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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전기차 판매 1위, 함종성 폴스타코리아 대표 

젊은 CEO의 ‘영 브랜드, 뉴 모델’ 전략 

조득진 선임기자
‘찻잔 속 태풍’에서 ‘놀라운 반전’으로. 스웨덴에서 온 낯선 브랜드 폴스타가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전기차 단일기종 판매 1위에 올랐다. 고급스러운 디자인에 뛰어난 안전성·주행성을 갖춘 데다 보조금 100% 가격 책정, 온라인 판매 등의 전략이 주효했다. 여기에 국내 수입차 시장을 영악하게 읽어낸 젊은 CEO 함종성 대표의 리더십이 더해졌다.

▎함종성 폴스타코리아 대표는 “폴스타는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는 ‘가이딩 스타(The Guiding Star)’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찻잔 속 태풍.’ 2021년 12월 폴스타코리아가 순수전기차 폴스타 2의 출시를 알렸을 때 시장의 반응은 대체로 회의적이었다. 테슬라가 모델3와 모델Y를, 현대·기아차가 아이오닉5와 EV6를 내세워 국내 전기차 시장을 양분하기 시작한 데다 벤츠·BMW·아우디·포르셰 등도 잇따라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시장 흐름을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아닌 전기차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가이딩 스타(The guiding star)가 되겠다”는 함종성 폴스타코리아 대표의 출사표도 ‘젊은 CEO의 치기어린 포부’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결과는 그야말로 ‘반전’이었다. 폴스타 2는 지난해 연말까지 2794대가 판매되며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회원사 기준 수입 전기차 판매 1위 모델에 올랐다. 회원사가 아닌 테슬라까지 합치면 모델3, 모델 Y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진출 첫해에 2000대 넘게 판매한 유일한 회사로, 신생 브랜드의 한계를 뛰어넘는 성과다.

스칸디나비안 미니멀리즘을 반영한 절제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 유럽·미국·호주 등 주요 국가에서 인정받은 안전성, 전기차 최초로 적용한 티맵(TMAP) 인포테인먼트 등 우수한 상품성, 출시 첫해 전국적인 서비스 네트워크를 갖춘 것 등이 폴스타 2 인기 배경으로 꼽힌다.

시장에선 함종성 대표의 리더십에 주목한다. “젊은 CEO가 영(Young)한 브랜드, 새로운(New) 모델에 대한 시장의 니즈를 영악하게 읽어냈다”는 분석이다. 함 대표는 1982년생으로, 수입차업계 최연소 대표다. 캐나다 앨버타대학에서 재무경영관리를 전공한 그는 화이자 한국지사에서 마케팅을, US AIRWAYS에서 세일즈를 담당했다. 2009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합류 후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 볼보자동차 등에서 세일즈· 마케팅, 신사업 개발 등을 담당했다. 2021년 3월 폴스타코리아 출범과 함께 대표로 취임했다.

2월 7일 서울 한남동 폴스타 전시장 ‘데스티네이션 서울’에서 만난 함 대표는 “수입차 마케팅은 ‘프리미엄한 경험 제공’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경험은 제품과 서비스 면에서 모두 충족해야 한다. 폴스타 2가 국내 시장에서 성공적인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던 것도 두 부분을 철저하게 준비한 덕분”이라며 “분야에 상관없이 재무·경영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목표의식이 있었는데 오랫동안 동경해왔던 자동차 분야라 더 시너지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디자인·20대·온라인’ 전략 통했다


▎시승한 결과 폴스타 2는 이상적인 전기차였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디자인에 주행 성능도 만족스러웠다.
폴스타는 스웨덴 레이싱카 브랜드로 시작해 볼보와 기술·엔지니어링 협력을 통해 고성능 디비전을 담당했으며, 2017년 전기차 전문 브랜드로 독립했다. 독립 이유는 ‘가치의 충돌’ 때문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동차를 제작한다는 볼보가 최고속도, 제로백 등 ‘퍼포먼스’적인 개발을 추진한다는 것이 ‘안전’이라는 핵심가치와 상충한다는 의견이 있었던 것이다.

