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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6000억 달러 미래 과학, 합성생물학 

 

이진원 기자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는 인간의 삶을 향상하고 지원하기 위해 유기체를 재설계하는 과학 분야다. 맥킨지의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빠르게 성장하는 이 분야는 2026년까지 글로벌 시장 규모가 288억 달러(37조15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술이 잠재적으로 향후 몇 년 안에 구현된다면 2030~2040년까지 연간 최대 3조6000억 달러(4644조원)의 경제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합성생물학은 다양한 유기체의 생물학적 구성 요소와 시스템을 편집하고 재설계하는 과학 연구 분야다. 식품을 생산하는 방식에서부터 질병을 감지하고 치료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시스템을 재편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합성생물학은 유기체를 대상으로 인간에게 유익한 새로운 능력을 부여할 수 있다. 유전공학과 비슷하지만 더욱 세분화돼 있다. 유전자공학이 기존 유전물질을 유기체 간에 전달하는 반면, 합성생물학은 처음부터 새로운 유전물질을 구축한다.

합성생물학 분야에서는 일상생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실제 응용 프로그램이 상당수 나와 있다. 다국적 컨설팅 전문 기업 맥킨지앤드컴퍼니의 연구에 따르면, 합성생물학은 400가지 이상의 잠재적 용도가 있으며, 주요 범주로는 ▶의료·건강 ▶농업·식품 ▶소비재·서비스 ▶소재·에너지 생산이다.

1. 의료·건강

의료·건강 부문에서는 2030~2040년까지 매년 최대 1조3000억 달러(1675조7000억원)의 경제적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합성생물학은 광범위한 의료 응용 분야에 적용된다. 예를 들어 항말라리아 치료제를 생산하기 위해 효모의 생물학적 경로를 조작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세계 인구의 절반은 말라리아 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난 2000년대 초 항말라리아 약물인 클로로퀸에 대해 내성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식물에서 추출한 약물인 아르테미시닌과 다른 항말라리아제를 병용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항말라리아제를 병용함으로써 매년 2억1900명(대부분 어린이)이 걸리는 이 질병의 사망률이 25% 이상 감소했다. 하지만 아르테미시닌은 개똥쑥(sweet wormwood plant)에서 추출하는데 수확하기까지 반년 정도가 걸려 공급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대안을 찾던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의 생명공학자 제이 키슬링 교수는 합성생물학을 이용해 효모를 유전적으로 변형해 물질을 생산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효모의 대사 경로를 대폭 변경해 아르테미시닌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는 아르테미신산을 생성하는 방법을 발명했다. 제약회사 사노피(Sanofi)는 키슬링 교수가 개발한 기술의 라이선스를 구매하고 2014년부터 생산에 돌입, 연간 생산량 50~60미터톤을 확보했다. 이는 연간 아르테미시닌 수요의 1/3에 해당하며 최대 1억2500만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양이다.

또 합성생물학은 유전자치료의 획기적 진보를 가져올 수 있다. 영국 생명공학 기업인 터치라이트 제네틱스(Touchlight Genetics)는 합성생물학 기술을 이용해 박테리아를 사용하지 않고 합성DNA를 구축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합성DNA는 항생제 내성이 있는 박테리아 유전자가 우연히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AAV: adeno-associated viruses)*에 통합되는 것처럼 박테리아를 이용해 생성된 DNA가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이는 현재 유전자치료 분야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터치라이트는 유전자치료제를 생산하기 위해 AAV를 활용하는 애스크바이오(AskBio)사와 공동으로 스페인에 제조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2. 농업·식품

합성생물학은 농업 부문에서 빠르면 2030년까지 연간 최대 1조2000억 달러(1543조8000억원) 규모의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합성생물학을 통해 고기를 세포 단위에서 직접 제조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실험실 배양육은 제조 비용을 크게 줄였고 전 세계 많은 스타트업이 다양한 세포 기반 육류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스라엘 기반 슈퍼미트사는 배양 닭고기를 개발했고, 미국 기반 핀리스푸드사는 남획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참다랑어를 배양고기로 개발했다. 더불어 모사미트(네덜란드), 업사이드푸드(미국), 알레프팜스(이스라엘) 등은 공장 규모의 실험실에서 스테이크 질감의 고기를 개발하고 있다.

