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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해진 저커버그 

 

SNS를 대표하는 얼굴 저커버그도 이제 40세가 되어간다. 40세를 맞아 그는 빌 게이츠와 같은 변신을 꾀하고 있다. (조금) 부드러워졌고 (좀 더) 성숙해졌으며 엄청난 자신감으로 회사의 방향을 바꿀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인류의 일상과 자신이 남길 업적의 미래를 바꿔버릴 대규모 베팅이다.

▎ 사진:PHOTO GRAPH BY GUERIN BLASK FOR FORBES
유리벽으로 둘러싸여 ‘수족관’이란 이름이 붙은 회의실에 마크 저커버그가 앉아 있다. 올해 자신을 헤드라인에 올려놓은 ‘격투기 대결’이란 주제를 두고 비용 대비 편익을 분석하는 중이다. 오늘 그가 고심하는 주제는 ‘머리를 맞을 때와 몸을 맞을 때 어느 쪽이 더 타격이 큰가’이다. “얼굴을 맞으면 그렇게 아프지는 않다고 하던데요.” 그가 진지한 표정으로 농담을 건넸다. “뇌손상만 좀 있다고 하더라고요.”

일론 머스크와의 결투는 당연히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머스크가 안 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이 사건으로 저커버그는 다시 시대를 대표하는 화제의 인물이 됐다. 물론 아주 실없는 방식이기는 했다. 그래도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건 분명 사업에도 도움이 된다. 사업을 시작한 이후 저커버그는 오랜 시간 많은 실수를 저지르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스캔들을 일으켰으며 자신이 이룬 기념비적 성과를 스스로 훼손했다. 그런데 이번 머스크와의 에피소드는 저커버그가 오히려 영웅 행세를 할 수 있는 귀한 기회다. 성질 급하고 고약한 테슬라 CEO가 악당을 맡고, 페이스북의 ‘꼬마 CEO’였던 저커버그가 메타의 존경받는 정치인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우리 운명을 결정짓는 건 경쟁자가 아닙니다. 중요한 건 우리 자신이 어떻게 실행해나가느냐죠.” 저커버그가 말했다.

인생 주기에 맞게 찾아온 생각이다. 내년 5월 저커버그는 40세가 된다. 재산은 1060억 달러로, 포브스 400대 부자 순위에서 8위이고, 인류에 미치는 영향을 극대화하기 위해 설립한 자선기구가 있으며, 그가 세계에서 매우 중요한 기업 중 한 곳에서 거의 전권을 쥐고 변혁을 이끌겠다는 의지도 있다. 많은 방면에서 그는 ‘빌 게이츠의 순간’을 지나는 중이다. 저커버그처럼 게이츠는 하버드대학을 중퇴하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기술기업을 창업했다. 저커버그처럼 게이츠는 자신의 분야에서 인정받는 신동이었다. 저커버그처럼 게이츠는 최고의 자리에 올라가기 위해 거침없이 폭주하면서 팬과 적, 반독점 논란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40대가 되자 게이츠는 180도 달라졌다. 후안무치의 독점 기업가에서 전 세계를 위하는 독지가로 이미지를 바꿔버린 것이다. 그 결과 그가 역사에 남기게 될 의미가 바뀌었고 회사는 큰 덕을 보게 됐다.

그렇다면 저커버그는 어떤 변신을 하게 될까? 그의 친구이자 동료인 스포티 파이 창업주 다니엘 에크는 지금까지 이어져온 저커버그 내러티브의 궤적을 이렇게 설명한다.

“우선, ‘소셜 네트워크의 마크’가 있습니다.” 에크가 말했다. 2010년에 개봉한 영화 [소셜 네트워크]에서 페이스북 창업주는 이중성을 가진 거만한 천재로 묘사됐다. 그다음에는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또는 ‘사악한 마크’의 시대로 넘어가죠.” 에크가 말했다. 페이스북이 휘말렸던 데이터 수집 스캔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리고 지금의 마크가 있다. “지금은 훨씬 진정성 있는 공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 에크는 자신이 말한 세 가지의 마크가 모두 대중의 인식을 지칭한 것일 뿐, 저커버그에 대한 자신의 개인적 의견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지난 수년 동안 저커버그는 정말 많은 걸 배웠고 새로운 열정을 갖게 됐어요. 엄청난 플랫폼을 가진 만큼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함을 깨달은 셈이죠. 그래도 여전히 옛날의 마크가 조금 남아 있긴 합니다. 모두 ‘절대 안 될 거야’라고 말하는 순간에도 자신이 믿는 바를 위해 과감히 베팅하는 모습이죠.”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메타버스라 불리는 가상세계를 구현하기 위해 감행한 1000억 달러 규모 투자다. 메타버스가 내세운 기치는 정말 환상적이지만 아직 어떤 것도 증명되지 않았으며, 최소 7년 후에야 결과물을 내거나 어쩌면 영영 결실을 맺지 못할 수도 있다.

