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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찬이 만난 부울경 혁신 리더(15) 강현석 현대공업 대표 

55년 제조기업의 ‘오래된 혁신’ 

장진원 기자
1969년 창립한 현대공업은 울산 지역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현대차 협력사다. ‘기본에 충실하되, 혁신을 멈추지 않는다’는 강현석 대표의 경영 철학은 제조업의 혁신과 생존 조건을 다시금 곱씹게 한다.

지난 1969년 울산에 설립된 현대공업은 부울경 지역을 대표하는 자동차 부품 전문 기업이다. 55년간 자동차 부품, 특히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자동차 시트 분야에서 최고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현대자동차 창립이 1967년이니, 현대공업의 역사는 국내 자동차 부품 기업의 태동과 성장, 발전을 상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 시트 어셈블리(세트)에서 시작한 현대공업의 주력 제품은 현재 암레스트, 우레탄 시트, 헤드레스트, 사이드백, 백보드, 실드커버 등 차량 시트 제작에 필수인 고부가가치 부품 제작으로 이어졌다. 올해 예상 매출 규모 3000억원대 중견기업으로 탄탄히 자리매김한 현대공업은 모빌리티와 친환경 에너지 부문으로 투자 영역을 확대하는 등 지역의 오픈이노베이션 모범 사례도 새롭게 써나가고 있다. 55년 전통 제조기업이 본업에서 탄탄한 성장을 이어온 것은 물론, 신사업 발굴을 통한 지속가능 경영에도 앞장선 보기 드문 사례로 평가받는다.

최영찬 선보엔젤파트너스 대표가 강현석 현대공업 대표를 직접 만났다. 강 대표는 전통 제조기업의 미래 생존 전략을 고민하면서도 “‘공존공영’이라는 사훈에 담긴 변치 않는 가치를 이어나가는 게 경영의 목표이자 원칙”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창립 55년 차다. 현대공업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1969년에 설립됐다. 현대자동차 협력사들은 고유의 협력업체 코드를 갖고 있다. 현대공업 코드가 U003이다. 울산 지역의 세 번째 현대차 협력사라는 뜻이다. U001과 U002 업체는 이미 사라졌다. 현존하는 현대차 협력사 중 가장 오래된 곳이 바로 현대공업이다. 처음엔 시트 어셈블리, 즉 시트 전체를 제조하다가 현재는 암레스트, 헤드레스트, 폼패드 등 부가가치가 큰 부품을 생산한다. 지금은 전설이 된 포니의 시트를 우리가 만들었고, 현대차가 제작한 첫 번째 버스 모델 시트도 우리 제품이다.

1997년 현대공업에 입사해 2007년 34세 젊은 나이에 대표로 취임했다.

입사 연도가 1997년인 건 맞지만, 본격적으로 회사 일에 뛰어든 건 2000년 이후다. 창업주이자 부친인 강호 회장께서 2000년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시면서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로 갑작스레 폐암 판정을 받고 어려움을 많이 겪으셨다. 사실 1997년에 처음 회사에 적을 뒀지만 열심히 일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28살 때 부친께서 돌아가셨는데, 그전까지는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공부하다가 급하게 울산으로 내려왔다.

IMF 위기 이후 모두가 힘들 때였다. 현대공업은 어땠나.

우리라고 별수 있었겠나. 나라 전체가 비상이었으니 우리 사정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사업 자체도 많이 망가져 있었다. 승계나 상속에 대한 준비도 전혀 없어서 고생을 무척 많이 했다. 정말 어렵게 시작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사업과 경영에 대해 배운게 전무했다는 거다. 스스로는 아무것도 준비가 안 된 맨땅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신생기업도 아닌 어느 정도의 기반을 닦은 회사를 경영해야 했다. 정말 눈앞이 캄캄했다.

말만 들어도 급작스런 승계로 인한 고충이 느껴진다. 어떻게 극복했나.

