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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국민의힘 지지층은 저학력·저소득” 타당한 말일까?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 발언 이후 민주당 대표 선거에서도 이슈로 부각, 추미애 전 장관도 참전
■ 부유층 노인이 보수정당 지지하는 현상과 같은 맥락, 갈라치기 의도 의심


▎이재명 민주당 대표 후보는 “국민의힘 지지자 중에 저학력‧저소득층이 많다”는 발언 취지가 왜곡됐다고 주장하지만,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후보의 “저학력·저소득층이 국민의힘 지지가 많다”는 발언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후보는 7월 29일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와 동승한 차량에서 진행한 유튜브 라이브에서 “내가 아는 바로는 고학력, 고소득자 등 소위 부자라고 하는 분들은 우리(민주당) 지지자가 더 많다”며 이런 말을 꺼낸 것이다.

이 후보의 발언 취지는 “부자를 배제하는 느낌이 안 드는 뭔가를 찾아야 할 것 같긴 하다”는 데 있었다. 양극화가 심화할수록, 중산층이 줄어들고 서민만 늘어나는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한 것이다. 서민과 중산층만을 위한 정당이 아니라 가치를 공유한다면, 부자들까지 포괄할 수 있는 ‘진보적 대중정당’으로 민주당을 바꾸고 싶다는 개인적 바람을 담은 셈이다. 아울러 ‘중산층을 민주당의 코어 지지층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맥락이 들어 있다.

그러나 ‘보수정당 지지자=저학력·저소득층’ 발언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하고, 팩트로도 타당하지 않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당 내에서도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당대표 후보인 박용진 의원은 7월 30일 “선민의식, 빈자를 향한 혐오”라며 “이재명 의원이 보여준 현실 인식은 참으로 안타까웠다”고 비판을 가했다. 이어 박 의원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고 자신을 향한 지지를 끌어내지 못한 이재명 후보 자신과 민주당의 부족을 반성해야지, 왜 남 탓을 하나”라고 공격했다.

또 한명의 당대표 후보인 강훈식 의원도 “민주당도 혹시 (국민을) 선악으로 구분하는 이분법적 인식이 있는 것은 아니냐. 그런 생각이 있다면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갈라치기 선동’으로 변질된 소모적 논쟁


▎민주당은 연이은 선거 참패 이후 고개를 숙였지만, 여전히 제대로 된 반성이 없다는 의구심을 벗지 못하고 있다. 중앙포토
반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저학력, 저소득층에 국민의힘 지지자가 많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 의원 발언에 동조했다. 추 전 장관은 “결국 승자 독식의 선거제도 아래에서 선거 결과의 피해를 고스란히 저소득층과 청년층과 노년층의 가난한 약자들이 당하고 있다”며 “따라서 자신들을 외면하는 세력을 지지하는 이율배반적 투표조차도 피해를 당하면서 사회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도록 그루밍 당하는 것이 또 다른 피해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나마 봉합으로 향할 수 있었던 상황이 추 전 장관 발언으로 재점화된 셈이다. 이에 대해 온라인상에는 “졸지에 강남, 서초가 저학력, 저소득층이 됐다”, “그러면 민주당에 몰표를 주는 호남은 고학력, 고소득층이 많은가?” 등등의 반박이 속출했다. “민주당의 주특기인 ‘갈라치기 선동’이 또 발동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실제 지난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를 통해 소위 서울의 부촌으로 꼽히는 지역일수록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했다. 과거 민주당 지지가 강한 지역도 재건축·재개발로 신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보수 정당으로 정치 성향이 바뀌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저학력, 저소득층은 상대적으로 노인 세대에 많이 분포한다. 이들은 과거 열악했던 환경 탓에 많이 배우지 못했고, 현재 소득이 높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등 자산은 많을 수 있다. 또 학벌은 높지 못해도 배움의 깊이는 40·50세대 중산층보다 우월할 수 있다.

결국 이 후보의 ‘보수정당 지지자=저학력·저소득층’ 발언은 ‘부유한 노인층이 국민의힘을 다수 지지한다’는 발언과 꽤 흡사하다. 하지만 현상에 대한 분석은 산으로 가버렸고, 민주당 계파 선명성 경쟁으로 비화한 상태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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