저커버그는 인생이나 메타에 관해서 “무도인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고 에크는 말했다. 다시 말해 존중, 목적의식, 수련, 그 외 기타 경영학 교과서에 대표적으로 나오는 원칙들을 지키려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세 번째로 등장한 좀 더 성숙한 마크3.0의 경우 결국 이종격투기의 원칙을 받아들일 것이다. “경쟁에 나설 때는 상대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싸우는 것이죠. 좀 더 뛰어난 자신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겁니다.”

저커버그는 이런 변신을 해낼 수 있는 재량권을 매우 많이 갖고 있다. 일단 회사에서는 누구도 그에게 명령을 내릴 수 없다. 페이스북이 채택한 이중 지분구조로 인해 저커버그는 누구도 도전할 수 없는 지배권을 가지고 있다. 현재 그는 초다수의결권을 가진 B주의 지분 99%를 보유하고 전체 의결권 중 61%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누구도 저커버그를 해고할 수 없고 대체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미션 임파서블 / 저커버그는 자신의 아내이자 소아과 의사인 프리실라 챈과 함께 아무리 노력해도 불가능할 수 있는 임무를 시작했다. 21세기가 끝나기 전까지 과학 연구를 통해 모든 질병을 치료, 관리, 예방하는 방법을 찾겠다는 목표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우리 아이들의 생전에 현실화되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챈은 말했다. / 사진:META
“그를 제외한 보통 주주 모두를 하나로 규합해 마크에게 반대표를 던지도록 설득할 수 있을까요?” 그의 친구이자 페이스북의 공동 창업자인 더스틴 모스코비츠가 말했다. “절대 불가능하죠.”

이런 의사결정 구조는 ‘소셜 네트워크의 마크’가 내린 결정에 따라 만들어졌다. 냅스터 공동 창업자이자 페이스북 전임 사장이었던 션 파크가 제안하고 저커버그의 초기 명함에 적혀 있던 문구 ‘그래 내가 대표다, 어쩔래(I’M CEO, BITCH)’로 확실히 보여주는 힘이기도 하다. 페이스북이 아주 초기 단계에 있을 때 회사의 운명을 직접 결정할 수 있는 힘은 아주 절실했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창업 이후 고작 2년이 지난 2006년 야후가 페이스북 인수를 위해 10억 달러를 제안했을 때를 떠올린다. “제가 회사를 넘기고 싶지 않다고 거절하자 ‘그럼 경영팀을 바꿔볼까?’라고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어쩌지? 그렇게는 못 할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커버그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그는 이런 독자적 의사결정 체제를 회사의 결점이 아니라 하나의 특징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다. “전 세계에는 자본이 넘치는 회사가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미래를 위해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리더십이나 이사회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죠.” 그가 말했다. “우리는 창업주가 지배권을 가진 회사입니다.”

페이스북이 대규모 인수를 이어간 것도 당연히 이 덕분이다. 처음에는 너무 과감하다는 우려 섞인 시선을 받았지만, 지금은 존중(왓츠앱)받거나 호기심(오큘러스) 또는 경외감(인스타그램은 21세기 들어 가장 훌륭한 인수 결정으로 묘사된다)을 일으킬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는 결정들이다.

그러나 2012년 820억 달러에 가까운 시가총액 규모로 상장한 페이스북이 이런 대대적 성공을 이어가면서 마크2.0인 ‘사악한 마크’의 시대가 시작됐다. 이 시대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바로 ‘오만(hubris)’이다. 2010년대 중반 저커버그는 중서부를 순회하며 어부와 농부, 소방수의 이야기를 듣는 활동을 이어갔지만, 같은 시간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서 전 세계를 누구보다 더 확실히 하나로 연결해주던 페이스북은 유례없는 규모로 민주주의를 공격하는 도구로 이용됐다.