혼자 힘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부친과 함께 회사를 일궈온 좋은 분이 많이 계셨다. 그분들께 의지하고 배워가면서 적응해갔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완전히 현장형 경영승계였던 것 같다. 평생을 감사해야 할 세 분이 있다. 은퇴하신 이채식 회장, 백상열 공동대표, 강현욱 부사장이다. 이 세 분이 나의 스승이다. 어릴 때는 이 회장께 “일 못한다”며 혼도 엄청 많이 났다. 오너고 대주주고 없이 그야말로 사심 없이 깨주셨다.(웃음)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가능했겠나. 이분들을 만난 건 내겐 너무나 큰 행운이고 감사한 일이다. 아버지께 받지 못한 가르침과 경험을 그분들께 받았다. 진정한 사수들이다.

같은 2세 경영인 입장에서 봐도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그런 경우 보통 비극으로 끝나는 걸 많이 봤다.

회사에 훌륭한 분이 많이 계셨다. 아버지의 인복을 온전히 물려받은 셈이다. 성실하고 정직하게 일하는 분들이 제게도 그렇게 일해야 한다고 가르쳐주셨다. 현대공업의 사훈이 ‘공존공영(共存共榮)’이다. 다 함께 존재하며 잘 살아가자는 뜻이다. 회사 구성원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한 존재고 인재다. 회사를 통해 먹고사는 사람이 많다. 임직원은 물론이고 협력업체, 고객사, 지역사회 등이 다 같이 살아가는 환경이다. 이들 모두가 잘 먹고 잘살아야 한다. 상장했으니 주가가 올라 주주들도 수익을 거둬야 한다. 세상은 어느 한 주체가 독불장군처럼 살아가는 곳이 아니라는 걸 시간이 갈수록 절절하게 느낀다. 또 그렇게 배웠다. 요즘 말로 하면 상생이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같은 게 아닐까.

경영 수업을 받는 것과 대표이사로 일하는 건 엄연히 다르다. 이른 나이에 대표를 맡았다.

2007년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피하고 싶었지만 대주주이자 오너인 것은 변함이 없었다. 책임지는 자리를 최대한 늦게 맡고 싶었지만 책임감이라는 사명을 외면할 수 없었다. 35살 젊은이가 모든 걸 책임지는 자리에 앉아야 했다. 부담이 너무나 컸다. 1997년 외환위기 시절 졸업반 때 얘기다. 하루는 아버지께서 서울 여의도에 가자고 하시더라. 뭣도 모르고 서울 간다며 좋다고 쫓아갔다. 알고 보니 자서(채무 시 필요한 사인) 현장이더라. 25억원으로 기억하는데, 사인을 하면서 겁이 덜컥 났다. 회사 대표 아들을 은행에 연대보증인으로 세운 거다. 지금은 연대보증 제도가 없어졌지만 당시엔 ‘이게 뭐지’ 싶었다. 솔직히 기분도 많이 상했다. 도대체 아들에게 왜 이런 부담을 안기실까. 지금 돌이켜보면 아버지의 마음과 처지가 이해된다. 자식을 보증인으로 세우는 CEO의 마음이 오죽했겠나.

대표 취임 후에는 어땠나? 현장에서 직접 겪은 어려움이 만만치 않았을 텐데.


▎강현석 현대공업 대표가 최영찬 대표에게 자동차 시트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리 주력 아이템을 경쟁사에 빼앗긴 적이 한 번 있었다. 회사 전체 매출에서 15%를 차지하는 제품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가장 힘든 기억이다. ‘이러다 나도 회사도 정말 어려워지겠다’며 괴로워하던 순간, 이채식 회장님은 체질 개선이라는 카드를 꺼내 드셨다. 일단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인원을 줄였다. 그동안 비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운영해왔다는 판단이었다. 당시 아산공장 사정이 특히 어려워서 매일 ‘사람을 달라’고 난리였다. 밤 11~12시에 퇴근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런데 업무 효율화에 몰입하니 사람이 줄어도 오히려 공장이 더 잘 돌아가더라. 울산공장은 생산성 향상에 집중했다. 모두가 효율적인 운영 시스템을 위한 작업이었다. 전체적인 매출 규모는 전년보다 떨어졌지만, 당장 그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때 많은 걸 배웠다. 6~7개월을 오롯이 업무와 시스템 효율화에 올인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효율만 중시한 나머지 기본을 놓칠 때도 있지 않나.

