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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 모델 다시 생각하기 

다양성의 당연함을 사회적으로 확대해야 

‘대표의 중요성(Representation Matters)’은 미국에서 자주 언급되는 표현이다. 즉, ‘보여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인데 더 깊은 의미는 ‘다양성을 노출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이다.

▎조직원의 다양성을 인식하는 것을 넘어 정형화된 리더의 모습도 다양할 수 있다는 점을 사회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BTS가 미국을 비롯한 국제 무대에서 수상할 때의 뿌듯함, 삼성전자가 한국 기업으로서 글로벌 무대에서 번영하는 모습, 배우 윤여정이 시상식에서 간단한 영어 표현으로 편하게 수상 소감을 말하는 모습 등을 볼 때, 많은 한국인이 ‘우리가 기술, 음악, 실력을 발휘하고 있구나’라는 자신감과 기쁨을 느낀다. 그래서 이런 소식을 들으면 기쁘고 기대되고 즐겁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보여지는 것이 우리에게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이유는 아직도 드러나지 않은 잠재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표의 중요성’은 차세대와 다음 리더들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현재의 리더들에게도 중요한 이야기다. 왜냐하면 지금 리더로서 조직을 이끄는 이들도 솔직히 좋은 리더의 롤 모델이 없어 어떻게 역할을 설정해야 할지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많은 대표와 임원직, 팀장급을 코칭하고 상담하면서 자주 듣는 질문이다.

“일도 잘하고 인격 좋고 사람들을 잘 이끄는 리더가 되고 싶은데, 이전 선배들은 일을 잘하지만 말을 심하게 했거나, 실력은 부족하지만 인격이 좋았던 사례밖에 없었어요. 어떻게 해야 하죠?”

우선 자신의 무의식 심리를 의식할 줄 알아야 한다. 좋은 리더라고 하면 어떤 모델을 떠올리는가. 나이, 성별, 경력, 학력, 인격, 경험치 등을 하나하나 나눠서 생각하면 아마도 무의식중에 명문대 학벌과 다양한 이력이 가득한 인물을 그리게 된다. 또 여성이나 소수 그룹보다는 남성을 먼저 떠올렸을 것이다. 이는 우리의 사고 영역이 좁아서가 아니다. 성공과 좋은 리더의 다양한 이미지를 보지 못해서 무의식적으로 오랫동안 한 가지 고정관념이 머릿속에 박혀 있어서다.

그레그 머레이 텍사스공대 교수는 ‘키 큰 사람들이 정말 더 호감형일까’라는 주제로 연구를 했다. ‘대선 후보 신장지수(presidential height index)’를 통해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1789~2008년의 기간 동안 미국 대통령선거 투표 결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58%가 넘는 사람이 키가 큰 후보를 지지했고 대통령이 됐다는 결론을 얻었다. 또 미국 학생 467명을 대상으로 ‘좋은 리더란 어떤 모습인가’라고 설문조사를 했더니 65% 응답자가 ‘자기보다 키가 큰 사람이 더 좋은 리더’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다. 비슷한 심리 연구 결과도 있다. 길거리를 오가는 사람을 대상으로 사진 속 두 사람 중 누가 더 고소득자인가라는 질문을 했더니 키가 더 크고 옷을 깨끗이 입은 사람이 대표 같고 돈을 더 많이 벌 것 같다고 선택했다. 사진 속 다른 인물은 후드티와 스니커즈를 착용하고 키가 좀 작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사실은 후드티, 스니커즈의 인물이 소프트웨어사 대표였고 키가 큰 직장인보다 소득이 더 높았다. 두 사람은 분야나 직책에서도 차이가 컸다.

다양성의 존재와 인식에 관해 이야기하려는 이유가 있다. 7월 현재, 미국에서는 지난 반년 정도를 다앙한 인종과 정체성(identity/representation)에 대한 주의를 환기해왔다. 미국 기업들도 매달 다른 정체성과 대표성을 주제로 다양성을 홍보하며 행사를 개최한다. 나열해보면, 2월은 흑인 역사의 달(Black History Month), 3월은 여성 역사의 달(Women History Month), 장애인 이해하기 달(Disability Awareness Month), 4월은 지구의날(Earth Day), 5월은 아시안 역사의 달(Asian Pacific Island Heritage Month), 6월은 LGBTQ+ 프라이드 달(Pride Month celebrating LGBTQ+)이다. 매년 바쁘게 다양한 인종과 존재성을 인정하고 배우는 시간들로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통해서 좋은 리더를 그릴 때 좀 더 다양한 예를 생각해볼 것을 제안한다. 리더의 다양성을 사회적으로 공론화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롤 모델이 없어 내가 어떤 리더가 될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과 자신감을 가질 수 없고, 내가 어떤 리더로 더 성장할 수 있는지를 설정하기는 더 어렵다.

좋은 리더가 없다?

다양성과 관련해 한국 상황에 비추어볼 때 자주 듣는 말이 있다. “한국은 단일민족이니 다양성이라는 개념이 미국과 달라요.” 이해는 한다. 그러나 다양함은 인종에서만 보이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각각 다른 성향, 취향, 인격을 갖고 있듯이 같은 인종, 같은 학벌이라도 기본적으로 우리 모두는 지문처럼 서로 다른 사람이다. 그래서 다양성의 당연함을 자꾸 이야기하고 듣고 인식해야 한다. 다양성은 절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무의식을 인지하는 것은 당신이 원하는 롤 모델을 찾지 못했을 때 더욱더 중요하다. 좋은 리더 그림을 그리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좋은 리더들을 보고,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도 좋고 프로젝트도 잘 이끌고 사람 관리도 잘하는 리더는 정말 보기 드물고, 많은 노력 끝에 완성된 리더의 스킬이다. 그래서 혹시 여러분도 지금 돌아봤을 때 좋은 리더들을 보고 경험하지 못했다면 의도적으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새로운 길을 개척해서 다른 이에게 롤 모델이 돼야 한다.

즉, 좋은 리더가 없다면 바로 자신이 이상적인 리더의 모습을 현실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무의식으로 생각하는 무의식적 편견(unconscious bias)을 더더욱 경계하고 어떤 눈으로 세상을 보고 이해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다양성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어떻게 해야 더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배우는 과정을 공유해야 한다. 그러면 당신은 이상적 리더를 현실화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다른 이들도 당신을 보고 좋은 리더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이다. “선례의 영향력 덕분에 나도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었다”라는 확신과 용기를 갖게 할 수 있다. 즉, 차세대의 롤 모델을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비전을 나열하고 카리스마 있는 경영자가 반드시 좋은 리더는 아니다. 잘 청취하고 그림자같이 곁에서 지원하는 경영자도 어떤 자리에서는 더 좋은 리더가 되기도 한다. 그런 리더는 다른 사람에게 용기와 호감을 심어줄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리더의 다양성에 대한 인식과 신념이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다양성을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장치는 없을지라도 날마다 다양성을 당연하게 여기고 다양한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 모니카 H. 강 이노베이터박스 대표는… 글로벌 500대 기업, 고등교육기관, 정부 및 비영리단체를 대상으로 실행 가능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업문화 변화, 리더십 개발, 팀빌딩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구글, NBC유니버설, 삼성전자, 펩시코, 트위터, 존스홉킨스대학교, 미국 정부 등 다양한 업계의 고객사와 일하고. 백악관, 아쇼카 체인지메이커(Ashoka Changemakers), 전국여성기업위원회(WBENC) 등으로부터 인정(Recognition)을 받은 창의 교육 전문가다.

202207호 (2022.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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