심각한 수준이었다. 2014년 페이스북 알고리즘은 미얀마의 민족 간 폭력을 부추겨 로힝야 소수민족 대학살에 불을 지피는 데 일조했다. 2016년에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후보의 대선 운동 컨설팅을 해주던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대선 전 페이스북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부적절하게 이용하여 유권자 프로필을 작성하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같은 해 러시아에서는 페이스북을 반민주적 도구로 활용해 갈등을 유도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021년에는 프랜시스 하우건이 내부고발자로 나서 페이스북의 폐해와 위험을 경영진이 알고 있었음에도 수익과 성장을 우선시하고 이를 외면했다고 폭로했다.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 마크 저커버그가 남긴 유산이 될 겁니다.” 초기 페이스북에 투자했다가 지금은 앞장서 페이스북을 비판하고 있는 벤처투자자 로저 맥나미가 말했다. (그는 포브스 투자자이기도 했다.) “페이스북이 없었다면, 전 세계는 지금과 완전히 다른 모습… 훨씬 나은 모습이 됐을 겁니다.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너무 많았던 사람인데, 정말 비극이죠.”

2016년 대선이 페이스북 때문에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를 들었을 때 실제 그 일이 자신의 코앞에서 일어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고 일축했던 저커버그는 자신을 향한 비판에 대해 “전 세계 어디에서든 다양한 방식으로 유사한 공작을 벌이는 정부가 나타날 수 있다”고 응수하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우리 팀의 역량은 이전보다 훨씬 발전했다”고 덧붙였다.

아마 이 정도 대답밖에는 듣지 못할 것이다. 의결권을 지배하고 있는 그는 자신의 결정이 가져올 후폭풍에서 보호받기 때문에 사과 말고는 그에게서 딱히 끌어낼 수 있는 것이 없다. 2018년 열린 의회 청문회에서 저커버그는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에 대해 사과하며 “우리의 책임에 대해 전체적 시각으로 충분히 살펴보지 못했다. 이것은 큰 실수”라고 말했다. “제 실수입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페이스북을 만들었고 운영했기 때문에 이곳에서 일어난 일에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것과 실질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뱅가드와 블랙록, 피델리티 등 초대형 자산투자사가 그를 지지하고 있을 경우 차이는 더욱 분명하다. 가끔 비틀대기는 하지만, 저커버그는 주주들에게 놀라운 성과를 안겨줬다. 지난 3년간의 메타 주가는 S&P 500성적보다 16%p 가까이 하회하지만, 기간을 5년, 10년으로 늘려서 봤을 때 지수보다 각각 31%p, 367%p 높은 성적을 거두었다.

이론적으로 봤을 때 자비로운 독재자는 위대한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 “우리처럼 장기적인 시각으로 투자하는 회사는 전 세계에서도 그렇게 많지 않다”고 저커버그는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자신을 반추하는 의식적 노력이 없다면 그런 자비로움은 언제든 에크가 말한 ‘사악한 마크’로 변질될 수 있다. 독점적 권력을 가진 CEO가 반세기 넘게 회사를 이끌게 될 가능성이 높다면 더욱 그렇다.

“메타는 꽤 오랜 시간 경영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저커버그가 한 말이다.

누군가 성숙해진 시점을 딱 꼬집어 말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저커버그, 특히 ‘마크 3.0’ 버전을 제대로 알려면 2021년 9월을 이야기해볼 수 있다.

직전에 페이스북 주가는 유례없는 신고가를 기록했다. 기업가치가 1조1000억 달러에 달했고, 저커버그의 재산은 1360억 달러로 늘어났다. 메타버스로의 사업 확장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다음 달에 그는 페이스북의 이름을 메타 플랫폼스(Meta Platforms)로 변경하겠다고 발표했다. 메타버스가 컴퓨팅의 미래라는 예측에 기업의 브랜드를 건 결정이었다. 창업주가 이끄는 모험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메타의 비전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혹독한 심판이 뒤를 따랐다. 이후 연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감소하면서 14개월간 메타 주가는 75% 폭락했고, 2022년 순수익은 41% 감소했다. 저커버그의 재산도 330억 달러로 확 줄어들었다. 애플이 2021년 아이폰 운영체제 iOS의 개인정보 규정을 변경해서 기술기업이 앱 전체에 걸친 이용자 행적을 추적하기 힘들어진 것도 타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틱톡이라는 경쟁자까지 나타났다.

그런데 지난해 저커버그는 이전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거나 마지못해 뒤늦은 사과를 내미는 대신,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그가 선택한 것은 정리해고였다. 4년간 직원 수를 3만3600명에서 8만7000명으로 늘렸던 그는 지난 11월 전체 직원의 13%인 1만1000여 명을 정리해고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올해 3월에는 추가로 1만 명을 더 해고했다. “지난해 정말 어려운 결정을 내렸습니다.” 저커버그가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 “당연히 그런 결정을 내리고 싶지는 않죠.”