기본, 즉 업의 본질에 충실해야 하는 건 기본 중 기본이다. 사실 자동차부품업은 어느 정도 루틴이 정해져 있다. 개발과 양산, 이후 단산 후엔 또 다른 부품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게 바로 효율이다. 현대공업의 본질은 결국 제조업이다. 50년 넘게 쌓아온 노하우를 계승, 발전해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음악을 예로 들어보자.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수히 많은 반복 훈련으로 스킬(기술)을 발전시키는 사람도 있다. 반복 작업과 훈련으로 기술을 발전시키는 경우다. 제조업의 생산과 관리도 모두 경험치에서 대다수 역량이 축적된다. 결국은 관리다. 한정된 자원을 얼마나 잘 관리해서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느냐의 싸움이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많은 경험치를 쌓고, 이를 바탕으로 더 세심한 관리 노하우를 쌓는 것. 그게 우리 경영 방식이다.

패배주의에 빠진 국내 제조업에 던지는 화두가 될 것 같다.

제조업은 영원할 수밖에 없다. 사회가 아무리 고도화하고 하이테크로 가도 인류가 사용하는 물리적 제품은 늘 존재한다. 인간의 삶에 필요한 기본이다. 삶의 한 부분이 될 수밖에 없는 물건과 제품을 만들어내는 게 제조업이다. 제조업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고 미래를 대하는 긍정적 인식도 낮아져 안타깝다.

잘나가던 스타트업이 단 한 차례 위기로 쓰러지는 모습을 종종 본다. 말씀을 들으니 50년 제조기업의 단단함이 느껴진다. 위기를 관리할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기업이 너무 많다.

나 역시 취임 초기에는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도 부친과 함께했던 선배들께서 큰 도움을 주셨다. 그분들이 현대공업 위기의 순간 컨트롤타워가 돼주셨다. 오랜 업력에서만 얻을 수 있는 큰 자산이다.

2013년에는 코스닥 상장이라는 도전에 나섰다.

공장 이전을 위한 큰 선택이었다. 현재 울산 매곡동 공장 전 주력 공장이었던 부곡동 공장은 당시 벌써 가동한 지 30년이 넘은 오래된 시설이었다. 우레탄 제조업이다 보니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안에서 사업해야 하는데, 시설이 너무 낡아 최신 규제를 따라가지 못해 감사나 점검에 걸리기 일쑤였다. 마침 울산 북구 매곡동에 산업단지를 조성한다고 해 공장 이전을 결정했고, 2015년 본사를 현재 매곡동 공장으로 이전했다. 상장과 공장 이전은 한 단계 도약을 위한 도전이었다. 당시 500억원대였던 매출이 올해는 3000억원대로 예상된다. 공장 크기가 25% 정도 커진 데 비해 매출 규모는 6배 커졌다. 업무 효율화와 지속적인 연구개발(R&D)로 거둔 성과라 자평한다. 현재는 제네시스 등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 차량에 우리 제품이 들어간다. 공장과 설비 업그레이드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매곡2공장을 짓고 있다. 이곳에선 현대차의 N사양 시트 조립과 제네시스 전용 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상장 이후 얻은 성과에는 어떤 게 있나.

생산시설을 업그레이드해 제품 경쟁력을 키운 게 결정적인 변화라고 평가한다. 고객사에 대한 영업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제조업의 경쟁력은 본질적으로 품질에서 나온다. 현대공업의 강점은 ‘승인도’ 부품 생산에 있다. 보통 자동차 부품은 대여도와 승인도로 나뉜다. 대여도는 완성차업체가 그린 도면대로 협력사가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반면 승인도는 협력사가 설계해 제작하는 것을 말한다. 당연히 자체 설계 역량이 굉장히 중요하다. 대여도와 승인도 부품의 납품 단가가 크게 차이 나는 건 아니다. 다만 승인도 부품은 자체 생산 환경을 바탕으로 설계하기 때문에 생산효율이 높고 불량도 적다. 생산성 향상과 관리가 훨씬 용이하다는 뜻이다. 설계 능력을 갖춘 것 자체가 그 회사의 영업력이기도 하다. 자동차 부품은 기술 영업에 가깝다. 승인도 부품이 아니더라도 초기 개발 단계부터 최대한 고객사가 원하는 상품을 빠르고 좋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현대공업을 선택하면 편하고 문제가 없다’는 것이 우리의 본질적인 영업 전략이자 능력이다.

