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AI 메신저 채널톡을 운영하는 채널코퍼레이션의 옛 사명은 조이코퍼레이션이다. 즐거움을 뜻하는 영단어 ‘joy’를 떠올리기 쉽지만 실상은 한자어 ‘만들 조’와 ‘기쁠 이’의 합성어다. 최시원 대표는 “내가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에 누군가 기뻐할 때 나 역시 가장 기쁘다”며 “창업의 매력은 고객의 기쁨이 아닐까 싶다”고 수줍게 말했다. AI 트렌드에 맞게 최근 채널코퍼레이션은 고객 응대 상담사를 돕는 AI 에이전트를 선보였다. 최 대표는 이를 고도화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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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원 채널코퍼레이션 대표는 B2B 사업은 ‘뚝배기’ 같다고 했다. 서서히 끓는다는 뜻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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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사무실에는 곳곳에 포스터가 걸려 있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포스터의 메시지와 디자인은 직관적인 편이다. 그 회사의 비전과 조직문화, 슬로건 등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다. 하지만 같은 말도 아 다르고 어 다르듯, 형식의 미묘한 차이는 생각보다 영향력이 크다. 포스터가 지나치게 직관적이면 직원이 압박감 또는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최시원 채널코퍼레이션 대표는 언어의 뉘앙스와 소통의 분위기를 매우 중요시하는 리더다. 예술 작품처럼 보이는 포스터 세 점은 회사의 핵심 가치와 개방적인 소통 문화, 유연한 조직 분위기 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중 ‘Small Talk Big Results(가벼운 대화, 커다란 결과)’라는 슬로건을 가리키자 최 대표는 “사람은 모두 외롭지 않나”며 “스몰 토크는 서로 간에 외로움을 달래고 격려하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메신저 개발 회사인 만큼 ‘소통’을 상당히 강조하는 대목이었다.출구를 찾지 못한 감정은 예상치 못한 문제를 불러오곤 한다. 최 대표는 사소한 불만과 서운함이 커다란 문제로 확대되는 현상과 원인에 관심이 깊었다. 그는 오늘날 수많은 사회적 이슈는 대개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된다고 봤다. 그는 “부정적 감정을 쌓아두면 어떻게든 터지게 돼 있다”며 “마음이 힘들 때 고통을 줄이는 방법도 대화고, 사람 간 갈등을 풀어내는 방법도 대화”라고 확언했다. 스스로 “수다쟁이”라고 밝힌 최 대표는 “채널코퍼레이션의 주된 미션은 고객의 원활한 소통을 돕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우리가 앞장서서 자유로운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2014년 설립된 채널코퍼레이션은 올인원 인공지능(AI) 비즈니스 메신저 ‘채널톡’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채널톡은 AI 챗봇 기반 채팅 상담과 고객관계관리(CRM) 마케팅, 사내 메신저 기능 등이 결합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다. 전 세계 22개국에 분포한 18만여 개 기업이 채널톡을 이용한다. 고객사군은 다양하다.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와 스포츠 브랜드, 제약업체, 식품기업, 금융 스타트업 등 여러 업계에서 채널톡을 찾는다.최근 채널코퍼레이션은 ‘고객 상담의 미래는 AI’라는 슬로건 아래 AI 에이전트 ‘ALF(알프)’ 기능 고도화에 전념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정식 출시된 알프는 단순반복적인 고객 문의를 해결해 상담사가 중요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최 대표는 “출시 두 달 만에 알프를 도입한 고객사가 1000곳을 넘어섰다”며 “ 업그레이드된 알프2.0은 올여름쯤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11년 차 스타트업을 이끄는 최 대표는 회사 업력과 성과는 물론 중학생 시절 무용담 덕분에 업계에 잘 알려진 인물이다. 중학교 1학년 때 비디오 대여 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약 3000만원을 벌었다는 경험담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지난 2월 13일 서울 강남 채널코퍼레이션 사무실을 찾아 최 대표에게 소통의 힘과 창업의 매력, 향후 성장 전략 등을 물었다.
