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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고물가에 웃고 의료계 파업에 울고… 저임금·고강도 노동현장 

단체급식 시장에서 한국 사회 보인다 

조득진 월간중앙 선임기자
‘런치플레이션’ 탓에 학식·구식 이용자 급증… ‘전공의’ 파업에 울상도
단체급식 시장은 자동화·무인화 시험 무대, 고급 아파트도 조식 서비스
‘부실 급식’ 부른 인력난… 조리실무사 기본급은 최저임금에도 못미쳐


▎고물가에 외식비가 급등하자 구내식당 이용자가 늘고 있다. 점심시간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 구내식당 모습.
고물가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한국 사회에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외식비의 가파른 상승은 익숙한 풍경을 밀어내고, 생경한 장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름난 식당 앞 줄서기는 사라졌고, 대신 학생식당과 구내식당은 북새통을 이룬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1년 6월 이후 매달 외식 물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치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이다.

외식 고물가의 장기화는 단체급식업계의 수혜로 이어졌다. 점심·저녁을 학생식당·구내식당에서 해결하는 사람이 늘면서 사업장 식수 인원이 증가했고, 오피스·산업체 등 대형 사업장 수주가 증가하면서 식자재 유통 매출 또한 크게 성장한 것. CJ프레시웨이가 지난해 업계 최초로 연매출 3조원을 돌파했고 삼성웰스토리, 현대그린푸드, 아워홈 등 대표 급식업체 모두 사상 최고 실적을 올렸다. 올 들어서도 매출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는 상황. 다만 의료계 파업의 여파로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급식업계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 경로를 다각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유명 맛집과 협업하기도 하고, 무인 간편식 코너와 자동화 로봇 도입으로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최근 주거형 식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급 아파트에 진출한 데 이어 군부대와 경로당으로도 영역을 확대 중이다. 그러나 학교식당 등 일부 단체급식 현장에서는 저임금·고노동 탓에 인력난이 심각하다. 학교식당의 조리실무사 기본급은 최저임금보다도 낮은 상태. 부자들이 모여 사는 강남은 역설적으로 부실 급식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히기도 한다. 확장하는 단체급식 시장에서 한국 사회의 이슈를 짚어보았다.

고물가 타고 ‘역대급’ 매출·영업이익 달성


외식 고물가는 지난해 급식업계에 최고의 매출을 안겼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프레시웨이는 지난해 매출 3조742억원, 영업이익 99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1.9%, 1.4% 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형 고객사 수주에 연달아 성공하면서 수익성을 크게 확대한 덕분이다. 삼성웰스토리도 지난해 매출이 8.2% 성장한 2조7990억원, 영업이익이 75.3% 늘어난 1280억원을 보이며 모두 역대급을 기록했다. 덕분에 삼성웰스토리는 임직원들에게 최대 11%의 초과 이익 성과급(OPI)을 지급하기도 했다. 현대그린푸드 역시 최대 실적이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1% 늘어난 2조1872억원, 영업이익은 9.8% 늘어난 847억원을 달성했다. 아워홈 또한 매출 1조9835억원, 영업이익 943억원으로 최대 실적을 보였다.

외식 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학생식당·구내식당 이용자가 증가한 것이 업계 성장의 주된 이유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36개월 동안 외식 물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치를 웃돌았다. 올해 1분기 전체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월평균 404만6000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4% 늘어난 반면, 외식 물가 상승률은 3.8%로 가처분소득 증가율의 2.8배였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을 보면 지난 5월 서울 지역 김밥 가격은 평균 3423원으로 3년 전(2692원)보다 27.2% 올랐다. 비빔밥은 같은 기간 8846원에서 1만846원으로 22.6% 상승했다. 김치찌개백반은 6769원에서 8192원으로 21.0%, 칼국수는 7462원에서 9154원으로 22.7% 올랐다.

