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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환이 만난 혁신 기업가(46) 하진우 어반베이스 대표 

첨단 기술을 품은 인테리어 

노유선 기자
입체 도면, 인공지능, 증강현실 기술을 총망라한 인테리어 스타트업 어반베이스가 이제는 IT 기업으로 불리길 거부한다. 하진우 어반베이스 대표는 “시뮬레이션과 가전·가구 구매, 인테리어 시공이 모두 가능한 종합 플랫폼으로 변모하는 중”이라며 “고객의 취향을 인테리어에 오롯이 반영할 수 있도록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건축가 출신인 하진우 어반베이스 대표는 업계의 페인 포인트를 사업 아이템으로 발전시켰다.
4차 산업혁명 대상(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에 이은 100만불 수출의 탑 수상, 300억원 규모 누적 투자 유치액 확보, B2B에서 B2C로 사업 영역 확대 등. 2014년 설립된 3D(입체) 인테리어 스타트업 어반베이스의 빛나는 이력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70%가량이 일본에서 나왔다. 현재 어반베이스는 성공적인 일본 진출을 기반으로 싱가포르 시장에도 문을 두드리는 중이다.

개인 맞춤형 인테리어 상담과 시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반베이스는 국내 인테리어 업체 중 첨단기술 활용에 적극적인 곳으로 손꼽힌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2D(평면) 도면을 수초 만에 3D 도면으로 변환하는 기술과 공간 구성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증강현실(AR) 기술이 이곳의 대표작이다. 하진우(42) 어반베이스 대표는 “건축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은 3D 화면에서 시공 결과를 가상으로 확인하며 상담자의 설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차별화된 기술력은 어반베이스가 국내외 굵직한 가전·가구 회사를 고객사로 둔 이유이기도 하다. LG전자, 신세계까사, 퍼시스그룹, 에이스침대, 니토리, 시마추 등이 SDK(소프트웨어개발도구)·API(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비롯한 어반베이스의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현재 어반베이스는 ‘일본의 이케아’로 불리는 니토리에 3D 공간 컨설팅을 위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며, 일본 3위 가구 유통업체 시마추에 고객 맞춤형 공간 컨설팅 서비스를 지원한다. 지난 8월 30일 서울 강남 어반베이스 사무실에서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이 하 대표를 만나 국내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 전망과 어반베이스의 미래 전략을 물었다.

3D·AI·AR 총망라한 독보적 기술력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오른쪽)과 하진우 어반베이스 대표는 시대 변화에 따른 인테리어 시장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창업 계기를 들려달라.

건축가로서 현장에서 몸소 겪은 고충을 해결하고자 창업을 결심했다. 고객과 의사소통을 하려면 간단한 기획 도면과 함께 비교적 복잡한 실시 도면이 모두 필요한데, 특히 실시 도면이 항상 골칫덩어리였다. 실시 도면을 구성하는 각각의 선이 의미하는 바를 모르는 비전공자는 도면만 보고서 시공 결과를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3D 모형을 만들 수도 있지만 제작 시간을 고려하면 상당히 비효율적인 의사소통 방식이다. 만약 3D 도면이 있다면 고객의 이해를 도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AI를 이용해 2D를 3D로 빠르게 변환한다면 사업성이 있겠다고 확신했다.

1년 반 만에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어떻게 가능했나.

국내 아파트의 도면을 수집, 분석한 뒤 공통점을 도출해 AI에 학습시켰다. 현재까지 어반베이스는 전국 아파트 중 약 96.5%를 3D 도면으로 변환하는 데 성공했다. 2D 도면을 손쉽게 확보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도면의 지식재산권(IP) 이슈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한국의 경우 집합주거건물의 IP는 불특정 다수가 분할 소유하는 방식이라서 다행히 문제의 소지가 없었다. 앞으로 3D 도면을 더욱 많이 확보해 회사명(어반+데이터베이스)처럼 도시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일본 수출 비중이 크다. 진출 배경이 궁금하다.

한국과 의식주 문화가 비슷한 일본은 건축법규도 유사하다. 주거 형태를 살펴봐도 LDK(Living, Dining, Kitchen) 구조가 유사한 점이 많다. 예를 들어, 유럽 남부 지역은 다이닝 룸과 부엌이 분리돼 있는데 한국과 일본은 다이닝 룸과 부엌이 연결돼 있다. 두 국가의 도면이 비슷하기 때문에 한국 데이터를 학습한 AI를 일본에 적용해도 3D 도면 변환에 무리가 없었다. 현재 일본 도쿄에 있는 아파트 중 약 65%의 도면을 3D로 구축한 상태다.

AR 시뮬레이션 기술도 마련했다.

어반베이스 애플리케이션에 공간 사진을 업로드하면 AI가 이곳이 거실 또는 침실, 주방인지 파악한 뒤 바닥, 벽, 가전·가구 등 공간 구성 요소를 개별적으로 인식한다. 이용자는 벽의 색상이나 재질을 바꾸거나 가전·가구 배치를 달리하면서 공간을 새롭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특히 인테리어 시공 상담 시 고객에게 3D 도면을 360도로 회전하면서 보여줘 디테일한 부분까지 설명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고객은 비내력벽(칸막이 벽)과 내력벽(철거 불가능한 벽), 배관의 위치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빠르게 시공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향후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시뮬레이션은 고객 상담 과정에서 보편적인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어떻게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인가.

