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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가전에 도전하는 의료기기 강소기업 

 

미국 최남동부 지역에 사는 이란 이민자의 아들인 조 키아니는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억만장자가 됐다. 그런 그가 작은 의료기기 회사로 소비자 가전 시장에 진출하여 자신의 회사보다 100배 큰 기업들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조 키아니(57)는 꿈을 이뤘다. 자신이 설립하여 CEO 겸 사장을 맡고 있는 마시모 코퍼레이션이 수익성 높은 틈새시장인 맥박 산소측정기 부문에서 상위권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손톱만 한 이 센서는 병원에서 환자 혈액의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는 데 사용된다. 마시모는 어렸을 때 이란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가난한 집안의 키아니를 포브스 추정 억만장자로 만들었다. 전기 엔지니어였던 키아니는 자신이 개인적으로 설계한 기기가 훌륭해서 주요 경쟁사 넬코어보다 맥박 산소측정기 시장점유율이 약간 더 높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넬코어는 마시모보다 약 15배나 큰 기업 메드트로닉의 계열사다. 마시모와 넬코어는 이 시장에서 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다.

수익성도 상당히 높다.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자리한 마시모는 지난해 12억 달러 매출로 2억2300만 달러수익을 기록했다. 주식시장의 활황과 코로나19로 인한 마시모 기술의 수요 증가(낮은 혈중 산소 농도는 코로나19 악화의 초기 신호)에 힘입어 마시모 주가는 2020년 초부터 2021년 말까지 85% 뛰었고, 시가총액은 160억 달러를 넘어섰다.

키아니는 꿈을 더 복잡하게 만들기로 했다. 지난 2월 15일 장 마감 후 마시모는 10억 달러를 들여 소비자용 오디오, 스피커, 헤드폰을 판매하는 사운드 유나이티드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마란츠, 디넌, 바워스 앤드 윌킨스, 버스턴 어쿠스틱스 등 여러 브랜드를 소유한 업체다. 이튿날 마시모 주가는 37% 급락하며 시가총액 50억 달러가 날아갔다.

키아니는 충격을 받았다. 강박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깨끗한 사무실에 놓인 담갈색 소파에 앉은 채 키아니는 “투자자들이 환호할 줄 알았다. 우리가 그동안 해온 것을 보면 알겠지만 절대 망치지 않을 것”이라고 선포했다. 그는 이어 “심지어 대형 주주 중 한 명은 화를 내면서 ‘다시 돌려줘라. 사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보스턴 소재 울프 리서치의 애널리스트인 마이크 폴락은 부정적인 반응에 놀라지 않았다. 폴락은 “의료 기술 분야에서는 집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8배의 EBITDA를 자랑하는 키아니에게는 사운드 유나이티드를 비싼 값에 샀다는 것이 큰 문제가 아니었다. 사운드 유나이트는 크고 우량한 기업이며 마시모에 올해 67% 증가한 20억 달러 매출을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된다. 폴락은 “월가의 관심사는 전략적 방향성”이라며 “마시모가 헤드폰을 판매하려는 이유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인수로 회사의 수익성은 즉시 줄어들 것이다. 마시모의 의료기기 사업 총마진율은 무려 65.8%였다. 헤드폰 같은 소비자 가전의 마진율은 보통 20% 정도다.

지난 8월 초 서류에 따르면 이 인수로 인해 퀜틴 코피가 이끄는 설립 1년 차 행동주의 투자회사 폴리탄 캐피털 매니지먼트는 마시모 지분 9%가량을 인수했다. 퀜틴 코피는 행동주의 투자자 폴 싱어의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헤지펀드 D. E. 쇼 출신 베테랑이다. 폴리탄은 자사의 계획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지난 3월 이 회사는 보험회사 센텐이 CEO 교체를 추진하도록 지원했다.

키아니는 2007년 IPO 이후 마시모 주식을 5억 달러어치 이상 판매했으며 여전히 6억5000만 달러 가치에 달하는 8.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의료기기가 소비자 가전 시장과 합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운드 유나이티드가 헤드폰을 넘어 보청기와 개량된 이어폰까지 확장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키아니는 사람들이 이를 사용하여 단지 음악을 듣거나 청력을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심장박동, 산소포화도 등 건강 관련 수치도 측정할 것이라고 본다. 물론 이런 비전을 가진 것은 키아니뿐만이 아니다. 내비게이션 업체 가민(Garmin)은 심장박동, 혈중 산소포화도, 수분을 추적하는 시계를 판매한다. 최신형 애플워치는 착용자의 심장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낮거나, 높거나, 불규칙적인 경우 알림을 보낸다. 지난 9월 소니는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는 보청기 시장에 뛰어든다고 발표했다. 유일한 차이는 이런 회사들이 소비자 가전 분야에서 수십 년간 경험을 쌓아온 초거대 다국적기업이라는 사실이다.