2017년 이후 국내 자동차 부품 기업들이 큰 어려움에 처했다. 중국 시장의 변화 때문이다. 현대공업은 어떤가.

우리도 중국 베이징과 황화에 두 개 공장이 있는데,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일단 중국 내 완성차 판매가 많이 꺾인 상황이다. 사드 사태 이후로 회복이 쉽지 않다. 중국 시장은 다른 지역과 많이 다르다. 한 번 시장에서 꺾이면 회복이 무척 어렵다. 미중 갈등 때문에 미국 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고, 역사 이슈로 인해 일본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또 하나 결정적인 건 중국 업체들의 약진이다. 가성비가 워낙 좋다. 이런 이유로 한국이든 어디든 중국 시장 점유율을 빼앗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시장 아닌가.


맞다. 그러니 포기할 수는 없다. 일례로 글로벌 전기차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곳이 바로 중국이다. 중국 내 전기차 침투율이 이미 30%에 달한다. 연간 2500만~3000만 대를 생산하는데, 올해 생산할 전기차만 9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 전체 내수시장 규모가 한 해 150만 대 이하다.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차량 수출도 전 세계 1등으로 올라섰다.

최근 미국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계시다. 미국 진출 배경과 계획이 궁금하다.

조지아주 뉴넌(Newnan) 지역에 진출을 확정해 현재 공장을 세팅 중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기조에 맞춰 현대차가 조지아주 서배너(Savannah)에 전기차 전용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우리도 함께 진출해 공급망을 완성하자는 프로젝트다. 중국에서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고전하는 대신, 미국 시장 점유율은 점점 올라가고 있다. 미국이 새로운 기회로 열리고 있다는 뜻이다. 현대차도 전기차뿐 아니라 기존 공장들의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다. 현대공업 역시 서배너 공장에서 생산하는 전기차뿐 아니라 미국 내 기존 내연기관차 공장에도 부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트 부품은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모두에 꼭 필요하다. 앞으로 자율주행차가 보편화되면 공간 활용 측면에서 기존과 다른 제품이 필요해질 것이므로 관련 R&D도 이어가고 있다.

신설 중인 미국 공장의 매출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수주를 받아봐야 정확하겠지만, 서배너 공장 30만 대 기준으로는 250억원 정도를 예상한다. 기왕 미국 시장에 진출하니, 현대기아차 말고 다른 글로벌 브랜드의 OEM도 수주해야 하는 게 숙제다. 실제로 미국 안에 공장이 없어서 수주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미국 내 생산시설 확보가 그래서 더 중요하다. 요즘은 현대차도 해외 업체와 거래를 장려하는 편이다. 개방적인 비즈니스를 통해 기술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 시장의 어려움을 미국이라는 새로운 지역에서 풀어내야 한다.

본업 외에도 2차전지,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투자 활동에 적극적이다.

본업에서 탄탄한 기반을 갖췄다 하더라도 변화하는 산업 트렌드를 파악해야 하는 게 CEO의 숙명이다. 쉬운 건 없다. 어떻게 해야 할지조차 모르는 CEO도 많다. 나 역시 전시회란 전시회는 다 찾아다녔다. 모터쇼부터 시작해 하우징어페어(우레탄 소재로 할 수 있는), 베이비페어, 실버페어, 심지어 팻페어까지 찾아다녔다. 메모리폼 베개 같은 것도 시도해봤지만 모두 신통치 않았다. 그러던 차에 최영찬 대표를 만나 오픈이노베이션에 눈뜨고 새로운 사업 기회와 투자를 보는 눈도 갖출 수 있었다. 우리가 원한 건 자동차와 관련한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다. 스타트업 발굴은 우리가 못하니 벤처캐피털 등 전문가가 나서고, 이들과 협업하거나 투자하려고 한다.

