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글로벌 로보틱스 최전선] 인터뷰 | 수잔 비엘러 국제로봇연맹 사무총장 

조작 쉬운 저비용 로봇의 시대 

이진원 기자
글로벌 로봇 시장은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 로봇 분야 둘 다 급증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로봇 업계 연례 보고서(World Robotics)를 발간하는 국제로봇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s, 이하 IFR)은 로봇산업 부문에서 세계적으로 신뢰받는 정보원이다. 포브스코리아는 글로벌 로봇산업에 대한 통찰력을 얻고자 독일 프랑크프루트 소재 IFR의 수잔 비엘러 사무총장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수잔 비엘러 사무총장 하이델베르크대 화학과 졸업, 기계공학산업 협회(VDMA) 전무, 유럽 로봇산업협회(EUUnited Robotics) 프로젝트관리자, 국제로봇연맹(IFR) 사무총장(현)
글로벌 로봇산업의 대변자 역할을 하는 IFR의 목표는 생산성, 경쟁력, 경제성장, 일과 삶의 질 측면에서 로봇의 긍정적인 이점을 알리는 것이다. IFR은 15개국 이상의 로보틱스 단체가 모인 전문 비영리 기구로, 1987년에 설립됐다. 현재 IFR은 세계 주요 로봇 제조업체, 부품 공급업체, 통합업체, 국가별 로봇산업 협회와 연구원 등을 아우르며 약 90개에 달하는 회원 조직을 두고 있다.

수잔 비엘러 IFR 사무총장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이 둔화한 가운데서도 로봇 설치는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성장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IFR은 2024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60만 대 설치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지만 유럽에서 추진 중인 인더스트리 5.0과 맞물려 ‘로보틱스 및 자동화로의 전환’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는 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이해관계자들(정부, 제조업체, 근로자 등)에 대한 적극적 교육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IFR은 최근 World Robotics 2023 보고서를 발간했다. 올해 보고서에서 주목할 만한 주요 산업 동향은 무엇인가.

로보틱스 분야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세 가지 주요 혁신 트렌드는 사용자 친화성, 디지털화, 지속가능성이다. 첫째, 사용자 친화성은 로봇의 접근성과 사용자 편의성에 관한 것이다. 즉, 경험이 부족하거나 훈련을 덜 받은 작업자를 포함해 모든 작업자가 로봇을 관리하고 운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디지털화는 오늘날 로보틱스 분야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실제로 로봇은 이제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5G, AI를 포함하는 연결된 디지털 생태계의 일부로서 비용, 속도,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측면에서 이점을 생성한다. 셋째, 지속가능성이다. 로봇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한다. 특히 재료와 에너지 비용을 최적화한다.

올해 보고서를 보면 로봇 설치 물량 면에서 중국이 세계 1위로 질주하고 있다. 시장으로서, 공급자로서 각각 중국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우선 시장으로서 중국은 로봇 설치가 전년 대비 5% 증가해 2022년 기준 29만258대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 세계 전체 설치량의 52%에 해당한다. 가동하는 로봇도 150만 대를 넘어섰다. 중국 경제의 성장이 둔화하기는 했지만, IFR의 2023년 2분기 조사에 따르면 금액 기준 로봇 성장률은 아시아 지역에서 여전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주문량이 많아 공급시간이 길어지면서 올해까지 출고되고 있다.

공급자로서 중국은 내수시장 중심으로 서비스하고 있으며, 2022년 기준 글로벌 설치에서 점유율 36%를 차지했다. 중국의 점유율은 지난 10년 동안 약 28% 수준을 유지해왔으며 2022년 기록한 36%는 역대 최고치다. 중국은 전자ㆍ자동차 부문에서 자국 제조업체의 품질(신뢰성, 속도, 정밀도) 차이로 인해 여전히 해외 브랜드가 공급을 주도하고 있고, 그 외 일반 산업에서는 자국 공급업체가 앞서고 있다. 중국 브랜드는 유럽, 미국 시장 등 일반적으로 고성능 로봇이 필요한 분야와 산업으로 확장하려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IFR의 2023년 로봇 트렌드 보고서에서 ‘사용하기 쉬워지는 로봇’에 관심이 간다. 주요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비전문가도 로봇 프로그래밍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달라지고 있다. 소프트웨어 기반 자동화 플랫폼 제공업체는 기업을 지원하며 사용자가 프로그래밍 경험이 없어도 산업용 로봇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OEM은 모든 기술 수준의 사용자가 로봇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도록 하는 로우 코드 또는 코드 없는 기술 파트너와 협력하고 있다.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과 결합한 사용하기 쉬운 소프트웨어는 광범위한 로봇 프로그래밍을 대체하고 새로운 로봇 자동화 기회를 열어준다.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은 중소 제조사의 요구에 맞는 전문 솔루션을 확보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존의 중량급 산업용 로봇에는 협업 설정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센서와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장착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작업자는 중장비를 다양한 작업에 맞게 쉽게 조정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견고하고 정밀한 산업용 로봇 하드웨어와 최첨단 협동로봇 소프트웨어라는 두 가지 장점을 모두 누릴 수 있다.

