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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절감의 반대급부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주는 교훈 

2022년 12월 많은 미국인이 예상치 못하게 공항에서 발이 묶였다. 처음에는 겨울 폭풍 때문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일주일 만에 약 100만 명이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예약 1만6700건을 취소했다. 이상했다. 폭풍의 영향은 다른 항공사도 마찬가지일 텐데 왜 사우스웨스트항공사에만 예약 취소가 몰렸을까.

▎사우스웨스트항공 직원이 2022년 12월 30일 미니애폴리스 세인트폴 공항 제2터미널 발권 카운터에서 여행객을 돕고 있다. 연말연시 미국 공항은 휴일 동안 비행기를 놓친 백만 명 이상의 승객과 수하물 분실건으로 대란을 겪었다. / 사진:ap
미국에서 크리스마스와 연초는 한국의 설처럼 대이동이 있는 시기다.

사람들은 항공권을 미리미리 구매하고, 미처 티켓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은 의레 비싼 가격이라도 감수한다. 그래서 항공사는 이 시즌에 여느 때보다도 정시 서비스에 신경을 많이 쓰고 고객관리에 더 많은 정성을 기울인다.

그러나 지난 연말 기록적인 눈 폭풍을 겪으며 모든 항공사는 비상 상황을 맞이했다. 그리고 여러 항공사 중 유독 사우스웨스트항공은 급격한 통제불가상황(meltdown)을 겪었다. 크리스마스 때 취소된 항공권은 새해 초까지 재예약되지 않는 난감한 상황이 일반화됐다. 도대체 그 이유는 무엇이며,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대규모 운항 취소 사건이 일어난 지 두 달이나 지났지만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앞으로 더 큰 타격을 받을지도 모른다. 반전을 꾀해 생존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이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 하나 분명한 건 사우스웨스트항공의 혼론을 목격하며 우리가 배울 것은 무엇이고 반성할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일이다.

첫째,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회사 현황은 회사 밖에 비춰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외부에서 봤을 때 이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미국에서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나름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혁신적인 저가임에도 좋은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는 국내선 항공사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을 선호하는 친구들은 굳이 더 먼 공항을 찾아 이용하기도 했다. 1967년 설립된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갖고 고객충성도를 확보한 배경은 바로 파격적인 마케팅전략이 성공한 덕분이었다. 다른 항공사는 고가에 비행 서비스가 지루하고 진부했다면, 사우스웨스트항공은 가격이 쌀 뿐만 아니라 랩하고 노래하는 스튜어디스가 손님을 맞이하는, 젊은 에너지가 넘치는 곳이었다. 말 그대로 지루할 수 있는 여행을 즐거운 경험으로 바꿔준다는 전략이 주효했다. 15달러(1만8000원)짜리 초저가 항공권도 있었고, 심지어 2021년에도 29달러(3만5000원)에 뉴올리언스와 볼티모어 거리를 여행할 수 있었다. 다른 항공사들은 몇십만원에 파는 티켓을 파격가로 내놓으니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저렴한 가격과 좋은 서비스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비결은 다른 비용을 줄였기 때문이었다. 기내식이 특별히 없고, 좌석도 선착순으로 배정해 관리 시간과 비용을 줄였다. 비행기 경유 시간도 10분 내외로 줄여 승객들의 대기 시간을 단축하는 등 여러 방법으로 비용 절감을 실현함으로써 고객의 가격 부담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 무엇보다 신선하고 즐거운 비행 경험을 선물하는 것이 바로 사우스웨스트항공의 문화다. 이렇게 창의성과 혁신을 추구하던 회사였지만 긴급 상황에 대한 대비는 부족했다.

둘째, 아무리 비용을 절감한다 해도 프로세싱 혁신과 인력 성장에 투자하지 않는 기업은 퇴보하기 쉽다. 여러 경영 전문가가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쇠락을 꼼꼼이 분석한 결과, 의외의 치명적 원인을 찾았다. 비용 절감과 애자일 방법론(Agile Methodology)으로 경영전략을 짜면서 직원들과 고객에게 유연성(flexibility)을 부여한 것은 매우 성공적이었으나, 비즈니스에 핵심적인 운영·기초 비용(operation and foundation cost)도 같이 줄여 운용력이 취약해진 것이다.

다른 항공사들이 중장기 전략으로 소프트웨어 개선에 투자하고 더 효과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구현하는 동안 사우스웨스트항공은 그런 투자는 규모가 크다 보니 비용을 다른 부문에 집중했다. 비즈니스 발전을 위한 투자를 등한시한 것이다. 항공업계에서 비행기가 연착되거나, 연료가 부족하거나, 고객이 탑승하지 않아서 기다리다 지연되는 상황들은 늘 발생할 수 있다. 이럴 때는 소프트웨어 개선과 디지털 툴을 이용해서 신속하게 고객에게 안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운항 취소나 변경이 있어도 재예약이 순조롭게 이어지는데 사우스웨스트항공은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온라인으로 안내하거나 업데이트하지 않아 고객이 중앙콜센터에 전화해서 변경을 요청해야 했고 몰려드는 민원을 효과적으로 처리하지 못한 것이다. 그동안 오래된 운영 시스템으로 그럭저럭 견딜 만했으니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투자하지 않고 버틴 것이다.

또 다른 항공사는 항공기 운용이 지연되는 경우 여분의 항공기가 있어 비상시에 투입할 수 있는데,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비상용 항공기를 운용할 여력이 없었다. 게다가 다른 항공사는 공을 들여 다른 항공사와 협업관계를 맺어 자사 비행기의 투입에 차질이 생기면 다른 항공사 비행기로 대체하는데, 사우스웨스트항공에는 이런 협업 시스템이 없어 비행 스케줄을 모두 취소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던 것이다.

손해는 엄청나다. 브랜드 이미지와 서비스 품질의 타격뿐만 아니라 재정적 손해배상 및 개선 투자 규모도 7억2500만~8억2500만 달러(9000억~ 1조176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정부는 사우스웨스트항공 운영 및 프로세스 개선에 대한 미흡한 투자와 관련해 새로운 항공사 관리 정책을 제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사우스웨스트항공 고객 100여 명은 티켓 환불과 비행 취소로 인한 손해배상을 아직 다 받지 못한 상황이다. 미리 미래에 대한 투자를 했다면 문제가 이렇게 최악으로 치닫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난 1월에 또다시 예상치 못하게 미연방항공청(FAA) 시스템 오류로 인해 많은 운항 스케줄이 취소되거나 항공기가 연착했는데 이날도 다른 항공사보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만일 가까운 미래에 또다시 이런 항공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비용 절감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미래와 사람에 대한 투자를 미루면 더 큰 손실과 시련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경기 불안으로 많은 사람이 걱정과 고민을 하는데,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쓰디 쓴 경험에서 우리는 더 지혜롭게 리드하고 전략을 이끌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 모니카 H. 강 이노베이터박스 대표는… 글로벌 500대 기업, 고등교육기관, 정부 및 비영리단체를 대상으로 실행 가능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업문화 변화, 리더십 개발, 팀빌딩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구글, NBC유니버설, 삼성전자, 펩시코, 트위터, 존스홉킨스대학교, 미국 정부 등 다양한 업계의 고객사와 일하고. 백악관, 아쇼카 체인지메이커(Ashoka Changemakers), 전국여성기업위원회(WBENC) 등으로부터 인정(Recognition)을 받은 창의 교육 전문가다.

202302호 (2023.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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