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묘수는 없다 

 

묘수는 말 그대로 묘수다. 한두 번 요행이 있었다고 다음번에도 똑같은 해결책을 바라는 건 어리석다. 어려울 땐 상황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마주하자.
“묘수가 세 번이면 진다”는 바둑 격언이 있다.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평소에는 잘 쓰지 않는 기발한 수를 세 번이나 놓아야 하는 판이라면, 수를 아무리 써도 결국엔 이기기 어려운 형세가 된다는 말이다.

그 순간을 일단 모면하려고 묘수를 연이어 놓다 보면 무리수가 되고, 결국 내가 놓은 수가 돌아와 내 발목을 잡는 자충수가 되곤 한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왕이면 묘수를 놓아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어려운 상황을 마주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할 일은 그 상황을 인정하는 것 그 자체다. 상황을 인정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내다가, 막상 해결하려고 팔을 걷어붙였을 때는 모래시계 속 모래가 하나도 남지 않은 상황을 마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혹 문제라고 빠르게 인정하고 들여다봤는데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면 그 반대의 경우보다는 더 좋은 상황이지 않겠는가.

그다음에는 상황을 함께 개선해나갈 동료가 옆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대표가 혼자 모든 고민과 짐을 짊어지지 말고, 인정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팀과 공유하고 함께 수를 찾아나가야 한다.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신중하게 영입한 인재들 아닌가.

성장기업에 합류할 때, 아무런 문제 없이 승승장구할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어떤 상황을 마주해도 -그렇다, 방금 있는 그대로 인정한 그 상황도 포함된다- 그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며, 함께 성장하려는 마음가짐이 있게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바둑과 달리 사업은 수를 반드시 번갈아놓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활용하자. 궁지에 몰렸을 때 한 번의 묘수로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아린 마음을 부여잡고 뙤약볕 아래 말없이 걸으며, 다음 그늘에 한시라도 일찍 도착하는 게 현실적인 계획이 된다. 혹여 묘수를 찾아낸다면 행운이겠으나, 행운이기 때문에 설령 한 번 해냈다고 해도 여러 번 반복하기는 어렵다.

말하기는 쉬워도 하나같이 행동으로 옮기기가 만만치 않은 일들이다. 하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물어보자. 이런 어려움은 절대 마주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사업을 시작했는가. 결국은 내가 결정한 방향으로 가는 여정이고, 내가 자처한 상황들이며, 내가 선택한 동료들이다.


그러니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1) 지체 없이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2) 당면한 문제를 동료들과 공유해 함께 풀어나가며, 3) 묘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일에 임하자.

-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

202209호 (202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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