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BACK TO THE BASIC 

 

권오준 포브스코리아 편집장
살다 보면 해 뜬 날도, 궂은 날도 있다. 해 뜬 날에는 궂은 날을 대비하고, 궂은 날에도 해 뜰 날을 기다리며 견뎌야 한다. 2023년 한국 경제는 ‘궂은 날’의 연속이다. 경제 전문가들의 ‘예보’를 보더라도 이른 시일 내 해가 뜰 것 같지 않다. 한동안 비를 맞고 몸을 떨더라도 일단 생존해야 한다. 역사가 100년이 넘은 글로벌기업들도 알고 보면 1, 2차 세계대전과 여러 경제공황을 버틴 끝에 해 뜬 날을 맞이했다.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국내 기업들도 지금의 위기보다 더 큰 고난을 이겨냈기에 이 자리에 있지 않는가.

어찌 해야 할까. 기업은 사회적 생명체다. 사회적 존재인 사람이 모인 집단이다. 사람은 생각도 제각각일뿐더러 완벽한 사고력도 갖추지 못했다. 작은 권력이라도 주어지면 오만해지기 십상이다. 예외적으로 현명한 사람도 모든 판단을 올바르게 내릴 순 없다. 경제 환경과 시장의 변화를 가늠케 하는 다양한 현상에 대한 ‘한 끗 차이’ 해석에 따라 가는 길이 달라지고, 성패도 엇갈린다.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리가 다 알고 있다. 혁신이다. 혁신은 고착화된 의식의 틀, 구조의 틀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는 작업이다. 따라서 모두가 혁신을 외치지만, 대다수가 혁신에 실패한다. 혁신이 어려운 이유도 사람이다. 사람들은 관행과 경험에 의존하려는 속성이 있다.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오히려 변화를 피하려는 무의식이 더 강하다. 자기객관화를 통해 자신을 정확히 아는 것도 장담할 수 없다. 나의 위치, 나의 역량을 모른 채 경쟁자와 겨룰 순 없지 않나.

세계 곳곳에서 너무 빠른 속도로 신기술과 신사업이 등장하는 것도 혁신을 어렵게 만든다. 우리가 추구하는 혁신의 속도는 엄청 빨라야 하는데, 중소·중견 기업의 경우 버거울 수밖에 없다.


▎권오준 포브스코리아 편집장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혁신의 습관’을 체질화해서 기업문화로 탄탄하게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공한 혁신 경험을 갖고 있는 최고경영자(CEO)들로부터 배울 수 있다. 이들을 만나보면 기업가정신과 조직문화를 강조하고, 끊임없이 ‘백 투 더 베이식(Back to the Basic)’을 부르짖는다. 여기에 ‘사회적 소명감’을 추가하고 싶다. ‘백 투 더 베이식’은 어려운 상황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원점부터 하나씩 짚어가자는 의미다. 하나의 퍼포먼스로 치면 1995년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에서 있었던 애니콜 화형식이 좋은 예다. 기업가정신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자세이자 사회와 인류를 이롭게 하는 철학이다. 기업가정신에서 사회적 소명감은 매우 중요하다. 기업가로서의 행복과 보람이 커질테고 덩달아 개인의 꿈도 기업 비전의 크기도 커질 것이다. 이 모든 게 조직에 스며들어 공고해져야 한다. 집단은 인성이 없다. 어떤 문화를 갖고 있느냐가 그 집단의 가치다. 더구나 환경 변화는 혁신할 기회다. 환경이 어려워지면 기득권이 흔들리게 된다. 혁신은 기득권과 고정관념을 깨는 행위다. 더 몰입해서 기본으로 돌아가 사회적 소명감을 갖고 혁신에 나선다면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다. 더 차분해지자. 근본에서 생각하자. 더욱 혁신에 매진하자. 어려울수록 ‘백 투 더 베이식’이다.

- 권오준 포브스코리아 편집장

202305호 (2023.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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