1분기에도 급식업계 매출은 훨훨 날았다. 겨울방학과 동계휴가가 낀 1분기를 흔히 ‘비수기’로 여기지만 김밥, 치킨, 햄버거, 피자 등 주요 외식 가격이 올해 들어서도 오르면서 학생식당·구내식당 앞에 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삼성웰스토리의 1분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7.8% 증가한 7160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0.3% 늘어난 320억원을 냈다. 삼성웰스토리 측은 “SK하이닉스, CJ제일제당,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신규 사업장이 늘었고 주거형 식음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파트에 신규 진입한 결과”라며 “기존 사업장에서도 식수가 증가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CJ프레시웨이의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증가한 7315억원을 기록했고, 현대그린푸드 역시 1분기 매출이 559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6% 성장했다.

전공의 파업, 식자재 물가 등은 부담 요인


▎의과대학 정원 증원안을 둘러싼 정부·의료계 갈등은 급식업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4월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모습.
최근 한국 사회를 흔들고 있는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급식업계의 희비를 가르기도 했다. CJ프레시웨이는 1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6.7% 감소한 105억원을 기록했다. 당초 증권가에서 전망한 CJ프레시웨이의 1분기 실적은 매출액 7528억원, 영업이익 136억원으로 전 년 동기 대비 각각 7.9%, 7% 오른 수준이었지만 이에 크게 못 미쳤다. 국내 대형병원 5곳 중 삼성서울병원과 신촌 세브란스병원, 전국 80여 곳 병원에서 급식사업을 운영하는 CJ프레시웨이가 전공의 파업 장기화로 수익성에 발목이 잡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체급식 수주 방식은 입찰 과정에서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계약 기간 동안의 전체 운영비를 먼저 정산하거나, 향후 이용 인원을 집계해 금액에 변동을 주는 방식(식수당 단가 계약)이다. 통상 병원과의 급식 계약은 식수당 단가 계약으로 이뤄진다. 이용 식수에 따라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의사든 환자든 병원 내 식당 이용자 수에 따라 매출이 달라지는 구조다. CJ프레시웨이가 위탁 운영하는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2400여 개의 병상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보통 병상 수의 세 배를 곱해 임직원 수를 산출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세브란스병원의 급식 규모는 하루 1만식을 훌쩍 뛰어넘는다. 최근 CJ프레시웨이가 대표를 교체했는데, 업계에서는 단체급식 매출의 역성장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의료계 파업이 언제까지 가느냐다. 업계에서는 전공의들의 사직과 파업이 사실상 3월부터 본격화된 만큼 2분기 실적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급식업계 관계자는 “병원은 이용 식수에 따라 결제가 이뤄지는데 전공의 파업 여파로 그날그날 병원 식당 이용자 수가 줄어 병원 경로 쪽 매출에는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환자들도 지방·중소형 병원으로 이동하고 있어 의료계 파업이 장기화하면 서울 주요 병원 내 단체급식 사업장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급식업계가 고물가로 혜택을 봤지만 이는 넘어야 할 허들이기도 하다. 식자재 가격이 계속 오른 탓에 단가 부담이 커졌고, 외식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기에 진입하면서 식자재 유통사업 규모도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5월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은 8.7%로 전체 평균치의 3.2배에 달했고 그중에서도 과실은 38.9%로 14.6배였다. 배 126.3%, 사과 80.4%, 양배추 56.1% 등이었다. 가공식품에서도 설탕(20.4%), 소금(16.4%), 식용유(15.2%), 고추장(9.7%) 등 상승세가 만만찮았다. 업계 관계자는 “급식 수요가 늘었지만 원재료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단가 맞추기가 어려워지고 있고 식자재 유통 부문도 외식 불황으로 시원치 않은 상황”이라며 “게다가 고물가로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진 소비자들이 다시 ‘집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무인화·자동화’ 푸드테크로 효율성 높이기


