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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뉴로메카 대표 

로봇 서비스도 구독하는 시대 

노유선 기자
2013년 설립된 로봇 제조기업 뉴로메카가 경북 포항을 거점으로 글로벌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협동 로봇 자동화 서비스를 구독형으로 제공하는 뉴로메카는 중소·중견 제조기업의 생산성 제고에 기여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스마트키친, 스마트팜, 의료 분야, 기업 실험실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 중인 박종훈 대표는 “올해 말 로봇 자동화 시스템을 적용한 뉴로메카만의 한식당을 론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종훈 뉴로메카 대표는 “경북 포항이 로봇 산업의 메카로 성장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집 안 곳곳을 누비며 먼지를 빨아들이는 로봇 청소기, 식당에서 주문 음식을 가져다주는 서빙 로봇, 난도 높은 의료 현장에서 각광받는 로봇수술까지.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닌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국제로봇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s·IFR)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 시장은 지난해 360억 달러(약 48조원)에서 2025년 530억 달러(약 70조72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올해 글로벌 로봇 시장 규모가 400억 달러(약 53조3600억원)를 기록하고 2030년에는 1600억 달러(213조4400억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도대체 어떤 종류의 로봇이 향후 200조원대 시장을 견인할까. 로봇(robot)은 고되고 지루한 노동을 뜻하는 체코어 로보타(robota)에서 유래했다. 이로 미루어 짐작하면 로봇은 인간의 단순 반복 업무를 대신하거나 어려운 작업을 인간과 함께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IFR은 로봇을 크게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용 로봇으로 구분하지만 국내 로봇업계는 이를 더욱 세분화했다. ▶독립된 공간에 투입되는 산업용 로봇, ▶인간과 한 공간에서 작업하는 협동 로봇, ▶물류센터 자동화 설비에 쓰이는 물류 로봇, ▶가사노동과 교육 서비스에 활용되는 서비스용 로봇 등이다.

이 가운데 개발 난도가 높은 분야는 산업용 로봇과 협동 로봇이다. 2013년 설립된 로봇 제조기업 뉴로메카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택했다. 산업용·협동·물류 로봇 개발에 앞서 로봇 제어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 부품 등 원천기술을 내재화했다. 박종훈(54) 뉴로메카 대표는 “로봇 부품과 완제품, 자동화 솔루션, 구독형 플랫폼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마련해 사업 기반을 탄탄하게 다졌다”고 말했다. 투자업계도 뉴로메카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한다. 업력 11년 차인 뉴로메카는 지난 9월 8일 코스닥시장에서 로봇 테마주 시가총액 10위권에 들었다.

지난 4월에는 경북 포항 영일만3산업단지에 1만1356㎡ 규모 생산 공장을 신설했다. 포항이 ‘로봇 산업 혁신기지’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가운데 뉴로메카도 K-로봇 대열에 합류했다. 포항에는 한국로봇융합연구원과 포항산업과학연구원, 포항공대 등이 있어 이미 산업 토대를 갖추었다는 평이다. 지난 9월 7일 서울 성동구 뉴로메카 본사에서 만난 박 대표는 “창업에 성공해서 포항으로 돌아가길 꿈꿔왔다”며 “향후 본사와 연구소, 인재교육센터 등도 이전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포항공대 기계공학과에서 학사, 석박사 과정까지 마친 그는 포항지능로봇연구소 책임연구원을 거쳐 현재 모교에서 겸임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원천기술로봇소프트웨어 갖춘 기술력


▎뉴로메카는 로봇 원천 기술과 부품, 완제품, 솔루션·플랫폼을 모두 아우른다.
연구원 출신인 박 대표는 현장을 중시하는 경영자이다. 그는 슬로바키아 자동차 생산 공장을 방문해 의외의 기술력에 감탄했던 일을 떠올렸다 그는 “수준 높은 공학대학도 서너 곳 있고 생산능력이 훌륭한 공장도 많았다”며 “그런데 안타깝게도 산학협력과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자동차산업이 지역경제를 살리지 못한 원인으로는 ‘생태계의 부재’를 꼽았다.