디자인 이유도 있었다. 함 대표는 “폴스타의 CEO 토마스 잉엔라트는 볼보차 입사 후 세 가지 콘셉트 모델을 공개했지만 패밀리 세단이라는 콘셉트에 갇혀 늘 아쉬움이 존재했다. 콘셉트 쿠페와 거의 흡사한 폴스타1을 제작하면서 독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출시한 폴스타 2는 세계 어워즈 50여 개를 휩쓸 만큼 디자인과 성능 면에서 탁월함을 인정받았다.

반응은 국내도 마찬가지. 최근 폴스타 2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설문조사 결과, 구매 이유로 디자인(29%)과 안전성(22%)을 가장 먼저 꼽았다. 상품성(16%), 편의성(15%)이 뒤를 이었다. 구매 고객의 98%는 첨단안전시스템을 탑재하고 해외에서 최고 안전 등급을 받은 폴스타 2의 안전성을 신뢰했다. 함 대표는 “50% 넘는 고객들이 에어백이 펼쳐지는 수준의 사고 발생 시 탑승자의 안전과 원활한 구조를 위해 고전압 배터리로의 전력 자동 차단, 모든 실내등 점등과 도어록 자동 해제 등이 적용된 최첨단 안전 기능에 대해 알고 있었다”며 “최근 전기차 화재가 이슈가 되고 있는데 폴스타 2는 글로벌 시장에서 10만 대가 팔리는 동안 단 한 건의 화재 사건도 보고된 바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1980년대생 젊은 CEO가 시장을 읽는 법이 빛을 발했다. 그는 우선 본사와 협의해 국내 출시 가격을 전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책정했고, 색상 변경에 따른 추가 비용을 부과하지 않았다. 또 옵션 항목인 히트펌프를 국내에서는 기본사양으로 적용했다. 출시 첫해 전국적인 서비스망을 사용할 수 있고, 5년 10만㎞ 보증연장, 무제한 충전크레디트 제공 등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들의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냈다.

특히 젊은 층 타깃이 주효했다. 지난해 폴스타 2를 구매한 고객 비중을 보면 3040세대(71%)에 이어 20대 고객 비중이 12%로 두 번째다. 100% 온라인 판매 기반의 전기차 브랜드이다 보니 혁신적이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젊은 층의 비율이 높았다는 분석이다. 고객의 관심사 1위는 여행(17%)이었고, 직업은 사무직(42%)이 많았다. 함 대표는 “폴스타 2 고객이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판매는 오프라인 접점이 부족한 신규 브랜드에는 큰 장점으로 발휘됐다. 완성차업계에서 자동차금융까지 100%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건 폴스타뿐이다. 함 대표가 폴크스바겐 재직 당시 카카오톡과 함께 진행한 온라인 세일즈 개발 프로젝트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오프라인에서는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데 공을 들였다. 지난해 폴스타코리아는 주요 도시에서 폴스타 2를 전시장에서 경험하고 시승까지 할 수 있는 이벤트 ‘투온 투어(2 on tour)’를 진행하며 280만 명에게 폴스타 2를 선보였다. 현장 고객 상담 4만6000여 건과 현장 시승 1100여 건이 진행됐다. 함 대표는 “폴스타코리아는 고객의 일상으로 찾아가는 전시·시승 행사를 통해 브랜드와 제품 경험 기회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현재 서울, 경기 하남, 부산, 제주에 전시장 ‘스페이스’를 운영 중인데 내년 초 대구에도 오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디자인, 성능 모두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


▎시장에선 함종성 대표에 대해 “젊은 CEO가 영(Young)한 브랜드, 새로운(New) 모델에 대한 시장의 니즈를 영악하게 읽어냈다”고 분석한다.
1월 초 제주도에서 폴스타 2를 시승할 기회가 있었다. 폴스타 2는 화려함보다는 깔끔하고 에지 있는 디자인이 돋보이는, 실용과 감성을 동시에 잡은 모델이었다. 3040세대는 물론이고, 20대들이 좋아할 만한 이유가 충분했다. 폴스타 2는 전장 4605㎜, 전폭 1860㎜, 전고 1480㎜, 축거 2735㎜로 볼보 S60와 비슷한 크기다.

