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누구나 오만하다 

 

나는 오만한 사람을 싫어하나, 한편으론 이해한다. 누구든 오만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과 비교가 일상인 사회에서 전면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오만해지지 않기란 어렵다. 나 또한 시도 때도 없이 작고 큰 오만이 거머리처럼 파고든다. 반성해도 시간이 지나면 또 그런다. 하지만 기업의 오만은 어물쩍 넘어가선 곤란하다. 성장을 가로막을뿐더러 자칫 존폐의 벼랑 끝에 설 수 있다. 조직은 사람으로 이뤄졌기에 조직의 오만은 곧 사람의 오만이다. 특히 경영자의 오만이 가장 위험하다. 영향력이 클수록 미치는 파장이 그만큼 큰 탓이다.

기업 경영자가 오만해지는 이유는 단순하다. 포브스코리아 오만(Hubris) 포럼의 단골 연사인 유진 새들러 스미스 영국 서리대 교수의 진단에 동의한다. 스미스 교수는 “리더의 권력, 최근의 성과, 이에 따른 주변에서의 찬사가 오만을 유발하는 내적 요인”이라고 봤다. 오만을 언급하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의 경험 많은 경영자를 떠올린다. 그러나 오만으로 무너진 젊은 기업가도 적지 않다. 최근 우려를 사고 있는 유명 스타트업들의 위기도 경영자의 오만에서 원인의 일단을 찾을 수 있다. 이들의 오만은 몇 번의 고액 펀딩, 세상 사람들의 찬사에 자신을 엄청난 능력자라고 착각하면서 시작된다. 착각은 과도한 자신감과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져 무리한 확장으로 패착을 두게 된다.

자기도 모르게 달라붙는 오만을 어떻게 경계해야 할까. 사실 오만한 사람은 자신이 오만하지 않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도 개인이 아닌 경영자의 입장에서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한 번쯤 챙겨보자. 첫째, 본인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인간임을 인정해야 한다. 일본 경영학자 이타미 히로유키는 저서 『경영자로 산다는 것』에서 경영의 본질을 “성약한 타인을 통해 뭔가를 이뤄내는 것”이라며 성약설(인간은 원래 약한 존재다)을 주장했는데 고개가 끄덕여졌다. 타인뿐만 아니라 CEO 본인도 미흡한 존재다. 이를 인정하고 무조건 겸손해야 한다. 겸손은 뭔가. 자신을 낮추고 타인을 존중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자신보다 뛰어난 자들이 있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다.(나무위키)

둘째, 창업의 성공 조건과 지속 성장의 조건이 다름을 숙지해야 한다. 창업의 성공은 창업자의 특별한 능력, 타이밍, 운 등이 맞아떨어진 경우다. 회사를 지속시키고 레벨 업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영역이다. 기업의 가치(철학)를 만들고 조직의 힘을 키우며 외부 조건을 지혜롭게 활용해야 한다. 이걸 흔하게 착각한다. 스타트업의 경우 몇 번의 펀딩 과정에서 매겨진 기업가치는 매우 일면적이다. 수천 개 투자사 중 겨우 2~3곳이 평가한 기업가치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스스로를 과대평가한다면 정말 곤란하다.


▎권오준 포브스코리아 편집장
셋째, 빠름과 느림의 균형을 잘 잡자. 스피드경영, 선점효과 등이 경영의 정석처럼 이해되면서 빠른 판단, 빠른 추진력 등 ‘빠름’은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편견이 생겼다. 오만한 경영자가 가장 범하기 쉬운 잘못이 규모에 집착한 나머지 지나치게 빠른 결단으로 빠른 확장을 밀어붙이는 것이다. 하지만 업종마다, 그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빠른 게 좋을 수도 있고 느린 게 적합할 수도 있다. 간혹 의사결정을 조금 늦추거나, 의무적으로 다른 의견을 듣는 과정이 필요할 때도 있다. 내실경영의 관점에서 속도의 균형을 잡았으면 좋겠다. 내실경영을 단순히 외형 확장을 자제하고 이익과 비용에 중점을 두는 소극적 수성전략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더 탄탄한 전진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권오준 포브스코리아 편집장

202308호 (2023.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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