“두 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한 운영틀을 구축하고자 했습니다.” 그가 말을 이었다. “하나는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여 더 좋은 상품을 더 빠르게 개발하는 것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혹여 차질이 생긴다 해도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재정적 여력을 갖추어 장기적 비전에 계속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장기적 비전이라 함은 AI와 메타버스에 대한 투자를 뜻합니다.”

메타버스를 이미 실패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있고 저커버그도 메타버스에서 수익을 내기까지 10년은 걸릴 수 있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긴 했지만, 메타의 비전은 달라지지 않았다. 메타는 리얼리티 랩스(Reality Labs)에서 진행하는 대안적 가상세계에 대한 투자로 벌써 400억 달러의 운영 손실을 기록 중이지만, 저커버그의 ‘올인’ 결정은 그대로다. 물론 순탄치 않은 길이다. 몰입형 경험과 VR을 이용한 화상회의 시대를 열어줄 것으로 생각됐던 퀘스트(Quest) VR 헤드셋과 퀘스트용으로 제작된 무료 VR 앱 호라이즌 월드(Horizon Worlds)는 2022년 월간활성이용자(MAU) 목표 50만 명에 훨씬 못 미치는 20만 명 달성에 그쳤다. 올해 2월 월스트리트저널에서 내부 문건을 이용해 보도한 내용이다. 저커버그조차도 호라이즌 월드가 필요한 만큼 이용자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꽤 인상적인 경험인데’라고 느끼는 것과 ‘매주 회의에서 이걸 써야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제가 최종결정권자였다면 리얼리티 랩스에 대해 다른 식으로 투자했을 겁니다.” 메타의 최고재무책임자 수잔 리가 말했다.

리는 자신의 발언을 듣고 저커버그가 놀랄 일은 없다고 말했다. 저커버그는 이런 논의를 반기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가 비판을 받아들이고 경로를 수정하기 때문에 시장도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22년 말 저점을 친 메타 주가는 이후 3배 이상 상승했다. 작년 초부터 시작된 380억 달러 규모의 주식환매에도 힘입은 바 크다. 올해 애널리스트들은 메타의 매출이 14% 증가해 1330억 달러에 달하고, 순수익은 50% 상승해 340억 달러를 기록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2년 전 고점에 훌쩍 가까워진 수치다. 결국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고, 저커버그는 세계 최고 부호 10위 안으로 재진입했다.

저커버그에게 메타버스는 VR과 AR뿐만 아니라 AI까지 포괄하는 장기적 비전의 일부다. 지난 2월 빌 게이츠가 포브스 인터뷰에서 최근 이루어진 AI 기술 발전이 “PC 또는 인터넷 만큼 획기적”이라고 말했듯이, 저커버그도 AI의 주류화가 거대한 변혁을 몰고 올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많은 빅테크 기업과 마찬가지로, 메타도 미래를 열어갈 AI를 훈련시키는 거대언어모델(LLM)을 구축했다. 라마(Llama)2로 불리는 이 모델은 오픈소스로 운영되며 메타가 선보이는 다양한 상품과 통합될 것이다.

“AI는 모든 분야에 적용될 겁니다.” 지능형 비서에서 시작해 홀로그램 비즈니스 회의로 이어지는 새로운 세상의 윤곽을 설명하며 저커버그가 말했다. 처음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저커버그는 AI로 움직이는 캐릭터들이 메타의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프로필도 갖고 있을 겁니다.” 저커버그가 말했다. “왓츠앱, 페북 메신저, 인스타그램으로 대화도 할 수 있어요. VR에서는 아바타로 등장해 활동할 겁니다.”

AI가 미래에 대한 꿈을 품고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또 하나의 도박이라는 사실은 그도 인정했다. 그러나 메타에서 정말 중요한 주주는 오직 저커버그뿐이고, 그의 인내심은 상당히 강하다. “기능을 온전히 갖춘 AR 안경을 완성하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겁니다. 리얼리티 랩스 예산의 상당 부분도 그쪽에 투입되고 있어요. 사람들이 ‘대체 그 많은 돈을 다 어디다 쓰는 거예요?’라고 물으면 제 답은 이렇습니다. ‘글쎄요, 지금 저희가 안경 하나에 슈퍼컴퓨터를 넣으려 하는 중이어서요.’”