▎급식 시장은 고급 아파트, 군부대, 노인정 등으로 영역을 확대 중이다. 현대그린푸드가 운영하는 서울 중구의 카페형 단체급식 매장. / 사진:현대그린푸드
급식업계는 외부 요인으로 인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단체급식 현장의 자동화와 외식 솔루션 강화, 케어푸드 진출 등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푸드테크 도입이다. 협동로봇과 자동화시스템을 통해 매장의 운영 효율을 끌어올리고 외식업계 인력난도 해소한다는 목표다. 단체급식 현장이 자동화·무인화의 시험무대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단체급식업계 최초로 조리로봇 전문코너 ‘웰리봇’을 선보인 삼성웰스토리는 최근 조리뿐 아니라 배식, 세척의 전 과정에 적용할 수 있는 첨단 자동화 장비 18종을 구축했다. 또 급식 서비스 전 과정에 개인화·자동화·지능화된 솔루션을 적용해 미래형 구내식당을 구현한 ‘플래그십 스페이스’를 경기도 분당 본사에 오픈했다. 이 중 ‘웰리봇 존’은 국·탕·찌개류 조리로봇과 튀김·누들 전용 조리로봇, 볶음요리 전용 오토웍이 추가로 적용된 조리로봇 전문 코너다. 10초당 1개 메뉴를 만들어 조리원 인력난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워홈도 자동 식기세척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식판이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이동하면 자동으로 식기와 트레이를 분리해주고 세척한다. 자동 식기세척기의 시간당 세척량은 일반 세척기보다 400% 이상 높고, 노동 강도는 30% 이상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면 니즈도 다양해지는 법. 단체급식업계는 이에 맞추기 위해 유명 맛집과 협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평소에 줄 서서 먹어야 하는 외식 메뉴를 구내식당에서 선보여 방문 수를 늘리는 일종의 ‘급식의 외식화’ 전략이다. 삼성웰스토리는 국내외 미식 가이드에서 인증을 받은 맛집과 연계한 메뉴를 고객사 구내식당에서 매주 새롭게 선보일 계획이다. 서울 삼청동 ‘황생가칼국수’의 떡만둣국, 전주 대표 식당 ‘베테랑’의 들깨칼국수, 이탈리안 레스토랑 ‘오스테리아샘킴’의 파마산치즈뇨끼 등 식당 30여 곳의 대표 메뉴를 준비한다. 아워홈도 프리미엄 수제버거 브랜드 ‘번패티번’ 등과 협업하면서 사내식당 차별화 프로젝트 ‘플렉스 테이블’을 추진하고 있다.

특정 집단을 겨냥해 케어푸드를 제공하기도 한다. 현대그린푸드는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 ‘그리팅’을 앞세워 환자식 식단사업, 정기구독 식단, 맞춤형 케어푸드 식단을 제공하는 단체급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프로농구 구단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를 상대로 업계 처음으로 프로 운동선수 대상 케어푸드 솔루션을 제공했다. 향후 스포츠팀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군별 특성에 맞는 케어푸드 솔루션을 추가로 개발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아파트·군부대·경로당으로 급식 서비스 확대


▎구내식당에 조리뿐 아니라 배식, 세척 등 전 과정에 첨단 자동화장비가 도입되고 있다. 삼성웰스토리가 운영하는 조리로봇 ‘웰리봇’ 모습. / 사진:삼성웰스토리
단체급식 시장도 영역은 나날이 넓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 고급 아파트 단지 중심으로 입주민 대상의 구내식당이 속속 생기면서 대형 급식업체들도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아파트 입주민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각종 편의시설이 헬스장, 골프연습장, 목욕탕 등을 넘어 구내식당까지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급식업계는 프리미엄 아파트를 대상으로 고객의 요구 사항들을 일괄적으로 처리해주는 컨시어지 서비스를 진행하고 식사뿐만 아니라 가정간편식 코너, 디저트 카페 등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차별화된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신세계푸드는 2018년 서울 성동구 트리마제에서 식음시설을 낸 이후 서초 래미안 리더스원, 여의도 브라이튼, 개포 래미안포레스트, 개포 디에이치자이, 용산 해링턴 등 서울 7개 아파트 단지에서 구내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웰스토리는 용산센트럴파크, 아워홈은 천안시 펜타포트와 개포 자이프레지던스, CJ프레시웨이는 청량리 롯데캐슬에서 입주민 식사를 제공 중이다. 급식 이용료는 입주자 대표회의와 맺은 계약에 따라 다르긴 하나 한 끼에 8000~1만원 사이로 다소 높은 편. 업계에서는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단지 내에 식당을 두는 추세가 확산하면서 사업권을 따기 위해 수도권 신규 단지를 집중적으로 눈여겨보고 있다.