고객이 직접 로봇 기능을 설정할 수 있는 사용하기 쉬운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는 저비용 로보틱스라는 새로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020년 많은 신규 고객이 로봇 솔루션을 사용해 코로나19에 대응했다. 예를 들어 새로 개발된 소프트웨어는 그리퍼, 센서, 컨트롤러를 운용할 때 더욱 손쉬운 설정 및 설치를 가능케 해 저렴한 로봇 배포를 지원했다. 심지어 저가형 로봇은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다양한 목적에 따라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의 결합이 만들어낸 혁신에 대해 설명해달라.

AI는 로보틱스에 큰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제조 분야에서 다양한 이점을 만들고 있다. 로보틱스에서 AI를 사용하는 주요 목표는 실시간이든 오프라인이든 외부 환경의 가변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더 잘 관리하기 위해서다. 이로 인해 머신러닝을 지원하는 AI는 최적화된 프로세스, 예측 유지 관리 또는 비전 기반 그립 등 실행 중인 시스템에서 다양한 이점을 제공하며 점점 더 많은 역할을 하게 된다.

AI 로봇 기술은 제조업체, 물류 제공업체, 소매업체가 자주 변경되는 제품, 주문, 재고를 처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환경의 가변성과 예측 불가능성이 커질수록 AI 알고리즘이 효율적인 비용으로 신속하게 솔루션을 제공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기적으로 변경되는 수백만 개의 다양한 제품을 다루는 제조업체나 도매업체의 실용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특히 AI는 이동형 로봇이 마주치는 물체나 사람을 구별하고 다르게 반응해야 하는 환경에서도 유용하다.

더불어 생성형 AI와 관련하여 로봇 운영을 훈련받지 않았거나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로봇과 상호작용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래서 서비스 로봇 분야(예: 호텔 서비스, 의료, 교육 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로봇이 인간과 의사소통하고 인간의 질문과 요청을 이해하고 응답하는 데 생성형 AI 기술 발전이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로봇 시스템에서 가장 핵심 기술은 무엇이며, R&D는 어떤 분야에 중점을 두고 있는가. 또, 가장 도전적인 로봇 기술은 무엇인가.

로봇 시스템과 관련하여 우리는 기어와 드라이브뿐만 아니라 그리퍼, 센서, 비전 시스템과 같은 주변 장치 등 다양한 핵심 하드웨어 구성 요소를 조사하고 있다. 가장 중요하며 도전적인 기술은 바로 로봇의 소프트웨어 측면,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AI 기술의 통합이라고 할 수 있다.

로봇에 의한 자동화가 급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로봇을 운용하는 인간이 경계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제조 공정 내 모든 작업을 자동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로봇에 의한 기능 개선이 비약적이기는 하지만, 기술적ㆍ경제적 측면에서 자동화하기 어려운 작업이 많다. 로봇의 도입으로 다양한 역할과 심층적인 도메인 전문가를 포함한 새로운 직업이 생겨났다. 일례로 전체 자동화 공급망을 감독하는 스마트팩토리 관리자, 로보틱스를 운영에 통합하고 인간과 로봇이 함께 작동하는 방식을 최적화하는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로봇 팀 코디네이터 등이 있다. 또 신규 전문가로서 로봇 디버거와 AI 최적화 전문가 등이 있다.

로보틱스 및 자동화로의 전환에는 여러 이해관계자의 각기 다른 대응이 시대적으로 요구된다.

우선 정부는 올바른 인프라, 정책, 교육 프로그램, 인력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제조업체, 교육기관, 정부는 젊은 근로자와 노년층 근로자를 위한 제조 분야의 매력적인 직업 경로를 장려하고 임직원을 위한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특히 제조업체는 최고의 자동화 전략을 개발하는 데 직원을 참여시켜야 하며, 신기술에 대한 직원 재교육 및 기술력 향상을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로봇 제조업체는 더 쉽고 빠르게 채택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단순화하는 데 계속 집중해야 한다.

기업 임직원은 첨단 신기술의 운용력을 향상하고 기존 프로세스에 로봇을 통합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 수잔 비엘러 사무총장 - 하이델베르크대 화학과 졸업, 기계공학산업 협회(VDMA) 전무, 유럽 로봇산업협회(EUUnited Robotics) 프로젝트관리자, 국제로봇연맹(IFR) 사무총장(현)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

202311호 (2023.10.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