이 엄청난 과업을 메타가 해낸다면 분명 새로운 시장을 열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다음번 성공을 위한 값비싼 실패를 겪은 셈이 된다. 페이스북 전화기, 지금은 생산이 중단된 영상채팅기기 메타 포털(Portal), 실패한 암호화폐로 평가받는 리브라 등 비슷한 실패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선명히 보이는 가상세계 메타가 선보인 VR 헤드셋 퀘스트 최신 버전은 가상현실과 물리적 세계가 혼재하는 ‘혼합현실(mixed reality)’을 선보인다. 올가을 출시될 헤드셋의 가격은 500달러다. / 사진:META
“우리는 끊임없는 실패를 경험합니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일들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거죠.” 메타의 최고기술책임자 앤드루 ‘보즈’ 보스워스가 말했다. “반응이 좋지 않으면 ‘왜 안 좋아하지?’라고 물으며 고민하죠. 철저하게 그 질문을 탐색합니다. 그리고 수정해가면서 계속 반복하는 거죠. 시장에 딱 맞는 상품을 찾을 때까지요. 저희가 아주 잘하는 일입니다.”

마크1.0과 2.0이 대중의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면, 마크3.0은 40대에 접어든 게이츠가 공공사업에 집중하며 어떻게 자신의 이미지를 변화시켰는지 분명히 이해한 상태에서 발전하고 있다.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억만장자를 대상으로 자기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는 ‘기빙 플레지(Giving Pledge)’ 운동을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서명한 사람 중에는 당시 26세였던 저커버그가 있다.

“빌은 엄격한 원칙에 따라 자선활동을 잘해내고 싶다면, 나이가 들었을 때 그 일을 능숙하게 해내고 싶다면 반드시 연습이 필요하다고 강력히 믿었다”고 저커버그는 말했다.

2015년 딸이 태어나기 바로 전에 저커버그와 그의 아내 프리실라 챈은 페이스북 주식 중 99%를 자선활동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하는 편지를 썼다. 이는 나중에 ‘챈-저커버그 이니셔티브(CZI)’로 불리게 됐다. 현재 부부가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1030억원이다. (이미 기부한 42억 달러를 차감한 금액이다.) 둘이 약속을 그대로 이행한다면 (이행하지 않을 거라는 신호는 어디에도 없다.) CZI는 게이츠와 그의 전처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의 뒤를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을 기부하게 된다. 메타의 향후 실적이 얼마나 성장할지에 따라 이 금액은 더 커질 수도 있다.

챈은 CZI를 “터무니없을 정도로 대단한 기회”라고 표현한다. 다른 자선기구와 달리 유한책임회사로 설립되어서 기부 외에도 회사 목표와 일치하는 영리기업에 벤처투자를 할 수 있다. 권익증진 활동에도 자금을 후원할 수 있다. 유한책임 구조로 설립했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세금 우대를 받지 못하는 대신 활동 내용을 공개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유한책임회사에서 CZI 산하에 있는 (최근 세금신고 내역 기준) 자산 70억 달러 규모의 자선재단으로 자산을 이전할 경우 부부는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고, 의무 공시를 해야만 한다. CZI는 21세기가 끝나기 전에 과학 연구를 통해 모든 질병을 완치, 관리, 예방하겠다는 대담한 목표를 내세웠다. 목표를 높게 잡은 건 칭찬할 만하지만, 이를 실제로 구현하는 과정은 현실적으로 매우 복잡하다. 그러나 챈은 동요하지 않는다.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은 그만큼 보람이 있죠.” 그녀가 말했다.

이를 위해 CZI는 세계 최대의 AI 컴퓨팅 클러스터를 구축해 비영리 생명과학 연구에 이용할 계획이다. 다양한 인체 세포를 더욱 온전하게 모델링하여 세포가 건강할 때와 질병에 걸렸을 때 행동을 어떻게 다르게 하는지 규명하기 위해서다.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 시티에 본사를 둔 챈-저커버그 첨단생물학영상촬영연구소(Chan Zuckerberg Institute for Advanced Biological Imaging)는 질병 진단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세포를 살펴보는 새로운 고해상도 촬영 방식을 개발 중이다.

이렇게 사고의 폭을 넓히다 보니 저커버그가 보이는 행보도 달라졌다. CZI가 후원하는 기관들이 질병을 연구하는 동안, 마크3.0은 자신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웰빙을 적극 추구하고 있다. 그는 거의 매일 운동을 하고 수면을 하루 8시간으로 늘렸다. 주짓수와 함께 이종격투기를 배워 실제 대련에도 나서고 있는데, 상대를 존중하며 신중하게 임한다. 그는 CZI가 내세운 약속의 극히 일부만 해내더라도 자신이 지난 10년간 지은 죄가 씻겨질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제가 베팅한 것 중 3분의 1만 성공하더라도 세상에 분명 많은 가치를 안겨줄 수 있을 겁니다.” 저커버그가 말했다.

- KERRYA. DOLAN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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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호 (202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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