함에 캘린들리를 개발하게 됐다. 캘린들리는 그 점에서 다른 사업과 명백히 시작이 달랐다. 그는 “일정관리 자체가 너무 힘들다는 걸 확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올인’ 후 출구 없는 배수진

아와토나는 2013년 스타트업 공유 사무실 애틀랜타 테크 빌리지에서 캘린들리를 창업했다.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자신의 개인연금계좌에 적립한 돈을 모두 인출했고, 신용카드는 한도까지 대출을 받았다. 그는 “크게 잘못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전 사업에서는 도박에 대비해 어느 정도 안전판을 마련하고 출구를 확보해두었습니다. 그러나 캘린들리를 시작할 때는 바로 전장에 뛰어들었고,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내놓은 후 배수진을 쳤습니다. 역시 뭐라도 이루려면 ‘올인’을 해야 합니다.”

프로그래밍을 위해 그는 우크라이나 기업 레일즈웨어(Railsware)와 계약했다. 8년 전 키이우에서 반정부 가두시위에 참여했던 아와토나는 전쟁이 시작된 후 우크라이나 레일즈웨어에서 그의 일을 도와주던 개발자 10명을 가족과 함께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필요한 경제적 지원을 해주고 있다.

2013년 말, 아와토나는 시장에 먹힐 만한 상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현금은 이미 다 써버린 상태였다. 이때 커밍스가 이끄는 시드 투자자들이 구조를 위해 달려와서 50만 달러를 투자해줬다. 캘린들리 요금제를 보면 개인고객은 기본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기업고객은 월 이용료 25달러를 내야 한다. 아와토나는 “직원들이 상사나 경영진에게 우리 상품의 우수성을 알리면서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개인고객 자격으로 우리 앱을 써본 직원들은) 기업 안으로 침투해 들어가 우리의 트로이목마가 되어주었습니다.”

기업고객들은 랜딩 페이지를 맞춤식으로 설정하고 관련 팀이나 직원을 회의와 연결하는 한편, 세일즈포스, 스트라이프, 줌, 허브스팟과 같은 다양한 툴과 캘린들리 소프트웨어를 연계할 수 있다. 연간 10만 달러 이상을 지불하면 캘린들리 기준에 따라 대형 고객으로 분류되는데,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한 내부 영업팀이 따로 마련되면서 지난 12개월간 대형 고객의 수가 10배 이상 증가했다. 증시에 상장된 자동차 구매 사이트 카구루스(CarGurus)의 경우, 지난 5월 캘린들리 고객이 된 이후 앱으로 약 1000건에 달하는 딜러 영업회의를 개최했다. 그 덕분에 직원의 근무시간을 총 500시간 절약할 수 있었다고 카구루스의 선임디지털전략가 마이클 라일리가 말했다. 그는 캘린들리의 사내 보급을 총괄하는 임무를 맡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시카고 외곽에 본사를 둔 대규모 식품 공급업체 US푸드에서는 독립 레스토랑, 동네 슈퍼마켓과 협업하는 관계자 100명에게 캘린들리 서비스를 제공했다. 캘린들리는 US푸드가 영어와 스페인어로 회의를 잡을 수 있는 맞춤형 템플릿을 개발해주고 신규 매출과 여타 성과를 전략적 계획에 반영할 수 있게 했다.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캘린들리와 기업고객 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US푸드 레스토랑 운영 부사장 데이비드 에슐러가 말했다. 아와토나는 “기업고객들이 지불하는 캘린들리 서비스 비용은 생산성 개선으로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누가 회의를 잡아 초대하고, 누가 그 초대를 받아들이는지를 두고 캘린들리가 만들어내는 힘의 역학관계는 벤처투자자를 비롯한 업계 사람들에게 중요한 이슈다. 아와토나는 인사 담당자나 영업직에게는 이것이 별다른 이슈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지난겨울 캘린들리가 트위터에서 논쟁의 대상이 됐을 때는 이를 신기하게 여기며 흥미롭게 지켜봤다. 1월 26일 슬로벤처스의 투자자 샘 레신이 트위터에 “비즈니스에서 가장 노골적으로 민낯의 사회자본을 보여주는 방식”이라며 캘린들리에 대한 증오심을 드러내는 글을 올린 것이다.