올해부터 군 급식 민간위탁 시장에 대기업도 진출할 수 있게 되면서 이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삼성웰스토리는 지난 3월 육군사관학교생도식당 사업권을 확보하면서 민간 위탁에 진출했다. 이어 아워홈도 공군 제20전투비행단의 병사식당 운영권을 획득하며 군 급식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특히 육군사관학교 생도식당 운영 입찰에는 역대 최다인 10개 급식업체가 참여하면서 치열하게 경쟁했다. 육사 생도식당의 운영 기간은 5월부터 2027년 4월까지 3년 동안으로, 총 사업 예산은 127억원이다. 업계에서는 “군 급식 사업은 수익성이 높지 않지만 하루 세 끼 안정적인 식수를 확보할 수 있다. 군 급식 식자재 시장은 연간 약 1조2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경로당도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전국 약 6만8000개 경로당 중 42%가 일주일 평균 3.6일 점심을 제공하는 상황에서 단계적으로 주 7일까지 확대하겠다는 논의가 정치권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인 급식은 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비약적인 규모 확대가 예상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아동 수가 꾸준히 감소하면서 재정적 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 급식지원비의 노인 급식 전환 가능성이다. “소규모 경로당에서 이뤄지는 노인 급식은 직영 운영이 쉽지 않아 반조리된 제품을 구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식자재유통 및 단체급식 업체들에 새로운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며, 향후 노인 급식 시장이 커진다면 시장 선점을 위한 전용브랜드 출시 등 업체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업계 관계자의 분석이다.

저임금·고강도 노동현장, 일할 사람이 없다


▎지난 2022년 11월,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파업에 돌입하면서 학교 급식조리실의 불이 꺼져 있다.
저임금, 고강도 등 단체급식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논란이 됐던 학교 ‘부실 급식’의 배경이기도 하다. 노동 강도에 비해 처우가 열악하다 보니 새로운 인력을 구하기 어렵고, 기존 조리종사원마저도 현장을 떠나면서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초등학교는 재학생이 1000명일 경우 최소 6명 이상의 조리실무사를 배치하도록 했지만 정원을 채운 학교는 손에 꼽을 정도다. 지난해 강남서초교육청의 조리실무사 채용 경쟁률은 0.2대 1에 불과했다. 전국적으로도 조리실무사의 채용 경쟁률은 미달 수준이다.

구인난의 원인은 노동 강도 대비 낮은 처우 때문이다. 학교 급식실은 많은 음식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노동 강도가 세고, 근무환경이 열악한 경우가 많다. 아침 7시 출근 이후 배식 시간을 맞추려면 휴식시간은 보장되지 못하고 다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실제 급식 노동자의 산재 승인 건수는 3년 새 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에는 조리 흄(뜨거운 기름으로 음식을 만들 때 나오는 발암물질) 노출로 인한 ‘급식실 폐암’이 산재로 인정되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뒤늦게 3400억원을 들여 2027년까지 1002개 학교 급식실 조리실의 환기시설 개선에 나선다고 밝혔다. 폭염 때에는 급식실에 냉방기가 설치돼 있어도 일하는 노동자들이 현기증, 구토 등을 겪고 심한경우 열탈진으로 병원에 실려 가기도 한다.

반면 조리실무사의 기본급은 최저임금(206만740원)에도 못 미치는 198만6000원이다. 방학 기간에는 급식실이 문을 닫아 상여금 50만원이 전부다. 교육청에서 월급을 올려주려고 해도 다른 교육공무직의 임금과 동일하게 묶여 있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가 늘 도사린다. 대안으로 민간업체 위탁도 고려하지만 그만큼 교육공무직 일자리가 사라지게 되어 노조의 반발이 거세다. 노동계에서는 근본적으로 교육공무직의 낮은 처우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저임금 인상 억제로 인해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가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는 것으로, 때문에 대폭적인 최저임금 인상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비정규직노조는 22대 국회에서 적정 인원 기준 마련과 처우 개선 등을 담아 학교급식법이 개정되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 조득진 월간중앙 선임기자 chodj21@joongang.co.kr

202407호 (202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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