“슬로바키아의 전체 인구는 약 570만 명입니다. 연간 완성차 생산 규모는 100만 대가 넘어요. 생산능력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대학 졸업생 다수가 임금 수준이 높은 타국에서 취업하면서 인재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에요. 자동차산업을 둘러싼 생태계가 조성될 수 없는 거죠.”

포항이 고향과 다름없었던 박 대표는 슬로바키아의 실태를 보고 위기감을 느꼈다. 포항 역시 지역 경제를 떠받칠 만한 산업 생태계가 없기 때문이었다. 로봇 붐이 일기 전인 2013년, 그는 자동화 설비를 이용해 국내 제조업의 꺼져가는 불씨를 살리고자 뉴로메카를 설립했다. 개별 공장에 적합한 로봇을 도입한다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으리라 봤다. 고급 인력이 지역에 남아 로봇 전문가로 활약한다면 생태계 조성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의 꿈은 점차 현실화될 전망이다. 로봇에 우호적인 시대 흐름을 맞아 2020년 41억원에 그쳤던 매출액은 2022년 98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박 대표는 빠른 성장세의 배경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4차 산업혁명이란 테크 트렌드가 로봇 산업 발전을 가속화했고 둘째, 선진국의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노동력 부족 문제가 대두됐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로봇 산업에 불을 붙인 건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비대면 근무 방식이 일상화되면서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 시스템이 주목받았다. 박 대표는 “그동안 탄탄하게 기술력을 쌓아 올린 덕분에 시대적 호재를 맞게 됐다”고 말했다.

뉴로메카의 차별성은 무엇인가.

원천기술과 완제품, 소프트웨어, 부품 등을 자체 개발했다는 게 우리의 장점이다. 뉴로메카는 창업 초창기 로봇 상용화에 필요한 기반 기술 확보에 주력했다. 실시간 로봇 제어 소프트웨어와 충돌감지 알고리즘, 로봇의 경로 생성 알고리즘 등 다양한 기술을 내재화하는 데 힘썼다. 다음 단계는 완제품 생산이었다. 뉴로메카는 협동로봇(Indy), 자율이동로봇(Mody), 산업용 로봇(ICoN), 고속·고정밀 델타로봇(delta robot) 등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로봇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편의성이 부족하면 고객사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이에 뉴로메카는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 플랫폼·솔루션을 개발해 구독형 로봇 서비스(RaaS·Robot as a Service) 사업 모델을 마련했다. 현재는 감속기, 모터, 스마트액추에이터(동력구동장치) 등을 자체 개발해 부품 원가를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로봇 구독 서비스를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국내 중소기업은 재무적인 이유로 협동 로봇 도입을 꺼린다. 기술 민감도에 비해 가격 민감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에 뉴로메카는 고객사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자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다. 뉴로메카는 로봇 공정을 시뮬레이션해서 성능을 검증한 뒤 고객사의 추가적인 요구사항을 반영해 자동화 공정을 설계한다. 이를 토대로 로봇 완제품과 부품, 자동화 플랫폼을 제공한다. 이때 뉴로메카는 다양한 로봇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고객사의 편의성을 높인다.

로봇 자동화 시스템 도입이 필요한 분야를 꼽는다면.

국내 중소·중견 기업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제조업이다. 용접과 열처리, 가공, 조립, 물류 등 다양한 공정에 로봇 자동화 솔루션을 접목한다면 비용 절감을 이뤄 생산성이 더욱 높아지고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살아나리라 생각한다. 문제는 국내 중소 제조기업의 디지털화 속도가 다소 더딘 편이란 점이다. 그래서 뉴로메카는 로봇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비용을 낮추기 위해 클라우드 기반 원격 서비스를 개발했다. 로봇이 고장 나면 뉴로메카 엔지니어는 웹캠을 이용해 원격으로 로봇 상태를 확인하고 문제를 진단할 수 있다. 덕분에 고객사의 로봇 솔루션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이용상 번거로움을 줄였다.