그랬더니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이자 프로젝트 관리 앱 아사나(Asana)로 캘린들리 고객이 된 억만장자 더스틴 모스코비츠가 “누구한테 상처를 받았나, 샘”이란 트윗을 올려 응수했다. 이어 벤처투자자 마크 앤드리슨(순재산 17억 달러)은 “내가 보낸 캘린들리 링크를 무시하는 사람은 실리콘밸리 창업투자금 모집에서 영원히 입장이 금지된다. 이 통지는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라는 트윗을 올렸다가 이후 삭제했다.

아와토나는 이 소동 덕에 신규 이용자 수만 명이 가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우리 마케팅팀은 캘린들리로 관심을 끌 방법을 논의하며 오랜 시간을 보냈다. 트윗을 올리는 방법이 제일 쉽다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라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지난여름 직원 424명을 100% 재택근무로 전환한 아와토나는 채용 담당자의 캘린더 초대에 후보 이력서를 첨부하거나 회의가 끝난 후 내용을 분석하는 작업 등 회의 전과 후에도 캘린들리를 반드시 사용하는 툴로 만들기 위해 추가 기능을 기획하고 있다. 회의를 잡고 일정을 관리하는 번거로움은 지역과 사용 언어를 막론하고 골칫거리라고 보기 때문에 향후 해외 사업 확장도 고려 중이다.

아와토나는“모든 회의의 효율성을 높이고 목적을 달성하도록 돕는 것이 우리 회사의 존재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매주 평균 25시간을 회의한고 밝혔다.

“우리는 스케줄링이야말로 회의에서 성공적 결과를 내기 위한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의 일정을 잡고, 준비 과정과 후속 조치를 단순화하는 것이 우리 회사가 내건 비전입니다.”

How To Play It

고성장주로 분류되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과 생산성관리 앱들은 최근 큰 주가 하락을 겪고 합리적인 밸류에이션에 거래 중이다. 팬데믹 총아로 부상했던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즈(Zoom Video Communications)의 급등 열차에 올라타지 못했던 투자자라면, 지금 줌의 주가가 2020년도 최고가에서 80% 하락한 상태라는 걸 알아두자. 줌은 가장 최근 발표한 회계연도에서 매출이 55% 증가해 41억 달러를 기록했고, 순수익은 2배 증가해 14억 달러였다. 그러나 지금은 PER 26에 거래되고 있다. 우버 차량 알림 소프트웨어의 근간이 되는 클라우드 기업 트윌리오(Twilio), 코딩 개발자와 프로젝트 매니저들을 위한 팀 협업 툴 아틀라시안(Atlassian)도 견조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급락한 경우다. “50% 성장하는 기업이라면 시장 평균보다 가격이 높게 설정되어야 마땅하다”고 8000만 달러 규모의 재택근무 성장주 40개 종목으로 구성된 ETF 디렉시온(Direxion)의 마자 전무이사가 말했다.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 근거는 어느 때보다 확실히 살아 있으니까요.”

일과 삶의 균형 맞추기

‘9시부터 5시까지’ 근무가 일반적인 생계유지 방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또한 어디 살고 있는지에 따라 다르다. 국제노동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월급 노비들의 근무 시간은 주당 평균 52.6시간(UAE)부터 28.5시간(라이베리아)까지 다양하다. 전 세계 근로자들의 야근과 노동 시간, 그 노동의 대가로 받게 되는 유급휴가 기간은 다음과 같다.

- Amy Feldman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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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호 (2022.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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