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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유니콘의 비상을 위한 조건] 김재면 메이크스타 대표 

K팝 향한 글로벌 팬덤의 분출구 

노유선 기자
제7기 신용보증기금 ‘혁신아이콘’으로 선정된 메이크스타는 글로벌 팬덤과 국내 아티스트를 연결하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스타트업이다. 2015년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한 결과, 지난 2021년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479억원. 김재면 메이크스타 대표는 “회사는 대학 동아리가 아니다. 회사다워야 한다”며 “회사는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기본에 충실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덕질[덕찔] 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가수나 배우를 비롯한 연예인을 좋아하는 팬들은 관련 굿즈를 구입하며 애정을 드러낸다. 이를 두고 ‘덕질한다’고도 표현한다. 덕질에 적극적인 팬심은 비단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전 세계 팬들도 굿즈를 수집하며 연예인을 응원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외 엔터테인먼트(이하 엔터) 산업은 아티스트 육성·데뷔·관리에 전념하느라 이러한 니즈를 전문적으로 다루지 못했다. 2006년부터 연예기획사 FNC엔터테인먼트 창립 멤버로서 활동했던 김재면(45) 메이크스타 대표는 글로벌 팬덤 시장을 공략하고자 2015년 엔터 플랫폼 스타트업 메이크스타를 창업했다. 그가 구상한 비즈니스모델은 글로벌 팬덤 니즈에 정확하게 부합했다.

2020년 약 108억2400만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479억원가량 치솟았다. 2021년을 기점으로 영업이익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신용보증기금이 선정하는 차세대 유니콘(제7기 혁신아이콘)에도 이름을 올렸다. 다수의 스타트업이 높은 기업가치에 비해 다소 저조한 성적표를 내놓는 가운데, 메이크스타는 승승장구하는 분위기다. 김 대표는 “창업 초반 플랫폼 가입자 수나 트래픽량에 연연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흑자전환이 가능했다”며 “올해는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지난 11월 16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메이크스타 본사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그는 “메이크스타가 무료 플랫폼을 내놨더라면 가입자 수와 트래픽량이 단기간에 급증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회사는 회사다워야 한다’는 생각에 창업 초반부터 유료 서비스로 승부수를 띄웠다”고 설명했다. 그가 생각하는 ‘회사다운 회사’와 유료 비즈니스모델의 성공 스토리, 예비 유니콘에서 실제 유니콘기업이 되기 위한 전략을 들어봤다.

만질 수 있는 디지털 앨범


▎메이크스타는 포토카드에 디지털 콘텐트로 연결되는 QR코드를 접목해 새로운 굿즈 ‘포카앨범’을 제작한다. / 사진: 메이크스타
글로벌 엔터 플랫폼 비즈니스를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K팝을 비롯한 한국 문화에 열광하는 팬들은 전 세계 곳곳에 퍼져 있다. 이들은 유튜브에서 K팝 콘텐트를 접하고 페이스북, 엑스(옛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아티스트와 직간접적으로 소통한다. 팬들 간의 커뮤니티도 국가별로 형성돼 있다. 하지만 아티스트와 소통할 수 있는 단일 채널은 부족한 상황이다. 메이크스타는 글로벌 팬덤을 하나로 모아 참신한 K팝 콘텐트를 전달하고 아티스트와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2021년 플랫폼 방문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출신 국가는 235개국에 달하며 매출 비중은 한국 40%, 일본 15%, 미국 14%, 유럽 8%, 중국 6% 순이었다.

어떤 콘텐트에 팬들이 열광하나.

디지털 굿즈와 크라우드 펀딩, 색다른 이벤트가 글로벌 팬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비대면 영상통화 팬사인회를 기획해 선풍적인 반응을 일으켰고, 이후 대면 팬사인회와 영상통화를 결합한 ‘Meet & Call’ 이벤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팬덤이 콘텐트 기획 단계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방식이다. 콘텐트 제작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팬들은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아티스트는 팬들의 로열티를 높일 수 있어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아티스트 화보집 이름이나 디자인 콘셉트에 대한 여러 의견을 투표에 부치거나 설문조사를 진행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도 있다.

메이크스타의 독보적 상품은 ‘포카앨범’이다.

포토카드와 디지털 앨범의 합성어인 포카앨범은 일종의 디지털 굿즈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CD 앨범은 음악을 듣는 매개체라기보다 소장용 굿즈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손에 쥘 수 있고, 직접 만질 수 있는 무언가를 원한다. CD 앨범 시장이 축소된다고 해서 물질적 콘텐트에 대한 니즈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니즈와 디지털 문화를 결합한 새로운 콘텐트를 내놓으면 팬덤이 적극적으로 응답하리라 판단했고 예상은 적중했다. 지난해 처음 선보인 포카앨범은 포토카드에 디지털 콘텐트로 연결되는 QR코드를 넣은 것이다. 디지털 콘텐트에는 음원뿐 아니라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요소가 포함된다. 올 연말이면 누적 200만 장, 참여 아티스트는 48팀 정도에 이를 전망이다.