키아니는 지금까지 여러 번 어려운 고비를 넘겼다. 1974년 9살 때 공학을 배우려는 아버지를 따라 가족과 함께 이란에서 앨라배마로 이사했다. 돈이 없어 네 식구가 한동안 헌츠빌에 있는 저소득층 임대주택에서 살았다. 1977년 가족은 샌디에이고로 이사했고, 그곳에서 키아니의 아버지는 MBA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2년 뒤 키아니가 14살, 누나가 15살일 때 아버지는 간호사인 어머니와 함께 남매를 두고 일을 하러 이란으로 돌아갔다. 키아니는 “누나가 엄마 역할을 했다. 아주 엄격했다. 통금도 있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키아니는 15살 때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란에서 배운 수학이 좀 더 고급 단계였기 때문에 몇 학년을 건너뛸 수 있었다.

그해 키아니는 누나와 함께 샌디에이고주립대에 입학해서 전기공학을 배우면서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자신이 사는 아파트 단지를 관리했다. 신호처리 분야의 전문가인 프레드 해리스 교수 밑에서 수업이란 수업은 모조리 듣고 1987년에 전기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하며 졸업했다.

1980년대 후반에는 반도체 판매업체 앤섬 일렉트로 닉스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부업으로 한 스타트업을 위해 저렴한 100달러짜리 맥박 산소측정기를 설계했다. 키아니는 이 기기가 종종 잘못된 경보를 보낸다는 것을 알아냈다. 보통 환자가 손가락을 실수로 움직일 때 발생하는 현상이었다.

신호처리와 적응형 필터(소음을 제거하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식으로 무장한 키아니는 이 스타트업에 자신이 거짓 경보 횟수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지만, 회사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1989년 당시 24세였던 키아니는 자신의 콘도를 담보로 4만 달러를 대출받아 자신의 사업체 마시모를 설립했다. 2년 동안 키아니는 앤섬에서 낮에 업무를 처리하고 밤과 주말에는 남부 캘리포니아의 차고에서 일했다.

키아니는 자신의 표현으로 5학년 수준이라는 수학공식을 활용하여 환자가 움직이거나 혈류량이 적을 때 착용해도 작동하는 맥박 산소측정기 시제품을 만들었다. 이 기술이 특히 필수적인 곳은 신생아집중치료실이었다. 신생아한테 움직이지 말라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키아니는 곧바로 자신의 아이디어에 특허를 내고 미국 회사 네 곳과 접촉했다. 마시모의 기술을 다른 회사 시스템에 통합하려는 시도였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반면 해외에서는 일이 잘 풀렸다. 일본에서 NEC와 거래를 체결하고 유럽에서도 몇 개 기업과 제휴했다.

애플 등과 특허소송

미국에서 병원 시장에 들어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병원 클러스터의 단체 구매 집단은 이미 마시모의 경쟁업체들과 수익성 높은 독점 거래 체결한 상태였다. 2002년 3월 뉴욕타임스는 1면 기사에서 이런 단체 구매 관행을 조명하며 마시모를 ‘시장에 갇힌 우수 맥박 산소측정기 회사’로 소개했다. 한 달 뒤 키아니는 두 병원 구매 집단인 노베이션, 프리미어의 대표들과 함께 상원 법사위원회의 독점금지소위원회에서 증언했다. 키아니는 그 자리에서 “맥박 산소측정기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경쟁사(넬코어)가 단체 구매 조직에 마시모를 배제하라고 돈을 지불할 수 있다는 것은 크게 잘못됐다”고 말했다. 한 달이 지나지 않아 프리미어가 마시모에 계약을 제안했고, 1년 뒤 노베이션이 그 뒤를 따랐다.

키아니는 훨씬 큰 경쟁사와도 기꺼이 싸울 태세다. 1999년에는 넬코어(당시 타이코 소유)를 특허권 침해 혐의로 고소했다. 10년 뒤에는 로열 필립스에도 비슷한 소송을 걸었다. 2006년 넬코어는 마시모에 총액이 거의 8억 달러에 달하는 손해배상과 로열티를 지불하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로열티로 3억 달러를 지불했다. 마시모는 2002년 넬코어를 대상으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도 4500만 달러를 챙겼다.

