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이강호의 생각 여행(57) 프라하, 그 지속가능한 아름다움 

 

프라하는 유럽에서도 5대 관광도시로 꼽힐 만큼 아름다운 도시다. 수많은 역사의 부침 속에서도 고색창연한 아름다움을 이어가는 프라하에서 기업과 나라의 지속가능성을 떠올렸다.

▎하회마을처럼 블타바강이 예쁜 도시를 휘감고 흐르는 체스키크룸로프. 특유의 아름다움으로 방문객을 유혹한다.
아름다운 옛 추억을 떠올리며 오랜만에 체코 수도 프라하(Praha, 영어로는 Prague)를 찾았다. 430km에 이르는 블타바강(Vltava)이 프라하 중심부를 가로지르고 그 위로 멋들어진 다리들이 놓여 있다. 언덕 위에는 역사적인 프라하성이 자리한, 너무도 아름다운 도시다.

프라하는 유럽을 대표하는 관광도시 중 하나다. 높은 인기 덕에 유럽인들이 많이 찾아, 유럽 전체에서 5대 관광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프라하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서기 9세기에 창건됐다고 나온다. 보헤미아 왕국의 수도를 거쳐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주요 도시였다. 1918년 체코슬로바키아 독립과 함께 수도가 되었다. 예전 학창 시절, 세계지리 시간에 공부할 때는 항상 ‘체코슬로바키아’였는데, 1968년 ‘프라하의 봄’을 지나 1993년 들어 두 나라로 분리됐다. 이후 체코공화국이 성립되면서 프라하는 수도가 되었다. 국가도 흥망성쇠의 사이클에 따라서 융성하기도, 패망하기도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역사적 사례다.

제2차 세계대전 중 프라하는 다른 유럽 도시들과 달리 덜 파괴되어 역사적인 건축물들이 보존될 수 있었다.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아르누보 건축 등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을 프라하에서 만날 수 있다. 프라하시 중심가가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이유다.

프라하 시내를 여행하려면 거의 대부분 걸어서 돌아봐야 한다. 프라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명소인 ‘카를교’에서 멀리 언덕 위로 보이는 ‘프라하성’에서 시작해 내려오는 동선을 택했다. 언덕 위에서 차를 내려서 걸으며 우측에 숨겨진 듯한 문을 들어서니 넓은 정원이 나온다. 그곳에서 옆을 보니 ‘성 비투스 대성당(St. Vitus Cathedral, 체코어: Katedrála svatého Víta)’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 촬영을 위한 멋진 전망대 같은 지점이다. 고딕양식의 고색창연한 건축물인 성 비투스대성당은 프라하의 대주교좌 성당으로 프라하성 안에 자리한다. 체코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성당이기에 수많은 관광객이 운집해 있었다. 대성당 내부로 들어가려고 줄을 섰는데 체코의 틴에이저로 보이는 학생들이 “한국사람이에요? 안녕하세요?”라며 우리말로 반갑게 인사했다. K-팝의 인기와 영향력을 체코와 유럽을 여행하며 확실히 느낀 순간이다.

시내 중심가가 세계문화유산인 프라하


▎프라하의 상징인 카를교에 석양이 물들고 있다. 성인과 수호성인의 조각상들이 경건하면서도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성 비투스 대성당 안에 들어서니 고딕양식의 웅장한 천장과 기둥, 전설을 담은 장식물들이 감동을 준다. 성인들과 관련한 많은 전설을 들으며 성당 안을 돌아보았다. 특히 내부의 장미창을 비롯한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를 보며 감탄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온 자연광이 벽에 비치며 온갖 색의 향연을 그려내는 황홀한 광경도 볼 수 있었다. 그 아름다움에 빠져 체코의 유명 화가 알폰스 무하(Alfons Mucha)의 스테인드글라스 앞에서는 한참을 멈춰 서서 감상했다.

현재의 대성당은 1344년 11월 21일 프라하가 대주교 관할로 승격되면서 건설이 시작됐다. 여러 건축가와 수많은 건축 과정을 거쳐 1929년 성 바츨라프 축일에 착공된 지 거의 600년 만에 완공됐다. 인류 역사에 남은, 이토록 아름답고 훌륭한 건축물은 하루아침에 졸속으로 세워지지 않았다. 오랜 시간 인내와 투자 끝에 완성됐다는 교훈을 얻는다. 성 비투스 대성당에는 체코 왕과 성자들, 영주, 귀족, 대주교들의 유골이 안치돼 있다.