좌절한 다음 날 어떤 기분으로 일어나는가
▎채널코퍼레이션은 상담사 업무 생산성을 개선하는 AI 에이전트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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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든 비즈니스에서든 가장 중요한 건 지치지 않는 마음가짐 같아요. 사람이 살다 보면 좌절하는 순간이 오기 마련입니다. 항상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인생이 흘러가지 않기 때문이죠. 좌절이 결코 피할 수 없는 감정이라면 이에 맞서는 태도가 중요하겠죠. ‘좌절한 다음 날 아침 어떤 기분으로 일어나는가’라는 질문이 인생의 성패를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엔 이를 ‘회복탄력성’이라고 부르더군요.”최 대표는 좌절 후 슬픔에서 벗어나 활기찬 기분을 되찾기 위해 ‘소통과 공감’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그는 “단 한 사람이라도 날 응원하고 격려해준다면 다시 힘을 내게 된다”며 “구성원들에게 스몰 토크를 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대방의 기쁨에 함께 기뻐하는 것도 공감의 한 단면”이라며 “회사가 롱런하려면 구성원이 서로를 챙겨줘야 한다”고 덧붙였다.채널코퍼레이션에는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2014년 최 대표를 비롯한 창립 멤버 세 명은 조이코퍼레이션(옛 사명)을 열었다. 한자 ‘만들 조( )’와 ‘기쁠 이(怡)’를 합친 단어로, 무언가를 만들어 사람들을 기쁘게 만든다는 뜻이다. 최 대표는 “누군가가 내가 만든 제품·서비스 덕분에 기뻐할 때 나도 덩달아 기쁨을 느낀다”며 “처음으로 이런 감정을 마주한 중학교 1학년 때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 있다”고 회상했다.초등학교 6학년을 앞둔 겨울방학 기간, 최 대표는 비디오 대여점을 운영하던 부친을 돕고자 소프트웨어 개발에 착수했다. 당시 비디오 상품과 고객을 관리하고 간단한 장부를 처리하는 일은 모두 수기로 이뤄졌다. 컴퓨터학원에서 코딩을 배운 최 대표는 ‘IT(정보기술)를 활용해 효율적인 솔루션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이 될 때까지 약 2년 반 동안 소프트웨어 개발에만 매달렸다. 모르는 부분은 10권이 넘는 코딩 책을 독학해 해결했다고 한다. 최 대표는 “프로그래밍이 너무 재미있어서 방학만 기다렸다”며 “방학에는 다른 건 다 제쳐두고 프로그래밍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아버지께서 대견해하는 것도 좋았지만 소프트웨어의 편리함에 고객이 기뻐하는 모습이 아직도 선명해요. ‘이거 되게 편하다’라는 피드백을 받으면 무척 기쁘더라고요. 그때의 벅찬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었습니다. 이게 바로 창업의 매력인 것 같아요. 고객 피드백에 따른 보람과 기쁨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네요.”하지만 채널코퍼레이션 창업 초기에는 좀처럼 이런 기쁨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 트래킹 서비스를 운영했던 최 대표는 전국에 많은 가맹점을 거느린 기업을 타깃으로 삼았다. 하지만 채널코퍼레이션이 제공하는 방문객 통계는 그다지 값비싼 데이터가 아니었다. 최 대표는 “고객의 직접적인 피드백도 듣기 힘든 데다 기대한 만큼 수익도 따라주지 않아 피버팅을 결심했다”며 “비즈니스의 중추, 본질이 과연 무엇인지 고민한 결과 ‘고객이 답’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그는 “어떤 업종이든 시대가 변해도 고객과의 대화는 계속되리라 전망했다”며 “기업의 매출은 고객에게 달렸기 때문에 기업은 지속적으로 고객과 소통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의 판단은 적확했다. 지난 2017년 ‘채널톡’ 서비스로 피버팅(pivoting·사업 방향 전환)한 그는 2020년 사명을 채널코퍼레이션으로 바꿨다.
한번 끓어오르면 쉬이 식지 않는다채널코퍼레이션이 준비 중인 알프2.0은 1.0보다 더 적극적인 AI 에이전트다. 알프1.0이 고객의 문의에 적합한 답을 내놓는 챗봇에 그쳤다면, 알프2.0은 상담사의 목표에 부응하기 위해 스스로 과업을 세우고 면밀하게 수행한다. 목표로는 회원 가입자 수를 늘리거나 구매 전환율을 높이기, 고객 정보를 획득하기 등이 있다. 최 대표는 “알프2.0은 다양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객 여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고객 감정을 헤아리는 AI 에이전트”라며 “알프2.0을 사용하는 기업은 더욱 풍부한 비즈니스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최근 3년간 채널코퍼레이션은 매출액 성장세를 이어왔다. 2022년 129억원에서 2023년 195억원으로 증가했으며 2024년 잠정 매출액은 2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최 대표의 올해 목표는 알프 도입 고객사를 2배가량 늘리는 것이다. 올해 1월 기준 알프 도입 고객사는 약 1000여 곳에 달한다. 프랜차이즈 음식점 애슐리를 운영하는 F&B 기업 ‘이랜드이츠’와 에코마케팅 산하 애슬레저 브랜드 ‘안다르’ 등이 알프를 이용한다. 상담사 연결 없이 알프가 스스로 고객 문의를 해결하는 비율을 상담 해결률이라고 하는데, 채널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알프의 상담 해결률은 평균 30%를 웃돈다.빠르면 올해 안에 ‘보이스 알프’를 선보이는 것도 채널코퍼레이션의 당면 과제 중 하나다. 최 대표는 “고객상담 서비스 시장을 채팅과 통화로 구분할 경우 향후 전화 시장의 매출 규모가 채팅의 4배에 달할 전망”이라며 “채팅보다 전화를 선호하는 추세에 맞춰 AI 상담사 기술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홈쇼핑에서 물건을 구입했을 경우 업체에서 고객에게 전화를 하거나 잠재고객 대상 설문조사를 진행할 때 AI 상담사가 빈번하게 활용될 것으로, 최 대표는 내다봤다. 하지만 현재 AI 상담사의 목소리는 로봇과 비슷해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평이 우세한 편이다. 최 대표는 “목소리의 자연스러움뿐만 아니라 응답 속도와 답변 퀄리티 등을 개선하는 데 힘쓰는 중”이라고 강조했다.올해 최 대표의 또 다른 목표는 채널코퍼레이션의 흑자전환이다. 그는 “국내에서 비즈니스 AI 메신저 사업으로 스타트업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단 걸 확실히 증명해내겠다”고 자신했다. 뒤이어 “B2B(기업 간 거래)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채널코퍼레이션은 뚝배기처럼 성장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뚝배기는 서서히 끓어오르죠. 제 경험으론 B2B 비즈니스는 뚝배기와 같습니다. 안정 궤도에 오르기까지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단 온도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쉽게 떨어지지 않아요. 현재 채널코퍼레이션은 끓는점에 근접했습니다. 이제 펄펄 끓는 일만 남았습니다. 지켜봐주세요.”-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 _ 사진 최기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