2019년 결성한 HDI펀드가 업계에 큰 화제를 뿌렸다.

사내에 신사업 관련 조직도 만들어봤는데 잘 안 되더라. 결국은 대표의 의지가 필요한 부분이다. 최 대표가 경영하는 라이트하우스컴바인이 운용사로 나선 HDI펀드를 조성한 배경이다. 그간 엠프리어스, 제로에이비아, 솔리비스 등 2차전치 유망 기술기업에 투자했다. 이와 별개로 투자 펀드를 조성해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전기차 충전 관련한 이지차저에도 후속 투자를 준비 중이다. 전기차, 2차전지, 충전 등 자동차 관련 스타트업에 집중해 투자하려 한다. 미래 자동차산업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기존 본업에 충실하되, 새로운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과 시너지를 내기 위한 오픈이노베이션이 꼭 필요하다.

에너지 등 미래 신사업 구상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5월, RE100파워사업준비단, 씨엠엔지니어링 등과 함께 울산 재생열병합발전소 건설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부곡동 사업부지 4만여㎡를 현물출자해 주주로 참여했다. 울산 지역의 여러 시행사,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맺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발전소가 완공되면 울산 지역의 첫 친환경 발전소가 될 거다. 이곳에서 친환경 에너지와 스팀을 생산해 판매할 예정이다. 최근 글로벌 탄소배출권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유럽의 탄소배출권 가격이 급등하고 있고 미국 등도 뒤를 잇는 추세다. 한국은 글로벌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아직 마이너리티다. 이런 시도와 프로젝트가 더 많아져야 한다.

대표 취임 당시 500억원대 매출에서 3000억원대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앞으로의 비전과 사업 방향이 궁금하다.

현대공업의 본업은 어디까지나 자동차 부품이다. 이를 기본으로 변화를 잘 따라가고 적응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 새로운 기술과 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본업을 바탕으로 한 변화의 일환이다. 자동차 부품 부문에서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산업에 적응하는 걸 넘어 선도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대표가 이것저것 시도해볼 수 있는 것도 우리 직원들이 자기 일을 묵묵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분들이 제 역할을 못 해주면 나 역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러니 기본을 잡는 게 가장 중요하다.

결국 ‘공존공영’이라는 화두로 다시 돌아가는 것 같다.

그렇다. 우리와 관계된 모든 이해관계자가 이익을 봐야 한다. 그게 경영의 본질이다. CEO는 모든 관계자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다. 상대가 이익을 보려면 나도 약간 손해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러면 결국 내 이익으로 돌아오더라. 신입사원들에게도 “미안하지만 나도 당신도 을”이라고 말한다.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동료, 타 부서, 협력업체, 고객, 주주 등 모두가 내 도움을 받아야 하고, 나도 이들에게 도움을 받아야 한다. 특히 협력업체가 중요하다. 자동차에 3만 개 부품이 들어가는데, 하나만 빠져도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 제품에도 200여 개 부품이 들어간다. 하나만 없어도 안 된다. 제품 설계 단계부터 어떻게 하면 협력사가 쉽고 문제없이 생산할 수 있는지 우리가 먼저 고민해야 한다. 뭐든지 앞단, 즉 리더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 최영찬 - 선박과 플랜트 분야 제조업을 영위하는 선보공업의 차세대 경영인이다. 제조업체들이 스타트업 및 투자 생태계와 어떻게 공존하고 미래 사업을 만들지 고민하면서 선보엔젤파트너스와 기업 연합형 CVC인 라이트하우스를 창업했다. 200여 개 스타트업에 투자했으며, 컴퍼니빌딩 프로젝트와 기존 포트폴리오 기업을 공동경영 형태로 성장시키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창업한 2개 법인과 별도로 3개 프로젝트의 공동대표로도 활동하면서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 _ 사진 최재승 객원기자

202307호 (2023.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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