프라하성의 역사는 870년 성모 마리아 성당이 건설되면서 시작됐다. 체코 왕들과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들이 통치한 곳이다. 지금은 체코공화국의 대통령 관저가 성 비투스 대성당 옆에 자리한다. 프라하성 안에 있는 식당에서 시내를 내려다보며 식사를 하고 언덕길을 내려와서 카를교(체코어: Karlův most)로 이동했다. 프라하에 대해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이 카를교를 제일 먼저 떠올릴 정도로 인상적인 다리다. 카를교에 도착하니 명성을 증명하듯 수많은 인파가 다리 위를 걷고 있었다. 이 유서 깊은 다리는 1357년 신성로마제국 황제이자 보헤미아 왕국 국왕인 카를 4세 때 건설이 시작돼 1402년에 완공됐다. 이후 1841년까지 프라하성 쪽에서 블타바강을 건너 구시가지로 연결되는 유일한 다리였다.


▎프라하의 성 비투스 대성당 전경.
카를교 양쪽에는 교탑 3개가 서 있다. 구시가지 쪽 교탑은 멋들어진 고딕양식으로 지어졌다. 다리 양쪽에는 당시 존경받았던 성인과 수호성인을 묘사한 조각상 30개가 서 있어 경건하면서도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모든 조각상은 1965년부터 복제품으로 교체됐고, 원본은 국립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수많은 인파를 따라서 카를교를 걷는 동안 연주하는 악사들 사이에서 관광객들은 조각상과 블타바강을 배경으로 연신 셔터를 누른다.

카를교 교탑을 지나서 프라하 구시가지로 들어섰다. 프라하시청 건물에 1410년 최초로 설치된 천문시계를 보려고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구름처럼 몰려 있었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프라하 천문시계는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천문 눈금판이다. 하늘의 해와 달의 위치를 비롯해 다양한 천문학적 정보를 표시한다. 두 번째는 ‘사도들의 행진’이다. 매시 간 12사도의 모형과 죽음을 형상화한 해골 모형, 황금색 닭 등 움직이는 조각품들이 나타난다. 세 번째는 달력의 변화를 보여주는 눈금판이다. 매시 정각이 되면 해골이 움직여 종소리를 내고, 이어서 창문이 열리면서 성인들이 나타나 행진하는 장면이 재미있다. 황금색 닭이 눈 깜짝하는 사이에 날개를 퍼덕이고 성인들의 행진은 끝난다. 그런데 마지막 장면에 닭 날개를 퍼덕이는 모습이 너무 짧아 움직임을 보기가 무척 어렵다. 이번에는 점심·저녁 시간에 일부러 산책을 하며 네 번이나 시도한 끝에 닭이 날개를 퍼덕이는 모습을 완벽하게 볼 수 있었다.


▎성 비투스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온 자연광이 벽에 비치며 온갖 색의 향연을 펼친다.
천문시계탑 옆으로는 매우 넓은 구시가 광장이 펼쳐져 있다. 역시나 수많은 인파가 광장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광장 앞쪽에 마주 보이는 ‘틴 성모 마리아 교회’는 동화의 나라를 떠올리게 하는 멋진 고딕식 첨탑이 인상적이다. 구시가 광장의 한쪽에는 체코의 기독교 신학자이며 종교개혁가인 얀 후스(Jan Hus, 1372~1415)의 동상이 있다. 그는 서방교회 교황 지지자들과 지도자들의 부패를 비판하다가 파문된 후 화형에 처해졌다. 얀 후스의 주장은 후일 마르틴 루터 등 종교 개혁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동화 속에서나 나올 듯한 풍경들


▎체코의 보석 같은 온천 도시인 카를로비바리 시내 전경.
저녁 식사를 하려고 프라하성 방향으로 다시 카를교를 건너가서 블타바강 변에 있는 브릭스 식당(BRICK’S Restaurant)에 자리를 잡았다. 강 위에 떠 있는 카를교를 바라보며 즐기는 저녁은 참으로 멋진 분위기다. 석양이 황금빛 노을을 카를교에 서서히 비추고 유람선이 블타바강을 미끄러지듯 통과해 나아간다. 이토록 멋진 분위기와 더불어 프라하는 음악의 도시이기도 하다. 많은 공연장에서 음악회가 열리는데 이번에는 아르누보 양식의 아름다운 건축물로 유명한 프라하 시민회관을 찾아 음악회에 참석했다. 멋진 천장이 인상적인 스메타나홀에서 프라하 뮤직 챔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감미로운 ‘비발디의 사계’를 감상했다. 음악 소리와 연주홀의 분위기가 마치 프라하를 다시 찾으라고 이야기하는 것만 같았다.

체코 방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름다운 도시인 체스키크룸로프(체코어: Český Krumlov)로 향했다. 체코는 수도인 프라하도 유명하지만, 언덕 위에 멋진 성이 있고 아래로는 우리나라의 하회마을처럼 블타바강이 예쁜 도시를 둥글게 휘감고 흐르는 체스키크룸로프도 특유의 아름다움으로 방문객을 유혹한다. 언덕을 올라가서 규모가 꽤 큰 성 안을 걷다가 마을이 잘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서 주변을 돌아봤다. 동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풍경이 펼쳐졌다.