시뮬레이션에 더해 공간에 걸맞은 가전·가구 제품을 추천하는 기능도 개발했다. 약 50만 장에 달하는 공간 사진을 AI에 학습시켜 인테리어 스타일을 분석하고 이에 어울리는 제품을 추천하도록 만들었다. 이제는 제품에 태그를 걸어 어반베이스 플랫폼에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기술을 고도화했다. 일종의 검색엔진 기능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어반베이스는 가전·가구 브랜드 70여 곳을 파트너로 확보한 상황이다. 앞으로 프리미엄 키친 브랜드와 가전 브랜드를 늘려 고객의 선택지를 다양화할 방침이다.

IT 스타트업? 이제는 종합 리빙 플랫폼

올해 B2C 시장으로 보폭을 넓혔다.

그동안 B2B 시장에서 폐쇄형 SaaS를 제공해왔는데, 올해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오픈했다. 현재 이용자는 20만 명에 달한다. B2C 시장은 창업 초반부터 고려하고 있었다. 당시 카카오를 비롯한 IT(정보기술)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상당한 매력을 느꼈다. 오늘날 스타트업의 성패는 이용자를 대규모로 확보하는 데 달려 있지 않나. B2C 시장 진출 덕분에 올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배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B2C 시장의 타깃층은.

어반베이스의 시뮬레이션 서비스는 고객 맞춤형 시공에 적합하다. 이러한 커스터마이징을 필요로 하는 고객군이 타깃층이다. 자체 조사 결과 커스터마이징 수요의 상당 부분은 99㎡(30평) 이상 아파트 거주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유하자면 인테리어업계의 코스트코가 되고자 한다. 코스트코는 고품질 제품을 비교적 저가에 대량으로 공급하는 유통업체다. 국내 고급 인테리어·고급 가구 시장의 허들이 높은 편인데 이를 낮추고 접근성을 높이는 데 이바지하고 싶다.

아파트 스타일링 서비스도 새롭게 도입했다.

스타일링 서비스는 시공을 하지 않아도 인테리어 취향에 맞게 도움을 주는 전문적인 상담 서비스를 말한다. 시공을 하지 않아도 인테리어에 적합한 가구를 추천해주거나 새로운 가구 배치를 제안하는 서비스다. 고객 편의를 높이기 위해 인테리어 스타일을 8가지로 좁혔다. 여기서 고객 선호에 따라 인테리어에 변화를 줄 수 있다. 모던코티지(modern cottage)는 30대 신혼부부의 선호도가 높고 어반앤시크(urban and chic)는 40대 이상 여성층의 이목을 끌고 있다. 모던코티지가 프랑스 시골을 연상할 수 있도록 따뜻한 소재인 패브릭과 라인이 둥근 가구를 활용했다면, 어반앤시크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집중했다.

인테리어 시장 전망은 어떠한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은 2021년 60조원을 돌파했다. 주택뿐 아니라 상가, 오피스까지 포함한 규모다.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1980~1990년대 세워진 1기 신도시 대다수가 이제 노후화 주택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재건축 사업 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한 도시의 경우 거주자는 인테리어나 리모델링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다행스럽게도 현재 국내 인테리어 시장을 독점하는 키 플레이어가 없는 상황이다. 소규모 자영업자가 많은 탓이다. 시장점유율을 점차 높여가기에 최적의 타이밍이다.

어반베이스의 궁극적인 비전은 무엇인가.

개인의 다양성이 존중받는 시대다. 자신의 페르소나를 중시하는 경향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다품종 소량 생산 체계는 굳어져만 간다. 인테리어 시장도 마찬가지다. 개인 취향에 맞는 인테리어 스타일이 무한대로 창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고객 수요에 부합하려면 인테리어 커스터마이징에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어반베이스는 커스터마이징을 가장 잘하는 인테리어 기업으로 인정받고 싶다. 여전히 IT 스타트업 이미지가 강한 것도 사실이다. 이를 개선하고자 경기도 동탄에 2644㎡(약 800평) 규모 복합 리빙문화공간을 마련했다. 어반베이스의 모든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쇼룸이다. 어반베이스는 공간 시뮬레이션과 가전·가구 제품 구매, 인테리어 시공이 모두 가능한 종합 리빙 플랫폼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중단기 목표와 함께 싱가포르 진출 계획을 설명해달라.

올해 B2C 시장 진입으로 종합 리빙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정립했다. 올 하반기까지 이를 효과적으로 홍보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손익분기점 돌파가 주된 목표다. 어반베이스 인증 대리점 시스템과 가전·가구·소품 유통 체계를 마련하면서 사업을 확장해 나간다면 목표 달성이 가능하리라 본다. 싱가포르는 서구권 진출의 테스트 베드다. 싱가포르는 유럽 시장과 미국 시장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는 거점과도 같은 곳이다. 다양한 주거 문화가 공존하는 싱가포르에서 여러 가지 실험, 조사, 분석을 진행해 다음 진출 국가를 결정할 계획이다.

※ 김익환 - 노동력 위주의 제조업인 한세실업에 IT를 접목해 성과를 내고 있는 혁신 CEO다. 한세드림, 한세엠케이, FRJ 등 패션 자회사들의 경영에 직접 참여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며 지난해 2조2142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 _ 사진 원동현 객원기자

202310호 (2023.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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