단박에 눈에 들어오는 건 전기차답지(?) 않은 디자인이다. 특히 프레임 리스 사이드미러가 대표적으로,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고 여백 없이 거울로 채워 시야가 상당히 넓어졌다. ‘토르의 망치’를 떠올리게 하는 헤드램프와 ‘ㄷ’ 모양의 리어램프는 볼보의 플랫폼이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실내 역시 단순명료하다. 특히 11.2인치센터 디스플레이에는 직관적이고 꼭 필요한 버튼 등을 잘 집약해놓았다. 다만 헤드업디스플레이(HUD)가 없다는 점은 아쉬웠고, 일반적으로 전기차에는 없는 2열센터 터널이 있어 공간이 다소 좁게 느껴졌다.

주행 성능은 전기차답게 시원했다. 시승했던 듀얼모터는 최고출력 408마력,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은 4.7초에 끝냈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334㎞, 전비는 3.8㎞/kWh였다. 가속 반응은 훌륭했다. 묵직한 무게를 앞세워 시속 100㎞ 이상의 고속에서도 안정성을 꿋꿋하게 지켰다. 스티어링도 가볍게, 표준, 단단하게 등으로 조절할 수 있어 운전 초보자에게도 편리해 보였다.

특히 인포테인먼트에 공을 많이 들인 느낌이었다. 폴스타 2는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를 바탕으로 전기차로서는 국내 최초로 전기차 전용 티맵(TMAP)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기본 탑재했다. 96%의 높은 음성 인식률을 자랑하는 AI 플랫폼 누구(NUGU), 사용자 취향 기반의 뮤직 애플리케이션 플로(FLO)도 탑재했다. 함 대표는 “인포테인먼트 경험은 올해 9월부터 대대적인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더 강화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격 책정은 신의 한 수였다. 폴스타 2 싱글모터는 5490만원, 듀얼모터는 5990만원이다. 정부 보조금에 지방자치단체 보조금까지 적용하면 가격은 4000만원대로 떨어진다. 이를 위해 함 대표는 스웨덴 본사의 적극적인 지원을 이끌어냈다. 그는 “내부적으로 5490만원으로 가격을 확정한 당시의 전기차 보조금 100% 지급 기준은 6000만원이었으니 정말 공격적인 가격 책정이었다”며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몇 차례 가격인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폴스타코리아는 기본 모델의 가격을 동결했다”고 강조했다.

프리미엄 SUV 시장 공략 나서

폴스타는 신규 기업이지만, 연례 보고서 발표 등 지속가능성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 폴스타의 지속가능성 책임자 프레드리카 클라렌은 “측정할 수 있는 모든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What gets measured gets done)”고 강조하며 탄소배출량 저감 등 전기차 시장 선도자로서 혁신성을 추동하고 있다. ‘폴스타 제로 프로젝트(Polestar 0 Project)’가 대표적으로, 원자재 수급부터 소재 가공, 제품 조립, 생산과 소유 등 자동차 생애주기 동안 탄소 발생을 없애 2030년까지 완전한 기후 중립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2021년부터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해마다 공개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함 대표는 “지속가능성 보고서는 폴스타가 추구하는 투명성의 핵심이며, 설정한 목표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점검할 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과 소비자의 참여를 독려하는 역할도 기대하고 있다”며 “5년 혹은 10년 단위의 목표는 기업을 게으르게 해 실행이 더디어질 수 있다. 변화와 개선은 지금 당장, 그리고 항상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것이 폴스타가 매년 연례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표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함 대표는 올해 3분기에 대형 전기 SUV 폴스타 3를, 내년엔 쿠페 스타일의 SUV 폴스타 4를 한국에 선보이며 확고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공개된 폴스타 3는 듀얼모터 파워트레인을 기반으로 489마력을 갖추고, 1회 충전 시 610㎞를 주행할 수 있다. 폴스타코리아는 2026년까지 매년 1종 이상의 신규 모델을 들여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함 대표는 “지난해가 전기 세단의 시대였다면, 올해는 대형 전기 SUV의 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폴스타 3는 폴스타의 플래그십으로 전기차 시대에 걸맞은 SUV를 새롭게 정의했고, 디자인과 퍼포먼스에서 확실히 차별화된 장점을 가지고 있다”며 “쟁점은 출시 시기다. 본사와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3분기, 혹은 더 이른 시기에 국내 고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 조득진 선임기자 chodj21@joongang.co.kr·사진 최영재 기자

202303호 (202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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