성에서 내려오며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한 체스키크룸로프 구시가지로 가기 위해서 블타바강을 건넜다. 다리에서 보니 리프팅을 즐기는 보트 여럿이 강물을 따라 내려간다. 강가 카페에 자리를 잡고 위를 올려다보니 체스키크룸로프성 양쪽 절벽을 연결하는 망토 다리(Cloak Bridge)가 독특한 외관을 눈앞에 드러냈다. 높은 아치 형태의 교각이 가파른 절벽을 따라서 여러 층으로 건설된 망토 다리는 너무 독특해 경이로운 느낌까지 준다. 망토 다리 맨 위쪽은 지붕이 있는 3층 통로가 양쪽을 연결한다.

구시가지 광장을 돌아 좁은 길을 따라 올라가서 언덕위의 성 반대쪽 전망대에 도착했다. 아름다운 체스키크룸로프 마을과 강이 아래로 내려다보이고 건너편에는 망토 다리와 체스키크룸로프성이 있어 한 폭의 그림 같다. 마을 홍보판을 보니 강물이 체스키크룸로프 마을을 말발굽처럼 돌아간다고 적혀 있다. 흡사 하회마을을 보는 듯해서 더 재미있었다. 언젠가 다시 돌아와 매혹적인 체스키크룸로프에서 며칠간 한가로운 휴식을 즐기는 상상을 해본다.

이튿날은 체코의 보석 같은 온천 도시인 카를로비바리(체코어: Karlovy Vary, 독일어: Karlsbad 카를스바트)를 방문했다. 체코 서부에 자리한 카를로비바리는 독일의 뉘른베르크, 라이프치히, 드레스덴 같은 도시와 가까이 있다. 카를로비바리 입구에 도착하니 초록색의 대형 베헤로브카(Becherovka) 술병이 마을을 상징하는 조각품처럼 서 있었다. 체코의 전통적인 고품질 약초주다. 카를로비바리의 온천수와 100% 천연재료로 만들어서 체코 사람들이 중요한 행사에서 마시는 전통술이다.

마을로 걸어 들어가니 냇물이 연결되어 있고, 양옆으로 예쁜 건축물들이 들어서 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도시다. 이곳에서 나는 온천수는 목욕만 하는 것이 아니다. 길가 가게나 상점에서 파는 작은 도자기 주전자를 사서 도시 곳곳에 있는 온천수를 받아 마시면서 거닐 수 있다. 긴 회랑이 도시 중심에서 멋진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회랑 곳곳에서 온천수를 마실 수 있다. 카를로비바리에서 나는 온천수는 높은 온도와 치료 효과로도 유명하다. 시내에는 색깔도 예쁜 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멋쟁이들을 위한 숍이 이어져 있다. 근처에 큰 독일 도시들이 있어서 아마도 온천 휴양을 오는 부유한 손님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토록 고급스럽고 멋진 휴양도시가 체코 변방에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역사와 현실, 미래라는 페달


▎아름다운 성 비투스 대성당은 고딕양식 건축물의 교과서로 불린다.
프라하, 체스키크룸로프, 카를로비바리 등 세 도시는 각각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었다. 각각 체코 역사와 문화, 관광 명소를 경험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였다. 한편 체코를 여행하는 동안 이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나라가 역사적으로 겪은 변화를 돌아보며 국가나 기업 조직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했다.

체코 역사를 요약하면 10세기부터 체코왕국이 500년간 지속된 이후, 합스부르크가가 지배했다. 이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지배, 체코슬로바키아공화국, 공산정권 수립, 개혁 운동과 좌절, 1989년 이후 지금에 이르는 자유화 시대로 요약할 수 있다. 체코가 자유화된지 얼마 안 됐을 때 프라하를 찾은 적이 있다. 이제 막 자유의 숨결이 퍼지기 시작하던 시점이어서 그런지 공산권 특유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한 나라의 주권이 다른 나라의 외부 세력에 의해서 바뀐다는 것은 역사의 지속성을 잃어버렸음을 뜻한다. 자전거의 두 바퀴가 멈추면 결국 자전거는 쓰러지고 만다. 국가나 기업도 역사와 현실, 미래라는 페달을 중단 없이 밟아야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다. 체코 역사를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나라나 기업들도 스스로의 역사를 다시 되돌아보며 지속가능성과 지속발전이라는 페달을 열심히, 지속적으로 밟아보자고 다짐해본다.

※ 이강호 - PMG, 프런티어 코리아 회장. 세계 최대 펌프 제조기업인 덴마크 그런포스그룹의 한국 법인 창립 CEO 등 33년간 글로벌 기업 및 한국 기업의 CEO로 활동해왔고, 2014년 HR 컨설팅 회사인 PMG를 창립했다.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협회(KCMC) 회장 및 연세대학교와 동국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다수 기업체와 2세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경영과 리더십을 컨설팅하고 있다. 은탑산업훈장과 덴마크왕실훈장을 수훈했다.

202409호 (2024.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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