뉴로메카와 함께 로봇의 메카가 될 포항시

제조업 외에 다른 로봇 활용 분야는.

먼저 푸드테크를 꼽을 수 있다. 외식업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커지고 있다. ‘스마트 키친 솔루션’으로 불리는 외식업의 혁신이 필수적이다. 뉴로메카는 교촌과 고피자, CJ푸드빌 빕스 등에 조리용 협동 로봇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 개발을 끝낸 커피 조리 자동화 솔루션은 유동인구가 많은 교통 요충지에 적용할 계획이다. 또 의료 분야에서도 로봇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의료용 로봇 시장은 2025년 127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뉴로메카는 이미 인공관절수술용 로봇을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스마트팜 로봇 플랫폼도 개발을 마친 상태다. 인공지능과 원격통신 기술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작물을 모니터링하고 작물 이미지를 수집해 생육 지표를 측정하는 로봇이다. 오는 11월 농기계 인증을 받는 것이 목표다.

뉴로메카는 랩 오토메이션(Lab automation)에도 전념하고 있다.

대기업을 타깃으로 랩 오토메이션 솔루션을 마련했다. 석박사 출신의 대기업 연구원들이 난도 높은 실험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자동화 시스템이다. 로봇은 폐수분석이나 시약 합성 등을 담당한다. 포스코 포항연구소를 비롯한 여러 대기업 연구실에 뉴로메카의 자동화 시스템을 적용한 상태다. 뉴로메카는 코로나 기간에 검체 추출 로봇을 개발해 랩 오토메이션의 실효성을 입증한 바 있다. 향후 로봇 활용 분야를 더욱 확장해 다양한 랩 오토메이션을 추진할 계획이다.

단기적 목표는 무엇인가.

푸드테크 사업에 직접 뛰어들 계획이다. 스마트 푸드 키친을 갖춘 한식당을 론칭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싶다. 뉴로메카는 조리용 협동 로봇과 레시피 입력 프로그램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에서 자신이 있다. 로봇 사용자가 로봇의 동작을 따로 프로그래밍하지 않아도 되도록 자동화 시스템을 구현한 상태다. 레시피만 입력하면 레시피 엔진 소프트웨어가 로봇을 자동으로 프로그래밍하게 되어 있다. 최근 뉴로메카는 식음료 분야 전문가를 영입해 한식당 브랜드 기획에 전념하고 있다. 올해 말 브랜드 론칭을 앞두고 있다.

경북 포항이 로봇의 메카가 될까.

덴마크의 오덴세(Odense)가 되리라 확신한다. 오덴세는 퓐섬 북부에 있는 작은 공업도시지만 규모와 달리 전 세계를 아우르는 로봇 클러스터다. 글로벌 협동 로봇 시장을 선도하는 ‘유니버셜 로봇(UR)’과 자율주행 로봇을 생산하는 ‘미르(MiR)’도 이곳에 거점을 두고 있다. 이곳에 둥지를 튼 로봇 스타트업만 130개가 넘는다. 물론 처음부터 오덴세가 로봇의 메카였던 것은 아니다. 주력 산업인 조선업이 점차 쇠퇴하자 오덴세는 돌파구로 로봇 산업을 새롭게 택했다. 기업 투자를 유치해 로봇 연구소를 신설하고 정부가 나서서 산학협력을 주도했다. 이미 산업 토대가 마련돼 있는 경북 포항도 제조업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 대학, 연구소가 협력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 경제를 받쳐줄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 뉴로메카는 로봇 생태계의 한 구성원으로서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

-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 _ 사진 최기웅 기자

202310호 (2023.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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