팬들이 소위 ‘덕질’을 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는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소장 가치다. 둘째는 아티스트를 응원하고 지지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면 아티스트의 앨범이 음원 차트 상위권에 진입할 수 있도록 앨범을 여러 장 사는 것이다. 셋째는 색다른 콘텐트를 경험하기 위함이다. 포카앨범과 같은 디지털 굿즈에는 사인회 응모권이나 팬미팅 응모권 등이 들어 있다. 아티스트와 직간접적으로 만나고 싶은 팬들은 굿즈를 구입함으로써 소통의 매개체를 얻는 셈이다. 메이크스타 플랫폼의 경우 주 소비층은 2030세대 여성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1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해지는 추세다. 덕질이 취미 생활이자 일종의 문화가 되어가고 있다. 골프를 하든 등산을 하든 관련 장비를 구입해야 하지 않나. 덕질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취미 생활인 덕질에 흔쾌히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전 세계가 K팝에 열광하고 있다. 배경을 분석한다면.

아주 단순하다. 자국에 없는 문화 콘텐트를 보고 놀랐기 때문이다. 외모가 출중한 아티스트가 화려한 춤을 추면서 가창력까지 좋으니 K팝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 놀라운 점은, 한국 엔터산업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삼고 콘텐트를 만들지 않았다. 국내에서 치열하게 경쟁한 결과 양질의 콘텐트가 탄생했다고 본다. K팝 콘텐트는 한국이 자생적으로 발전시킨 산물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오늘날 국내 연예기획사 수만 5000개가 넘는다. 이들이 오래전부터 국내에서 어마어마한 경쟁을 해왔다. 이렇게 발전해온 K팝 콘텐트가 IT(정보통신)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이에 따라 글로벌 팬덤이 봇물처럼 터질 수밖에 없었다.

회사는 회사다워야 한다


창업 당시만 해도 글로벌 팬덤 비즈니스는 생소한 개념이었겠다.

그렇다. 맨땅에 헤딩하듯이 사업을 일궈나갔다. K팝을 둘러싼 글로벌 팬들이 소통할 수 있는 단일 채널이 없었기 때문에 팬덤 데이터도 축적되지 못한 상황이었다. 물론 연예기획사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엔터산업 네트워크나 생태계에 대해선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글로벌 팬덤과 아티스트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처음이다 보니 여러 기획사에서 선뜻 메이크스타와 손을 잡지 않았다. 기획을 설득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 이른바 ‘온라인 발품’을 팔았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팬클럽과 팬 커뮤니티를 일일이 찾아서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냈다. 메이크스타가 기획하고 있는 비즈니스모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진지하게 물었고 그들도 성심성의껏 답해줬다. 그들도 ‘덕질’을 하고 싶어도 할 방법이 없던 차에 메이크스타를 만난 것이다.

처음부터 유료 서비스였는데 반응이 좋았다.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위해 굉장히 노력했다. 여타 플랫폼 비즈니스모델처럼 초창기에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유저 수와 트래픽을 급속도로 늘릴 수도 있었다. 이는 흔히 플랫폼 비즈니스의 기본 공식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메이크스타는 그들과 차별화했다. 향후 무료 서비스에 익숙해진 유저가 유료화에 반감을 가질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몇몇 플랫폼 비즈니스 업체가 플랫폼 사이즈는 큰 데 반해 수익이 나지 않아 투자금으로 버티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이렇게 메이크스타가 초기 포지셔닝을 유료 서비스로 잡은 것은 장기적으로 신의 한 수였다. 회사는 회사다워야 한다. 대학 동아리가 아니다. 돈을 벌어야 한다. 회사는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했고 기본에 충실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유사 서비스를 내놓는 기업도 많겠다.

비슷한 비즈니스모델로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이 많은데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이들과 차별화하는 방법은 참신한 기획력과 기술적 편의성이라고 본다. 전 세계 팬들이 메이크스타 플랫폼에서 빠르고 편리하게 상품을 결제하고 제때 상품을 배송받을 수 있도록 개발팀과 물류팀이 애쓰고 있다. 메이크스타는 이미 경기도 용인에 9917㎡(3000평) 규모 물류센터를 확보한 상태다. 물류 자동화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규모도 2년 안에 확대할 계획이다. 이렇게 기업 운영의 효율성을 높여가다 보면 수익성은 더욱 증대되리라 생각한다.

예비 유니콘에서 실제 유니콘기업이 되기 위한 전략이 있다면.

당장 유니콘기업이 되기보다 장기적으로 탄탄하게 성장하는 기업을 만들고자 한다. 중단기적 목표로는 보이그룹 오디션과 중국 법인 설립을 들 수 있다. 전 세계인이 참여할 수 있는 보이그룹 오디션은 내년 상반기 방송될 예정이다. 플랫폼 기업에서 머물지 않고 이제 IP(지식재산권)를 제작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다. 또 내년 1월에는 중국에 법인을 설립해 앨범 시장이 아직 발달되지 않은 중국 시장을 개척해나갈 방침이다. 전 세계 앨범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긴 하나, 포카앨범 같은 독특한 앨범은 글로벌 팬덤 문화에 통하리란 자신감이 있다.

K팝에서 영역을 확장해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디지털 콘텐트 굿즈도 제작할 계획이다. 메이크스타가 그동안 K팝에 적용했던 비즈니스 성공 공식을 드라마·영화에도 적용하는 것이다. K팝(가수)과 드라마·영화(배우)라는 문화의 두 축을 모두 다룬다면 시너지가 발생해 메이크스타가 글로벌 엔터기업으로 우뚝 서게 되리라 믿는다.

-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 _ 사진 김상선 기자

202312호 (202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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