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정치인 등을 대상으로 불법 감청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김은성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구치소로 수감되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진 중앙일보 정치전문기자한국 현대사에서 정보부(중정→안기부→국정원)는 권력의 원시(原始)지대였다. 납치·살해·조작·고문·집단도청 등 문명화된 일반사회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통치권력의 수문장 노릇 때문이었다. 민주정권을 자처하는 문민권력 시대에 들어와서도 희한한 무법행위는 사라지지 않았다. YS는 안기부 계좌에서 나온 거액으로 집권당의 선거자금을 주었다. YS 정보부의 ‘미림팀’은 음식점 테이블 밑에 도청기를 붙여놓았다.
현대사에서 처음으로 야당의 집권을 실현한 김대중 정권은 그들의 민주주의 구호대로 뭔가 달라야 했다. 그러나 똑같았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정보부의 더듬이·손·발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그러면서 개혁을 외쳤으니 위선이었다. DJ는 몰랐다고 주장하나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도청으로 얻어진 국내 사찰 정보를 향유했다면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DJ는 그런 권력놀음에 놀아나지 않을 인사를 요직에 앉혔어야 했다. 역사적으로 대통령은 정권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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