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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가장 중요한 역할 

 

스타트업 CEO는 다양한 자리를 오가며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고 있지만 절대 내려놓아선 안 될 역할이 있다. 바로 회사와 제품의 방향성을 기획하고 결정하는 일이다.
2011년 어느 날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와 팀 쿡 애플 CEO가 한창 미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팀 쿡은 스티브 잡스에게서 긴급한 연락을 받았다. 자신의 건강이 매우 악화된 상태였고 지금 바로 만나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팀 쿡은 갑작스럽게 미팅 자리를 떠났고, 잡스에게서 애플 제품에 대한 중요한 이야기들을 전해 들었다. 그 후 잡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당시의 현장을 상상해보면 잡스는 자신의 건강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을 테고 그가 떠난 이후, 애플의 앞날이 걱정되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가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되는지, 자신이 생각해둔 제품 라인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애플은 어디에 집중해야 되는지 등을 팀 쿡에게 피력했을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애플은 1976년 4월 1일 탄생했다. 알려져 있기로는 잡스와 워즈니악이 공동 창업을 했다. 워즈니악도 제품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냈겠지만 잡스의 리더십 아래 애플 제품들의 방향성은 명확해졌고 빠르게 추진되었을 것이다. 애플이 설립된 해가 1976년이고 잡스가 세상을 떠난 해가 2011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0원에서 시작했던 애플의 가치가 40년가량이 흐르는 동안 300조원을 넘어섰다는 계산이 나온다.

스티브 잡스는 수십 년간 회사 가치가 0원에서 수백조원이 될 때까지 제품의 방향성에 대한 ‘KEY’를 계속 쥐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많은 국내 스타트업의 대표를 보면, 제품의 방향성까지 위임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심지어 제품 관련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팀원이나 코파운더에게 제품의 방향성을 기획해오라며 모든 일을 맡겨버린다. 자신은 대표로서 돈을 잘 끌어오고 채용에 몰두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CEO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회사의 방향키를 잡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비전을 총괄하는 것이다. 회사가 SaaS로 갈지, 헬스케어로 갈지, 멤버십으로 갈지 등 중대한 결정은 위임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회사는 시작 단계부터 창업가가 원하는 모습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든다’는 목표를 뛰어넘는 비전이 있다. 이를테면 모두가 마차를 타고 다닐 때 더 빨리 달리는 말을 타는 것이다. ‘포드’의 창업자 헨리 포드는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자동차라는 제품을 개발해 시장을 개척했고 지금의 교통 혁명을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창업자의 역할이다.


이 상상을 과연 위임할 수 있는가? 어떤 직원이 이것을 설계할 수 있다는 말인가? CEO는 비전과 타협하면 안 된다. 중요 제품 회의에 반드시 참석하고, 제품과 관련된 어젠다에는 실무자로서 깊이 관여해야 한다. 스타트업 CEO는 각 단계에 맞춰서 때로는 CHO로 때로는 CMO로 때로는 CSO이자 CFO로 아주 다양한 역할을 맡아 회사의 성장을 이끌어야 하지만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위임이 불가능한 것은 바로 CVO 역할이다. CEO는 Chief Vision Officer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최바울 페오펫 대표

202410호 (202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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