다음 상대는 애플이다. 마시모는 특허권 침해와 영업비밀 침해를 모두 제기했다. 마시모가 2013년 스마트폰으로 작동하는 맥박 산소측정기를 출시한 직후 애플은 마시모에 연락해 협업 의사를 밝혔다. 키아니는 애플 본사에서 회의를 했지만 결실은 없었다. 그해 마시모의 최고의료책임자가 애플에 입사했고, 2014년 마시모의 계열사 최고기술책임자도 그 뒤를 따랐다. 키아니는 애플이 자신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 특허를 여러 개 출원했다고 주장한다. 마시모는 2020년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내년에 재판이 예정돼 있다.

마시모는 사업을 맥박 산소측정기 너머로 확장하려 하고 있다. 비침습적으로 헤모글로빈을 모니터링하는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폐기종 또는 만성 기관지염을 앓는 환자에게 산소를 전달하는 호흡 보조기기를 제조하는 독일 회사 TNI로부터 인수한 것이다. 그러나 의료사업 부문에서 마시모의 매출 80%는 여전히 핵심 제품인 맥박 산소측정기에서 나온다.

팬데믹 초기 마시모는 스마트 손목 밴드가 달린 맥박 산소측정기를 출시했다. 이 밴드는 수백 개 병원이 코로나19 환자에게 제공한 스마트폰 앱과 연동되어 집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도록 지원했다. 지난 8월 마시모는 첫 스마트워치를 출시했다. 499달러짜리 ‘고급 건강관리’ 시계로 산소포화도, 맥박, 심박, 수분 등을 측정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병원 체인에서 현재 시범 사용 중이다. 키아니는 “잘되면 환자 수백 명에서 8만 명으로 확대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에게 브랜드 인지도가 없는 의료 기술 기업이 애플이나 가민 같은 소비자 가전업계 거물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니덤 앤드 코퍼레이션의 애널리스트 마이크 맷슨은 스마트워치 시장이 250억 달러로 대단히 크면서 파편화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맷슨은 “마시모가 애플의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시모 시계에는 대단히 정밀한 신체 통계를 필요로 하는 철인 3종경기 선수나 마라톤 선수 등 전문 운동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틈새시장이 있을 수 있다. 맷슨은 가민이 피트니스에 집중하면서 10억 달러에 달하는 스마트워치 매출을 올렸다고 말했다. 키아니는 가수들도 노래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수분 레벨을 측정하는 시계에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키아니는 “소비자 가전의 세계에서는 더 나은 기술이 이긴다고 믿는다. 더 전력투구하는 쪽이 이긴다고 믿는다. 그리고 나는 전력투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건 애플과 가민도 마찬가지다.

- 아이언맨 본부 조 키아니는 마시모 본사를 2015년에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으로 옮겼다. 2008년 마블 영화 [아이언맨]에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본사로 등장한 지 7년 뒤의 일이다.

※ How To Play It

마시모와 마찬가지로 뉴욕주 래섬에 있는 앤지오다이내믹스도 의료기기를 만든다. 그러나 이 회사의 제품은 대부분 신체 혈관 시스템의 건강한 혈류를 진단 및 복원하는 데 사용된다. 매출 3억1600만 달러인 이 회사는 오리언 아테렉토미 시스템이라고 알려진 혁신적 기기로 추진력을 얻고 있다. 이 기기는 고체 레이저 기술을 사용하여 말초동맥 관련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병변을 기화하고 혈류를 개선한다. 다른 신제품으로는 최소 침습 수술을 통해 혈전을 제거하는 알파백, 열에너지 없이 암 조직을 파괴하는 나노나이프 등이 있다. 이 제품들이 기존의 혈관 및 진단 카테터를 넘어서기 시작함에 따라 내년에는 매출이 10~12% 성장하여 EBITDA가 2배가 되고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 JIM OBERWEIS는 오버웨이스 에셋 매니지먼트의 사장이다.

※ LITTLE BIG PICTURE - 대학생 10대

조 키아니처럼 조숙한 10대들은 대학 캠퍼스에서 보기 드물다. 그리고 갈수록 드물어진다. 18세 미만인 미국 대학생은 전체의 1%가 채 안된다. 60년 전엔 이 수치가 6배 높았다. 당시는 학부모가 자녀의 유리한 출발을 위해 유치원 입학을 연기하는 ‘레드셔팅(redshirting)’이 유행하기 전이었다. 하버드대 경제사학자 클로디아 골딘은 “당시에는 똑똑할수록 빨리 진학하는 것이 상식이었다”며 “지금은 정반대”라고 말했다.

- KERRY A. DOLAN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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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호 (2022.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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