3. 소비재·서비스

합성생물학을 활용한 제품은 소비자 개인의 고유한 특성에 맞게 조정될 수 있다. 이는 유전 가계 검사, 유전자치료 및 노화 관련 스킨케어 분야에서 유용하다. 2030~2040년까지 합성생물학은 소비재·서비스 부문에서 연간 최대 8000억 달러(1029조400억원)의 경제적 영향이 전망된다. 일례로 세인트루이스 소재 워싱턴대학교 연구진은 합성생물학 기반 합성근섬유를 개발하고 있다. 연구진은 조작된 미생물 내부의 단백질을 화학적으로 합성하는 접근법을 개발, 미생물이 고분자량 근육 단백질인 티틴(titin)을 생산할 수 있게 했는데, 궁극적으로 섬유로 활용할 수 있다. 합성 근섬유는 방탄조끼 소재보다 강도가 더 높다. 이 기술을 활용해 가죽옷이나 특수목적 의류를 생산해도 어떠한 동물의 희생도 따르지 않는다.

4. 소재·에너지 생산

합성생물학은 청정에너지와 바이오연료의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데 이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세조류(물속에 사는 하등식물의 한 무리)는 현재 경제적으로 실현 가능한 청정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재프로그래밍’ 되고 있다. 미세조류는 대체 공급 원료인 핵심 화학물질, 재조합 단백질, 효소, 지질, 수소, 알코올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바이오 세포 공장으로서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고부가가치 제품(조류 바이오리파이너리*접근)은 미세조류 기반 재생에너지를 경제적으로 구현 가능하도록 가속화하고 있다.

합성생물학의 잠재적 위험

합성생물학의 잠재적인 경제적·사회적 이점은 방대하지만 전문가들은 여러 위험 요소도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모든 과학기술에 양면성이 있듯이 합성생물학에도 4가지 위험 요소가 있다.

① 의도하지 않은 생물학적 결과: 생물학적 시스템을 조정하면 전체 생태계 또는 종에 파급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모든 종류의 생명체가 조작될 때 항상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② 도덕적 문제: 합성생물학을 얼마나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는 인간의 도덕적 가치에 달려 있다. 배아 편집과 같은 특정 합성생물학 응용 프로그램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러한 유형의 응용 프로그램이 주류가 된다면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부추길 가능성과 함께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③ 불평등한 접근: 합성생물학의 혁신과 발전은 개발도상국보다 부유한 국가에서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면 새로운 유형의 기술에 대한 접근권이 전 세계적으로 동등하지 않을 수 있다. 이미 세계는 대부분의 코로나19 백신이 선진국에서 우선 출시, 투여되는 격차를 경험한 바 있다.

④ 생물무기: 합성생물학이 악의적으로 사용되면 바이러스를 재생성하거나 박테리아를 조작해 인류 생명을 위협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합성생물학 연구진은 사회적·환경적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대중, 합성생물학자, 정치적 의사결정자 간에 논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한다.

합성생물학의 위험 요소에도 불구하고 현재 혁신기술의 연구개발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크리스토퍼 보이트 합성생물학자는 “2030년 무렵에는 일반인이 합성생물학 기반으로 생산된 제품을 먹고 입고 치료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AAV): 가장 큰 특징은 병원성이 없다는 점이다. 바이러스 유전체 대부분이 치료유전자에 의해 대치될 수 있으므로 면역반응을 유도하지 않아 반복 투여도 가능하다. AAVsms 대상세포의 염색체 내로 삽입되기 때문에 치료 단백질이 장기적·안정적으로 발현된다.

* 바이오리파이너리(biorefinery): 친환경적 식물 자원인 바이오매스에서 화학제품과 바이오연료 따위의 물질을 얻어내는 기술.

[박스기사] 주목받는 합성생물학 상용화 제품

핏기 있는 식물성 고기(임파서블 푸드)


임파서블 푸드는 혈액, 특히 철분을 함유한 햄이 맛과 경험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했다. 그래서 효모로 만든 식물성 버거를 만들 때 고기 맛과 향을 개선하는 콩 레그헤모글로빈(soy leghemoglobin)을 생성하도록 설계했다. 임파서블버거는 쇠고기 패티 생산에 비해 토양 96%, 온실가스 89%를 저감하는 효과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임파서블 푸드 제품은 현재 3만 개 레스토랑과 1만5000개 이상의 식료품점에서 유통되고 있다.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머크)


자누비아(Januvia)는 DPP-4(Dipeptidyl Peptidase-4)를 억제해 인슐린 분비를 늘린다. 당뇨병 치료제로 처방되는 이 약은 전 세계적으로 수요는 많지만 제조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합성생물학을 적용한 합성 유기화학의 역합성 경로를 통해 생산율을 높이고 있다.

전자용 박막 하이얼린(짐머젠)


짐머젠사의 하이얼린(Hyaline) 제품은 바이오소스단량체로 만든 폴리이미드 필름이다. 폴리이미드는 우수한 기계적 특성으로 열화학적으로 안정적이지만 일반적으로 투명도를 요구하는 응용 분야에서 치명적인 착색성이 있다. 하지만 하이얼린 제품은 투명하고 유연하며 기계적으로 견고해 유연한 전자제품(폴더블 스마트폰 및 웨어러블 전자제품)에 적합하다. 이 필름은 수백만 개 균주를 병렬로 구축하기 위해 로봇공학 제품군을 사용해 엔지니어링 최적화를 통해 유기체에서 생성된 디아민 단량체로 만들어진다. 이 소재의 제조 공장은 전 세계에 들어서고 있으며 합성 생물학의 여러 프로젝트를 가속화하고 있다.

옥수수용 생물학적 질소 비료 프로벤(피벗바이오)


농부들은 수확량을 늘리기위해 작물에 질소비료를 주고 있으며 대부분은 전 세계 에너지의 1~2%를 소비하는 산업화학 공정을 통해 제조된다. 피벗바이오사는 옥수수 뿌리와 결합하고 질소를 고정하는데 필요한 유전자를 갖고 있는 Y-프로테오박테리움(KV137)을 기반으로 최초의 옥수수용 생물학적 비료를 만들었다. 화학비료와 달리 이 제품은 주요 오염원인 지하수에 질소를 침출시키지 않고 강력한 온실가스인 이산화질소(NO2)를 대기로 방출하지 않는다.

B세포 급성림프구성백혈병 치료제 킴리아(노바티스)


노바티스 제약의 킴리아(Kymriah)는 FDA 승인을 받은 최초의 합성생물학 기반 백혈병 치료제다. CAR-T세포는 환자의 T세포를 분리하고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를 발현하도록 유전적으로 변형한 다음 환자에게 재도입함으로써 제조된다. 환자의 T세포는 수년, 심지어 수십 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 환자의 T세포에 도입된 암세포의 CD19 항원을 표적으로 해 항체 간 융합을 발현한다. 재발성 또는 불응성 질환이 있는 환자에서 83% 치료 효과를 봤다.

대두에서 추출한 고올레산 오일 캘리노(캘릭스트)


캘릭스트사의 캘리노(Calyno)오일은 게놈편집 식물 중 최초로 미국에서 식품으로 공급되고 있는 제품이다. 대부분의 식물성기름에 들어 있는 리놀레산은 저장 안정성을 낮추고 빠르게 산화한다. 캘리노오일은 불안정한 리놀레산 생성을 감소시키는 2개의 지방산 불포화 효소 유전자를 비활성화하기 위해 대두 게놈을 편집했다. 리놀레산이 제거되면 장기적 안정성을 갖춘 80%의 올레산(oleic acid)을 함유한 오일을 생성할 수 있다. 캘리노오일은 2019년 출시돼 공급되고 있으며 원료인 게놈편집콩은 현재 10만 에이커에서 재배되고 있다.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

202206호 (2022.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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